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한 걸음 내딛으려던 순간 유봄의 시선이 그를 스치듯 지나쳤다.그녀의 눈이 향한 곳은, 그보다 더 멀리.로비 한가운데, 등을 보이고 서 있는 한 남자.검은 코트 차림, 단정한 어깨선, 길게 뻗은 다리.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드는 순간 유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학회 내내 보여주던 단정한 미소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숨김없는 웃음.사람들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가 먼저 달려갔다.구두 굽 소리가 로비 바닥에 또각또각 울렸다.그리고 그의 품 안으로 그대로 안겼다.두 팔을 그의 허리에 감고,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듯이.강민재는 놀라지도 않았다.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한 손이 유봄의 머리 뒤를 감싸 쓸어내린다.“수고했어.”낮고 다정한 목소리.유봄은 고개를 들며 웃는다.눈이 반짝이고 있었다.학회의 긴장도, 한국에서의 복잡했던 감정도 그 순간만큼은 다 풀린 얼굴.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진성은 움직이지 못했다.강민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그저 넓은 어깨와 단단한 뒷모습만 보일 뿐.이진성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움직이지 못했다.놀람이 먼저였다.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뒤따랐다.유봄이… 저렇게 웃는 얼굴이었나.자신과 사귈 때, 그녀는 늘 차분했고 조심스러웠다.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고, 먼저 다가오는 법도 거의 없었다.손을 잡을 때도, 항상 그가 먼저였다.포옹도, 가벼운 키스도.그녀는 받아주는 쪽이었다.그런데 지금 유봄은 망설임이 없었다.사람들 시선도, 체면도, 거리도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았다.먼저 달려가 안기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올려다보는 눈빛엔 숨김이 없었다.이진성의 심장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그는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하지만 아무리 떠올려도 저렇게 환하게, 아무 계산 없이 웃는 얼굴은 없었다.강민재의 손이 자연스럽게 유봄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익숙한 사람처럼.놓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最後更新 : 2026-09-09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