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Bab 201 - Bab 210

218 Bab

제201화 막힌 길

 해준이 집무실에 들어서자 태윤은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아들의 젖은 운동화 아래로 물방울이 떨어졌다.“아르바이트도 방도, 내 이름을 알아보면 거절해. 아버지가 막은 거야?”“아니다.” 태윤의 말만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읽었는지, 박현석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해준이 집을 나간 다음 날의 내부 지시가 떠 있었다. 본인이 요청하지 않는 한 취업과 주거, 교우 관계에 개입하지 말 것. 외부의 비공식 문의에 답하거나 편의를 부탁받아도 거절할 것.“그럼 왜 다들 나를 피하지?”“내 이름 때문에. 내가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보지. 네겐 좋지 않은 유산이겠구나.” 해준은 태윤이 변명할 줄 알았다. 현강이 커진 덕분에 많은 사람을 먹여 살렸다고 말하거나,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한동안 서류를 바라보다가 그저 자기 책임이라고 말했다. 해준의 화는 갈 곳을 잃었다. 태윤은 책상 위에 확인서 한 장을 놓았다. 강씨 집안이 해준의 임대차와 고용에 개입하거나 압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집주인이 걱정한다면 보여 줘. 이걸 쓰든 말든 네가 정해.”“결국 아버지 힘을 빌리는 거잖아.”“내 이름이 만든 두려움은 내가 치워야지. 방을 골라 주거나 일을 얻어 주겠다는 뜻은 아니야.” 해준은 종이를 집지 않았다. 받아 드는 순간 아버지에게 진 기분이 들었다. 태윤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내가 그 방에서 다치면?”“병원에 가.”“밥도 못 먹게 되면?”&ld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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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비 그친 자리

 다음 날 해준은 부동산 중개소에 확인서를 가져갔다. 사장은 두 번 읽고서야 고개를 들었다.“이거면 집주인하고 다시 이야기해 볼 수 있겠어.”“특별히 봐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처럼 심사해 주세요.”“알았어.” 그 방을 바로 계약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름 하나만 보고 닫히던 문이 다시 열렸다. 오후에는 며칠 전 면접을 본 편의점에서도 전화가 왔다. 점장은 해준이 그 서류를 보여 주지도 않았는데 본사에 직접 문의했다고 했다. 면접에서 만난 사람을 성 때문에만 거절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아직 일할 생각 있어요?”“네. 있습니다.” 첫 근무에서는 계산대 조작을 몇 번이나 틀렸다. 자기보다 어린 선배에게 사과하고, 엎질러진 커피를 닦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뒷문으로 나갔다. 아무도 ‘대표님 아들’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잘못하면 지적을 받고, 도움이 되면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휴게실에서 먹은 삼각김밥이 집에서 먹던 값비싼 음식보다 맛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문자가 왔다.‘일은 구했니?’ 해준은 잠시 화면을 보다가 ‘네. 지금 쉬는 시간이에요’라고 답했다. 잠시 뒤 돌아온 문자는 짧았다.‘늦게 끝나면 돌아가는 길 조심해.’ 차도 경호원도 오지 않았다. 그 사실에 해준은 조금 웃었다.‘강해준’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자신보다 먼저 방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도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실패할지는 자기 몫으로 남겨 둘 수 있었다. 밤늦게 원룸으로 돌아와 우편함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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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빗속의 동행

“여기요. 중요한 필기였나 봐요.”“고마워요, 해준 씨. 시험 준비한 내용이라서요.” 하윤이 노트를 가슴에 안았다. 해준은 괜찮다고 말하고 펜을 다시 들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읽던 법학 책의 문장이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와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들렸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 때 겁도 계산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해준은 노트 표지에 적힌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수업에서 몇 번 본 얼굴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시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일조차 괜히 특별한 말을 고르는 것처럼 어려웠다. 해가 진 뒤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입구 처마 아래에서 하윤이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보다 비가 굵어졌다.“우산 없어요?”“오후에 그칠 줄 알았어요.” 해준은 자기가 산 값싼 투명 우산을 펼쳤다. 역까지 같은 방향이었다. 하윤을 여기 남겨 두고 혼자 갈 이유도 없었다.“역까지 같이 가요.”“해준 씨 집은 반대쪽 아니에요?”“조금 돌아가면 돼요. 들어와요.” 하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우산 아래로 들어왔다. 걷는 동안 어깨가 닿을 듯 가까웠다. 해준은 그녀가 젖지 않게 우산을 기울이다가 자기 팔에 비가 떨어지는 것도 한참 뒤에 알았다.“생각보다 친절하네요.” 빗방울이 투명한 우산을 두드렸다. 해준은 하윤의 노트가 젖지 않게 우산을 조금 더 기울였다. 자기 어깨가 비에 젖는 것은 내버려 두었다.“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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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태윤의 피

 다음 날, 해준은 강의를 마치고 구내식당으로 걸었다. 전날 하윤이 건넨 초콜릿은 아직 청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포장지 모서리를 만질 때마다 우산 아래에서 그녀가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은 수업이 겹치지 않는 날인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남색 카디건을 찾고 있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향해 늘 시선을 돌리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윤을 떠올리는 일이 좋으면서도, 자신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 이렇게 빨리 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식당으로 가는 연결 통로에서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캠퍼스에는 강의가 끝난 학생들이 가득했다. 해준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은 과하게 친한 척하는 말투 때문이었다. 누군가 이미 거절했는데, 몇 사람이 한꺼번에 대답을 요구하는 소리가 났다.“연락처만 주면 된다니까. 우리 연합 동아리 들어오면 취업에도 도움 돼.”“죄송해요. 다음 수업이 있어서요.” 해준은 걸음을 멈췄다. 자동판매기 옆에 세 남학생이 하윤을 둘러싸고 있었다. 웃으며 비켜 달라는 부탁에도 계속 길을 막았다. 하윤은 바인더를 안은 채 다른 쪽으로 나가려 했다.“말만 하자고. 괜히 까다롭게 굴지 말고.” 한 남학생이 손을 뻗었다. 해준은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켰다. 화면에는 손을 피하려는 하윤과 다시 앞을 가로막는 남학생이 들어왔다. 그가 하윤의 손목을 쥐자 그녀가 짧게 아프다고 말했다. 바인더를 잡은 하윤의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했다. 해준은 먼저 그 모습을 찍었다. 아버지였다면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 상대를 물릴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갔는데,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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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빨간 녹화 표시

“이름이 뭐죠?” 해준이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빨간 녹화 표시가 켜져 있었다. 앞에 선 남학생의 목에 걸린 동아리 명찰에는 ‘김기석’이라고 적혀 있었다.“찍었어? 지워!”“하윤 씨 손목을 잡고 길을 막은 장면까지 들어 있어요.” 기석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자 해준이 옆으로 물러났다.“이미 백업해 뒀어요. 휴대전화를 가져가도 영상은 남습니다.” 기석이 멈칫했다. 해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학생처에 제출하고 하윤 씨가 원하면 경찰에도 가져갈 겁니다. 취업 준비 중이라면 앞으로 어떤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해 두세요.” 해준은 명찰에 적힌 학년과 학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이 영상이 어떤 문제를 만들지, 기석이 스스로 상상하도록 말을 골랐다. 실제로 어디까지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선택을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기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해준은 뒤에 선 친구들도 보았다. 그들이 한 사람씩 물러났다.“다시는 안 그래. 그러니까 영상은…….”“하윤 씨한테 사과해요.” 기석이 고개를 숙였다. 해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조금 전 하윤이 여러 번 거절할 때, 기석은 그 목소리를 끝내 듣지 않았다.“미안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기석은 하윤을 보지 않은 채 해준에게만 말했다. 그 모습에 해준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사과를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 명분 아래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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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거울 속 얼굴

“하윤 씨.” 해준의 부름에 하윤은 다시 물러섰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전 기석을 겁주며 서 있던 자신이 하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제가 너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될 것 같았다. 하윤은 고개를 젓고 등을 돌려 달려갔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해준은 연결 통로에 서 있었다. 녹화를 시작한 일까지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석이 손목을 붙잡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를 무릎 꿇릴 때의 자신은 하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선을 이미 넘어 있었다. 그녀가 급히 걸어가는 동안 남색 카디건의 뒷모습이 여러 사람 사이로 사라졌다. 불러 세우면 더 무서울 것이다. 해준은 그 자리에서 어떤 설명도 들려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보내는 자신이 답답했다. 해준은 오른손을 폈다. 상대의 앞날을 쥐었다고 믿고, 그가 겁먹는 모습을 확인하던 손이었다. 같은 힘이 언젠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서웠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집의 문과 창을 하나씩 잠그곤 했다. 해준은 그 방식이 싫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은 하윤의 안전을 내세워 기석의 퇴로를 막았다. 목적이 달랐다고 해도, 상대가 숨 쉴 자리를 남기지 않은 것은 똑같았다. 다음 날 아침, 낡은 원룸에 햇빛이 들었다. 해준은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마르지 않은 빨래 냄새가 났다. 밤새 하윤이 뒤로 물러나는 꿈을 꾸어 제대로 자지 못했다. 딱딱한 바닥에 깐 이불을 걷어 내자 등이 아팠다. 좁은 방에는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없었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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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멀어진 자리

 하윤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남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해준을 발견하자 그녀는 어깨를 굳혔다. 늘 앉던 자리 대신 가장 멀리 떨어진 앞줄로 가 앉았다. 해준의 인사를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는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앞자리의 하윤은 노트를 꺼내는 손을 서둘렀고, 몇 번이나 어깨 너머를 의식하는 듯했다. 자신이 뒤에서 쳐다보고 있어서일까. 해준은 일부러 책으로 눈을 돌렸지만 한 줄도 읽지 못했다. 해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어제는 구해 주었다고 믿었고, 오늘은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의 내내 뒤를 돌아보지 않는 하윤의 등을 보는 동안, 자신의 시선마저 그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자 하윤은 누구보다 빨리 교실을 나갔다. 해준은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따라 나갔다. 앞서 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걸음을 재촉하다가 뒤늦게 생각했다. 내가 쫓는 것으로 보이겠구나. 그래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복도에 학생들이 몰려들자 하윤의 뒷모습이 사라졌다가 보였다. 해준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려다 멈췄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 뒤편의 한적한 길을 택했다. 그곳에서라면 듣는 사람이 없으니 사과하기가 쉬울 거라고, 자신에게 유리한 생각부터 했다.“하윤 씨, 잠깐만요.” 하윤은 걸음을 빨리했다. 도서관 뒤쪽의 한적한 길에 이르러 해준은 그녀와 거리를 둔 채 멈췄다.“어제 일 사과하고 싶어요. 너무 몰아붙였어요. 제가 화가 나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잠깐이라도 하윤의 몸에서 긴장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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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다가오지 말아요

“다가오지 말아요!” 멀리서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이 길에는 둘뿐이었다. 해준은 그제야 하윤이 왜 이 자리를 더 두려워하는지 알아차려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자신이 오해받았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었다. 해준이 다시 말을 건네려 발을 옮기자 하윤이 뒤로 물러났다. 낡은 벽돌담에 등이 닿았다.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내 말 좀 들어 줘요.” 그는 손바닥을 보이며 이야기를 계속하려 했다. 아버지처럼 화를 내고 싶지 않았고, 기석처럼 길을 막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윤 앞에 선 큰 몸과 멈추지 않는 말은 이미 그녀에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해준은 그제야 자신이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을 알았다. 하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몸이 굳는 것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놔주세요.”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안경 너머로 눈물이 흘렀다. 해준의 머릿속에 오래전 집 복도가 떠올랐다. 태윤이 서린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어디에도 가지 말라고 말하던 모습.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엄마가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지 못했던 아버지. 어린 해준은 그때도 엄마가 웃다가 잠깐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지금 하윤의 어깨는 웃으며 참아 줄 수 있는 상태조차 아니었다. 해준의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그녀는 더 작게 웅크렸다. 그녀를 보호하겠다던 손이 어느 순간 하윤이 벗어나려는 바로 그 손이 되었다. 자신은 지금 벽 앞에 선 하윤을 붙들고 있었다. 사과하러 왔다면서 그녀의 거절을 듣지 않고, 자기가 이해받을 때까지 대화를 끝내지 않으려 했다. 기석의 손에서 구해 낸 사람의 어깨를 자신의 손으로 잡고 있다. 해준은 화상을 입은 듯 손을 떼었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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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값싼 기타

 이음이 교문을 나서자 비가 뺨에 닿았다. 검은 우산을 펴고 차가 기다리는 쪽으로 걸었다. 몇 걸음 뒤에서는 이동훈이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따라왔다.“차를 앞으로 가져오겠습니다.” 검은 세단을 보자 문득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해준이 떠난 뒤 집은 더 조용했다. 오늘도 아버지는 늦게 병원에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은 차에서 내려 누군가 열어 주는 문을 지나 방으로 올라가겠지. 이음은 걸음을 돌렸다. 얼마 전 도현에게 돌려준 편지와 해준이 집을 나가던 날의 표정이 떠올랐다. 오빠는 늘 자기가 고른 길에서 실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음에게는 역 건물 뒤편으로 몇 걸음 더 가는 일조차 처음이었다. 그 차이가 못 견디게 답답했다.“역 건물에서 잠깐 살 게 있어요. 차는 먼저 가요.”“대표님께서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오 분이면 돼요. 사람들 보는 데서 따라오지 말아 주세요.” 이동훈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음은 우산을 접고 역 건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화장품 매대와 젖은 우산을 든 사람들 사이를 지났다. 거울 기둥에 비친 이동훈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가려지는 순간, 반대쪽 출구로 빠졌다. 낯선 길을 혼자 걷는 데 손끝이 떨렸다. 겁이 났다. 동시에 목적지를 아버지가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했다. 건물 뒤로 나오자 철길을 따라 난 좁은 길이었다. 열차가 지나가며 비 내리는 거리의 소리를 잠시 지웠다. 이음은 달려 고가 아래로 들어갔다. 역 건물 안에서 접은 우산은 다시 펼치지 못한 채 손에 쥐고 있었다. 머리카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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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낡은 기타

“이거 입어. 감기 걸리겠다.” 기타 연주자가 입고 있던 회색 후드를 벗어 이음의 머리 위로 씌웠다. 천에 시야가 가려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여러 번 세탁해 보풀이 일어난 소매에 팔을 넣자, 조금 전까지 그 사람이 품고 있던 온기가 닿았다. 섬유유연제와 희미한 담배 냄새. 병실에서 맡던 소독약이나 아버지의 향수와는 전혀 달랐다. 셔츠는 이미 비에 젖어 피부에 붙어 있었다. 낡은 천은 매끈하지 않았고 안쪽 솔기도 조금 거칠었다. 그래도 이음은 한 번 더 소매를 당겼다. 자기 몸을 덮을 만큼 커서, 그 안에 있으면 잠시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사람은 후드를 내준 탓에 더 추워졌을 텐데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따뜻해.”“싼 옷이어도 바람은 잘 막아.” 그 사람은 자기 팔을 문지르며 접이식 의자에 다시 앉았다. 젖은 앞머리 아래로 가느다란 목덜미가 보였다. 이음은 후드 깃을 끌어당겼다.“여기서 자주 노래해?”“가끔. 기차가 지나간 뒤엔 소리가 잘 울리거든. 공주님이 올 만한 곳은 아니지만.”“공주님?”“신발만 봐도 알겠어. 내 기타를 몇 대나 살 수 있겠다.” 이음은 흙탕물이 묻은 로퍼를 내려다봤다. 하얗게 빛나던 가죽의 앞코엔 진흙이 말라붙었다. 이동훈이라면 곧바로 새 신발을 가져오겠다고 했을 것이다. 이음은 처음으로 닦지 않은 채 그냥 두고 싶어졌다. 이곳에 오기까지 직접 걸었다는 흔적이니까.“지금은 아무 소용도 없는 신발이야.” 기타 연주자가 웃으며 기타 줄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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