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학회가 끝난 뒤, 유봄의 이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로봇 복강경 수술 세션에서 그녀가 발표한 증례는 단순한 임상 보고가 아니라, 술기와 판단력, 그리고 환자 예후까지 설득력 있게 정리된 완성도 높은 발표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해외 교수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지만, 유봄은 흔들림 없이 답했다. 오히려 토론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집중력은 더 또렷해졌다.세인트 존 메디컬센터로 돌아온 뒤, 지도교수는 회진이 끝난 뒤 그녀를 따로 불렀다.“이번 학회 반응, 상당히 좋았습니다.”“과찬이십니다.”“겸손은 그만해도 됩니다. 외부에서 이미 이름이 올라가고 있어요.”며칠 뒤 학과 회의에서 그녀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거론됐다. 차기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승진 후보로. 아직 확정은 아니었지만,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임상 성과, 연구 실적, 학회 발표,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술장에서의 집중력과 안정감.“유봄 선생은 이미 조교수 역할을 하고 있어요.”누군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동료들은 축하를 건넸고, 펠로우들은 은근히 “교수님”이라 부르며 웃었다. 아직 직함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반쯤 정해진 듯했다.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유봄은 잠시 창가에 서 있었다. 토론토에서의 발표, 로비에서의 재회, 병원에서의 소문, 그리고 강민재의 전화까지.많은 일이 겹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고요했다.어쩌면 이제, 누군가의 딸이나 누군가의 연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서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토론토 학회 이후 병원 안에서의 평가도 좋아졌고, 조교수 승진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와중이었지만 유봄은 며칠간 휴가를 냈다.“개인 일정입니다.”짧게만 말했지만, 지도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오세요. 쉴 때는 확실히 쉬는 게 중요합니다.”유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강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재씨, 바빠요?”“당신 전화인데 안 바쁠 수가 있나요.”괜히 웃음이 났지만, 그녀는 곧 조심스럽게 말했다.“저 엄마 병원에
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