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은 곧바로 유봄에게 왜 안 오냐며 문자를 보냈지만, 한참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나이 든 교수들은 1차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뜨고, 남은 자리는 젊은 이진성에게 맡겨졌다.혼자 남은 그는 전공의들이 건네는 술잔을 거절하지 못한 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술을 받아 마셨다.술자리가 무르익자, 평소 이진성을 흠모하던 여전공의들이 하나둘 가까이 다가왔다.“교수님, 여자친구 있으세요?”“진짜 궁금했어요.”너도나도 웃으며 던지는 질문들.평소라면 끝까지 절제했을 이진성이었지만, 오랜만에 마신 술에 그는 꽤 취해 있었다.느슨해진 표정, 그리고 보기 드문 부드러운 미소.“있습니다.”잔을 내려놓으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한 여자친구요.”주변이 순간 조용해졌다.이진성은 흐릿한 눈으로 웃으며 덧붙였다.“곧… 결혼할 겁니다.”단정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그의 말을 들은 순간, 주변에 있던 전공의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진짜요…?”“결혼이요…?”놀란 기색이 먼저 번졌고 이내 어딘가 씁쓸한 기류가 따라붙었다.이미 누군가의 남자라는 사실 하나로, 자신들에겐 애초에 기회조차 없었다는 걸 깨달은 듯, 전공의들의 얼굴에 조용한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그 말을 들은 유지원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도 모른 채 주먹을 꽉 쥐었다.그 시각, 응급 상황을 정리한 유봄은 그제서야 이진성의 문자를 확인했다.잠시 망설이다가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얼굴이라도 보고 갈까…’그녀는 그렇게 결심하고, 회식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유봄은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이진성에게 줄 숙취해소제를 고르며 안으로 들어섰다.그 안쪽 테이블에는 이진성의 동기들이 앉아 있었고, 고깃집에서 스쳐 봤던 그를 떠올리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걔, 대학 때는 연애 관심도 없던 놈 아니었냐?”“그러다 갑자기 유봄이랑 사귄다니까 좀 이상하긴 하더라.”“유봄 배경 모르는 사람 없잖아
Last Updated : 2026-08-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