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은 세면대 가장자리에 해준이의 그림을 내려놓았다. 밟혀 구겨진 종이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건우가 일부러 그랬던 게 아니잖아. 집에서 시킨 거겠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내일 이동훈에게 알아보라고 할게. 그 집 아버지가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 거래처가 어딘지 전부. 내 가족을 건드린 대가로 그 회사도, 사회적 지위도 무너뜨리겠어.”“태윤, 잠깐.” 내가 팔을 붙잡자 그의 손가락이 그림에서 하나씩 떨어졌다.“나도 화가 나. 그런데 그 사람 회사를 무너뜨리면, 집에 돌아가서 누구에게 화풀이할까?” 유치원에서 본 건우의 어깨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잡혔을 때도 소리 하나 내지 못했던 어깨. 해준이가 집에 가져온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나도 당장 그 집에 찾아가고 싶었다. 태윤의 화가 낯설지 않았다. 다만 건우는 아빠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도, 그 화를 피해 갈 수도 없는 아이였다.“해준이가 감싸 준 아이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그럼 우리 아들이 다친 건 그냥 넘기라고?”“그럴 리가.” 나는 종이를 한 번 보고 태윤의 팔을 다시 쥐었다.“우선 수정 씨를 만나 볼게. 건우를 데려가던 그분도 겁에 질려 있었어.” 태윤은 한참 내 손을 내려다봤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세면대의 남은 거품을 터뜨렸다.“혼자 가지 마. 필요한 일이 생기면 박현석 실장과 변호사를 부르고, 나한테도 바로 말해.”“응.”“다른 집 일까지 네가 떠안을 생각이야?”
Terakhir Diperbarui : 2026-10-1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