단미는 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도 모처럼 쉬는 날이잖아.”“단미야, 혹시...”“나 다 먹었어. 당신은 천천히 먹고 일어나.”단미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호건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말을 잇지 못했다. 꺼내려던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한 채, 계단을 올라가는 단미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다.오정란이 국을 들고 나오다가 비어 있는 단미의 자리를 발견했다. 식탁 위 그릇도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였다.“단미 씨가 별로 못 드시고 올라가셨네요?”호건은 생각을 거두며 당부했다.“오후 간식은 조금 일찍 준비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호건은 식사를 마친 뒤 회사로 향했다.저녁에 돌아왔지만 단미는 식사하러 내려오지 않았다. 오정란은 단미가 한 시간쯤 전에 간식을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다며 저녁과 야식을 함께 먹겠다고 했다고 전했다.단미는 그날 밤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야식도 오정란이 방으로 가져다줬다.다음 날은 추석이었다.단미는 아침 일찍 여린의 차를 타고 나갔다. 아침밥도 집에서 먹지 않았다.호건은 이층 발코니에 서서 두 사람이 탄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문득 지난 2년이 떠올랐다. 추석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맞았던 수많은 기념일마다 단미도 집 어딘가에 서서,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는 자신을 묵묵히 바라보며 혼자 적막한 집에 남겨졌던 걸까?...단미 일행이 추석을 크루즈에서 보내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경남도 끼고 싶어 했다.결국 세 사람이던 일행은 네 사람이 됐다.승선은 정오부터 가능했지만 크루즈가 항구를 떠나는 시각은 오후 5시였고, 파티는 5시 반에 시작될 예정이었다.서두를 필요가 없어 네 사람은 점심을 밖에서 느긋하게 먹은 뒤 두 시가 넘어서야 배에 올랐다.크루즈 안에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객실에서 쉬거나 원하는 시설을 이용하면 됐다.승선 수속과 신원 확인을 마치자 직원이 일행을 객실로 안내했다.준호는 객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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