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Bab 11 - Bab 20

215 Bab

11화 독

쿵, 쿵.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장독들이 낮게 울었다.명주가 낮은 문을 밀자 뒤뜰에 사내 넷이 서 있었다.육가의 옷을 입지 않은 자들이었다.우물가에 있던 하녀가 행주를 떨어뜨렸고, 부엌 뒷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문지방을 넘어온 바람 끝이 아직 찬 삼월이었다."나오시오."명주는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방 안을 한 번 돌아보았다.아침에 들어온 찬밥 덩이가 문지방 안쪽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그녀는 문턱에 앉아 신을 신었다.사내 하나가 곁으로 다가왔다.명주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팔이 등 뒤로 꺾였고, 무릎이 흙바닥에 쿵 부딪혔다.누군가 안채 쪽으로 달려가다가 다른 사내에게 붙들렸다.가늘고 낯선 비명이 뒤뜰을 찢었다.사내들이 눈짓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이 양팔을 잡았고, 한 사람이 턱을 들었다.마지막 사람이 작은 병의 마개를 뽑았다.병의 아가리에 맺힌 검은 물이 햇빛을 받아 잠깐 붉게 빛났다.사내가 명주의 입을 눌러 열었다.검은 물이 목을 타고 흘러들자 목 안이 불덩어리를 삼킨 것처럼 뜨거웠다.기침이 나올 것 같았으나 이내 사내의 손이 입을 막았다.삼키지 않으려 발버둥 칠수록 약은 더 깊이 넘어갔다.얼마 뒤부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누군가 명주의 흐트러진 머리에서 백옥 비녀를 뽑아 제 소매에 넣었다.명주는 뒷광으로 옮겨졌다.흙바닥에서 겨 냄새가 났다.문이 닫히자 빛은 문틈 한 줄만 남았다.여러 손이 어깨를 눌렀다.무릎 위에도 사람의 무게가 실렸다.처음은 다리였다.몸 한쪽 끝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아 정수리까지 꿰뚫었다.명주는 비명을 질렀다.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벌어진 입으로 숨만 새어 나갔고, 눌린 팔다리가 퍼덕이다가 하나씩 조용해졌다.살 지지는 냄새가 겨 냄새를 덮었다.사내들은 말이 없었다.일 사이사이 숫돌 가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났다.마지막까지 남겨 둔 것은 눈이었다.명주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천장의 들보였다.들보에 앉은 먼지가 문틈 빛을 받아 희게 일어서 있었다.그다음은 계속 밤이었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6
Baca selengkapnya

12화 밝은구슬

독 위로 모르는 얼굴이 나타났다.명주의 얼굴이 기척을 따라 들렸다.사내는 안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뚜껑."다른 사내가 나무판을 마주 들었다.서까래와 입구 사이로 지나가던 빛이 절반으로 잘렸다.명주가 몸을 움직였다.마른 어깨가 독 벽에 쓸리며 사각, 소리를 냈다.나무판이 독 가장자리에 닿았다.쿵.빛이 가느다란 틈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다.바깥에서 새끼줄이 감겼다.젖은 볏짚이 옹기를 긁는 소리가 독 안을 웅웅 맴돌았다.줄이 한 바퀴 돌 때마다, 매듭을 잡아당길 때마다, 나무판이 조금씩 내려앉았다."진흙 가져오시오."누군가 뛰어나갔다.남은 틈으로 빛이 한 줄기 비껴들었고, 먼지가 그 안에서 반짝이며 천천히 떠다녔다.틈으로 드는 바람이 명주의 정수리에 닿았다 말았다 했다.밖에서 진흙 이기는 소리가 철벅철벅 났다.사내 하나가 손바닥으로 독의 입구를 둘러 바르기 시작했다.손이 한 번씩 빛을 가릴 때마다 안이 캄캄해졌다가 다시 밝아졌다.틈이 점점 짧아졌다.바람이 가늘어졌다.마당에서는 사람들이 저녁 준비를 했다.우물에서 두레박이 오르내리고 부엌에서는 도마가 울렸다.어린 하인이 빈 소쿠리를 들고 광 앞을 뛰어갔다.담장 너머로 장사꾼의 느린 외침이 지나갔다.육정은 서재 마루에 앉아 있었다.찻잔은 한 번도 들리지 않은 채 식었다.맞은편 방석은 비어 있었다.광 쪽에서 무딘 소리가 한 번씩 건너올 때마다 찻물 위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진흙 바르는 소리가 멎었다.마지막 틈이 닫혔다.명주는 잠들지 않았다.잠들면 깨지 못할 것 같았다.다만 아직 남은 것이 하나 있었다.물어봐 주시면 대답할 수 있었는데.숨이 얕아졌다.어둠 속에서 술 냄새가 짙어졌다.시고 달고 마른 냄새가 입안까지 차올랐다.명주는 뺨을 독 벽에 기대었다.옹기의 거친 면이 차가웠다.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이름이었다.명주.밝은 구슬.아버지가 갓난아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지어 준 이름.작은 머리가 손바닥 밖으로 굴러떨어질까 두 손을 겹쳐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6
Baca selengkapnya

13화 유월초닷새

입에서 나온 소리는 짧았다."……아."한 음절이었는데도 알 수 있었다.물기가 어린, 나긋나긋하고 맑은 목소리.한경의 것이 아니었다.평생을 쓴 제 목소리는 이보다 낮고 건조했다.한경은 저도 모르게 제 목을 짚었다.가늘었다. 낯선 손가락에 낯선 목이 잡혔다.다른 사람이 되어 깨어났다는 것을, 머리보다 살갗이 먼저 알았다.그리고 기억이 쏟아졌다.가마를 타고 이 집 중문을 처음 넘던 날.아침마다 동경 앞에 앉으면 등 뒤에서 스물여덟 번 내려가던 빗.코에 대 보아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던 소매.차일 셋 아래 그늘에 앉아 있던 연회.그리고 그날 밤 중문으로 들어오던, 신이 젖은 여자아이.문틈으로 새어 나오던 불빛과 바닥의 연둣빛."그 아이가 부인을 언니라 부를 것이오." 서랍마다 하나씩 붙어 가던 종이.빗에 감겨 뽑히던 머리카락.서재 앞 섬돌에서 새운 밤. "약을……누가 옥에 약을 넣어 드렸다 하옵니다." 족보 위에 가로로 두 번 그어지던 먹줄.장독들 옆 쪽방의 찬밥 한 덩이.쿵, 쿵. 사내 넷. 검은 물.뒷광. 처음은 다리였다.들보.독."언니는 눈이 제일 고왔잖아요."뚜껑.어둠.그리고 어둠 속에서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이름. 명주. 밝은 구슬.아버지가 손바닥에 올려놓고 지어 준.정신이 들었을 때 한경은 방바닥에 두 손을 짚고 있었다.숨이 가빴다.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남의 십 년이, 남의 죽음까지가 한꺼번에 지나간 자리였다.한경은 제가 짚고 있는 두 손을 내려다봤다.희고 작은 손이 열 손가락 그대로 붙어 있었다.방금 그 기억의 끝에는 없던 것들이었다.밖에서는 여전히 왁자한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뒤뜰까지 상을 내라는 외침, 씻어 놓은 술독, 신부 단장을 서두르라는 말.그 소리들을 기억 속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차일 셋이 서던 연회 — 그날 밤, 젖은 신의 아이가 중문을 넘어 들어왔다.오늘이 그날이었다.죽음에서 아홉 달을 거슬러, 모든 것이 시작된 아침에 와 있었다.코끝으로 단내가 스몄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14화 간장

한경은 마루로 나왔다.해가 벌써 높았다.마당에는 차일 셋이 다 올라가 그늘이 마당 절반을 덮었고, 그 그늘 안에서 사람들이 부지런히 상을 놓고 있었다.상마다 그릇이 다섯, 그릇마다 뚜껑이 덮였다.섬돌 앞에 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앞이 뾰족하고 코에 수를 놓은 것.한경은 신을 꿰고 마당으로 내려섰다.물을 뿌린 지 얼마 안 된 흙이 촉촉하게 젖어, 발을 옮길 때마다 신 밑에서 자박자박 소리가 났다.세 걸음쯤 갔을까, 옆에서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치맛단을 걷어 올리려는 손이었다.한경은 걸음을 멈췄다."부인, 흙이 묻습니다.""괜찮아."한경이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며 살짝 웃어 보이자, 곁에 있던 하인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고개를 더 깊이 조아렸다.치맛단을 쥐려던 손도 슬그머니 물러갔다.한경은 다시 걸었다.상 사이를 지나 차일 아래를 통과해, 뒤뜰 쪽으로.지나가는 자리마다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멈춰 서서 허리를 굽혔고, 굽힌 채로 발끝만 내려다보았다.뒤뜰 담 아래에는 독이 여섯 개 늘어서 있었다.크기가 제각각인데 제일 큰 것은 사람 키만 했다.그 앞에서 걸음이 멎었다.멎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손이 저려 왔다. 손끝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목으로.목이 좁아지고 숨이 짧아졌다.짧아진 숨 그대로 한동안 서 있었다.독 뚜껑이 하나 열려 있고, 안에는 장이 담겨 있었다.한경은 안을 들여다봤다.간장이었다. 검은 표면에 기름이 자르르 돌고, 그 위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파리가 날아갔다.숨이 돌아왔다."부인."한경은 돌아섰다.육정이 서 있었다.키가 크고 목이 긴 사내였다.회색 옷의 깃이 높았고 그 위로 목젖이 드러났다.흰 편인 얼굴에 눈이 깊고 눈썹 사이가 좁았으며, 입술은 얇고 아래턱 선이 곧게 떨어졌다.왼쪽 광대 위에는 어릴 때 생긴 듯 이제는 살에 묻혀 버린, 아주 작은 흉이 하나 있었다.그가 이쪽을 바라봤다."어인 일로 여기까지.""걸었어요.""…걸으셨소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15화 인사

여자 셋이 들어와 방에 자리를 깔고, 방석을 놓고, 물러갔다.물러가면서 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닫으라는 말을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한경은 그냥 두었다.반쯤 열린 문으로 마루가 내다보였고, 마루 끝에는 여자 둘이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그 등이 이쪽으로 슬쩍 기울어 있었다.서란이 들어왔다.새 옷이었다. 옥색 적삼에 잿빛 치마.어제 젖어 있던 것과 달랐다.머리는 뒤로 넘겨 하나로 묶었는데 매듭이 단정했다.서란이 두 손을 이마에 대고 허리를 굽혀,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절을 올렸다.그 숙인 정수리를 내려다보는 사이, 명치 아래가 천천히 데워졌다. 반가움이었다.이 몸은 저 아이를 반기고 있었다.한경은 그 온기를 가만히 눌러 두었다.서란이 일어나 앉았다.일어나면서 그 눈이 부인의 얼굴을 아주 잠깐 스쳤다.푸른 기가 돌 만큼 차고 희다고들 하던 낯이었다.그런데 그 흰 빛 위로, 볕이 남기고 간 듯한 붉은 기가 양 볼에 옅게 돌고 있었다.서란의 시선이 반 박자 늦게 떨어졌다."서란이라 하옵니다."목소리가 낮았다. 열대여섯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였다."그래."한경은 그렇게만 답하고 반쯤 열린 문 너머로 눈을 두었다.마루 끝의 두 여자가 급히 등을 바로 세웠다.방이 조용해졌다.서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 아래 마을에서 왔습니다.""응.""뱃길을 몰라, 나흘을 걸어서요."어제 그 아이의 신에서는 물이 났다.소반 모서리에 파리가 한 마리 내려앉았다.한경의 눈이 그리로 옮겨 갔다."겨울에는 빨래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손이…… 이렇습니다."서란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한경은 파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파리가 앞다리를 비볐다.서란의 눈이 한 번 올라왔다가 곧 내려갔다.내민 손도 슬그머니 무릎 위로 돌아갔다.오른손이 왼손을 감쌌다."…부인.""응.""소인이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아직 모르겠어.""예?""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내가 아직 몰라서."한경이 그제야 서란 쪽으로 고개를 돌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16화 향낭

"어멈."마당을 건너던 여자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흰 적삼에 검은 치마.오십은 넘었고 머리가 반쯤 셌다.왼쪽 눈꺼풀이 오른쪽보다 조금 처진 얼굴이었다."예, 부인.""이 소매에 향낭 넣는 게 어멈이야?""예.""뭘 넣어?""백단에 매화, 연옥화를 조금 섞습니다."여자가 답하고는 웃음기를 살짝 보탰다."연옥화를 넣으면 살빛이 맑아진답니다.부인 살결이 고우신 게 다 그 덕이지요.""매일 갈아?""이레에 한 번이면 되는데, 부인께서 향이 옅어지는 걸 싫어하셔서 매일 갑니다.""내가 싫어한대?"여자가 눈을 들었다."…예전에 그리 말씀하셨습니다.""언제.""오래되었습니다."바람이 지나가고, 여자의 치맛단이 한 번 들렸다가 내려앉았다."오늘부터 갈지 마.""예?""넣지 마."여자의 손이 앞섶으로 올라갔다."부인, 향이 옅어지면 나리께서——""나리가 뭐라시는데.""아니, 그런 게 아니라."여자가 말을 삼켰다."소인이 무슨 잘못을 하였습니까.""아니야.""부인.""어멈."여자가 입을 다물었다."쉬어. 매일 만들 게 없으면 손이 편하지."여자는 그 자리에 선 채 앞섶을 쥔 손을 놓지 않았다.한경은 돌아서서 걸었다.세 걸음쯤 갔을 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부인."돌아보니 여자가 아까 그대로 서 있었다."…향낭을 어디 두었느냐고 물으실 줄 알았습니다.""어디 뒀는데.""부인 장 아래 서랍입니다.""그래."한경은 그것으로 끝냈다.방으로 돌아와 소매에서 향낭을 꺼냈다.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옅은 자색 비단에 매듭이 위로 두 번 감긴 것이었다.코에 대자 백단과 매화 냄새가 났다.혀에 대 보려다 손을 내렸다.여기서는 태울 불도, 녹여 볼 그릇도 마땅치 않았다.한경은 향낭을 소반에 던져 두고 일어났다.장 아래 서랍을 열자 향낭이 가득했다.서랍 바닥이 안 보일 만큼.한경은 전부 꺼내 소반에 부렸다.소반이 좁아 절반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그 위에 물그릇을 기울였다.비단이 젖고 매화 꽃잎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17화 밤

낮에 물을 부은 자리는 말랐는데 백단 냄새만 방에 남아 있었다.걸레질을 두 번 했는데도 남았다.창을 열어 두었더니 밤에는 마당 흙냄새가 그 위에 얹혔다.그날 밤에 육정이 왔다.문 앞에서 소리가 났다.발소리가 아니라 옷자락이 문설주에 스치는 소리."부인.""드세요."문이 열렸다.그가 문지방 안쪽에 섰다.한 발만 들여놓고 섰다.문지방 안쪽 발과 바깥쪽 발이 한참 그대로 있었다.옷이 낮과 달랐다.겉옷을 벗고 속적삼 위에 얇은 것을 걸쳤다.소매를 걷어 팔목이 나와 있었다.팔목에 힘줄이 두 개 섰다.머리를 풀었다. 어깨 아래로 내려온 머리가 한쪽으로 넘어가 있었다.먹 냄새가 나지 않았다.씻고 온 사람의 냄새가 났다."아직 안 자셨소.""예.""불을 켜 두셨더군.""예."그가 문지방에서 발을 옮기지 않았다."오늘 어멈을 부르셨다 들었소.""불렀어요.""무슨 일로.""향낭 갈지 말라고 했어요."그의 눈썹 사이가 좁아졌다."어인 일로.""향이 무거워서요.""…십 년을 쓰셨는데.""오늘 무거웠어요."그가 이쪽을 봤다.보는 눈이 길었다.방 안에 촛불이 하나였다.그 불이 그의 얼굴 왼쪽에만 닿았다.닿은 데는 밝고 안 닿은 데는 검었다.두 색 사이에 선이 없었다.십 년 동안 이 방의 촛불은 늘 하나였다고, 이 몸이 알고 있었다."부인.""예.""오늘 낮에."거기서 끊겼다.옷자락 아래에서 손이 오므라들었다."낮에 뭐요.""…독 앞에 서 계셨다 들었소.""장을 봤어요.""장을.""파리가 앉아 있길래요."그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웃었다.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 한쪽만 조금 올렸다가 내렸다.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얼굴 같았다.그가 문지방을 넘었다.두 걸음 들어와 멈췄다.자리에서 세 자쯤 되는 거리.거기서 더 오지 않았다."부인.""예.""내가 여기 앉아도 되겠소.""앉으세요."그가 앉았다. 무릎을 세우지 않고 정좌했다.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앉아서 아무 말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18화 문안

대부인의 방은 안채 동쪽에 있었다.아침마다 그 방에 사람이 모였다.명주가 십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갔고, 가서 절을 하고 앉아 있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문 앞에 신이 넷 놓여 있었다.들어갔다.대부인이 상석에 앉아 있었다. 예순쯤.살이 없고 등이 곧았다.머리를 단정히 올려 옥비녀 하나만 꽂았다.손에 염주를 쥐었는데 알이 굵고 색이 닳아 흰 데가 있었다.왼쪽에 여자 둘이 앉았다.앞쪽이 육설. 서른 남짓.눈매가 육정과 닮았고 입이 그보다 작았다.자색 적삼에 금박을 놓은 것을 입었다.아침에 입을 옷이 아니었다.뒤쪽이 박씨. 마흔쯤.얼굴이 둥글고 눈이 작았다. 손이 붉었다.절을 올렸다."어머니, 밤새 편안하셨어요?"대부인의 염주가 한 번 멈췄다."…앉아라."앉았다."오늘은 목소리가 다르구나.""그래요?""평소엔 잘 들리지도 않았는데."염주가 다시 돌아갔다."목이 좀 트였나 봐요.""그래."육설이 웃었다."어머니, 언니가 요즘 부지런하시대요.""부지런하다."염주가 도로 돌아갔다."어제 뒤뜰까지 걸어가셨다지요. 그 먼 데를."육설이 말끝을 이었다."뒤뜰이 멀더냐."대부인이 물었다."멀지는 않은데."육설이 말끝을 흐렸다."언니가 흙을 밟으신 게 처음이라 애들이 놀랐다고요."박씨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저는 그 얘기 듣고 마음이 얼마나 놓였는지 몰라요.우리 아주버님이 얼마나 애를 쓰셨는데, 형님이 이제 좀 나아지시는 것 같아서.""나아진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물었다.박씨의 손이 입에서 내려왔다."예?""내가 어디 아팠어요?"방이 조용해졌다.박씨가 육설을 봤다.육설은 대부인을 봤다.대부인은 염주를 봤다."아이고, 아니에요, 형님.제가 말을 잘못했지요."박씨가 웃었다."몸이 약하셨다는 뜻이에요, 그냥.""그래요."그것으로 두었다.육설이 무릎 위의 손을 옮겼다."어머니, 그런데 광 열쇠는 오늘 제가 받아 가도 되겠지요.이번 달 것을 아직 못 냈어요.""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19화 동경

동경은 안채 남쪽 창 아래 있었다.이 몸으로 엿새를 살면서 그 앞에 앉은 적이 없었다.아침마다 뒤에서 손이 여섯 개 붙어 머리를 빗기고 옷끈을 여미는 동안 창호지의 얼룩만 보고 있었으니, 제 얼굴을 마주할 틈이 없었다기보다 마주할 이유를 찾지 못한 쪽이었다.창을 열러 지나가다가였다.놋을 갈아 만든 둥근 면이 아침 빛을 받아 노랗게 차 있었고, 그 안에 여자가 하나 설핏 걸렸다.한경은 걸음을 멈췄다.숨이 멎었다.미친.이렇게 이쁘다고?동경 앞에 도로 앉았다.가운데가 흐려서 고개를 조금 옮기고서야 눈이 제대로 보였다.이마가 넓지 않았다.눈썹이 옅고 숱이 적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어려운데, 그것이 흠이 되기는커녕 눈을 더 크게 보이게 했다.눈꼬리가 관자놀이 쪽으로 길게 뻗다가 끝에서 힘을 잃었고, 콧날은 곧고 인중이 짧았다.입술은 얇은데 아랫입술 가운데만 도톰해서, 다물고 있으면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둔 얼굴이 되었다.흰 낯의 양 볼에는 요 며칠 볕이 들인 붉은 기가 옅게 돌고 있었다.왼쪽 눈 아래 세 치쯤 되는 자리에 점이 하나 있었다.검지 끝으로 눌러 보니 살이 얇아 뼈가 바로 잡혔다.동경을 기울이자 빛이 옮겨 가면서 얼굴 왼쪽이 밝아지고 오른쪽이 그늘로 들어갔는데, 두 색 사이에 선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그늘인지 알 수 없게 이어져 있었다.한참 그러고 있었다.이 얼굴로 십 년을 방 안에만 있었다고.전생에 서른여섯 해를 살면서 누가 이 얼굴을 오래 봐 준 일이 없었다.아쉬워한 적도 없었다.실험실에서 필요한 것은 손이었고 판단이었으니, 얼굴은 쓸 데가 없는 물건이었다.여기서는 달랐다.이 집에서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광 열쇠는 시누이가 쥐었고, 돈은 문중이 나눠 가졌고, 사람은 대부인이 쥐고 있었다.부엌에 아는 얼굴이 없고 밖으로 통하는 줄도 없었다.가진 것이 이것뿐이라면, 이것을 쓰는 것이 옳았다."얘."문밖에서 대답이 왔다."예, 아씨."초하가 들어왔다. 광대가 높고 얼굴이 검은 아이인데, 흰 적삼 위에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20화 걷는다

백분을 물에 갠 여자가 붓에 그것을 묻히면서 말했다."얼굴에 고루 펴 바르고 목까지 내려갑니다.""목은 두고 얼굴만.""목이 다르면 이상합니다.""얼마나 바르는데.""…희게 될 만큼 바릅니다.""희게 안 될 만큼만 발라."붓을 든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아씨.""얇게 발라. 살빛 보이게."붓이 이마에서 뺨으로 두 번 지나가고 멈췄다.동경을 보니 푸른 기가 도는 흰빛 위에 분이 얇게 앉아 빛을 먹었고, 뺨 안쪽에는 붉은 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분을 바른 것 같지 않고 씻고 나온 것 같았다."눈썹은 어찌할까요.""안 그려.""그리지 않으면 옅어서 없어 보입니다.""없어 보이는 게 낫지.""…연지는요.""입술 가운데만."연지를 붓 끝에 조금 찍은 여자가 아랫입술 가운데에 대고 눌렀다가 위로 번지게 폈다.가운데가 붉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옅어져서, 물을 마시고 난 입처럼 보였다.여자 넷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중 하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옷은 여덟 벌을 펼쳐 놓고 골랐다.연둣빛과 남색과 자색과 옥색이 있고 분홍이 하나, 흰 것이 하나, 그리고 붉은 것이 둘이었다.붉은 것을 짚으니 뒤에서 낮은 소리가 났다."…혼례 때 입으신 것입니다."손을 옮겨 옅은 자색을 짚었다."이걸로 하고 겉에 걸치는 건 없어.""덧적삼을 안 입으십니까.""유월이잖아."옷이 입혀지고 옷끈 차례에서 손이 오는 것을 막았다.두 자락을 쥐고 오른쪽을 위로 올려 아래로 넣고 고리를 만들어 당겼더니 매듭이 작게 뭉쳤다.풀어서 다시 하니 두 번째에 됐다.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었고 한쪽 자락이 짧았다.전신이 보이는 자리까지 물러났는데 동경이 작아서 허리부터 아래를 보고 다시 위를 봐야 했다."신 내와. 걷기 좋은 걸로."중문 앞에 사람이 모여 있었다.문지기 둘과 마당 쓸던 종 셋, 부엌에서 앞치마째 나온 여자 둘, 그리고 뒤늦게 뛰어온 초하.가마가 이미 대령되어 채가 내려져 있었다."가마는 둬."문지기가 고개를 들었다."부인?"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7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
...
22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