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한 번 바뀌고 배가 제법 불렀을 무렵, 해준이가 부쩍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혼자 하던 옷 갈아입기도 해 달라고 했고, 밥을 떠먹여 달라며 입을 벌렸다. 밤에는 자기 베개를 안고 우리 침실로 왔다. 욕실에서 태윤과 함께 씻던 어느 날, 작은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아기 오면 엄마, 나 필요 없어?” 수건을 접던 손이 멈췄다.“누가 그런 말을 했어?”“아무도. 엄마가 자꾸 아기 얘기만 해.” 진료 일정이나 몸 상태를 말하는 횟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 나에겐 준비할 일이었지만 해준이에겐 빼앗기는 것처럼 들렸을지도 몰랐다. 목욕을 마친 아이가 내 무릎에 올라왔다. 예전보다 무거워진 몸을 안고 젖은 머리카락에 뺨을 댔다.“동생이 와도 해준이가 필요 없어진다는 일은 없어.”“진짜?”“진짜.” 태윤도 옆에 앉았다.“난 네가 없으면 곤란한데. 아기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든. 네가 나보다 선배야.”“아빠 아기 무서워?”“응, 무서워.” 망설임 없는 대답에 해준이가 소리 내어 웃었다. 태윤은 젖은 앞머리를 넘기는 척하며 잠시 눈가를 가렸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든 뒤, 나는 해준이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고 했다. 태윤도 그랬다고 답했다. 가족이 늘면 지킬 사람이 한 명 더 생긴다고만 생각했단다. 하지만 해준이에게는 내 무릎과 잠들기 전의 시간, 아빠의 시선을 나눌 누군가가 오는 일이었다. 다음 날 태윤은 출근 전에 아이 방 바닥에 앉아 블록을 쌓았다. 해준이가 회사에 늦는다
Terakhir Diperbarui : 2026-10-11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