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이었다. 해준이를 재우고 부엌에 돌아오니 태윤이 찻잔 두 개를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늦었어. 두 시간 사십 분이나.”“그림책을 세 번 읽어 달래서.”“저녁엔 네가 해준이 입만 닦아 줬고, 목욕 뒤에는 몇 번이나 뺨에 입을 맞췄어. 나와는 사흘째 제대로 얘기도 못 했고.” 아들에게 질투하냐고 웃으려다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한 내 목소리가 나도 놀랄 만큼 지쳐 있었다. 태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의자를 빼고 따뜻한 차를 내 앞에 놓았다.“저녁도 거의 못 먹었잖아.”“봤어?”“보고 있어. 네가 나를 못 보는 것보다, 네 상태를 돌볼 틈도 없는 게 더 걱정돼.” 태윤은 다음 날부터 자신이 재우겠다고 했다. 해준이가 싫어할 수도 있다고 하자 그래도 배우겠다고 했다. 그는 질투한 것은 부정하지 않았지만, 그 질투를 핑계로 내 시간을 더 빼앗으려는 게 아니었다. 아이 방으로 가는 일을 자기 몫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찻잔을 쥐고 있던 내 손끝이 조금 따뜻해졌다. 다음 밤, 아이 방에서 태윤이 그림책 읽는 소리가 났다. 동화인데도 이사회 자료를 읽는 것처럼 반듯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두 번이나 읽은 끝에 해준이가 잠들었다. 태윤은 승리한 얼굴로 침실에 들어왔다. 내가 웃으며 대단하다고 하자 그가 다가왔다가 손을 멈췄다.“오늘은…… 안아도 될까?” 나는 잠시 그를 봤다. 예전에는 묻지 않던 사람이었다. 원하면 둘러싸고, 두려우면 내 도망갈 길까지 막았다. 나는 스스로 일어나 그의 가슴에
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