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頁 / 로맨스 / 봄을 담다 / 第 61 章 - 第 70 章

《봄을 담다》全部章節:第 61 章 - 第 70 章

98 章節

61

점심시간.세인트 존 병원 구내 카페테리아는 늘 그렇듯 분주했다.유봄은 트레이를 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모처럼 수술이 일찍 끝난 날이었다.그때 맞은편에 앉은 레지던트가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야, 이거 봤어?”“뭐요?”“허드슨강 인근 재개발 입찰. 대한민국 삼진건설이 따냈대.”다른 동료가 고개를 들었다.“아 거기 난리라던데. 규모 장난 아니라며?”“규모도 규모인데… 대표 얼굴이 더 난리야.”“뭐?”“진짜 잘생겼어. 한국 재벌 3세래.”유봄은 별 생각 없이 수저를 들었다.삼진건설.익숙한 이름이었지만 그건 그냥…강민재가 다니는 회사 이름이었으니까.“사진 봐봐.”동료가 휴대폰을 옆으로 밀었다.“와… 이런 사람은 어떤 여자 사귈까?”“모델? 배우? 아니면 정략결혼?”“나 저 사람 실물 한 번만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진짜. 삼진건설보다 대표 얼굴이 더 화제야 지금.”웃음이 터졌다.유봄은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그리고 멈췄다.기사 상단.굵은 제목 아래, 선명한 사진.검은 수트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남자.날카로운 눈매.익숙한 입꼬리.낯설 만큼 단정한 차림.그 아래 적힌 이름.강민재.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어때? 잘생겼지?”누군가가 물었다.유봄은 대답하지 못했다.유봄은 기사를 한 번 더 읽었다.천천히, 아주 천천히.‘삼진건설 대표이사 강민재.’사진 속 그는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얼굴이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와.”어이가 없다는 듯,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나는 일을 시키는 쪽이지.”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녀는 안전모를 쓴 현장 반장을 떠올렸다.“의사랑 대표는 바쁘다던데.” 그 말도 그냥 농담이라고 넘겼다.생각해보면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직원'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그녀가 멋대로 상상했고 그가 굳이 고치지 않았을 뿐.유봄은 이마를 짚었다.“나 진짜….”힘들면 얘기하라며 악덕업주 고소해주겠다고 했던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2

그날 밤.강민재는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머릿속엔 그녀의 마지막 말만 맴돌았다.‘계속 만날지.’그는 이를 악물었다.“불쌍해 보이고 싶다더니, 진짜 불쌍해졌네.”볼티모어행 가장 빠른 항공편.망설임은 없었다.늦은 밤.유봄의 아파트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피곤이 가득한 얼굴, 구겨진 셔츠, 눈 밑에 옅은 그림자.“…”“…”“왜 왔어요?”그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생각… 끝났어?”그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유봄은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하지만 애써 무심한 척.“아직이요.”그는 한 걸음 다가왔다.“그럼 내가 옆에서 기다릴게.”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강민재씨.”“…왜.”“…저 화 안 났어요.”그 한마디에 강민재의 표정이 그대로 멈췄다.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니 그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앉았다.오는 내내 굳어 있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게 보였다.“진짜야?”“네.”“헤어질 생각도 아니고?”“그럴 리가요.”그 순간, 그는 아무 말 없이 한 걸음에 다가왔다.그리고 유봄을 끌어안았다.예상보다 훨씬 세게.그녀의 볼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아직도.“난 당신이 나 버리는 줄 알았어.”낮게, 진짜로 숨이 섞인 목소리였다.“어떤 사업을 따낼 때보다 오늘이 더 떨렸어.”그는 숨을 고르듯 말을 이었다.“허드슨강 입찰 때도 이렇게까지 긴장 안 했어.”유봄은 가만히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비행기 타고 오면서 별 생각 다 했어.”“무슨 생각이요.”“당신이 ‘생각해볼게요’ 하고 진짜로 정리하면 어쩌지.”그의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그럼 내가 뭘 해도 소용없겠구나 싶어서.”유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강민재씨.”“응.”“저 그렇게 쉽게 사람 버리는 사람 아니에요.”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알아.”“근데 왜 그렇게까지 긴장했어요.”그의 눈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당신은 내가 가진 것 때문에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그 말은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3

유봄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낮게 웃었다.“나… 사실 지금 굉장히 위험해요.”그녀가 눈을 깜빡였다.“뭐가요?”그는 솔직하게 말했다.“당신 너무 안고 싶어서.”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하지만 그는 이어 말했다.“근데 참을 거예요.”그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당신이 나를 원할 때까지.”그 말은 장난이 아니었다.그의 손은 그녀의 등을 감싸고 있었지만 더 내려가지 않았고, 그의 입술은 닿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욕망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위에 얹힌 건 존중이었다.“난 당신이 나를 선택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싶어요.”“이미 선택했는데요?”그녀가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자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래도 그는 웃었다.“아니. 마음 말고.”“…….”“당신이 나를, 정말로 원해서 안아줄 때.”그녀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그 순간 유봄은 깨달았다.이 남자는 자신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선택받고 싶어 한다는 걸.강민재는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겨우 억누르며 속으로 생각했다.지금 아니어도 돼.이 사람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그는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나 오늘 여기서 그냥 안고만 잘래요.”“대표님, 자신 있어요?”그는 웃으며 답했다.“없어요.”그리고 덧붙였다.“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그날 밤 그는 그녀를 꼭 안은 채 잠들었지만 한 번도 선을 넘지 않았다.욕망보다 기다림을 택했다.그리고 그 기다림이 유봄의 심장을 더 세게 흔들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유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진짜 안 데려다줘도 돼요. 병원 5분 거리라니까요.”강민재는 이미 코트를 입고 있었다.“알아요.”“그럼 왜 나와요?”"다른 남자들이 침 못 흘리게 내여자다 도장찍으려구요"그녀가 말문이 막힌 사이, 그는 현관문을 열었다.“가요. 오늘은 내가 데려다줄게요.”세인트 존 병원 앞.이른 아침인데도 의료진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유봄은 괜히 주변을 살폈다.“민재씨, 그냥 여기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4

토론토 학회가 끝난 뒤, 유봄의 이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로봇 복강경 수술 세션에서 그녀가 발표한 증례는 단순한 임상 보고가 아니라, 술기와 판단력, 그리고 환자 예후까지 설득력 있게 정리된 완성도 높은 발표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해외 교수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지만, 유봄은 흔들림 없이 답했다. 오히려 토론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집중력은 더 또렷해졌다.세인트 존 메디컬센터로 돌아온 뒤, 지도교수는 회진이 끝난 뒤 그녀를 따로 불렀다.“이번 학회 반응, 상당히 좋았습니다.”“과찬이십니다.”“겸손은 그만해도 됩니다. 외부에서 이미 이름이 올라가고 있어요.”며칠 뒤 학과 회의에서 그녀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거론됐다. 차기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승진 후보로. 아직 확정은 아니었지만,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임상 성과, 연구 실적, 학회 발표,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술장에서의 집중력과 안정감.“유봄 선생은 이미 조교수 역할을 하고 있어요.”누군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동료들은 축하를 건넸고, 펠로우들은 은근히 “교수님”이라 부르며 웃었다. 아직 직함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반쯤 정해진 듯했다.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유봄은 잠시 창가에 서 있었다. 토론토에서의 발표, 로비에서의 재회, 병원에서의 소문, 그리고 강민재의 전화까지.많은 일이 겹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고요했다.어쩌면 이제, 누군가의 딸이나 누군가의 연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서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토론토 학회 이후 병원 안에서의 평가도 좋아졌고, 조교수 승진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와중이었지만 유봄은 며칠간 휴가를 냈다.“개인 일정입니다.”짧게만 말했지만, 지도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오세요. 쉴 때는 확실히 쉬는 게 중요합니다.”유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강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재씨, 바빠요?”“당신 전화인데 안 바쁠 수가 있나요.”괜히 웃음이 났지만, 그녀는 곧 조심스럽게 말했다.“저 엄마 병원에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5

“근데 이제는…”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다.“이해해보려고 해요.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었겠죠. 나도 이제 어른이니까.”운전하던 강민재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평소라면 장난을 던졌을 타이밍이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차를 갓길에 세웠다.엔진 소리가 잦아들고, 주변은 바람 소리만 남았다.그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봤다.어릴 적 상처를 혼자 견디고 자라난 여자. 누구보다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 외로웠을 사람.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유봄을 끌어안았다.갑작스럽지 않게, 조심스럽게.유봄은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이내 그의 셔츠를 붙잡았다.강민재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이제 당신 혼자 아니에요.”그녀의 머리 위로 그의 숨이 닿았다.“다시는 당신 외롭지 않게 할게요.”그 말은 과장도, 맹세도 아니었다.그저 마음에서 그대로 나온 문장이었다.유봄은 그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숲길 한가운데 세워진 차 안에서, 그녀는 처음으로과거를 이야기하고도 무너지지 않았다.도시를 완전히 벗어나자 길은 한층 더 한적해졌다. 키 큰 나무들이 도로를 감싸고, 간간이 낮은 목조 주택과 작은 상점들이 보였다. 북동부의 작은 시골 마을은 조용했고, 공기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마을 초입을 지나자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간판 아래 작은 응급실 표지, 그리고 몇 대의 차가 세워진 주차장. 그곳이 최진희가 일하는 병원이었다.강민재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병원 앞에 차를 세웠다. 엔진이 멈추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유봄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차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나란히 내렸다.그때 병원 입구 자동문이 열리며 최진희가 밖으로 나왔다. 수술 가운 위에 흰 코트를 걸친 채였다. 마치 이미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딸의 얼굴을 먼저 보고, 그 옆에 선 남자를 보았다. 키가 크고 단정한 차림,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눈빛.순간 최진희의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6

다음 날 아침, 세 사람은 집 앞에서 인사를 나눴다.최진희는 딸의 손을 꼭 잡았다가 놓았고, 강민재에게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조심해서 가요.” 짧은 말이었지만 밤새 눌러 담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차가 마을을 벗어나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었을 때였다.멀리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곧, 급정거한 차들의 행렬. 경적 소리, 누군가의 비명.강민재가 브레이크를 밟았다.“사고야.”도로 한가운데 SUV 한 대가 옆으로 전복되어 있었고, 다른 세단 차량은 앞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진 채 가드레일에 처박혀 있었다. 유리 파편이 도로 위에 흩어져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서,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울고 있었다.“엄마! 엄마!”차 안에는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피투성이가 된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911 불러요. 위치 공유해요.”유봄은 이미 안전벨트를 풀고 있었다.강민재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911에 신고하며 사고 위치를 정확히 설명했다. 동시에 비상등을 켜고 차를 사고 차량 뒤에 세워 2차 사고를 막았다.유봄은 아이에게 먼저 다가갔다.“괜찮아? 어디 아파?”아이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큰 출혈은 없었다. 팔에 찰과상, 얼굴에 유리 파편 자국 몇 개. 의식 명료.“아저씨가 여기 있을게. 괜찮아.”강민재가 아이를 안전한 도로 가장자리로 옮겼다.유봄은 곧바로 운전석으로 달려갔다.남성 운전자는 안전벨트에 매달린 채 고개가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었다. 이마와 두피에서 출혈. 호흡은 얕고 불규칙했다.경추 손상 가능성.“민재 씨, 여기 와요. 머리 고정.”강민재는 즉시 운전석 문을 붙잡고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목 움직이지 않게 잡아요. 그대로. 절대 놓지 말아요.”유봄은 손을 넣어 기도 확보를 시도했다. 혈액이 입 안에 고여 있었다. 손가락으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턱을 들어 기도를 열었다.“호흡 약해요… 맥박은 있어.”그녀는 빠르게 판단했다.조수석의 여성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대퇴부에서 다량 출혈. 복부도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7

유봄은 아무 말 없이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차가운 줄 알았던 손이 의외로 따뜻했다.“그건 당신 잘못 아니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했다.강민재는 처음으로 시선을 그녀에게 옮겼다.눈동자 깊은 곳에 오래 묻어둔 소년 같은 흔적이 있었다.유봄이 한 걸음 더 다가가 그를 안았다.이번엔 그가 가만히 안겼다.갈대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만이 두 사람 곁을 지나갔다.오랫동안 혼자였던 시간들이, 조금씩 풀어지는 순간처럼.강민재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아주 조용히 말했다.“그래도… 오늘 당신이 사람들 살리는 거 보면서 알았어요. 어떤 날은, 누군가를 잃는 날이 아니라… 누군가를 붙잡는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걸.”유봄은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이제는 혼자 아니에요.”멀리 볼티모어로 향하는 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차로 돌아갔다.이번에는, 조금 더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볼티모어의 저녁빛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유봄의 아파트가 가까워질수록 차 안은 묘하게 조용해졌다.라디오도 꺼져 있었다.강민재는 운전대를 잡은 채 아무 말 없이 신호를 기다렸다.그때, 조용히 창밖을 보던 유봄이 입을 열었다.“…오늘은.”짧은 숨“오늘은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차 안 공기가 순간 멈춘 것처럼 고요해졌다.강민재의 손이 핸들 위에서 굳었다.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그의 눈빛에는 놀람과, 믿기지 않는 기쁨과, 조심스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진심이에요?”유봄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말 대신 확신을 담은 눈빛.그 순간, 강민재의 숨이 깊어졌다.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던 그는 짧게 웃었다.믿을 수 없다는 듯, 그러나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다음 신호가 바뀌자, 그는 방향지시등을 켰다.유봄의 아파트로 향하던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8

그는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어젯밤의 긴장 대신, 아침의 부드러운 공기가 둘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많이 피곤해요?”“……조금.”그녀가 솔직하게 말하자, 강민재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내가 살살 했는데.”“그게 살살이에요?”유봄이 눈을 흘기자,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러다 그녀를 다시 한 번 품에 끌어안았다.“진짜 예쁘다… 어떡하지.”그의 품은 여전히 따뜻했고, 단단했다.유봄은 괜히 더 부끄러워져 그의 가슴을 밀었다.그런데 순간, 그가 숨을 고르는 게 느껴졌다.강민재가 잠깐 멈칫했다.그리고 낮게, 솔직하게 중얼거렸다.“…나 지금 좀 위험한데.”유봄은 그의 눈을 올려다보다가, 상황을 눈치채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설마…”그는 괜히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한 번 더 하고 싶은데.”유봄은 눈을 크게 뜨며 이불을 더 꽉 붙잡았다.“제발… 살려주세요.”장난 반, 진심 반.그는 한참을 웃다가 결국 그녀를 꽉 안고 등을 토닥였다.“알았어요. 오늘은 봐준다.”“오늘은이요?”“앞으로도 많으니까.”유봄은 결국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한 번 툭 쳤다.그러면서도, 다시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부끄럽고, 피곤하고, 그래도 행복한 아침이었다.두사람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마주 앉아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어젯밤의 열기 대신, 따뜻하고 잔잔한 공기가 둘 사이에 흘렀다.강민재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일정표를 확인했고, 유봄은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괜히 비어가는 기분이었다.“뉴욕 도착하면 전화할게요.”그가 말하자 유봄은 고개를 끄덕였다.“운전 조심하고요.”짧은 말이었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호텔을 나서 차에 오르자,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웠다.그는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괜히 신호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 다 말수가 적었다.유봄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69

세인트 존 메디컬센터 외과 컨퍼런스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유봄은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대한외과학회 국제 심포지엄 초청장.토론토 학회에서 발표했던 로봇 복강경 수술 케이스가 해외 세션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한국 학회 측에서 정식으로 연자로 초청한 것이었다.주제는“로봇 복강경 수술의 확장 적용과 임상적 한계.”며칠간의 일정.발표와 패널 토론, 그리고 젊은 외과의들과의 멘토링 세션까지 포함된 꽤 무게감 있는 자리였다.유봄은 메일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곧바로 일정표를 확인했다.수술 스케줄을 조정하고, 펠로우들과 케이스를 분배하고, 병원 측에 해외 학회 출장 신청을 올렸다.며칠 뒤, 공식 초청장이 병원장 명의로 도착했다.“닥터 유, 축하합니다.”행정실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유봄은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속은 조용히 일렁였다.한국행이 단순한 학회 참석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출국을 며칠 앞둔 밤, 유봄은 병원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강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한국 학회 일정이 4박 5일로 확정됐다고 담담하게 전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말이 멈췄다.그에게 4박 5일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직접 말로는 웃으며 넘겼지만, 잠시 숨을 고르는 그 짧은 공백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농담처럼 “나한테는 너무 긴 시간”이라며 투정을 부렸다.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데,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괜히 서운했던 것이다.하지만 이내 그는 태도를 고쳐 잡았다.이번 일정이 유봄에게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론토 학회 이후 공식 초청을 받아 서는 무대였고, 그녀가 쌓아온 시간과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였다.그는 괜한 질투나 불안을 내색하는 대신, 조용히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 하면 돼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낼 사람이니까."장난기 어린 말투 속에도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70

인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긴 비행 끝에 게이트를 빠져나온 유봄은 잠시 숨을 고르며 도착장을 둘러보았다. 익숙하지만 오래 비워 두었던 공기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자동문이 열리고, 도착장 바깥의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유철중.손녀가 온다는 말에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으로 나온 그는, 사람들 틈에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나이가 들었지만 허리는 곧았고,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 눈이 유봄을 발견하는 순간, 단단함은 순식간에 무너졌다.“봄아.”그 한마디에 담긴 감정이 너무 깊어, 유봄은 캐리어를 놓고 그대로 달려갔다.유철중은 손녀를 끌어안았다.마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람을 다시 확인하듯, 두 팔에 힘을 주었다.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할아버지…”유봄의 목소리도 떨렸다.“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그 말에 유철중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그는 손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쳐다보았다.“우리 손녀가 이렇게 성공해서 오는데. 내가 고맙지.”그의 목소리는 자랑스러움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타국에서 혼자 버텨온 시간, 이름을 걸고 초청받아 돌아온 자리.그 모든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울컥했다.“고생 많았지.”짧은 한마디에 유봄의 눈도 붉어졌다.공항의 소음과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두 사람만의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흘렀다.유철중은 캐리어 손잡이를 자연스럽게 잡았다.“가자. 우리 손녀, 피곤하겠다.”그리고는 어깨를 토닥이며 덧붙였다.유봄은 조용히 웃었다.한국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그제야 천천히 가슴에 내려앉았다.유철중은 당연하다는 듯 집으로 가자고 했다.“집이 편하지 않겠냐. 네 방 그대로다.”하지만 유봄은 조심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학회 일정이 이틀 연속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고, 저녁엔 패널 미팅까지 잡혀 있다며 학회장소 근처 호텔에 묵는 게 동선상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유철중은 잠시 아쉬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
上一章
1
...
5678910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