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볼티모어의 병원 복도를 걷는 유봄의 걸음은 이제 더 이상 조심스럽지 않았다.펠로우 시절, 담당교수 뒤에서 숨죽이며 모니터를 바라보던 눈빛 대신 이제는 수술 계획을 직접 설명하고, 레지던트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교수님, 이 케이스 로봇으로 가도 될까요?”후배의 물음에 그녀는 차트를 넘기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가능해요. 대신 포트 위치는 조금 더 아래로. 출혈 가능성 대비해서 준비 철저히 하고.”그녀의 이름이 붙은 수술 일정은 늘 빠르게 찼고,학회 발표 요청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누군가는 이제야 묻는다.“교수님은 원래 이렇게 침착하셨어요?”유봄은 웃으며 대답한다.“아니요. 엄청 떨었어요.”하지만 이제는 안다.떨림을 견디는 법을.한편, 뉴욕.강민재의 3년 프로젝트는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허드슨강을 배경으로 시작한 대형 개발 사업은 마지막 계약 조율 단계에 들어갔고, 그는 매일같이 회의와 서류, 협상 테이블을 오갔다.“3년 예상이었는데, 2년 만에 여기까지 오다니.”동료가 감탄하듯 말하면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아직 끝난 건 아니죠.”하지만 알고 있었다.이제 곧 정리할 시간이라는 걸.밤늦게 사무실 창가에 서면 강 너머 불빛보다 더 또렷이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볼티모어에서 수술복을 입고 있을 그녀.시간은 두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자주 보지 못해도 흔들리지 않았고, 바빠도 연락은 놓치지 않았다.영상통화를 켜면 유봄은 수술 후 머리를 대충 묶은 채 웃으며 말한다.“오늘 6시간짜리였어요. 힘들었지만… 성공이야.”강민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피로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잘했어, 교수님.”그녀는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고, 그는 화면 너머로라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한다.1년.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하지만 분명한 건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 출국을 이틀 앞둔 밤.뉴욕의 아파트는 이미
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