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Bab 181 - Bab 190

218 Bab

제181화 남겨 둔 영상

“억지로 보지 않으셔도 돼요. 지우지 말아 달라고 하셔서 보관한 거예요.” 이수정 씨는 엎어 놓은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전화만 울리면 무서워요. 제가 완벽한 아내가 못 돼서 그 사람이 화내는 거라고, 자꾸 생각하게 돼요.” 눈물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집을 떠났다고 해서 오래 들은 말까지 단번에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그건 수정 씨 잘못이 아니에요.”“그래도 내가 조금만 참으면…….”“그날 건우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셨잖아요. 오늘 혼자 그 결심을 취소하지 않으셔도 돼요.” 수정 씨는 ‘친정’이라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의 자기 목소리를 기억하는 듯했다. 엎어 놓은 휴대전화와 내 손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내가 대신 선택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해준이는 자기 그림이 밟혔는데도 건우가 혼날까 봐 걱정했어요. 건우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저는 다 알 수 없지만, 같은 일이 또 생기는 건 싫어요.” 수정 씨가 스카프로 눈가를 눌렀다.“지금 다 결정할 필요 없어요. 경찰이나 변호사에게 얘기할 때 이 영상이 필요하면 드릴게요. 혼자 가기 힘들면 같이 가고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녀가 숨을 고르며 답하려던 순간, 라운지 입구에서 고함이 터졌다.“여기 있었군!” 건우 아버지였다. 수정 씨가 일어서자 의자가 바닥을 긁었다.“어떻게 여기까지……?” 남자는 내 앞에서만 돌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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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남편의 손을 뿌리치다

“만지지 마!” 이수정 씨가 남자의 팔을 밀쳐 냈다. 숨을 몰아쉬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당신 비위 맞추느라 숨죽이고 사는 거, 이제 그만할 거야. 건우까지 그렇게 살게 둘 수 없어.” 그녀가 테이블의 휴대전화를 들었다. 유치원에서 남편이 자신을 때리는 영상이 화면에 떴다.“경찰에게도 얘기했지. 안 돌아가. 오늘 일도 말할 거야. 건우에게도 나에게도 다가오지 마.” 남자가 달려들려는 순간, 라운지 입구에서 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거기서 떨어져.” 급하게 왔는지 검은 재킷의 어깨가 숨에 따라 오르내렸다. 태윤은 먼저 내 팔과 수정 씨의 얼굴을 살핀 뒤 남자 앞에 섰다.“대표님, 오해입니다. 아내가 폐를 끼쳤다고 해서…….”“거래 얘기라면 이미 검토가 끝났습니다. 제안은 받지 않겠습니다.” 남자의 입가가 떨렸다.“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면…….”“그보다 그분에게서 물러나세요. 경찰에 유치원 일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기억하십니까? 여기서도 같은 일을 하실 겁니까?”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남자는 선물 상자를 그대로 두고 그들에게 이끌려 나갔다. 수정 씨는 그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몸을 굳히고 있었다. 태윤이 와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남자를 막은 건 경비원들이고, 떠나겠다고 직접 말한 건 수정 씨였다. 태윤은 내게 괜찮은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녀 쪽을 보았다. 다시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주저앉았다. 얼굴을 가리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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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두 아이의 열, 한 사람의 선물

 이음이와 해준이가 같은 밤 열이 났다. 거실 불을 낮춰도 잠을 못 이루고, 내가 움직일 때마다 둘 다 옷자락을 붙들었다. 태윤이 돌아왔을 때 해준이는 겨우 졸고 있었다. 그는 소아과에서 받은 안내문을 들었다. 넥타이를 풀던 손이 멈췄다. 두 아이의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있었다. 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음이가 옷자락을 잡았고 해준이는 눈을 뜨려 했다. 태윤은 먼저 아이들 가슴이 오르내리는 속도를 살폈다.“물은 마셨어?”“조금씩. 이음이는 38.1도, 해준이는 37.8도야.” 태윤은 아이들의 숨소리를 듣고 물과 갈아입힐 옷을 가져왔다. 약 먹일 시간을 적고 체온계를 곁에 놓았다. 침착해 보였지만 넥타이조차 풀지 못한 채였다. 한밤중에 해준이가 일어났다.“아빠…… 물.” 태윤이 등을 받치자 아이가 빨대로 두 모금 마셨다.“고마워.” 그 말에 태윤의 손이 잠깐 멈췄다. 해준이는 다시 잠들면서 아빠의 소매에 뺨을 댔다.“이제 네가 자. 한 시간이라도.”“이음이가 울 거야.”“울면 안고 있을게. 네가 쓰러지는 것보다 낫잖아.” 딸을 넘기자 어깨가 가벼워졌다. 이음이는 잠깐 칭얼대다가 아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 그의 발소리를 듣다가 잠들었다. 아이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오가는 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또 울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밤새 나를 깨우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침에 알았다. 눈을 뜨니 창가가 밝아 있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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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지하 주차장의 발소리

 지하 4층 전용 주차장에는 차 몇 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지상의 소란도 끊겼다. 배관을 따라 늘어선 희미한 조명이 검은 차체 위로 길게 번졌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공조기가 멀리서 낮게 울었다. 나는 시계 상자가 든 종이 가방의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조용해서 내 발걸음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들렸다. 구두 굽이 콘크리트를 두드렸다. 차를 부를까 하다가, 몇 걸음 앞에 세워 둔 내 차로 향했다. 어쩐지 공기가 차가워 스카프를 당겼다. 딸깍, 딸깍. 내 발소리 뒤로 조금 늦은 소리가 따라왔다. 멈추자 그 소리도 멈췄다. 넓은 곳이라 울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차까지 몇 걸음. 가방 속 열쇠를 쥐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강태윤 아내는 팔자도 좋군.” 돌아보니 맞지 않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고, 손에는 꺾인 담배가 들려 있었다. 얼굴이 낯익은 것 같으면서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누구시죠?” 차와 엘리베이터 중 어느 쪽이 가까운지 재고 있었다. 남자는 내 질문에 비웃음을 흘렸다.“유치원에서 멋대로 찍고, 내 아내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넣어 준 여자 얼굴을 내가 잊겠어?” 건우 아버지. 샛별유치원 앞에서 수정 씨의 뺨을 때리고, 라운지에서는 목을 잡았던 남자였다. 지금은 그때의 말끔한 모습도 없었다. 닳은 구두와 얼룩진 넥타이, 눈 밑의 깊은 그늘. 술 냄새가 가까워졌다.“그 영상 때문에 경찰이 끼어들고 변호사까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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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눌러 둔 구조 신호

 건우 아버지가 손을 뻗는 순간, 가방 안에서 긴급 호출을 작동시켰다.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등록해 둔 경비실과 태윤에게 현재 위치와 함께 자동으로 시작된 현장 녹음이 전송됐을 것이다.“당신 때문에 다 잃었어!” 팔목을 잡혔다. 손을 빼려 했지만 남자의 손가락을 떼어 낼 수 없었다. 내 손톱만 피부를 긁었다.“놓으세요!” 남자의 팔이 올라갔다. 그때 주차장 끝의 비상등이 깜빡이고, 휴대전화에서 경비원이 오고 있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남자가 고개를 돌린 사이 팔을 빼서 차 뒤로 물러났다. 차체를 짚은 손까지 떨렸다. 구두 뒤축을 다시 딛고 거리를 벌렸다.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들었다. 발 아래에는 떨어진 선물 가방이 있었다. 태윤에게 어떻게 건넬지 생각하며 골랐던 시계인데, 지금 주우려고 몸을 낮출 수는 없었다. 복도 쪽에서 여러 명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맨 앞의 백화점 경비원이 남자를 막았다. 이어 박현석과 이동훈, 그리고 태윤이 들어왔다. 남자가 도망치려 하자 경비원 둘이 붙잡았다.“이건 집안일이라고!” 나는 그 얼굴을 오래 볼 수 없었다. 붉게 자국이 남은 손목을 감싼 채 차 옆으로 기댔다. 태윤은 내 손목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주먹이 굳어 가는 게 보였다. 나는 그의 소매를 붙들었다.“태윤. 여기 있어 줘.” 한 번 더 말하려는데 이가 부딪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태윤이 재킷을 벗어 어깨에 둘렀다. 그의 손도 떨고 있었다.“알았어. 여기 있을게.” 그는 남자 쪽으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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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아빠에게 가는 세 걸음

 이음이가 소파를 붙잡고 서기 시작한 뒤로 거실은 바빠졌다. 작은 발이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해준이가 뒤를 따라다녔다.“넘어져, 이음아.” 태윤은 모서리마다 보호대를 붙이고 낮은 탁자까지 치웠다. 내가 안전 교육장 같다고 하자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넘어질 곳을 줄인 거야.” 어느 오후, 이음이가 소파에서 손을 뗐다. 한 발을 내디딘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태윤의 손이 먼저 나갔지만, 딸은 울지 않았다. 매트를 짚고 몇 번 미끄러진 끝에 혼자 다시 일어섰다.“안 일으켜 줘도 되는 거야?”“응. 다시 해 보려나 봐.” 이음이는 아빠 쪽을 돌아봤다. 태윤이 바닥에 앉아 팔을 벌렸다.“이음아. 이리 와.” 딸은 아빠 얼굴과 바닥을 번갈아 보고, 잡았던 천을 다시 만졌다. 태윤은 더 부르지 않고 기다렸다. 해준이가 내 무릎에 기대 속삭였다.“아빠 숨 안 쉬어.” 태윤의 눈썹이 움직였다. 나는 웃음을 참느라 해준이의 손을 잡았다. 소파 모서리 보호대가 조금 삐뚤었는데, 태윤은 접착력이 약해진다며 다시 붙이는 것도 막았었다. 그 아래서 딸의 발이 바닥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천에서 떨어졌다. 한 발, 두 발, 세 발. 맨발이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음이는 휘청일 때마다 발가락을 벌렸다. 거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해준이가 내 옷을 당기는 힘으로 그 아이도 숨을 참고 있다는 걸 알았다. 태윤은 팔을 뻗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아빠.” 태윤의 얼굴이 무너졌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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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빨간 신발을 고른 사람

 걷기 시작한 이음이에게 서재는 새로운 놀이터였다. 어느 날 태윤이 부르는 소리에 가 보니 서류 몇 장이 바닥에 흩어져 있고, 딸 손에는 만년필이 들려 있었다.“아빠 거.”“그래. 돌려줘.”“싫어.” 태윤은 무릎을 꿇고 흰 종이와 빨간 크레용을 내려놓았다.“여기에는 마음대로 그려도 돼. 펜은 아빠한테 주고.” 이음이는 둘 다 쥐려 했다. 태윤이 크레용을 든 손을 뒤로 빼고 빈손을 내밀자 한참 바라보다 만년필을 내려놓았다. 곧 종이에 빨간 선이 그어졌다. 태윤이 서류를 주워 올리는 동안 딸은 그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 이음이는 종이에 아빠 얼굴을 그리는 듯했다. 빨간 선 하나를 긋고 태윤을 올려다본 뒤 또 그렸다. 내가 바닥의 서류를 주워 주는 동안도 그의 소매를 쥐고 있었다. 만년필보다 오래 붙잡은 건 그 소매였다. 그 뒤 낮은 서랍 하나에는 잠금장치가 달렸다. 중요한 서류와 날카로운 편지칼을 치웠다. 대신 옆 서랍은 이음이 몫이 됐다. 종이와 크레용이 든 곳을 딸은 보물 상자처럼 열고 닫았다. 해준이도 자기 상자를 달라고 했다.“서재에서 일하기 불편하지 않아?”“불편해.” 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딸이 그린 붉은 선을 비싼 액자에 넣어 걸었다. 내가 치울까 묻자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그건 그냥 둬.”◇ 첫 신발을 사러 온 가족이 아동화 가게에 갔다. 직원은 이음이 발을 잰 뒤 흰색, 노란색, 빨간색을 꺼냈다. 태윤은 소재를 살피며 흰색을 가리켰다. 해준이는 노란색이 빠를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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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소방차와 종이 왕관

 이음이가 두 살을 넘기자 해준이와 자주 다퉜다. 이날은 해준이가 아끼는 빨간 소방차가 원인이었다. 둘이 양쪽에서 잡아당기자 사다리가 휘었다.“내 거야!”“이음이 거!”“부러지겠다. 잠깐 놓자.” 내가 무릎을 꿇자 해준이가 손에 힘을 조금 뺐다. 태윤도 이음이에게 말했다.“오빠 거야. 빌리고 싶으면 물어봐.” 입술을 삐죽거리던 딸과 해준이는 한동안 말다툼을 했다. 그러다 해준이가 차체를 쥔 채 말했다.“같이 하면 돼. 내가 차 운전할게. 이음이는 소방관.” 이음이가 인형을 들고 달려갔다. 몇 분 전의 싸움은 없었던 듯했다. 태윤과 나는 동시에 소파에 주저앉았다. 붉은 소방차가 거실을 지나갈 때 우리는 다리를 들어 길을 비켰다. 태윤에게도 예전에 그 장난감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는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이제 두 아이가 함께 놀 때만 상자 한가운데에 놓는 차였다. 그날 저녁에는 해준이가 아빠 서재에서 만년필을 빌려 달라고 했다. 태윤은 처음엔 안 된다고 했다가 뚜껑을 잠근 채 손에 쥐여 주었다.“책상 위에서만.” 해준이는 금빛 펜촉을 보고 싶어 했지만 뚜껑을 열 수 없다는 걸 알고 돌려줬다. 태윤은 펜을 받으며 아들의 머리를 헝클었다. 소방차에도, 자기 물건에도 같은 규칙이 필요하다는 걸 둘 다 알게 된 듯했다. 다음 날에는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해준이가 유치원에서 만든 왕관의 별을 이음이가 뜯어 놓았다.“이음이 싫어!” 이음이가 울었다. 해준이는 찢어진 자리를 붙들고 입술을 깨물었다. 별 모서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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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아픈 무릎과 같은 이불

 공원에서 이음이와 모래놀이를 하다가 태윤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해준이가 그네 앞에서 다른 아이와 말다툼하고 있었다. 순서를 빼앗긴 모양이었다.“내가 가 볼게.” 태윤이 일어서자 내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 직후 상대 아이가 해준이를 밀었다. 아들은 바닥에 넘어졌다.“괜찮아?” 무릎에 모래가 붙었다. 태윤도 곁에 쭈그리고 앉아 일어설 수 있는지 물었다. 상대 아이 어머니가 급히 사과했다. 해준이는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나도 먼저 큰 소리로 비키라고 했어.” 돌아오는 길, 이음이가 오빠의 손을 잡았다. 해준이는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넘어진 순간의 얼굴을 잊지 못했다.“아까 너를 막지 말걸.” 태윤이 내 걸음에 맞췄다.“나도 망설였어. 어른이 나서면 다른 아이가 겁먹을 테니까.”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 모래가 쏟아졌다. 해준이는 세면대에서 스스로 상처를 씻었다. 물이 닿자 무릎을 빼기에, 조금만 더 씻자고 했다. 태윤은 수건을 가져와 옆에서 기다렸다. 해준이가 공룡 그림 밴드를 골랐다. 이음이가 손대려 하자 “여기 아파” 하고 말했다. 딸은 손을 멈추고 대신 오빠의 소매를 잡았다.“다음에 무서우면 아빠 부를게.”“그래. 바로 불러.” 태윤이 밴드 끝을 눌러 줬다. 나는 흙이 묻은 수건을 한참 접고 있었다. 그가 내 손까지 감쌌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다시 뛰어다녔지만 우리 둘은 아직 웃지 못했다. 해준이가 겁이 나면서도 제 힘으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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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검은 책가방의 주인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해준이가 메고 갈 책가방을 사러 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새 가방의 원단 냄새가 났다. 벽에 줄지어 걸린 여러 색의 가방을 올려다보느라 아들은 입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태윤의 태블릿에는 소재와 무게, 수선 조건을 비교한 표가 있었다. 읽기 시작했지만 해준이는 벌써 진열대 앞으로 가 있었다. 내가 소매를 당기자 그제야 따라왔다. 직원이 가방을 메어 주자 해준이는 거울 앞에서 몸을 틀어 뒤를 보려 했다. 가방이 흔들릴 때마다 어깨끈이 미끄러졌다. 태윤은 어깨끈과 지퍼가 튼튼한지를 따지고 있었지만, 아들은 이미 자기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먼저 보고 있었다. 해준이는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을 하나씩 메어 본 뒤 검은 가방 앞에 섰다. 장식이 거의 없는 평범한 모양이었다. 태윤이 눈여겨보던 것과도 달랐다.“이거.”“이쪽 가죽은…….” 해준이가 어깨끈을 꼭 쥐고 한 발 물러났다. 태윤은 말을 멈췄다.“무겁지 않아? 좀 걸어 봐. 등에 닿는 데도 봐야지.” 해준이는 가게를 한 바퀴 돌았다. 돌아와서도 벗지 않자 태윤이 어깨끈을 맞춰 주었다.“이걸로 주세요.”“아빠, 내가 고른 거 멋있어?”“잘 어울려.” 태윤은 한동안 아이의 작은 등을 보고 있었다. 저 등을 앞으로 여섯 해 동안 학교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자 나도 목이 메었다. 아직 가방이 등에 비해 커 보였다. 가방을 상자에 넣기 직전 해준이가 한 번만 더 만져 보겠다고 손을 뻗었다. 직원이 기다려 주자 검은 원단을 손끝으로 쓸고 민망한 듯 손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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