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บทที่ 201 - บทที่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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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돌아본 자리

한경의 뒤꿈치가 돌 위에서 마저 돌아갔다.신코 하나가 아직 섬돌 아래를 보고 있었고, 도로 벗는 동안 섬돌 턱에 발바닥이 한 번 걸렸다.방 안에서 등이 하나 낮아졌다.태후는 아까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고, 상 위에 궁첩이 펴진 채로 있었다.한경이 문지방 앞에 서서 무릎을 굽혔다."…예.""물어도 된다.""…""이 방을 나가면 못 묻는다.나가서 물으면 그것은 나한테 묻는 것이 아니고 남한테 묻는 것이 되고, 남은 모르는 것도 대답을 지어내서 준다.지어낸 대답은 도로 물릴 데가 없어."열린 창으로 바람이 한 줄 들어와 등을 흔들었다.창이나 열지."창이 넷인데 하나만 열어 두셨던데요.밤에는 마주 보는 쪽으로 하나 더 여시면 돼요.한쪽만 트면 바람이 방을 돌다 말고 도로 나가거든요.마마 목이 자꾸 마르시잖아요."태후의 엄지가 호갑 안에서 한 번 멎었다."…너는 창 이야기를 하는구나. 창 이야기를.""예.""내가 열여섯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배운 것이 그것이다.물어서 될 일과 안 될 일을 가리는 것.그걸 가릴 줄 알기까지 넉 해가 걸렸고, 넉 해 동안 나는 남의 처소 앞에 열두 번 서 있었다.너는 배운 데도 없이 하는구나.""…""약재는 적어 내라 하였다.오늘 밤에 적어서 아침에 들여보내면 낮에 나온다.""몇 가지까지요.""세어 본 적이 없다.세어 볼 만큼 적어 낸 자가 여태 없었으니.""어. 그럼 일곱 적을게요.감초하고 생강은 그 방에 이미 있을 거고, 나머지 다섯은 곳간에서 꺼내야 돼요.그중에 둘은 오늘 밤에 적어 놔야 모레 아침에 손에 오고요.하루 걸리는 게 있고 이틀 걸리는 게 있거든요."태후가 한경을 한참 봤다."…너는 그 곳간을 아직 본 적이 없다.""뭐, 곳간은 다 같아요."태후가 상 위의 궁첩을 손바닥으로 밀어 제 앞으로 놓았다.마지막 장에 이름이 한 줄 앉아 있고, 그 아래로 빈 줄이 하나 더 있었다.호갑을 낀 손이 그 빈 줄 위에 얹혔다.손가락 넷이 줄을 다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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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문지방

태의원 앞마당에 사람이 여덟쯤 나와 있었다.여덟이 다 한경을 봤고, 여덟이 다 보고 나서 하던 것을 계속했다.한경이 마당 가운데에서 마루 쪽으로 두 걸음 옮겼다.옮기고 나서 아무도 비켜 주지 않아 도로 두 걸음 물러섰다.서 있는 동안 손끝이 식어서 소매 안으로 손을 넣었다.다들 눈은 좋네.늙은 어의가 마루 끝에서 내려왔다.종이를 팔 끝에 멀찍이 들고 있었고, 종이에 줄이 일곱 적혀 있었다."이걸 어젯밤에 들여보내셨다지요.""예.""일곱 가운데 둘은 저 방에 있습니다.감초하고 생강은 아침마다 달이는 것이라 늘 꺼내 놓습니다.나머지 다섯은 곳간에 있고요.""어. 그럼 다섯만 받으면 돼요.""자리는 있으십니다.다만 패가 아직 안 나왔습니다.""패는 어디서 나와요.""이름패입니다. 나무에 두 자를 새겨 허리에 찹니다.칙첩이 있어야 그 두 자를 새기고, 칙첩은 위에서 내립니다.위에서 언제 내리는지는 아래에서 모릅니다."* * *곳간 문이 반쯤 열려 있고 그 앞에 서리가 하나 앉아 있었다.문지방이 다른 문보다 한 뼘 높았고, 나무 턱이 사람 발에 닳아 가운데가 옴폭했다.한경이 종이를 내밀었다."어젯밤에 적어 낸 거예요. 일곱이요."서리가 종이를 받아 무릎 위에 놓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 읽었다."…받기는 받았습니다.어제 저녁에 위에서 내려왔습니다.""그럼 오늘 나오는 거고요.""패를 보여 주셔야 내드립니다."한경이 문 안쪽을 봤다.시렁이 넷이고 아래 두 칸에 자루가 차 있었다.고개를 기울여 위 칸을 보는 동안 한 발이 문지방 위로 올라갔다."아, 안 됩니다!"서리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발치의 됫박을 걷어찼고, 됫박이 마당 쪽으로 굴러가 섬돌에 닿고 멎었다.됫박은 왜 걷어차.한경이 발을 도로 내렸다.내리고 나서 문지방의 닳은 자리를 한 번 내려다봤다."높네요.""…예. 예. 여기가 제일 높습니다.태의원에서 이 문 하나만 그렇습니다.담을 두 번 넘어야 들어오는 물건이 여기 들어 있어서, 스무 해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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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부를 말

태의원 서쪽 마루에 볕이 반쯤 들어와 있었다.늙은 심약이 볕 가장자리에 앉아 소쿠리 둘을 놓고 약재를 고르고 있었고, 볕이 옮겨 가면 자리를 반 자씩 옮겨 앉았다.한경이 마루 끝에 앉아 있었다.사흘째 아침이었다.첫날에는 곳간 앞까지 갔고 이튿날에는 진찰방 문 앞까지 갔다가 도로 왔다.오늘은 마루에서 안 내려갔다.아침부터 지금까지 마당을 여섯이 지나갔다.여섯이 다 마루 앞에서 걸음을 반 박자 늦췄다가 그냥 갔고, 그중 둘은 늙은 심약에게 무어라 묻고 갔다.마루 안쪽에 문이 하나 닫혀 있었다.사흘 동안 그 문이 한 번도 안 열렸고, 문고리에 무명 끈이 한 번 감겨 있었다.늙은 심약이 감초 한 쪽을 손끝으로 부러뜨려 단면을 눈에 가까이 댔다."…이건 작년 것이군."궁녀가 하나 마당을 건너와 마루 아래에 섰다.한경 쪽을 보고 두 손을 모았다가, 모은 손을 내리고 늙은 심약 쪽을 봤다."저, 어른. 진찰방에 내일 사시에 사람이 하나 든다고 전하라 하였습니다.스물둘 난 아이입니다.""누구한테 전하라 하던가.""…""나한테 전하는 겐가.""…소인은 전하라는 데까지만 들었습니다.소인이 받은 말이 그것뿐이라, 소인이 여기 와서 누구 앞에 서야 하는지를 못 정하고 있습니다.""내일 사시요. 그 아이한테 아침 먹고 오라고 이르세요.빈속으로 오면 맥이 얕게 잡히거든요."궁녀가 그 말에 한경 쪽으로 반쯤 돌아섰다가, 두 손을 모으고 마당으로 도로 나갔다.* * *마당 저쪽에서 소하가 함지를 안고 뛰어왔다.뛰어오다가 섬돌 앞에서 함지를 놓쳤다가 무릎으로 받쳤다."부인!"소하가 제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막고 나서 손 안쪽에서 소리가 더 났다.약탕관 옆에 앉아 부채질을 하던 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마루 아래로 돌아오던 궁녀가 그 아이를 한 번 보고 저도 어깨가 흔들렸다.소하의 귀가 붉었다."그, 그게 아니라요.""천천히 해.""…저 어제 아침에 들어왔어요.완의국에 짐 들어가는 수레 뒤에 붙어서요.오어멈이 이레 치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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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 완의국 뒤뜰

완의국 뒤뜰로 드는 문이 낮았다.한경이 문지방을 넘으면서 고개를 숙였고, 숙인 채로 두 걸음 들어갔다.밤에는 여기 서 있지 말라던 뒤뜰이었다.우물이 가운데 있고 그 둘레에 여자가 예닐곱 앉아 있었다.빨랫돌이 넷이고 그 앞으로 물통이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뜰 바닥에 물이 흘러 다닌 자국이 여러 갈래로 나 있었고, 자국마다 가장자리가 희끗하게 말라 있었다.널판 위에 무명이 산더미로 얹혀 있었다.널판 밑에 앉은 아이가 옷가지를 한 아름씩 들어 옮기는데, 옮길 때마다 아이 어깨가 널판 턱에 걸렸다.널판 밑의 아이가 무명 더미를 들다가 한쪽을 흘렸다.한경이 그 끝을 잡아 올려 아이 팔 위에 도로 얹어 줬다."소인이 합니다.""같이 들면 한 번에 가."빨랫돌 앞에 앉은 늙은 여자가 한경 쪽으로 턱을 들었다."어, 새로 왔지.물통은 저 줄 끝에 대야 돼.앞에 세우면 앞엣것부터 가져가니까 아무리 기다려도 네 것에는 물이 안 차.그리고 두레박은 세 번까지만 내려.네 번째부터는 뒤에서 욕이 온다.여기는 욕을 먼저 하고 이름을 나중에 물어.""…예.""너 어디서 왔어.""…""아니, 됐다. 안 물을게.여기서 어디서 왔는지 말하면 그게 제일 먼저 도는 말이 돼."한경이 물통 하나를 들고 우물 쪽으로 갔다.줄 끝에 대라던 자리에 물통을 내려놓고, 그 옆에 서서 두레박 줄을 잡았다.두레박이 올라오는 동안 옆에서 누가 제 물통에 물을 옮겨 부었다.붓는 손이 한경의 물통 전에 한 번 닿았다.육설이었다.둘 다 손이 멎었다.육설이 먼저 물을 마저 부었고, 부으면서 고개를 제 물통 쪽으로 내렸다.한경이 두레박을 끌어 올렸다.두 번째로 올릴 때 줄이 손바닥에서 한 번 미끄러져서, 줄을 고쳐 쥐고 어깨로 당겼다.이거 하루에 몇 번을 하는 거야.* * *육설이 입은 것은 무명 적삼에 무명 치마였고, 소맷부리가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려져 있었다.물이 튀어 앞자락이 몸에 붙어 있었다.육설의 손등이 터 있었다.마디마다 금이 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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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보는 데까지

진찰방 문에 발이 하나 드리워 있었다.발 안쪽에 자리가 펴져 있고 상 위에 종이와 벼루가 놓여 있었다.종이에 적을 자리가 다섯 줄이었다.소하가 물그릇을 들고 들어와 상 옆에 놓았다.놓고 나서 발 밖으로 나가려다가 어깨가 발에 걸려 발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사시에 궁녀가 들어왔다.발을 걷다가 문지방에 신코가 걸려 한 번 휘청했고, 들어와서 두 손으로 치마 앞을 눌렀다."앉으시고 오른손 주세요.""예."한경이 손목을 잡았다.검지와 중지를 대고 한참 있었다.손목이 가늘고 뼈가 도드라졌다.손바닥 안쪽에 굳은살이 두 줄로 앉았고 그 사이가 갈라져 있었다.맥이 짚이는 자리가 얕아서 한경이 손가락을 반 마디 위로 옮겼다."손목이 언제부터 이래요.""예. 예. 이레쯤 됐습니다.""물일 하시죠.""예. 완의국에서 사흘, 어선방에 물 나르는 데서 나흘입니다.이레에 하루 쉬는데 그 하루도 제 빨래를 해야 해서 손 쉬는 날이 없습니다.그런데 이거 적히면 소인이 다른 데로 갑니까?다른 데로 가면 삯이 줄어서요.소인이 집에 달마다 두 냥을 보내는데 그게 끊기면 아우가 학당을 못 다닙니다.""…""어선방 물은 새벽에 나릅니다.첫 물이 제일 무거워서 셋이 같이 드는데, 셋이 들어도 한 번에 못 갑니다.그래서 문지방마다 한 번씩 내려놓고 다시 듭니다.손목은 드는 데서 상하는 게 아니라 내려놓을 때 상합니다.""…""소인이 말이 많습니다.여기 들어오면서 무릎이 떨려서요.""떨 거 없어요. 나도 여기 앉은 게 오늘이 처음이라서."발 밖에서 소하가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저, 의녀님. 밖에 사람 왔는데요.저 사람이 저더러 아씨 어디 계시냐고 묻길래 저는 여기 아씨 없다고 했거든요.근데 여기 아씨가 어디 있어요."발 안쪽에서 궁녀가 웃음을 터뜨렸다가 제 입을 막았다.막고 나서 낯이 붉어졌고, 붉어진 채로 두 손을 도로 치마 앞에 눌렀다."…소인이 웃을 자리가 아닌데.""웃어도 되는 자리예요."* * *한경이 손을 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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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적어 낸 것

곳간 앞에 자루가 나와 있었다.짐꾼 둘이 문지방 안쪽에서 자루를 들어 턱 너머로 넘겨 주면 밖에 선 아이가 받아 지게에 얹었다.문지방을 넘는 것은 자루뿐이었다.볕이 낮아서 곳간 처마 그림자가 마당 반을 덮었다.그림자 안쪽에 선 짐꾼들이 손을 소매에 넣었다 뺐다 했다.한경이 마당 가운데에 서서 그것을 셌다.지게가 태의원 서쪽 마루 앞에 서고, 아이가 자루를 마루에 부려 놓았다.서쪽 방 문은 닫혀 있었고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한경이 마루 앞에 앉아 자루 아가리를 하나씩 폈다.손을 넣어 한 줌씩 꺼내 손바닥에 굴려 봤다.백복령. 진피.둘이었다.소하가 지게 옆에 서서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했다."둘인데요. 어제 일곱이라고 하셨잖아요.""둘은 방에 있어.그러면 다섯이 와야 되는데.""…그럼 셋이 없네요.없는 걸 어떻게 해요?""곳간에 가서 물어봐야지.""물어보면 줘요?""안 주니까 물어보는 거야."* * *곳간 서리가 장부를 펴 놓고 있었다.한경이 마당을 도로 건너와 문 앞에 섰다."어. 둘만 왔는데요.""…예. 예. 다섯을 내보냈습니다.""제가 마루에서 폈어요.백복령하고 진피요."서리가 장부를 손바닥으로 눌러 돌려놓았다.다섯 줄에 다 표가 있었다."아니, 소인은 다섯을 다 내보냈습니다!여기 다섯이 다 그어져 있고, 그은 것은 소인 손입니다.나간 다음 것은 소인이 모릅니다!"서리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무릎으로 됫박 통을 밀었고, 통이 문지방 턱에 닿아 굴러갔다."…그럼 셋은 어디서 없어졌어."서리의 입이 벌어졌다가 다물렸다.마당에 있던 사람 서넛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한경이 소매 안에서 손을 고쳐 쥐었다."…제가 말이 짧았어요.셋이 어디서 빠졌는지 여쭤보는 거예요."* * *지게를 진 아이가 마당 끝에 서 있었다.한경이 그리로 가서 등태를 봤다.눌린 자국이 넷인데 그중 둘이 더 깊었다."오늘 몇 번 왔어.""두 번입니다. 근데 첫 번째 건 소인이 안 지고 갔습니다.소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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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붙여 준 셋

태의원 뒷방에 상이 하나 있고 그 위에 등이 놓여 있었다.저녁이라 창이 어둡고 방 안쪽 벽에 약장이 붙어 있었는데, 서랍 손잡이 스물 몇 개 가운데 셋만 놋빛이 닳아 있었다.여자 둘이 문지방 안쪽에 서 있다가 한경이 들어가자 두 손을 모았다."앉으세요."나이 든 쪽이 먼저 앉았다.앉을 때 한 손으로 무릎을 짚고 천천히 내려앉았다.젊은 쪽은 그 옆에 무릎을 붙이고 앉았다."소인은 약을 답니다.열두 해 달았습니다.손이 커서 첩을 못 싸니까 싸는 것은 저 아이가 합니다.""소인은 글을 조금 씁니다.받아 적는 것까지만 하고 지어 올리는 것은 못 합니다.""…""그리고 소인들은 태후 처소에서 왔습니다.열흘에 한 번 가서 아뢰고 옵니다.아뢰는 것은 의녀님이 하루에 무엇을 하셨는지입니다.이건 처음에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고맙네요. 안 말해 줬으면 열흘 뒤에 알았을 텐데."젊은 쪽의 낯이 붉어졌다.나이 든 쪽은 눈을 안 내렸다.열흘에 한 번이면 오늘 것은 아흐레 뒤에 가겠네."두 분은 뭐라고 부르면 돼요.""…태후 처소에서 부르던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큰 사람, 작은 사람입니다.""그건 이름이 아니잖아요.""예. 이름은 아닙니다."한경이 약장 앞으로 가서 서랍 하나를 열었다가 닫았다."약 다는 건 그대로 하시고, 첩 싸는 건 저녁으로 옮기세요.낮에는 손이 하루 종일 안 쉬어서 저녁에 싸면 열 첩 쌀 걸 열두 첩 싸요.그리고 열흘에 한 번 가서 아뢸 때, 제가 오늘 무엇을 물었는지까지 같이 적으세요.빼고 적으면 나중에 두 분이 곤란해져요."나이 든 쪽이 무릎에 얹었던 손을 고쳐 놓았다."…그리 적으면 소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저쪽에서 다 압니다.""알아야죠. 뭘 숨겼다고 하면 그때부터 적히는 건 두 분이거든요."* * *소하가 문 밖에서 종이를 들고 들어왔다."아니, 의녀님. 이거 아까 그 상궁고고가 주고 가셨는데요, 저더러 이걸 어디다 봉하라고 하셔서 소인이 봉했다고 했거든요.근데 봉하는 게 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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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왼손

마당에 볕이 아직 안 들어와서 섬돌 위가 희끗했다.아침에 태의원 앞마당에 상궁이 하나 들어왔다.태후 처소에서 왔고, 소매 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두 손으로 폈다.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하던 것을 놓고 물러섰다.약탕관 옆에 앉았던 아이가 부채를 무릎에 내려놓았다.상궁이 입은 것은 짙은 남색 명주 겹치마에 옥색 겹적삼였고, 소맷부리 안으로 흰 동정이 한 겹 더 있었다.마당에 선 사람들 옷은 다 무명이었다.한경은 흰 명주 겹적삼을 입고 있었다.깃에도 소맷부리에도 선이 없어서 어느 집에서 지은 것인지가 안 나왔다."셋째 자리를 정하여 내리셨습니다.""예.""탁순이라 합니다.태의원 심약으로 여섯 해 되었고, 다음 달 초하루부터 의녀님 아래로 붙습니다."한경이 종이 쪽으로 눈을 내렸다가 도로 들었다."어. 또 있죠.""예. 한 손을 못 쓰는 자는 태의원에 들이지 않는다는 줄이 있습니다.그래서 말씀하신 사람은 못 옵니다."한경이 숨을 한 번 삼켰다.그 손으로 인은 여섯 해를 찍었는데.* * *"소인이 여쭙지 않은 것까지 아뢰라 하셨습니다.""…""약을 짓는 손이 하나면 저울을 못 잡습니다.저울을 못 잡으면 남이 잡아 주고, 남이 잡아 준 저울로 지은 약에 인은 그 사람 이름으로 찍힙니다.그 약을 먹고 사람이 잘못되면 불려 나오는 것은 인을 찍은 사람입니다.그 줄은 그 사람을 지키자고 있는 줄입니다.""저울은 제가 잡을게요.첩 싸는 것도 제가 하고요.그 사람은 보고 적기만 해도 돼요.그 손은 여섯 해 동안 남의 문서에 인을 찍은 손이라 저보다 눈이 밝거든요.저는 지은 걸 보고 아는데 그 사람은 짓기 전에 알아요.그리고 인은 그 사람 이름으로 안 찍고 제 이름으로 찍을게요.잘못되면 저를 부르세요.""…의녀님 이름은 아직 패에도 없습니다.""그러니까 딱 좋잖아요.없는 이름은 지울 것도 없고요.""저, 소인은 방금 것을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늙은 어의가 마루 쪽으로 반 걸음 물러섰다."…규정에 그 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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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넉 달 전

등록방 문지방은 낮았다.태의원에서 제일 낮은 문지방이었고, 그래서 상자를 지고 드나드는 데 걸리는 것이 없었다.방에 화로가 없었다.상자 사이로 든 볕이 먼지를 세워 놓았다.방 안에 상자가 벽을 따라 세 줄로 쌓여 있었다.늙은 서리가 셋째 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래 칸을 뒤지고 있었다."셋째 칸이라 하셨다고요.""예. 어제 마당에서 상궁고고가 그러시던데요.""그, 그러셨습니까."늙은 서리가 무릎걸음으로 반 자 옆으로 갔다.갔다가 도로 왔다."그, 셋째 칸은 넉 달째 아무도 안 열었습니다.여기는 넣기만 하고 안 꺼내는 데라서요."늙은 서리가 상자를 끌어냈다.끌어내다가 위에 얹혀 있던 것을 같이 끌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뚜껑이 열리고 종이를 마루에 쏟았다."아이고. 아이고, 이거를.""어. 제가 주울게요.""놔두십시오. 놔두시고요.이건 순서가 있어서 소인이 놔야 합니다.소인 말고는 아무도 이 순서를 모릅니다.그게 이 방의 하나뿐인 좋은 점입니다."늙은 서리가 종이를 한 장씩 집어 무릎에 쌓았다.다 쌓고 나서 일어서는데 허리를 두 번에 폈다."상자는 아래 칸부터 채우세요.위에 얹으면 꺼낼 때마다 위엣것이 먼저 떨어지거든요.그리고 셋째 줄은 벽에서 한 자 떼시고요.벽에 붙여 놓으면 겨울에 벽 쪽 종이부터 상해요.상한 건 어른이 순서를 아셔도 못 읽어요."늙은 서리가 한경을 봤다."…한 자를 떼면 이 방에 상자가 두 줄밖에 안 들어갑니다.""그럼 한 줄은 버리셔야죠.""버리는 자리가 여기 아닙니다.여기는 넣기만 하는 데라고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늙은 서리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웃다가 기침을 하고, 기침을 하고 나서 무릎을 손바닥으로 짚고 도로 앉았다.* * *상자 안에 두꺼운 등록이 하나 들어 있었다.늙은 서리가 그것을 상 위에 놓고 뒤에서부터 넘겼다."태의원에 사람 들이는 줄은 여기 다 있습니다.스물넉 줄에 하나씩 적습니다.한 장에 스물넉 줄, 그게 여기 법입니다."한경이 상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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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 문 하나

궁 서문 쪽문이 사람 하나 지날 만큼 열려 있었다.문지기 둘이 그 앞에 서 있었고, 문지방 아래로 문 그림자가 안쪽 흙에 금을 하나 그어 놓았다.한경이 그 금 안쪽에 섰다.문 밖은 마른 흙길이고 길 건너에 나무가 셋 있었는데,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 사이로 성벽 아랫도리가 보였다.문 밖에 강목이 서 있었다.관복이었고, 왼팔을 몸에 붙이고 오른손에 종이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다."…나리.""예. 예."문지기 하나가 두 사람 사이로 반 걸음 들어와 문 밖과 안을 번갈아 봤다."소신이 오늘 아침에 태의원 패를 도로 냈습니다.새 패는 문서고에서 나오는데 아직 안 나왔습니다.패가 없으면 이 문을 못 듭니다.""저도 아직이에요."관복 왼쪽 소매가 팔목에서 두 번 접혀 있었다.접은 자리가 눌려 자국이 났는데 오른쪽 소매는 안 접혀 있었다.한경이 제 흰 명주 겹적삼 소매를 손등 위로 내렸다.강목이 고개를 조금 숙였다.숙이고 나서 두루마리를 오른손에서 왼팔로 옮겨 안았다.한 번에 안 되어서 두 번에 나눠 안았다.* * *"소신이 여쭐 것이 있어 왔습니다.""…""…아닙니다. 여쭐 것이 아니라 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강목이 두루마리를 문지기에게 내밀었다."석 달 치입니다.열이레부터 그제까지고요.곳간 출납을 옮겨 적었습니다.옮겨 적은 것이라 아래에 인이 없습니다.인이 없는 종이는 문서가 아니고, 문서가 아니면 문지기가 들여보내도 적히지 않습니다."문지기가 두루마리를 받아 들었다.받아서 문지방을 넘어 들어와 한경에게 내밀었다."소신이 볼 수 있는 데까지만 적었습니다."소하가 회랑 쪽에서 뛰어왔다.문지기 옆을 지나 쪽문 앞까지 가서 목을 뺐다."나리! 나리 손 어떠세요!요새 비 왔잖아요!"문지기 둘이 다 소하를 봤다.소하가 그 눈을 보고 두 걸음 물러섰다가, 물러선 자리에서 또 소리를 냈다."비 오면 굳는다면서요!"강목의 귀가 붉었다."…예. 예. 소인은 성합니다."문지기 하나가 웃음을 참다가 못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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