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한경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이 몸은 원래 잠이 많은 몸이었는데, 안에 든 사람이 잠을 잊은 것이었다.문밖에서는 초하가 자고 있었다.명주가 시집올 때 친정에서 따라온 아이로, 열두 해 동안 명주의 옷을 개고 머리를 빗기고, 밤이면 문지방 너머에 요를 깔았다.문지방 너머에서 고른 숨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명주의 기억 속에서 이 아이는 시월의 젖은 마당에 이마를 박고, 아가씨가 시키셨습니다, 하고 말했다.그날 밤부터 문밖 자리가 비었고, 명주는 그 아이가 왜 그랬는지 끝까지 알지 못했다.그녀는 그 왜를 오늘 밤 반드시 알아낼 생각이었다.사경이 가까워지자 숨소리가 달라졌다.자는 숨에서 깨어 있는 숨으로, 그리고 깨어 있으면서 자는 척하는 숨으로 바뀌었다.요가 접히는 소리가 아주 작게 났고, 먹 가는 소리가 이어졌다.먹은 오래 갈지 않았고, 붓이 종이를 짧게 여러 줄 긁었다.한경은 이불 속에서 숨을 죽이고 그 줄을 세었는데, 다섯 줄, 여섯 줄이었다.붓이 멎고 종이가 접히고, 발소리가 문 앞을 조심스럽게 떠났다.그녀는 소리 없이 덧신을 꿰고 어깨에 짙은 피풍을 걸친 뒤 문을 조금 열었다.회랑 끝에서 초하의 등이 꺾여 사라졌다.뒤뜰 쪽이었고, 뒤뜰 끝에는 뒷문이 있었으며, 뒷문 밖에는 그제 밤 젖은 신이 올라온 물길이 있었다.---새벽의 물은 먹을 풀어 놓은 듯 검었다.물안개가 수면에서 한 자쯤 떠 있었으며, 그 안개 속에 작은 배 하나가 소리 없이 와 닿아 있었다.노를 쥔 늙은 사내는 삿갓을 깊이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초하가 섬돌을 내려가 접은 종이를 내밀었다.사내가 받아 품에 넣고, 대신 무엇을 초하의 손에 쥐여 주었다.초하는 그것을 받아 쥐고 오래, 아주 오래 고개를 숙였으며, 그 모습은 무엇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빌고 있는 사람 같았다.배가 물안개 속으로 미끄러져 나갔다.한경은 뒷문 기둥 그늘에서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사내의 삿갓 끈을 보고 있었다.끈을 묶은 매듭이 눈에 익었다.명주가 어릴
Last Updated : 2026-08-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