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홀 문이 열렸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밝은 조명이 길게 이어진 버진로드를 비췄다. 원래라면 아버지의 팔을 잡고 걸었을 길이었다. 잠깐 가슴이 저렸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그 자리를 대신 맡기지 않았다. 혼자 걷기로 했다. 첫발을 내디뎠다. 양쪽 좌석에는 우리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현강홀딩스 직원들, 협력사 대표들, 정미숙 씨와 최만호 소장, 프랑스에서 온 베르트랑 이사까지. 그리고 길 끝에는 태윤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도, 카메라도 보지 않았다. 오직 나만 보고 있었다. 한 걸음씩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다. 내가 그의 앞에 도착하자 태윤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스스로 그 손을 잡았다. 손바닥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태윤도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자 오히려 숨이 편해졌다. 하객들의 얼굴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한 발 뒤로 물러난 것 같았다. 태윤의 엄지손가락이 내 손등을 한 번 쓸었다가 멈췄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정도면 됐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 주례자를 바라봤다.“왔네.”“응.”“진짜 왔네.”“그러니까 울지 마.”“안 울어.” 눈가가 이미 붉었다. 식을 진행하는 주례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어려움이 와도 혼자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함께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다시 확인했다.“약속합니다.” 태윤의 대답은 짧았다. 나도 똑같이 말했다.“약속합니다.” 교환할 결혼반지가 손가락에 닿았다. 사파이어 반지 옆으로 단순한 플래티넘 링이 자리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