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준 오빠는 왔어요?” 이음이 묻자 오래 일한 가사관리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오늘도 밖에서 식사하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오빠의 방 앞을 지나며 이음은 발을 멈췄다. 한때 게임 소리와 서툰 기타 연습 소리가 새어 나오던 문은 이제 하루 종일 닫혀 있었다. 해준은 이 집이 숨 막힌다며 떠났다. 아버지의 걱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에 갇힐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음은 그 말이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아빠는 시험 점수도 생일도 잊지 않았다. 아플 때면 누구보다 빨리 침대 옆에 와 앉았다. 그런데 무언가 해 보고 싶다고 말할 때에는 먼저 위험한 이유가 돌아왔다. 오빠가 떠난 날, 자신의 방 문도 한층 무거워진 듯했다. 이음은 자기 방의 가족사진을 바라봤다. 엄마가 웃고, 오빠와 자신이 엄마 곁에 매달려 있었다. 아이들을 감싼 엄마의 왼손에는 아버지가 선물한 사파이어 반지가 빛났다. 사진 속 네 사람은 아무도 저날이 끝날 것을 알지 못했다. 엄마, 아빠는 나를 보고 있어. 그런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보다, 내가 다칠 수 있는 일부터 보는 것 같아. 아까 돌려준 편지가 떠올랐다. 편지를 쓴 도현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이음은 아버지가 엄마를 바라보듯, 자기 존재를 통째로 덮고 지배할 만큼 강한 열을 바랐다. 그런 바람이 두렵기도 했다. 사랑과 자신을 가두는 울타리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아직 분간할 수 없었다. 정작 아버지가 주는 관심은 행선지와 귀가 시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닿았다. 자정 무렵, 아래층에서 문이 열렸다. 이음이 방문을 조금 열자 태윤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밤바람과 병원 소독약 냄
Terakhir Diperbarui : 2026-10-25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