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은 마루로 나왔다.해가 벌써 높았다.마당에는 차일 셋이 다 올라가 그늘이 마당 절반을 덮었고, 그 그늘 안에서 사람들이 부지런히 상을 놓고 있었다.상마다 그릇이 다섯, 그릇마다 뚜껑이 덮였다.섬돌 앞에 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앞이 뾰족하고 코에 수를 놓은 것.한경은 신을 꿰고 마당으로 내려섰다.물을 뿌린 지 얼마 안 된 흙이 촉촉하게 젖어, 발을 옮길 때마다 신 밑에서 자박자박 소리가 났다.세 걸음쯤 갔을까, 옆에서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치맛단을 걷어 올리려는 손이었다.한경은 걸음을 멈췄다."부인, 흙이 묻습니다.""괜찮아."한경이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며 살짝 웃어 보이자, 곁에 있던 하인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고개를 더 깊이 조아렸다.치맛단을 쥐려던 손도 슬그머니 물러갔다.한경은 다시 걸었다.상 사이를 지나 차일 아래를 통과해, 뒤뜰 쪽으로.지나가는 자리마다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멈춰 서서 허리를 굽혔고, 굽힌 채로 발끝만 내려다보았다.뒤뜰 담 아래에는 독이 여섯 개 늘어서 있었다.크기가 제각각인데 제일 큰 것은 사람 키만 했다.그 앞에서 걸음이 멎었다.멎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손이 저려 왔다. 손끝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목으로.목이 좁아지고 숨이 짧아졌다.짧아진 숨 그대로 한동안 서 있었다.독 뚜껑이 하나 열려 있고, 안에는 장이 담겨 있었다.한경은 안을 들여다봤다.간장이었다. 검은 표면에 기름이 자르르 돌고, 그 위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파리가 날아갔다.숨이 돌아왔다."부인."한경은 돌아섰다.육정이 서 있었다.키가 크고 목이 긴 사내였다.회색 옷의 깃이 높았고 그 위로 목젖이 드러났다.흰 편인 얼굴에 눈이 깊고 눈썹 사이가 좁았으며, 입술은 얇고 아래턱 선이 곧게 떨어졌다.왼쪽 광대 위에는 어릴 때 생긴 듯 이제는 살에 묻혀 버린, 아주 작은 흉이 하나 있었다.그가 이쪽을 바라봤다."어인 일로 여기까지.""걸었어요.""…걸으셨소
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