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남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해준을 발견하자 그녀는 어깨를 굳혔다. 늘 앉던 자리 대신 가장 멀리 떨어진 앞줄로 가 앉았다. 해준의 인사를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는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앞자리의 하윤은 노트를 꺼내는 손을 서둘렀고, 몇 번이나 어깨 너머를 의식하는 듯했다. 자신이 뒤에서 쳐다보고 있어서일까. 해준은 일부러 책으로 눈을 돌렸지만 한 줄도 읽지 못했다. 해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어제는 구해 주었다고 믿었고, 오늘은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의 내내 뒤를 돌아보지 않는 하윤의 등을 보는 동안, 자신의 시선마저 그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자 하윤은 누구보다 빨리 교실을 나갔다. 해준은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따라 나갔다. 앞서 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걸음을 재촉하다가 뒤늦게 생각했다. 내가 쫓는 것으로 보이겠구나. 그래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복도에 학생들이 몰려들자 하윤의 뒷모습이 사라졌다가 보였다. 해준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려다 멈췄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 뒤편의 한적한 길을 택했다. 그곳에서라면 듣는 사람이 없으니 사과하기가 쉬울 거라고, 자신에게 유리한 생각부터 했다.“하윤 씨, 잠깐만요.” 하윤은 걸음을 빨리했다. 도서관 뒤쪽의 한적한 길에 이르러 해준은 그녀와 거리를 둔 채 멈췄다.“어제 일 사과하고 싶어요. 너무 몰아붙였어요. 제가 화가 나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잠깐이라도 하윤의 몸에서 긴장
Terakhir Diperbarui : 2026-10-30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