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가 익어 가지 끝이 처져 있었다.한경이 나무 아래에서 두 손을 모으는 동안 떨어진 열매 몇이 돌길 위에 뭉개져 단내를 올렸고, 후원 담 안쪽에 그 냄새가 고여 있었다.오늘 입은 것은 옥색 모시 적삼에 쪽빛 치마였고, 끝동과 옷끈만 짙은 남빛으로 둘렀다.머리에는 나무 비녀 하나만 꽂았고, 장식이 없어서 볕에 되비치는 데가 없었다.앞에 선 사람의 소매가 손목 위로 한 뼘 남아 있었다."골랐느냐.""못 고르겠던데요.""…""사람은 못 골라요.뭐, 물건 고르는 것도 아니고요.고르려면 그 사람이 얼마짜리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되잖아요.저는 값 매기는 건 잘하거든요.그래서 안 골랐어요."잎이 흔들리자 볕이 그의 손등에서 물러났다."짐이 그날 그 말을 한 것을 뉘우쳤다."한경이 고개를 조금 들었다가 도로 내렸다."어선방에서 그대에게 무엇을 물은 자가 있느냐.""아무도 안 물었어요.""…""열흘 사이에 물은 자가 없느냐.""없었다니까요. 아무도요.""…달걀은.""열흘째 잡숫고 계시죠. 하루에 둘씩요.파는 안 드셨고요.국에 뜬 걸 젓가락으로 밀어 놓으셨다면서요.""…짐이 파를 싫어한다.""싫어하셔도 드셔야죠.""…""아 맞다. 마늘은 생으로 드시지 마시고요.구워서 드셔야 돼요.""…""살구 떨어진 건 안 주우시나 봐요.""…""밟으면 신에 다 묻는데요."* * *회랑 끝에서 발소리가 났다.마당으로 내려서던 사람이 섬돌을 헛디뎠고, 신 한 짝이 벗겨져 돌길 위로 굴러갔다.사내가 벗겨진 신을 도로 신지 않고 그 자리에 엎드렸다.무명 적삼에 소매를 걷어붙였는데, 걷은 자리 아래로 마른 물때가 팔뚝에 허옇게 앉아 있었다."소, 소인은 궁의 나무를 패고 물을 긷습니다.""누가 보냈느냐.""아무도 아니 보냈습니다.""…""…그저께 밤에 혼자 왔다가 돌아갔습니다.아니, 그끄저께입니다.어제도 왔다가 돌아갔습니다.오늘은 안 돌아가려고 왔습니다."한경이 두 걸음 다가가 그 손을 들여다봤다.벤 자리가 손바닥을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06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