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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고개를 살짝 돌리며 웃는 그녀를 보며 강민재도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유봄은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하다가 겨우 숨을 고르며 말했다.“그걸 밥값 대신으로 하시게요?”강민재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생각보다 괜찮은 거래 아닌가요?”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유봄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그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말보다 더 편안한 공기가 자연스럽게 흘렀다.유봄은 강민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본 어떤 남자보다도 잘난 사람이라고. 외모뿐 아니라 여유 있는 태도와 자연스러운 매력까지 더해져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렀다.강민재는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또 한 번 마음이 흔들렸다.무엇을 해도 자연스럽게 빛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다시금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알아본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은근한 만족감마저 느꼈다.강민재는 잠시 흐르는 공기를 느끼며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잡았다.“우리… 타지에서 서로 좀 의지할 수 있는 친구 하면 안 될까요?”그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가끔 전화도 하고… 그냥, 힘들 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이요.”가볍게 말한 듯했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유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면, 주변에는 늘 여자 친구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남자 사람 친구는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인지 이 제안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이상하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오히려 강민재라면 지금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이 사람이라면 어쩌면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유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친구 해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민재의 눈빛이 살짝 밝아졌다.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그럼… 친구니까 악수라도 해야죠.”유봄은 그 제안이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짧은 순간이었지만 따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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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그녀의 집앞에 도착했다. 유봄은 세인트 존 메디컬센터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늦은 밤 수술이 끝나도 부담 없이 걸어서 돌아올 수 있는 거리라 선택한 곳이었다. 아파트 앞에 도착한 유봄은 차에서 내리며 가볍게 웃었다.“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오늘… 즐거웠어요.”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덧붙였다.“조심해서 가세요.”강민재는 잠시 아파트 입구를 바라봤다. 그녀가 사는 공간, 그 안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면 충분하다고 스스로 선을 그었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저도…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그리고 덧붙였다.“같이 가줘서 고마워요.”짧은 말이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다음 날, 강민재는 예상치 못한 일로 뉴욕에 붙잡히게 되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서 이틀 동안은 볼티모어로 내려올 여유조차 없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업무 속에서, 그녀에게 안부 한 번 전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날 밤이 되어서야, 그는 겨우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휴대폰을 꺼낸 그는 망설임 없이 유봄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흐르길 기다렸지만“전원이 꺼져 있어…”짧은 안내음이 들려왔다. 강민재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수술 중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녀라면… 수술 중이라고 해서 휴대폰을 완전히 꺼두는 경우는 없다는 걸, 짧은 시간이지만 알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조용히 밀려왔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 전화를 건 강민재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유봄 선생님은… 이틀 병가 내셨습니다.”그 순간, 그의 표정이 굳었다. 아프다고? 짧은 말이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그녀의 모습으로는 웬만해서는 병가를 낼 사람이 아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순식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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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는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가 여러 통 쌓여 있었다.잠시 밖에 나가 전화를 받은 그는 비서에게 짧게 상황을 보고 받았다."급한 건 아니면 전부 보류"짧고 분명한 지시였다.전화를 끊은 뒤, 그는 다시 유봄이 누워있는 자리로 걸어갔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그날, 강민재는 그녀의 곁에서 단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유봄은 천천히 눈을 떴다.몸이 무겁게 느껴졌고, 희미하던 시야가 점점 또렷해지면서 병실이라는 걸 인식했다.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었다.집 앞… 그리고 문을 열었던 순간, 누군가를 본 것 같았던 장면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그때였다.고개를 살짝 돌린 유봄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침대 옆에 앉은 채, 머리를 침상에 기대고 잠들어 있는 강민재가 보였다.이남자가 또 자신을 살린 것 같았다.처음은 오토바이 사고였고, 이번에는 쓰러진 자신을 이렇게 병원까지 데려와 다시 숨을 돌리게 해주었다.유봄은 잠든 강민재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고르다가, 마음 한편이 묘하게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유봄이 그를 바라보고 있던 순간, 강민재가 미세한 기척을 느낀 듯 천천히 눈을 떴다.잠에서 막 깬 듯 흐릿하던 시선이 곧 그녀에게 고정되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괜찮아요?”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밤을 새운 듯 눈가에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고, 얼굴도 평소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계속 유봄에게 머물러 있었다.확인이라도 하듯 그녀의 상태를 살피는 눈빛이었다.유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그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안도와 여전히 남아 있는 긴장이 함께 묻어났다.강민재는 한숨을 짧게 내쉬며,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는 이렇게 사람 놀라게 하지 마요.”걱정이 섞인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그녀를 잃을까 했던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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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강민재는 눈을 뜨자마자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잠결에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유봄의 상태였다.그는 곧바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다 나았어요. 지금 병원에서 근무 중이에요.”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평온한 상태를 확인한 그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때 강민재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할아버지, 강두수 회장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이제까지 한 번도 회의나 일정에 빈틈을 보인 적이 없던 네가, 무슨 일로 중요한 회의까지 취소했느냐.”그의 말에는 분명한 질책과 함께, 이유를 묻는 엄중함이 담겨 있었다.잠시 숨을 고른 강민재는 짧게 답했다.“죄송합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있었습니다.”변명처럼 들리지 않도록 말끝을 단정히 정리한 그는 이어서 덧붙였다.“취소된 일정은 바로 재조정해서 업무에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고, 상황을 정리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유봄이 무사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강민재는 그제야 마음을 다잡았다.이제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그는 짧은 정리 끝에 뉴욕으로 향했고, 밀려 있던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곧바로 일정에 매달렸다.회의, 보고, 의사결정이 연달아 이어졌고, 나흘 동안 그는 거의 숨 돌릴 틈 없이 움직였다.머릿속에는 일만 남겨둔 채,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휴식 시간, 닥터 제임스와 몇몇 간호사들이 유봄을 둘러싸듯 다가왔다.제임스가 먼저 웃으며 말을 꺼냈다.“유봄 선생님, 그날 그분… 남자친구 맞죠?”유봄이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호사가 말을 보탰다.“진짜 너무 부러워요.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다른 간호사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맞아요. 응급실에서 계속 선생님만 보던데요?”제임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게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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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재는 잠시 시선을 들어 그를 보다가, 별것 아니라는 듯 미소를 눌렀다.그때 사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그나저나 이렇게 잘생기고 능력까지 있으신 분이… 아직도 결혼을 안 하셨다니 의외입니다.”협력업체 사장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제 주변에도 강 사장 눈독 들이는 여자들 많습니다.”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괜찮은 분들로 골라서 소개해드릴 수 있는데요?”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시선은 은근히 그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잠시 웃음이 퍼졌고,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강민재는 그 말에 짧게 웃으며 넘기듯 반응했지만,이미 그의 시선은 다시 한 번 휴대폰으로 향하고 있었다.협력업체 사장의 말에 강민재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수고는 안 하셔도 됩니다.”잠시 시선을 낮췄다가 다시 들며 덧붙였다.“이미 만났습니다.”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테이블 위의 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아마… 3년 안에는 결혼할 것 같습니다.”망설임 없는 목소리였다.그의 말을 들은 협력업체 사람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금까지 강민재가 말한 것은 사업적으로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그가 저렇게 말한다는 건, 이미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소리였다.몇몇은 피식 웃으며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고, 분위기는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그들과의 식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강민재는, 밤공기를 한 번 들이마신 뒤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냈다.아까 확인했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열어봤다.짧은 문장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눈에 밟혔다.“혼자 밥 먹기 싫어도… 끼니는 꼭 챙기세요.”그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그리고 문득, 오늘따라 그녀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유를 굳이 따질 필요도 없었다.그는 짧게 숨을 내쉰 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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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봄은 숨이 가쁘게 차오른 채 로비에 도착했다.언제부터 이렇게 뛰고 있었는지도 모른 채, 그녀의 시선은 단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로비 한가운데,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유봄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그때, 강민재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둘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잠깐의 정적.그리고 그는 환하게 웃었다.그 미소는, 지금까지 그녀가 봐왔던 어떤 표정보다도 선명했다.망설임 없이, 그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유봄은 그를 마주한 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가슴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먼저 떠오른 말이 있었다.‘왜 연락 안 했어요…’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엔, 이상하게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말이었다.“…어떻게 왔어요?”조금은 숨이 섞인 목소리였다.막 뛰어온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강민재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숨결과 흔들리는 눈을 조용히 담아냈다.강민재는 걸음을 멈춘 채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순간,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녀를 그대로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스쳤다.하지만 그는 그 감정을 겨우 눌러 담았다.대신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리고 낮게, 짧게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습니다.”강민재는 잠시 그녀의 상태를 살피듯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잠깐 나가서… 차 한잔 마실 시간 괜찮아요?”무리시키지 않으려는 듯, 말끝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유봄은 잠시 숨을 고르며 시간을 가늠했다.당장 급한 일정은 없었고, 잠깐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차 한잔 정도는… 괜찮아요.”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말 속에는 이미 함께 나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두 사람은 병원을 나와 길 하나를 건너, 조용한 카페로 들어섰다.유리창 너머로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곳이었다.늦은 시간이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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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조금 더 알아보고… 그 다음에 거절해도 되지 않을까요?”조심스럽지만 물러서지 않는 말이었다.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유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떨궜다.손에 쥔 컵을 가볍게 감싸 쥔 채, 천천히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죄송해요.”짧게 나온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요.”그녀는 시선을 들지 않은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앞으로 더 집중해야 할 것도 많고… 지금은 누군가를 만나는 게…”말끝이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이어졌다.“…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선을 긋는 말이었다.유봄은 그제야 아주 천천히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유봄은 담담하게 말을 꺼냈지만, 그 말이 전부는 아니었다.겉으로 내놓은 이유는 ‘일’이었지만 그 안쪽에는 다른 감정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사실은, 그녀도 그를 붙잡고 싶었다.이렇게까지 자신을 향해 곧게 다가오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사랑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결국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남겨지는 쪽은 항상 자신이었다.그래서였다.이 남자까지 그렇게 된다면, 그때의 감정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면 자신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유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떨궜다.잡고 싶은 마음과,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마음이 조용히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강민재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끝까지 들었다.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대답이었다.그녀가 쉽게 마음을 열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직접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켠이 아주 조금 내려앉는 걸 느꼈다.하지만 그는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잠시 시선을 낮췄다가, 다시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알겠습니다.”짧고 담담한 대답이었다.억지로 웃지도, 더 붙잡지도 않았다.그녀와 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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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발표 당일.유봄은 이른 아침부터 발표장에 도착해 있었다.Hudson Convention Center 내부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의료진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곳곳에서 다양한 언어가 오가며 학회 특유의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깔끔한 수트 차림의 유봄은차분한 표정으로 발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손에는 마지막으로 정리한 발표 자료가 들려 있었지만, 이미 내용은 모두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와 있었다.잠시 후“Next speaker, Dr. Yoo Bom.”호명이 울려 퍼졌고,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수많은 시선이 한꺼번에 그녀를 향했지만, 걸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단상 위에 선 순간, 유봄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Today, I will present a robotic laparoscopic approach for advanced colorectal cases…”또렷한 영어 발음, 군더더기 없는 설명.그녀의 발표는 시작부터 안정적이었다.슬라이드에는 실제 수술 영상과 데이터가 함께 제시되었고,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와 수술 접근 방식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특히기존 복강경 대비 신경 손상 최소화, 출혈 감소, 회복 속도 개선을 실제 수술 결과와 함께 입증하는 부분에서, 청중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처음엔 단순한 관심이었다면, 점점 집중, 그리고 감탄으로 바뀌어 갔다.유봄은 단 한 번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어떤 질문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그리고 자신감 있게 이어갔다.그녀의 설명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수술을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발표가 끝났을 때,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그리고 곧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다.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진심 어린 인정에 가까운 박수였다.몇몇 의료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앞줄에 앉아 있던 교수들은 메모를 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질의응답 시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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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봄은 잠시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눈물이 맺힌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나 좋아한다면서… 남자친구 하고 싶다면서…벌써 다른 여자 만나고 있는 거예요?”숨이 끊어질 듯 이어지던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난… 당신이 없는 자리가 너무 커서…매일이 허전하고…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유봄은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갔다.“…나한테는 이렇게 큰 돌덩이를 안겨놓고… 당신은 뭐 하는 거예요…” 말끝이 흐려지며 숨이 끊어질 듯 이어졌다.강민재의 시선이 깊어졌다.눈물로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다가,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했다.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애틋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나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품 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더 솔직하게 덧붙였다.“매일… 죽도록 보고 싶었습니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의 팔은 조금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안았다.강민재는 그녀를 안은 채 잠시 숨을 고르다가, 더는 망설이지 않고 낮게 말했다.“유봄…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조용하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였다.강민재는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은 채 잠시 숨을 고르다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강민재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한 번 숨을 고르고, 떨리는 그녀의 눈을 잠시 바라봤다.그리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조심스럽지만 깊은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짧게 스치던 입맞춤은 곧 서로의 감정이 전해지듯 깊어졌고, 그동안 쌓여 있던 그리움과 마음이 조용히 겹쳐졌다.강민재와 유봄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 자리에서,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현실로 돌아왔다.각자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유봄은 교수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하지만… 급한 일정이 생겨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짧은 인사였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강민재 역시 함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담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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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그런데, 뉴욕에는 어떻게 온 겁니까?”유봄은 아직 남아 있는 여운을 담은 얼굴로, 작게 웃으며 답했다.“오늘… 학회 발표가 있었어요.”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그래서… 오늘 밤에 다시 볼티모어로 돌아가야 해요.”그 말을 들은 강민재의 눈빛이 잠시 깊어졌다.“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망설임 없는 말이었다.늦은 밤.두 사람은 뉴욕을 벗어나 고요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창밖으로는 어둠 속 가로등 불빛이 일정하게 스쳐 지나갔다.강민재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자연스럽게 유봄의 손을 잡고 있었다.작은 온기가 서로의 손끝에서 이어졌다.유봄은 말없이 그 손을 가만히 잡고 있었고, 강민재는 시선을 앞에 둔 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뉴욕에서 볼티모어까지 이어지는 길은 결코 짧지 않았다.평소 같았으면 몇 시간은 훌쩍 걸리는 거리였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빨리 도착한 느낌이었다.서로 아무 말 없이도 이어지던 시간들이, 어느새 끝을 향해 와 있었다.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유봄의 집 앞.엔진 소리가 잦아들고, 차안에는 조용한 정적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은 쉽게 문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조금 전까지 느끼던 따뜻함이, 이별 앞에서는 아쉬움으로 바뀌고 있었다.강민재는 잡고 있던 손을 쉽게 놓지 못했고, 유봄 역시 아무 말 없이 그 손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유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 이제 들어가볼게요.”아쉬움을 감춘 듯한 목소리였다.강민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겼다.거리가 가까워지고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본 뒤,부드럽게 입을 맞췄다.짧고 가벼운 키스였지만, 그 안에는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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