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로맨스 / 봄을 담다 / Capítulo 41 - Capítulo 50

Todos os capítulos de 봄을 담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98 Capítulos

41

저녁이 되자 책상 위 서류는 정리되었고, 밀렸던 보고서는 모두 회신이 완료됐다.회의 일정도 재조정되어 빈틈없이 채워졌다.일에 있어서 그는 완벽했다.감정이 개입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하지만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토론토’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만큼은 그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부드러워졌다.업무 시간에는 철저한 대표, 결정 앞에서는 냉정한 전략가.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곁에 있고 싶어 하는 남자.그는 조용히 메시지를 보냈다.[춥지 않아요?]그리고 몇 초 뒤, 답장이 오기 전까지 그는 그 어떤 계약 결과를 기다릴 때보다 더 집중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일도, 사랑도.강민재는 어느 쪽에서도 대충이라는 걸 몰랐다.토론토 호텔 객실.유봄은 두꺼운 커튼을 반쯤 걷고 창밖을 내려다봤다.거리 위 사람들은 여전히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고, 바람은 유리창을 스치며 낮게 울었다.휴대폰을 들어 잠시 망설이다가 문자를 보냈다.[캐나다는 볼티모어보다 많이 추워요.]전송 버튼을 누르고 몇 초.그녀는 다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아주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한 줄을 더 적었다.[…당신이 없어서 더 추운 것 같기도 해요.] 보내고 나서야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이 정도 표현은, 그녀에게는 꽤 큰 용기였다.뉴욕 사무실.강민재는 회의 자료를 넘기다 휴대폰 진동에 시선을 내렸다.첫 문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두 번째 문장을 읽는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당신이 없어서 더 추운 것 같기도 해요.]그는 다시 읽었다.그리고 또 한 번 읽었다.입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냉정하고 완벽한 대표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작게 웃었다.“큰일이네… 보고싶은데”심장이 괜히 빨리 뛰었다.회의 결과가 좋을 때보다, 수십억 계약이 성사됐을 때보다 더.그는 곧바로 답장을 쓰려다 지웠다.다시 썼다가 또 지웠다.너무 들뜨면 안 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2
Ler mais

42

이진성은 대한병원을 떠난 뒤 한동안 쉬었다.동해로 내려가 며칠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운동과 의학 논문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추슬렀다. 수술대는 떠났지만 공부까지 멈추지는 않았다. 외과의로서 손이 무뎌지는 건 두려웠기 때문이다.부모의 권유로 그는 결국 결심했다.“네 이름 걸고 해봐라”는 말에,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을 꺼냈다.개인 외과 개원.강남 쪽 메디컬 빌딩을 알아보고, 복강경 전문 외과로 방향을 정했다. 담낭·충수염·탈장 같은 비교적 회복이 빠른 수술 중심. 수술 장비는 최신으로 맞추고, 병원 이름은 단순하게 정했다.이진성 외과의원.개원을 한 달쯤 앞둔 어느 날, 이진성에게 낯익은 이름이 화면에 떴다.뉴욕 병원에서 근무 중인 동기, 이민호였다.“야, 한국에서 혼자 개원 준비만 하지 말고 잠깐 바람 좀 쐬러 와라. 뉴욕 한번 와.”가벼운 농담처럼 시작된 통화였지만, 이진성의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다.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유봄.그는 망설이다가 결국 비행기 표를 끊었다.일주일 일정.핑계는 동기 방문이었지만, 목적은 분명했다.혹시라도…단 한 번이라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면.이진성은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예전처럼 오해가 쌓이도록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침묵으로 버티지도, 자존심으로 물러서지도 않기로 했다.유봄을 만나게 된다면,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리라 마음먹었다.그날의 진실도, 자신의 선택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았던 마음도.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며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뉴욕 맨해튼, 3월 초 저녁.100 Fifth Rooftop Bar.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지만, 도시의 불빛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진다.이진성은 루프탑 계단을 올라가며 숨을 고르고, 멀리서 이미 눈에 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이민호!”이민호도 그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눈이 커졌다.“진성아! 진짜 네가 맞지?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3

강민재는 살짝 웃으며 자리로 다가가“하, 그러면서도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네” 하고 답했다.바람이 스치는 루프탑 위에서, 그들의 웃음과 장난스러운 투덜거림이 뉴욕의 야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강민재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야, 그럼 여자친구는 언제 보여줄 거야?”그 말에 다른 친구들이 동시에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뭐? 강민재 이자식, 여자친구가 있었어?”“대체 눈 높이 끝판왕인 강민재가 사귄 여자라면… 어떤 여자야?”그러자 한 친구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아, 나 지난번에 강민재랑 있는 거 잠깐 봤는데…확실히, 엄청 미인이긴 하더라.”모두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뭐? 그 정도라고?”“강민재… 역시 안목이 남달라.”강민재는 살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하, 그만 좀 떠들어라. 다 나중에 소개해줄 테니까.”루프탑 바 위, 뉴욕의 야경이 반짝이는 가운데친구들의 농담과 감탄이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졌다.바의 활기 속에서, 강민재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울렸다.화면을 보자 "my 봄"이라는 이름이 떴다.그는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응, 저녁은 먹었어요?”“캐나다가 많이 춥다면서,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있어요?”유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민재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알겠어요. 나도 밥 잘먹고 잘 있으니까 걱정말아요.”그의 눈빛에는 걱정과 애정이 섞여 있었고, 루프탑 바 위 뉴욕의 바람과 도시 불빛이 그 순간을 더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다.강민재는 유봄과 짧게 통화를 마치며 말했다.“그럼 내일 발표 잘하고, 내일 통화해요. 잘 자요.”전화를 끊자, 강민재의 친구들이 장난스레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천하의 강민재도 여자 앞에서는 순한 양이구만!”“이름이 봄이래? 와… 이름도 참 예쁘다.”강민재는 살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고, 친구들의 농담 속에서도 얼굴 한쪽에는 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4

“실례합니다… 혹시 오늘 외과 유봄 선생님께서 출근하셨나요?”직원은 잠시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아… 유봄 선생님요? 오늘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로봇복강경 학회 발표 중이십니다.”그 말에 이진성의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마주치고 싶었던 마음은 순식간에 허망함으로 바뀌었다.그는 잠시 로비 한쪽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 볼티모어에서 그녀와 오해를 풀고 마음을 다시 잡으려던 계획은 완전히 허사가 되어버렸다.그는 로비 한쪽 구석에 서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음속에는 실망과 허망함, 그리고 괴로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를 보고 싶었던 마음, 오해를 풀고 싶었던 기대… 모든 것이 이렇게 쉽게 엇갈릴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그녀를 다시 마주하고, 오해를 풀고 싶은 강한 욕심이 남아 있었다. 설령 오늘 볼 수 없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진성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보이지 않는 그녀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볼티모어에서 엇갈린 두 사람의 마음은, 결국 아무 것도 풀지 못한 채 허공 속에 남겨졌다.***유봄은 토론토의 호텔 방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오늘의 발표 자료와 수술 계획을 점검했다. 세인트 존 메디컬센터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그녀였지만, 이번 학회는 전 세계 외과 의사들 앞에서 직접 수술까지 선보이는 자리였다. 마음속에는 긴장과 설렘이 뒤섞였다.회의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유봄은 침착하게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며 수술 영상과 사례를 공유했다. 질문이 이어지고,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쏟아내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실시간 시연에서 조종하는 로봇 팔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유봄은 긴장 속에서도 묵묵히 절차를 진행했다. 발표와 수술이 끝난 후, 동료 교수들과 몇 마디를 나누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호텔 방으로 돌아오는 길, 피로가 몰려왔지만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뉴욕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5

그날 밤, 토론토의 불빛 아래에서 유봄이라는 이름은 더 높이 올라갔다.하루 종일 이어진 긴장 속에서 단 한 번도 어깨를 내려놓지 못했던 유봄은 호텔 문을 닫는 순간에야 비로소 숨을 길게 내쉬었다.오늘은 결정적인 날이었다.외과 펠로우 신분으로, 로봇복강경 술기를 산부인과 영역에 적용한 증례를 발표했고, 직접 라이브 서저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수술 중 난관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포트 위치를 재조정하고, 섬세하게 봉합을 이어가던 순간을 떠올리자 아직도 손끝에 그 감각이 살아 있는 듯했다.좌장이 미소를 지으며 “인상적인 결과입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다.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밤샘과 압박, 스스로를 의심하던 시간들이 전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그러나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가방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구두를 벗어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재킷만 벗은 채 침대 위에 몸을 기대었다.천장이 흐릿하게 흔들렸다.이제야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달았지만, 몸이 먼저 포기해버렸다.눈을 감자 학회장의 박수 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듯했고, 그 사이로 강민재의 목소리도 겹쳐 떠올랐다.“힘들면 바로 전화해요. 내가 당장이라도 갈테니까요.”그 말을 떠올리자 피곤 속에서도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침대 위에 몸을 던진 채 눈을 감고 있던 순간, 휴대전화가 조용히 진동했다.어둠 속에서 화면이 밝게 켜졌고, 그 위에 떠 있는 이름을 보는 순간 유봄의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강민재였다.방금 전까지 온몸을 짓누르던 피로가 거짓말처럼 옅어졌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왔다.“오늘 발표 잘했어요?”애써 차분한 척했지만, 하루 종일 기다린 사람의 긴장이 묻어 있었다.유봄은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 뒤, 일부러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여자친구 오늘 정말 성공적으로 해냈어요.”잠깐의 정적 뒤, 그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내가 뭐라고 했어요. 당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6

호텔을 나서자 토론토의 밤공기가 차갑게 스며들었다.초봄의 공기는 맑았고, 가로등 아래로 잔잔한 빛이 젖은 보도 위에 번지고 있었다.강민재는 유봄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었다.“추워요.”짧은 말과 함께 그녀를 제 쪽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호텔에서 두 블록 떨어진 작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유리창 너머로 노란 조명이 따뜻하게 번지고 있었고, 입구에는 작은 화분과 초가 놓여 있었다.문을 열자 버터와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짙은 우드톤 인테리어에 벽에는 와인병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창가 자리에는 낮은 촛불이 흔들리고 있었다.직원이 창가의 작은 테이블로 안내했다.밖으로는 토론토의 조용한 밤거리와 멀리 CN타워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유봄은 코트를 벗으며 아직도 현실감이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왔어요?”강민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메뉴를 넘겼다.“보고 싶다고 했잖아요.”그 한마디에 유봄의 눈이 가늘어졌다.주문은 단순했다.트러플 향이 올라오는 리소토와 허브로 구운 연어 스테이크, 그리고 따뜻한 수프.와인은 가볍게 한 잔만 곁들이기로 했다.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일주일은 아니었지만, 며칠의 거리감이 이상하게도 길게 느껴졌다.“얼굴이 좀 말랐어요.”강민재가 먼저 말했다.“오늘 밥도 못 먹었어요.”그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왜요.”“긴장해서요.”강민재는 한숨을 쉬며 물잔을 그녀 쪽으로 밀어주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수프가 먼저 나왔다.김이 부드럽게 피어올랐다.강민재는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한 번 저어 온도를 확인한 뒤 그녀 쪽으로 밀었다.“천천히 먹어요.”유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었다.“저 수술은 혼자 잘하는데 밥은 이렇게 챙겨줘야 하나 봐요.”“수술은 내가 대신 못하지만, 밥은 챙겨줄 수 있어요.”리소토 위로 얇게 썰린 버섯과 치즈 향이 퍼졌다.연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한 입 먹는 순간, 그제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7

그는 속으로 낮게 웃었다.지금 중요한 건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내일 패널 토론을 앞둔 그녀의 컨디션이었다.“저도 여기 방 잡았어요.”그가 담담하게 말했다.유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덧붙였다.“그냥… 근처에 있고 싶어서요.”그녀의 표정이 천천히 풀렸다.강민재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함께 있고 싶다.솔직히 오늘 밤을 전부 그녀와 보내고 싶다.하지만 그 대신, 내일 더 빛나는 얼굴로 무대에 서는 그녀를 보고 싶었다.“오늘은 푹 자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유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그녀가 안으로 들어섰다.문이 닫히기 직전, 강민재가 말했다.“내일 봐요.”유봄은 작게 웃었다.문이 닫히고,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강민재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지금은 참는 게 맞다.오늘 밤 그녀를 혼자 재우는 대신, 내일 더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자신에게는 더 큰 만족이었다.유봄을 올려보낸 뒤, 강민재는 한동안 로비에 서 있었다.엘리베이터 숫자가 멈춘 층을 괜히 한 번 더 올려다보다가, 그제야 자신의 객실로 향했다.카드를 찍고 들어선 방은 조용했다.창밖으로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불빛이 잔잔하게 번지고 있었다.그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고 욕실로 들어가 짧게 샤워를 했다.따뜻한 물줄기가 하루의 긴장과 비행의 피로를 씻어내렸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또렷해졌다.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말리며 그는 생각했다.오늘 얼굴을 봤다.직접 두 눈으로, 바로 앞에서.그걸로 충분했다.그는 침대에 몸을 기대며 휴대폰을 침대 옆에 내려두었다.막 불을 끄려는 순간, 화면이 환하게 켜졌다.유봄이었다.강민재의 입가가 저절로 풀렸다.메시지는 짧았다.“오늘 당신 얼굴 봐서 행복했어요.잘 자요. 보러 와줘서 고마워요.”그는 한동안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비행기를 타고 온 선택이 단 한 줄로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행복했어요.그 한 마디가 심장을 조용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8

한 캐나다 교수가 곧바로 반문했다.“펠로우 신분으로서 독립적 술기 확장에 대한 우려는 없습니까.”순간 날카로운 질문이었다.그러나 유봄은 물러서지 않았다.“그래서 데이터를 가져왔습니다.”스크린에 그녀가 준비한 다기관 비교 자료가 떠올랐다.수술 시간, 합병증 발생률, 입원 기간.“저는 단독으로 확장하지 않습니다. 팀과 함께 프로토콜을 만들고, 산부인과와 공동으로 수술합니다. 학습 곡선을 개인의 용기로 넘기지 않습니다. 시스템으로 넘깁니다.”객석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과의 경계를 허무는 표준 술식 매뉴얼을 만드는 것입니다. 외과와 산부인과가 함께 쓰는 로봇 수술 가이드라인을요.”짧은 정적 뒤, 박수가 터졌다.크지 않지만 분명한 박수였다.그 순간 유봄은 느꼈다.자신이 단순히 초청 연자가 아니라,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패널 토론이 끝난 뒤에도 여러 의사들이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공동 연구를 제안하는 이도 있었고, 실제 술기 참관을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유봄은 차분히 인사를 나누면서도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있음을 느꼈다.여기까지 왔다.세인트 존에서 펠로우로 시작해,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의견을 말하고 있다.홀을 나서며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강민재였다.‘끝났어요.’짧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묘하게 웃음이 났다.오늘, 그녀는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그 사실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도 더 큰 힘이 되었다.강민재는 솔직히 캐나다에 더 머물고 싶었다.유봄이 학회장에서 긴 하루를 버티고 있을 시간, 호텔 근처 카페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녁이면 함께 걸어주고 싶었다.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는 날이었다.그가 몇 달을 매달려 준비해온 사업이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맨해튼 허드슨강 인근 재개발 입찰.노후 부두와 창고 지대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49

“수고했어요.”강민재는 짧게 말했다.괜히 길게 말하면 마음이 먼저 드러날 것 같아서였다.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봄이 문득 물었다.“그런데 강민재 씨는 오늘도 현장에서 일했어요?”그는 잠시 웃음을 참았다.“비슷합니다.”“요즘 너무 많이 일하는 것 같아요.위에서 일을 너무 시키는 거 아니에요?”진지한 목소리였다.“악덕 업주 아니에요?”그는 결국 웃음이 터졌다.“왜 웃어요.” “아닙니다.”“아니, 진짜로요.새벽부터 움직이고, 밤늦게 끝나고.그렇게 사람을 굴리는 회사면 고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꽤 심각해 보였다.“산업안전도 중요하고요.건설 현장 힘들다면서요.”강민재는 이마를 짚었다.이 여자는 정말로 자신을 ‘현장 노동자’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저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하지는 않아요.”“그럼 뭐예요.대체 어느 건설회사인데 이렇게 혹사시켜요.”이번에는 정말 묻는 눈치였다.“저…”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회사에서 결정하는 쪽입니다.”“네?”“일을 시키는 쪽입니다.”정적이 흘렀다.“무슨 말이에요?”강민재는 숨을 한번 들이키고"혹시 삼진건설 들어봤어요?"그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네, 알죠.우리나라에서 삼진건설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그녀가 아무리 병원밖에 모르는 영락없는 외과의였지만 그녀도 듣는 귀가 있었다."강민재씨 혹시 삼진건설 다니는 거예요?"“네”“제가 예전에 들었거든요.거기 심진건설 대표가 얼굴은 엄청 미남이긴 한데 성격이 장난 아니라고요.”강민재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래요?”“네. 엄청 냉정하고, 일에서는 타협 없고.직원들 완전 무섭다던데요.”그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그래서요?”“혹시 강민재 씨…그 대표한테 엄청 시달리는 거 아니에요?”이번엔 결국 웃음이 터졌다.“왜 웃어요.”“아닙니다.”“아니, 진짜로요.요즘 계속 피곤해 보여서.혹시 그 무섭다는 대표 밑에서 일하는 거면…”잠시 침묵강민재는 천천히 말했다.“그 대표가 그렇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50

뉴욕 도착 후 게이트를 지나 입국장을 향해 걸어 나오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키와 어깨선을 발견한다.강민재다.그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풀린다.그 단단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진다.유봄은 순간 걸음을 멈춘다.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유봄의 심장이 크게 뛴다.설렘이 먼저 올라오고, 그 다음엔 말로 다 못할 안도감이 밀려온다.정말 와 있었구나.정말 기다리고 있었구나.일주일 동안 긴장 속에서 버텨온 시간이 그를 보는 순간 한꺼번에 풀린다.괜히 웃음이 나고, 괜히 눈이 시큰해진다.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강민재는 그녀가 다가오는 걸 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그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이 담겨 있다.가까워질수록 유봄의 가슴은 더 빠르게 뛴다.보고 싶었다는 말이 목끝까지 차오른다.“왜 이렇게 일찍 와 있었어요.”괜히 퉁명스럽게 묻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있다.그는 담담하게 말한다.“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그 한마디에 유봄의 마음이 또 한 번 흔들린다.가방을 내려놓고 그의 앞에 선다.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먼저 한 발 다가가 그의 품에 안긴다.차가운 공항 공기와 달리 그의 품은 따뜻하다.설레고, 기쁘고,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다.유봄은 그의 코트에 얼굴을 묻은 채 작게 말한다.“보고 싶었어요.”그는 그녀를 조금 더 힘껏 안으며 대답한다.“저도요.”그 한마디면 충분한 밤이다.***한편 한국, 대한병원 이사장실.그곳은 오늘 하루 종일 전화벨이 끊이지 않는다.이사장실 비서가 수화기를 내려놓을 틈도 없이 또 다른 전화가 걸려온다.“네, 대한병원입니다.”“예, 기사 확인했습니다.”“네, 맞습니다. 유봄 교수… 아니, 아직은 펠로우입니다.”이사장실 안, 묵직한 원목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은 대한병원 이사장이자, 유봄의 할아버지 유철중이다.대한병원을 국내 굴지의 병원으로 키워낸 인물.냉철하고 계산이 빠르기로 유명한 사람이다.그런데 오늘은 입가에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9
Ler mais
ANTERIOR
1
...
34567
...
10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