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안쪽 담 밑에 흙이 얼어서 발이 안 들어갔다.한경이 두루마리를 편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말아 놓았던 것이라 손을 놓으면 도로 말려서, 아래쪽을 신코로 눌러 놓고 위쪽을 두 손으로 잡았다.손끝이 식어서 종이가 손에 안 붙었다.문지기가 쪽문에서 두 걸음 물러나 창을 고쳐 잡았다."…아까 그것 말입니다.봉이 없어서 소인이 펴 봤습니다.""펴 보셨어요?""폈다가 도로 말았습니다.다음에는 봉을 해서 보내시라 이르십시오.봉이 없으면 소인이 봐야 하고, 보고 나면 소인도 적힙니다.""…예."소하가 쪽문 쪽으로 두 걸음 갔다가 도로 왔다."아! 저 알아요, 저.아까 나리께서 손을 이렇게 하셨거든요. 이렇게요.이게 그, 잘 지내시라는 거 아니에요?""어. 그건 나도 몰라.""아 그리고요, 제가 아까 문지기 어른한테 강 나리 오시면 알려 달라고 아뢰었더니, 그런 건 아뢰는 게 아니고 여쭙는 거라 하시던데요.그럼 저는 누구한테 여쭙고 누구한테 아뢰어요?"문지기가 창을 고쳐 잡다가 웃음을 터뜨렸고, 터뜨리고 나서 얼른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어른들은 다 아시나 봐요."두루마리 끝에 봉함을 떼어 낸 풀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떼어 낸 데는 종이 결이 일어나 보풀이 서 있었다.안에 열두 줄이 적혀 있었다.곳간에서 안 나온 약재 셋이 어느 날 어느 등록에서 빠졌는지 날짜만 있었고, 사람 이름은 한 자도 없었다.글씨가 누워 있었다.* * *태의원 서쪽 방에 자리가 셋 펴져 있었고 그중 둘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화로를 가운데 놓고 벼루를 그 전에 올려 두었는데, 먹이 얼어서 갈리지 않아 녹기를 기다리는 참이었다.늙은 서리가 벼루를 불 쪽으로 반 치 더 밀었다.벼루 바닥에서 딱 소리가 났다."어이쿠.""벼루를 불에 바로 올리면 갈라져요.물을 반쯤 붓고 그릇째 데우시면 돼요.""…예. 예. 그리하겠습니다."한경이 자리 끝에 앉았다."등록방에서 어제 본 장을 한 번 더 보고 싶은데요.""어느 장이시겠습니까.""넉
Terakhir Diperbarui : 2026-09-18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