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61 - Chapitre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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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민석이 씁쓸하게 웃었다.“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습니다.”“그게 무슨 말이야?”“전에 두 사람 정도 소개받았고,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만나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제가 너무 바빠서 도저히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오래 못 갔습니다.”호건의 표정이 굳었다.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조금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옆에서 일하느라 고생이 많네.”일에 매달리다가 자신도 아내와 이혼했다.거기에 자기 비서 연애까지 못 하게 만든 셈이었다.민석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오히려 놀랐다.“아닙니다, 대표님. 대표님 옆에서 배우고 일하는 게 제게는 큰 기회입니다.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그래도 나 때문에 연애를 못 했잖아.”민석이 얼른 말했다.“저는 아직 한창 일할 나이입니다. 지금은 가정을 꾸리기보다 커리어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대표님도 늘 말씀하시잖습니까. 남자는 젊을 때 자기 일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요.”젊을 때는 일해야 한다.사업이 우선이다.자신이 직원들에게 늘 해 오던 말을 다시 듣자 호건은 이상하게 씁쓸했다.일을 열심히 하는 건 틀린 선택이 아니다.하지만 그 대가로 가정을 희생하는 것까지 정말 옳은 걸까?지난 2년 동안 호건은 모든 힘을 쏟아 JF그룹을 더 크게 키웠다.기업 가치는 몇 배로 뛰었다.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뛰어난 성과를 냈다며 호건을 칭찬했고, 집안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하지만 그 모든 성과는 단미가 이혼을 요구한 날 갑자기 빛이 바랬다.단미는 호건의 눈에는 일밖에 없다고 했다.집에는 늘 사람이 없이 자기 혼자라고 했다.2년을 참고 버틴 끝에 더는 같이 살 수 없다고 했다.아이까지 가진 뒤에도 다시 맞춰 살 생각은 하지 않고 이혼부터 선택했다.사람들은 호건이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고 말한다.정작 호건은 자기 가정 하나 지키지 못했다.본인만 가정을 소홀히 한 것도 모자라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도 같은 가치관을 강요해 왔다.“일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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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단미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가?’호건은 카탈로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이번에는 대충 보는 게 아니라 꽤 진지했다....단미가 집에 도착한 건 저녁 일곱 시가 다 되어 갈 때였다.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들어오자 오정란이 급히 다가와 받아 들었다.“고마워요, 이모님. 거실에 놔주세요.”말하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호건을 발견했다.“여기 두면 될까요?”오정란이 일인용 소파 위에 쇼핑백들을 올렸다.“네.”호건이 쇼핑백들을 봤다.“전부 작은아버님 드릴 추석 선물이야?”단미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뻐근한 종아리를 주물렀다.“다 그런 건 아니야. 희선 아주머님 드릴 것도 있어.”호건은 단미가 다리를 주무르는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더 준비할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사람 시킬게. 네가 직접 다니지 않아도 돼.”단미가 고개를 들었다.“됐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필요한 건 이미 다 샀다.“단미야.”호건이 진지하게 불렀다.“네가 내 아이를 품고 있어. 우리가 이혼했어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시켜도 돼.”“부담 가질 필요 없어.”단미의 손이 잠깐 멈췄다.부담이 되는 게 아니었다.불필요하게 호건과 엮이고 싶지 않았고 기대고 싶지도 않았다.단미가 호건을 똑바로 봤다.“그 말은 내가 당신한테 해야 할 것 같은데.”호건이 의아하게 봤다.“뭐?”“당신이 아이 친아버지인 건 맞지만, 굳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가지지 마. 아이는 나랑 살 거니까.”단미의 말은 단호했다.“내가 낳기로 선택했으니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 그럴 능력도 있고.”“당신은 걱정하지 마.”“배 안에 있을 때도, 태어난 뒤 인생에서도 내가 가진 걸 전부 써서 아이를 지키고 잘 키울 거야.”호건은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단미의 눈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단미는 오해하고 있었다.호건도 아이를 돌보고 싶었다.하지만 사실 더 돌보고 싶은 사람은 단미였다.“단미야...”“대표님, 단미 씨. 식사 준비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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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추석이 가까워진 그 주에는 호건의 일정이 굉장히 많았다.점심에 집으로 오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단미도 한가하지 않았다.추석 선물은 예년처럼 작은아버님 몫뿐 아니라 여린과와 준호를 위해서도 따로 준비했다.다만 윤정해가 있는 집에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추석을 이틀 앞둔 날에는 집에서 송편을 만들었다.아침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바로 재료를 꺼냈고 오정란이 옆에서 도와줬다.그날 아침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호건은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근했다.점심에도 들어오지 못한 채 오후 네 시 반까지 계속 일했다.업무가 끝나자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향했다.도착한 건 다섯 시쯤이었다.현관에 들어서자 단미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이모님, 핑크색 상자에 든 건 첫 번째 선물가방에 넣어 주세요. 여린이한테 보낼 거예요.”“네, 알겠습니다.”“블루베리 상자도 같이요.”호건이 거실로 들어갔다.테이블 위에는 큰 선물가방 두 개가 놓여 있었고 단미와 오정란이 물건을 하나씩 담고 있었다.호건이 다가가 물었다.“뭐 하는 거야?”오정란이 뒤를 돌아보고 웃었다.“단미 씨가 송편을 직접 만드셨어요. 여린 씨 댁이랑 준호 씨 댁에 보낼 추석 선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호건의 눈이 밝아졌다.탁자 위에 파란색 정사각 상자 하나가 보였다.“올해도 유자 송편 만들었어?”호건은 관심을 보이며 단미 옆으로 다가가 상자를 열어 보려 했다.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단미가 호건의 손등을 탁 쳤다.“만지지 마.”단미는 바로 상자를 선물가방 안으로 넣었다.호건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쳤다.‘보기만 하려던 건데...’현관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기사가 들어와 말했다.“단미 씨, 지금 바로 차에 실어 드릴까요?”“네. 지금 부탁드려요.”단미가 고개를 돌려 말하려는데 큰 호건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단미가 위를 올려다보며 못마땅하게 말했다.“좀 비켜. 길 막고 서 있지 말고.”호건은 말없이 옆으로 비켰다.단미가 기사를 불렀다.“테이블 위에 있는 것만 가져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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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오후에 단미 씨가 여린 씨랑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요. 남은 한 상자는... 경남 씨한테 주신다고 하셨어요.”호건의 얼굴이 단단하게 굳었다.마지막 한 상자도 경남의 몫이라고?기가 막혔다.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경남도 있고, 오정란도 있고, 기사도 있는데...자기 것만 없었다.호건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물었다.“집에서 추석에 먹을 것도 한 상자 안 남겨 놨어요?”오정란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단미 씨는 이번 추석에 집에 안 계시잖아요. 모르셨어요?”호건의 표정이 멈췄다.“뭐라고요? 집에 없다고요?”“네. 여린 씨랑 준호 씨랑 크루즈 타고 달맞이하러 가신다고 했어요. 1박 2일이래요.”호건은 제자리에 굳었다.창피하다는 감정보다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쓸쓸했다.‘이미 다른 사람들과 명절 함께 보내려고 약속까지 잡았구나.’호건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본 오정란은 더 말하지 않았다.“대표님, 저녁 준비하겠습니다.”주방으로 들어갔다.그날 호건은 밥맛이 없었다.몇 숟갈 먹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2층으로 올라가던 중 작은 와인셀러 위에 놓인 파란색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걸음을 멈추고 바라봤다.‘여기에 왜 송편 상자가 있지?’호건이 상자를 집어 열었다.안에는 개별 포장된 송편이 아홉 개 들어 있었다.작은 곰 모양이라 귀여웠다.뒤에서 오정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그 송편은... 제 거예요.”“아...”호건은 대답하고 뚜껑을 닫았다.천천히 오정란에게 상자를 내밀었다.오정란이 받으려고 잡았는데 호건이 손을 놓지 않았다.의아하게 올려다보자 호건이 낮게 말했다.“생각해 보니 저는 단미가 만든 송편을 먹어 본 적이 없네요.”오정란은 당황했다.두 시간 전쯤 오정란도 단미에게 호건 몫을 빼먹은 게 아니냐고 물어봤었다.그때 단미는 이렇게 말했다.“지 대표... 입이 짧아서 제가 집에서 만든 건 먹어요.”오정란도 생각해 보니 호건을 몇 년 동안 챙기면서 송편 같은 간식을 먹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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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호건은 정오에 맞춰 집에 들어왔다.거실에 앉아 있던 단미는 호건을 보자마자 좋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봤다.호건이 다가와 옆에 앉았다.“너... 왜 그래?”단미는 일부러 조금 옆으로 거리를 벌린 뒤 물었다.“당신... 우리 작은아버님한테 고서화 작품 한 점 보냈어?”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던 호건의 손이 잠깐 멈췄다.곧 자연스럽게 설명했다.“전에 작은아버님이랑 바둑 둘 때 좋아하는 서예가 얘기를 하셨잖아. 마침 아는 사람이 소장품 하나를 정리한다고 해서 내가 샀어. 기사님이 선물 가져갈 때 같이 보내 달라고 했고.”단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호건을 바라봤다.“당신 대체 뭐 하는 거야? 그분은 내 작은아버님이야. 당신 작은아버님이 아니고.”‘우리 이미 이혼했고, 이런 선물을 보내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잖아.’호건은 차분했다.“우리가 이혼했다고 서로 원수가 된 건 아니잖아. 난 작은아버님이랑 말도 잘 통했고,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안 돼.”단미는 목에 힘을 주고 단호하게 말했다.“연락하지 마.”앞으로의 삶에 호건의 흔적이 남지 않았으면 했다.말에 더 힘을 싣고 싶었는지 단미는 입술을 꾹 다물고 큰 눈으로 호건을 노려봤다.호건은 두 사람 사이 소파에 손을 짚고 몸을 조금 기울였다.가까이서 보니 화가 난 단미가 무섭다기보다 귀여웠다.“너 왜 이렇게 다 혼자 하려고 해?”낮은 목소리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섞였다.가까운 얼굴 때문인지, 놀림받았다는 민망함 때문인지 단미의 볼이 조금 뜨거워졌다.단미는 짜증스럽게 호건을 밀어냈다.“나 진지해. 농담하는 거 아니야.”얼굴까지 붉어진 걸 보니 정말 화가 난 듯했다.호건은 더 놀리지 않았다.“알았어.”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다음부터는 너 모르게 따로 선물 보내는 일 없게 할게. 됐지?”“그러니까 화 풀어.”요즘 호건은 늘 이런 식이었다.먼저 사람을 화나게 만들어 놓고 다음에는 너무 진지하게 사과했다.막 올라오던 화가 금세 꺼져 버렸다.계속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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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단미는 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도 모처럼 쉬는 날이잖아.”“단미야, 혹시...”“나 다 먹었어. 당신은 천천히 먹고 일어나.”단미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호건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말을 잇지 못했다. 꺼내려던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한 채, 계단을 올라가는 단미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다.오정란이 국을 들고 나오다가 비어 있는 단미의 자리를 발견했다. 식탁 위 그릇도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였다.“단미 씨가 별로 못 드시고 올라가셨네요?”호건은 생각을 거두며 당부했다.“오후 간식은 조금 일찍 준비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호건은 식사를 마친 뒤 회사로 향했다.저녁에 돌아왔지만 단미는 식사하러 내려오지 않았다. 오정란은 단미가 한 시간쯤 전에 간식을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다며 저녁과 야식을 함께 먹겠다고 했다고 전했다.단미는 그날 밤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야식도 오정란이 방으로 가져다줬다.다음 날은 추석이었다.단미는 아침 일찍 여린의 차를 타고 나갔다. 아침밥도 집에서 먹지 않았다.호건은 이층 발코니에 서서 두 사람이 탄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문득 지난 2년이 떠올랐다. 추석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맞았던 수많은 기념일마다 단미도 집 어딘가에 서서,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는 자신을 묵묵히 바라보며 혼자 적막한 집에 남겨졌던 걸까?...단미 일행이 추석을 크루즈에서 보내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경남도 끼고 싶어 했다.결국 세 사람이던 일행은 네 사람이 됐다.승선은 정오부터 가능했지만 크루즈가 항구를 떠나는 시각은 오후 5시였고, 파티는 5시 반에 시작될 예정이었다.서두를 필요가 없어 네 사람은 점심을 밖에서 느긋하게 먹은 뒤 두 시가 넘어서야 배에 올랐다.크루즈 안에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객실에서 쉬거나 원하는 시설을 이용하면 됐다.승선 수속과 신원 확인을 마치자 직원이 일행을 객실로 안내했다.준호는 객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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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직원이 설명했다.“오늘 이용객이 많아 객실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배정이 예약 순서와 객실 상황에 따라 나뉘다 보니 일행분들과 떨어지게 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그랬군요.”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조금 더 걸어간 뒤 직원은 한 객실 앞에서 멈춰 키카드를 건넸다.“고객님 객실은 여기입니다.”“네. 가방은 제가 받을게요.”직원은 짐을 넘기며 덧붙였다.“이쪽 객실이 조금 더 넓고 전망도 좋습니다. 복도 끝 쪽이라 비교적 조용하기도 하고요.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그럴 것 같네요.”단미는 미소로 감사 인사를 하고 키카드를 받았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정말 객실은 넓고 깔끔했다.조용하다는 점도 단미 마음에 꼭 들었다.짐을 내려놓고 객실을 둘러본 단미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웠다.고급 크루즈답게 침구도 훌륭했다.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단미는 잠에 푹 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저녁 다섯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핸드폰을 확인하니 15분 전에 여린이 메신저로 연락을 남겨 뒀다. 셋 다 객실로 돌아가 씻는 중이며, 조금 있다 갑판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단미는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옅게 화장했다. 따뜻한 노란빛이 도는 실크 원피스로 갈아입은 뒤 객실을 나섰다.복도를 걸으며 준호가 임시로 만든 네 사람의 단톡방에 이제 갑판으로 간다는 메시지도 남겼다.메시지를 보내고 고개를 들자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단미 씨, 정말 우연이네요. 단미 씨도 파티 왔어요?”여기서 채림을 만날 줄은 단미도 예상하지 못했다.단미가 옅게 웃었다.“그러게... 우연이네요.”채림은 몹시 반가운 사람처럼 다가와 단미의 손을 잡으려 했다.“잘됐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오늘 같이 놀아요.”단미는 뻗어 오는 손을 피했다.“미안하지만 친구들이랑 선약이 있어요.”“그럼 다 같이 놀면 되잖아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재미있으니까요.”“주채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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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시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전문 모델보다 더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주변 여자들이 자꾸 그쪽을 쳐다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단미도 걸음을 멈춘 채 난간 쪽의 호건을 바라봤다.바닷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왔다. 호건을 발견했을 때의 놀람은 낯선 스타일링을 확인한 뒤 감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단미의 눈은 서서히 차가워졌다.호건이 여기 있다는 사실 자체가 뜻밖이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채림을 만난 일을 떠올리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아까 바로 생각해야 했다.‘주채림이 여기 있는데 저 사람이 없을 리가 없지.’호건이 추석에 휴가까지 낸 건 애초에 좋아하는 여자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단미가 기억하는 호건은 늘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셔츠 단추는 목 끝까지 채우고 넥타이는 반듯하게 조였으며 머리도 흐트러짐 없이 넘겼다.고지식할 정도로 단정하고 빈틈이 없었다.오늘처럼 세련된 캐주얼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낀 모습은 처음이었다.‘좋아하는 사람 앞이라고 제대로 꾸몄네.’역시 새 연애를 시작한 남자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단미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반대편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작은 플랫폼 위에서 도진이 호건 옆으로 다가왔다. 단미가 사라지는 쪽을 보며 웃었다.“이제 그만 폼 잡아. 제수씨 벌써 갔어.”도진이 말해 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호건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선글라스 뒤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미에게 붙어 있었다.단미가 마치 자신을 모르는 사람처럼 돌아서 가 버리는 모습까지 전부 지켜봤다.도진은 호건을 위아래로 훑었다.“너 진짜 제수씨 취향이 이런 쪽인 거 맞아? 아까 널 보는 표정에 반한 기색은 하나도 없던데. 오히려 ‘쟤 왜 저래?’ 하는 얼굴 같았어.”단미의 모습이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자 호건은 천천히 도진을 돌아봤다.도진은 선글라스 때문에 눈을 볼 수 없었지만 굳어 있는 표정만으로도 호건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래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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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단미는 여린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오히려 여린을 위로했다.“이 배에 VIP 전용 구역이 따로 있대. 지호건 정도 위치면 이런 데서 좋아하는 여자랑 놀더라도 거기서 조용히 있겠지. 굳이 사람들 보는 데 데리고 돌아다니진 않을 거야.”호건도 둘 사이가 구설에 오르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 일부러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여린은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단미가 더 기분 상하지 않게 여린은 바로 팔짱을 꼈다.“그래. 맞아. 남 신경 쓰지 말자.”“가자. 준호랑 경남이 야외 레스토랑 자리에 먼저 가 있대. 거기서 보는 노을이 그렇게 예쁘다더라. 맛있는 거 먹으면서 보고 사진도 잔뜩 찍자.”“좋아.”단미가 미소를 지었다.야외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멀리 있던 경남이 손을 흔들었다.“단미 누나, 여린 누나! 여기예요.”두 남자가 잡아 둔 자리는 바다 쪽과 가장 가까운 U자형 소파석이었다.여린이 단미를 끌고 가 앉았다. 테이블에는 벌써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반대편에 있던 경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미 옆으로 와 앉더니 갓 나온 스테이크를 앞으로 밀어줬다.“단미 누나, 배고프죠? 누나 드시라고 스테이크 시켰어요. 맛부터 봐요.”단미가 임신했다는 걸 안 뒤로 경남은 유난히 단미를 챙겼다.그는 단미가 어쩐지 약하고 안쓰러워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자기가 옆에서 세심하게 돌봐 줘야 할 사람처럼 여겼다.여린도 질 수 없다는 듯 따뜻한 우유를 단미에게 건넸다.“단미야, 이것부터 좀 마셔.”“나 주스 먹고 싶은데.”“좋아요. 제가 생과일주스 주문해 올게요.”경남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때 옆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어? 제수씨 아니야?”소파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도진과 그 옆에 서 있는 호건이 보였다.준호와 여린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경남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단미는 할 말을 잃었다.조금 전 한껏 멋을 부렸던 남자는 이제 선글라스를 벗은 채 도진의 말을 따라 단미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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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도 여린과 준호는 단미 곁을 지켰다. 여린은 결혼식에서 단미의 들러리까지 맡았었다.호건이 먼저 인사를 했지만 여린은 코웃음만 치고 얼굴을 돌려 버렸다.준호는 그나마 예의를 지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 반가운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도진은 두 사람에게 냉대받는 호건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아내의 친구들까지 전부 적으로 만들었냐?’참고 있던 여린은 결국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말투에는 비꼼이 가득했다.“JF그룹 대표님께서 이런 데까지 친히 오셨네요? 이런 날이면 VIP 라운지에서 좋은 분이랑 오붓하게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호건은 여린의 날 선 태도에 개의치 않았다.“제 아내가 있는 곳에 저도 있어야죠.”여린이 작게 코웃음 쳤다.‘누가 아내야. 뻔뻔하기도 하지.’도진이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웃으며 끼어들었다.“사실 VIP 라운지보다 여기가 경치는 더 좋아요. 조금 있다 저쪽에서 공연도 해서 꽤 볼만할 겁니다.”도진은 준호와 여린을 보며 물었다.“두 분 연인이시죠?”이어 단미에게 시선을 돌렸다.“객실은 어떻게 쓰세요? 제수씨 혼자 방 쓰시는 겁니까, 아니면 친구분이랑 같이 쓰세요? 필요하면 제가 객실 하나 더 잡아 드릴까요?”그 말을 듣고서야 단미는 도진의 외가가 이 크루즈를 운영하는 송씨 집안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예전에 호건에게 들은 바로는 도진은 어려서부터 외가에서 자라 사실상 송씨 집안 사람이나 다름없었다.그렇다면 이 배에서는 도진이 웬만한 일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위치였다.“괜찮아요. 친구가 제 객실도 예약해 뒀어요.”도진은 묘한 눈으로 호건을 한번 보더니 길게 말했다.“아... 그렇군요.”단미는 그 반응이 이상해 무슨 뜻인지 생각했다.그때 남자 둘이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지 대표님.”앞서 걷던 남자가 멀리서부터 호건에게 인사했다. 옆에 앉아 있는 단미를 발견하자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사모님도 오셨군요.”단미는 그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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