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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봄을 담다: Chapter 11 - Chapter 20

98 Chapters

11

유지원의 눈빛이 서서히 식어갔다.“또… 유봄이야.”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어릴 때부터 그랬다.비교의 대상은 언제나 유봄이었고, 결과는 늘 같았다.더 인정받는 사람,더 사랑받는 사람.그리고 결국 선택받는 사람.“없었으면…”아주 작게, 스쳐 지나가듯 흘러나온 말.유봄만 아니었다면 이 병원도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리고이진성.그 남자 역시.차트를 내려놓는 순간, 유지원의 시선이 다시 엽서에 꽂혔다.나의 사랑, 유봄.짧은 한 줄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입술이 미세하게 굳었다가, 이내 풀렸다.“…그래.”아주 작게 흘린 말.전부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유봄이 다 가져가고 있다면 하나쯤은, 자신이 가져와도 되지 않을까.그녀의 눈빛이 천천히 식었다.그리고 또렷해졌다.이진성.그 남자만이라도 유봄에게서 뺏고 싶다는 욕망이,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유지원의 손이 잠깐 멈췄다.방금 전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지시를 쏟아내던 선배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이거 빨리 처리해.”“그건 왜 아직도 안 끝났어?”당연하다는 듯 내리꽂는 말투.설명도, 배려도 없이 쏟아지는 지시들.입술이 천천히 굳어졌다.지금까지는 참고 넘겼다.인턴이니까, 당연한 과정이라고.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웃기네.”작게 흘러나온 말.‘내가 누군데.’지금 이곳에서,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인턴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그건 ‘모르고 있어서’일 뿐이었다.유지원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자신이 대한병원장의 큰딸이라는 사실을 밝혀, 아무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다 같이 구내식당으로 향하던 길, 유지원은 그날도 선배 레지던트의 잔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그때 저 앞에서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대한병원 원장 유재원.그리고 내과 과장 김순철 교수.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유지원의 걸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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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은 곧바로 유봄에게 왜 안 오냐며 문자를 보냈지만, 한참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나이 든 교수들은 1차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뜨고, 남은 자리는 젊은 이진성에게 맡겨졌다.혼자 남은 그는 전공의들이 건네는 술잔을 거절하지 못한 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술을 받아 마셨다.술자리가 무르익자, 평소 이진성을 흠모하던 여전공의들이 하나둘 가까이 다가왔다.“교수님, 여자친구 있으세요?”“진짜 궁금했어요.”너도나도 웃으며 던지는 질문들.평소라면 끝까지 절제했을 이진성이었지만, 오랜만에 마신 술에 그는 꽤 취해 있었다.느슨해진 표정, 그리고 보기 드문 부드러운 미소.“있습니다.”잔을 내려놓으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한 여자친구요.”주변이 순간 조용해졌다.이진성은 흐릿한 눈으로 웃으며 덧붙였다.“곧… 결혼할 겁니다.”단정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그의 말을 들은 순간, 주변에 있던 전공의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진짜요…?”“결혼이요…?”놀란 기색이 먼저 번졌고 이내 어딘가 씁쓸한 기류가 따라붙었다.이미 누군가의 남자라는 사실 하나로, 자신들에겐 애초에 기회조차 없었다는 걸 깨달은 듯, 전공의들의 얼굴에 조용한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그 말을 들은 유지원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도 모른 채 주먹을 꽉 쥐었다.그 시각, 응급 상황을 정리한 유봄은 그제서야 이진성의 문자를 확인했다.잠시 망설이다가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얼굴이라도 보고 갈까…’그녀는 그렇게 결심하고, 회식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유봄은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이진성에게 줄 숙취해소제를 고르며 안으로 들어섰다.그 안쪽 테이블에는 이진성의 동기들이 앉아 있었고, 고깃집에서 스쳐 봤던 그를 떠올리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걔, 대학 때는 연애 관심도 없던 놈 아니었냐?”“그러다 갑자기 유봄이랑 사귄다니까 좀 이상하긴 하더라.”“유봄 배경 모르는 사람 없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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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기억이 나지 않는 공백만이 남아 있었다.출근한 이진성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하루를 시작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늦더라도 답장을 주던 유봄의 연락이 오지 않았다.“…왜지.”짧게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상황은 같았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그리고 유봄을 직접 찾아 나섰다.이진성은 유봄이 자주 머물던 병동 스테이션으로 향했다.하지만 그곳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유봄 선생님, 혹시 어디 계신지 아세요?”오더를 정리하던 간호사에게 조용히 물었다.간호사는 잠시 확인하더니 말했다.“유봄 선생님, 오늘 휴가 내셨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이진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휴가요?”짧게 되묻는 목소리에는 걱정이 스며 있었다.“네, 어제 당직도 대신 서주시고… 오늘은 쉬신다고 전달받았어요."‘어제… 연락도 없었고.’그의 머릿속에 의문이 빠르게 떠올랐다.이진성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그의 표정에는 점점 더 짙은 걱정이 번지고 있었다.유봄이 며칠째 휴가를 내고 있다는 소식에 유철중 이사장은 자연스레 걱정이 들었다.늘 바쁘게 움직이던 손녀였다.웬만한 휴가도 반납하며 병원에 남아 있던 아이.“유봄이 휴가를 냈다고?”짧게 되묻는 목소리에는 놀람과 함께 미묘한 염려가 섞여 있었다.단 한 번도 오래 쉬는 법이 없던 손녀였기에, 이번처럼 연달아 자리를 비우는 건 분명 평소와 달랐다.유철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조용히, 유봄의 상태를 확인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일주일 후.유철중 이사장은 손녀와의 점심 약속을 잡은 장소로 향했다.직접 얼굴을 보고 상태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하던 차 먼저 유봄에게서 연락이 왔다.약속 장소에서 마주한 손녀의 모습은 그의 기억보다 한층 더 야위어 있었다.유철중은 말없이 유봄을 바라보았다.걱정이 섞인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렀다.유봄은 마주 앉은 할아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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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이진성은 요즘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매일이 초췌했고, 밤이면 술로 시간을 버티듯 지새웠다.그 영향은 수술에서도 드러났다.늘 정확하던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판단도 예전 같지 않았다.완벽하던 그의 균형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유지원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유봄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진성을 완전히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스쳤다.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유지원은 일부러 지하주차장에서 이진성의 차 옆에 서 있었다.한참을 기다린 끝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이진성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확인한 순간, 유지원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교수님.”그의 앞에 선 그녀는 잠시 눈을 마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드릴 말씀이 있어요.”이진성은 이미 지친 기색으로 얼굴을 찌푸렸다.“내일 얘기해요.”신경질적인 말투로 짧게 내뱉은 그는 그대로 차 문을 열려 했다.그 순간, 유지원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책임지세요.”이진성의 손이 멈췄다.“책임지실 행동 하셨으면… 책임지셔야죠.”차갑게 내려앉은 말.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지원을 바라봤다.눈빛이 순간 굳어졌다.이진성의 시선이 굳은 채로 멈췄다.그때 유지원이 한 발 더 다가오며 말했다.“회식 날… 기억 안 나세요?”잠깐의 침묵.“교수님이… 제 선을 넘으셨어요.”차분하게 내뱉는 말이었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이진성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유지원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을 이었다.“…이 일, 제 동생 유봄도 알고 있어요.”그 한마디에 이진성의 표정이 굳었다.하지만 사실은 유봄이 이 일을 알 리 없었다.이미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그녀였다.확인할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상황.유지원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미소가 스쳤다.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듯.말을 듣는 순간, 이진성의 손에서 차키가 힘없이 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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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을 전해 들은 김지숙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강민재라고…?”명실상부 업계 1위 건설사를 이끄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경제지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 자신의 딸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김지숙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한편 그 이야기를 들은 유지원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강민재.그 이름이 주는 무게는 분명 달랐다.이진성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강민재와 비교되는 순간 그 존재감은 한없이 작아지는 듯했다.요즘 들어, 모든 일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기분.마치 평생 받을 행운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유지원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드디어 약속 날이 되었다.유지원은 이 날을 위해 평소보다 훨씬 공을 들였다.옷차림부터 메이크업, 헤어까지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거울 앞에 선 그녀는 스스로를 한 번 더 확인했다.완벽했다.오늘만큼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장 빛나게 만들고 싶었다.그리고 고급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유지원의 표정이 한층 더 여유로워졌다.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오늘의 만남을 향해 걸어갔다.강민재 역시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렇게 설레고 긴장된 적은 없었다.그는 그녀를 닮은 화이트튤립과 카라가 믹스된 꽃다발을 준비했고 무슨 말을 먼저 꺼낼지 밤새도록 머릿속으로 되뇌었다.천하의 강민재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창가에 앉아 있는 강민재는 그 자체로 시선을 끌었다.누가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존재감.배우라 해도 믿을 만큼 또렷한 이목구비에, 흠잡을 곳 없이 떨어지는 수트 차림.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모습조차 어딘가 완성된 장면처럼 느껴졌다.주변의 시선이 그에게 머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를 한눈에 알아본 유지원은 순간 심장이 크게 요동치는 걸 느꼈다.떨리는 가슴을 겨우 눌러 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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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순간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유봄을 미처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돌진해왔다.강민재의 시선이 번뜩였다.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곧바로 달려들어 유봄을 끌어안듯 잡아당겼다.그대로 둘의 몸이 옆으로 굴렀다.“쿵—”짧고 둔탁한 충격.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오토바이 소리가뒤늦게 귓가를 스쳤다.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유봄은 그의 품 안에 있었고, 강민재는 숨을 고른 채 그녀를 놓지 않고 있었다.유봄은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놀랐다.빠르게 숨을 고르며 정신을 붙잡은 그녀는 그제야 상황을 인지했다.그리고 그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조심스럽게 몸을 떼어냈다.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강민재는 숨을 멈춘 듯 멈춰 섰다.평생 수많은 여자를 봐왔지만, 이토록 맑고 깊은 눈은 처음이었다.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그녀의 모습은 그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아 두기에 충분할 만큼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강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유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바라봤다.“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세요?”강민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괜찮습니다.”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왼쪽 다리에 미세한 통증이 스쳤고 그는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그의 미세한 표정을 본 유봄은 곧바로 다리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괜찮으세요? 다친 것 같아요.”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일단 제 팔 잡으세요.”그리고 손을 내밀었다.강민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유봄은 그를 부축해 천천히 벤치까지 걸어갔고, 안정적으로 앉도록 도왔다.그리고는 그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했다.그녀는 그의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리에 손을 댔다.“조금만 확인해볼게요.”유봄은 강민재의 신발끈을 풀어주고 천천히 벗겼다.이어 양말을 살짝 내려 발목 주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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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재는 음식을 한입 맛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잘 먹겠습니다.”잠시 자연스럽게 식사를 이어가던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름… 여쭤봐도 될까요?”이어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이것도 인연인데,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요?”강민재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히며 말했다.“저는 강민재라고 합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유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차분하게 자신의 소개를 이어갔다.“유봄이에요. 세인트 존 메디컬센터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서로의 이름을 나누는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거리감과 동시에 처음으로 이어지는 연결이 생겨났다.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를 한국에서 찾으려 했으니, 처음부터 찾기 어려웠던 게 당연한 일이었다.그날 어떻게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는지는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강민재는 어렵게 다시 마주한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을 굳혔다.절대 놓치지 않겠다.그에게 유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그와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어져 있던 인연처럼, 자연스럽게 같은 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었다.수많은 우연이 겹쳐 이 순간에 닿은 것처럼, 두 사람은 그렇게 운명처럼 연결되기 시작했다.강민재는 원래 미국 뉴욕에서 머물고 있었다.그는 그곳에서 지사 설립을 위한 투자자 협상과 본사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고, 현지 미팅과 일정 대부분이 뉴욕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그러다 볼티모어에 있는 세인트 존 메디컬센터 인근에서 유봄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그녀와의 연결을 이어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동을 결심한다.이후 그는 업무 명목(미국 지사 설립 자본 협상 및 현지 파트너 관리)을 이유로 뉴욕에서 볼티모어로 이동하여 병원 근처 숙소로 옮기게 된다.사실 사업가인 강민재에게 이 선택은 무척 비효율적이고 피곤한 방법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결심했다.그녀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접근보다, 우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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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어서, 추운 밤인데 왜 그냥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냐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은 자연스럽게 그의 발목으로 향했다.“많이 아파요?”유봄은 그가 사업차 미국에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지내며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심지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발목까지 다친 것 같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자신 때문에 그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여긴 그녀는, 단순한 걱정을 넘어 그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사실 강민재는 그녀보다도 미국이 익숙했고, 오히려 한국보다 인맥이 더 많은 곳도 미국이었다. 그는 웨스트브리지 대학교 출신으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다양한 인맥을 구축해 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강민재는 굳이 그런 이력이나 배경을 드러내는 것보다, 지금은 그녀의 마음을 얻고 관심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굳이 설명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그녀의 걱정과 시선에 집중했다. 강민재는 그녀의 근심 어린 시선을 마주한 채, 속으로는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태연한 표정으로 한숨을 섞어 말을 꺼냈다.“발목이 갑자기 더 아파져서… 그쪽 생각밖에 안 나더라고요.”겉으로는 힘겨운 듯 담담히 말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연기가 꽤 그럴듯하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유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무릎을 굽혔다. 그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상태를 확인했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크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를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그녀는 숙소에서 급하게 챙겨온 파스를 꺼내 그의 발목에 조심스럽게 붙여주었다. 손길은 서툴지 않게, 하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봄은 파스를 붙여준 뒤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내일 시간 되면 꼭 병원에 오세요.”그때, 조용한 밤 공기 속에서 갑자기 꼬르륵 하는 소리가 울렸다. 강민재의 배에서 난 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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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재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날 파티에서의 모습을 떠올렸다.조용하지만 눈에 띄던 분위기, 한치의 망설임도 없던 응급처치,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태도, 그리고 어딘가 단단해 보이던 눈빛까지 지금 그녀가 하는 말과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그녀답다.’그녀는 지금까지 그가 본 적 없는 미소를 보였다.늘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만 보였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일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아주 잠깐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강민재는 그 짧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그녀에게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유봄은 자신이 너무 자신의 이야기만 한 것 같아 살짝 미안한 듯 고개를 들었다.“저는 제 얘기만 한 것 같네요… 혹시 강민재씨는 어떤 일 하세요?”강민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려다, 잠시 자신의 회사를 떠올렸다.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건설사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잠깐 생각한 뒤, 가볍게 답을 골랐다.“건설 쪽 일이에요. 현장 관리나 프로젝트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유봄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건설 쪽 일이라는 말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몸을 쓰는 힘든 일을 떠올렸다. 병원 밖 세상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그녀였기에, 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상상하지 못한 채 그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아… 많이 힘드시겠어요.”그녀의 짧은 한마디에는, 그의 일을 향한 단순한 이해와 함께 자연스러운 걱정이 담겨 있었다.강민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타이밍을 가늠하듯 짧게 숨을 고른 뒤,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저…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서 지내면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조금 외로운 편입니다.”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혹시 괜찮으시다면…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담담하게 꺼낸 제안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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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강민재는 다시 한번 가볍게 연락을 보냈다.“어제 말했듯이… 이곳에 아는 사람도 없고 아직 발목이 좀 불편하고 괜찮으시면 저녁 같이 드실 수 있을까요?”사실상 핑계에 가까운 연락이었지만, 그는 태연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돌아온 답장은 짧고 담담했다.“시간 괜찮아요. 나갈게요.”그 한 문장에 강민재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유봄은 업무가 끝나고 모처럼 여유가 생겨 도서관에서 논문자료를 찾던중 강민재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자신때문에 다친 사람을 외면할 수 없어 승락을 하고 말았다. 미리 약속장소에 나와있던 강민재는 창밖으로 저멀리 그녀가 오는 것을 보았다. 도서관에서 나온 유봄은 머리를 한쪽으로 가볍게 묶은 채였다. 편안한 흰색 니트에 몸선을 자연스럽게 살려주는 스키니진, 그리고 운동화까지 꾸미지 않은 듯한 차림이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날씬한 체형과 단정한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강민재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잠시 말을 잊었다.‘이 사람…’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의 그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봄이 가까이 다가오며 먼저 말을 건넸다.“오래 기다렸어요?”강민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방금 왔어요.”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그녀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유봄은 걱정어린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발목이 많이 안좋아요?"“발목이… 참을 만하긴 한데요.”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이렇게 혼자 있다 보니까 좀… 외롭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저녁 먹고 싶어서 연락했습니다.”담담하게 말했지만 어딘가 솔직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유봄은 그 말을 들으며 그를 잠시 바라봤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타지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사람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대학 동기에게서 계속 저녁 약속 연락이 왔다는 것을 그리고 강민재가 그 모든 약속을 미루고 취소하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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