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61 - Chapitre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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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도미닉은 아파트 문 앞에 서서 이를 악물고 있었다. 거의 1분이나 기다렸지만 문은 완고하게 닫힌 채 열릴 기미가 없었다. 레나타는 그에게 말도 없이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오히려 그의 의심만 더 키웠다.그는 레나타가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느낄 수 있었다. 레나타는 긴장하면 늘 숨을 죽였다. 마치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사람처럼.그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더 세게.“레나타.”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언제나 레나타를 순순히 따르게 만들었던 그 말투였다.“대디야. 문 열어.”몇 초 뒤, 안쪽에서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잠금장치가 딸깍 소리를 내더니 문이 천천히 열렸다.문 앞에는 레나타가 서 있었다.도미닉의 눈빛이 단번에 날카로워졌다. 레나타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입술에는 거의 핏기가 없었고, 눈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부어 있었다.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이라도 짊어진 것처럼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누가 봐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몹시.오른손은 문손잡이를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왼손은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등 뒤에 숨겨져 있었다.“레나타.”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도미닉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무슨 일이야?”레나타는 웃어보려 했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금세 깨질 듯 떨렸다.“저, 저는 괜찮아요, 대디…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요.”도미닉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레나타의 얼굴을 훑었다. 그녀가 숨기려는 사소한 거짓말 하나까지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도미닉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자 레나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거짓말하지 마.”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차분함 아래에는 위험할 정도로 서늘한 기색이 깔려 있었다.“얼굴은 창백하고, 눈은 부어 있고, 몸까지 떨고 있잖아.”“미안해요… 하지만 셀리가 안에 있어요.”레나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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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도미닉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다가가 레나타를 품에 끌어안았다.레나타의 몸은 잠시 굳어 있었지만, 이내 그의 가슴에 힘없이 기대며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흐느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전보다 훨씬 크고 절박한 울음이었다. 도미닉은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는 천천히 등을 쓸어내리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조심스럽게 기대게 했다. 마치 온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려는 것처럼.“쉿… 괜찮아, 베이비.”그가 그녀의 정수리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낮고 깊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를 스쳤다.“내가 여기 있잖아. 어디에도 안 가.”레나타는 있는 힘껏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눈물이 셔츠를 흠뻑 적셨다.“무서워요, 대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피오나한테서 대디를 빼앗고 싶지도 않아요…”도미닉은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정수리에 길게 입을 맞춘 뒤,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다정함 속에 단호함을 담아 속삭였다.“내 말 잘 들어, 렌. 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책임질 거야. 피오나는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너와… 네 안에 있는 아기야. 알겠어?”레나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도미닉은 그녀를 살짝 뒤로 물러나게 해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거리를 만들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놀라울 만큼 다정하게 그녀의 뺨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이제 테스트 키트 가져와. 같이 확인하자. 난 지금 당장 결과를 알고 싶어.”레나타는 아직 눈물로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 안에는 깊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쳐버린 기색도 짙게 배어 있었다. 결국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쉰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레나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여전히 손을 떨며 테이블 위에 놓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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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세드릭은 아버지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한 후, 고급 아파트의 폭신한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손에 쥔 손전화를 지그시 쥐었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비틀려 올라가더니, 이내 낮게 픽 웃음터뜨리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짙어지고 커졌다."이거 참 흥미롭네." 그는 순수한 조소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레나타를 그리워하는 게 비단 파파뿐만이 아니었잖아… 나도 마찬가지인데."그는 휴대폰을 티테이블 위로 무심하게 던져두고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의 시선은 천장을 향해 올라갔고, 지독히도 유쾌했던 기억 속으로 몰입해 들어갔다.솔직히 말해서, 세드릭은 레나타에게 답도 없이 중독되어 있었다.단순히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나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취약한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핵심은 그녀의 몸이었다. 손바닥 안에 딱 들어맞던 그 숨 막히도록 유혹적인 가슴, 뒤에서 쥐었을 때 유독 넓고 매끄럽게 잡히던 골반, 그리고 울부짖으며 자비를 구하는 순간에도 조이고 젖어들던 그 깊은 곳까지.오직 레나타만이 그가 탐할 때 '딱 맞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진짜 전 여자친구였던 셀리 따위는 까마득히 잊게 만들 정도로.그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졌지만, 그 누구도 레나타가 안겨주는 압도적인 자극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자신 아래에서 전신을 파르르 떨던 모습,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강제로 절정에 다다랐을 때 격렬하게 조여오던 그 감각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마약과도 같았다.세드릭은 다시 한번 픽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바지 위로 손을 가져갔다. 그저 그녀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하체는 이미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레나타… 넌 정말 내 마약이야." 음욕이 가득 섞인 낮은 쇳소리로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파파가 네가 자기 것이라고 얼마든지 주장해도 상관없어… 나 역시 널 놓아줄 생각이 없으니까."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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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셀리는 입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려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넓게 벌려진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서 세드릭의 손가락이 능숙하게 움직였다. 두껍고 굵은 두 손가락이 흠뻑 젖어 든 그녀의 보지 속을 빠르고 거칠게 찌르고 들어왔다. 음란하고 축축한 마찰음이 정적에 싸인 거실 안에 수치스럽게 울려 퍼졌다."아앗… 세드릭… 그만…" 셀리가 쉰 목소리로 keuk-keuk 헐떡였다. 하지만 그녀의 허리는 전 남친의 손가락 rhythm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세드릭은 몸이 완전히 배신하고 있는데도 저항하려는 셀리를 바라보며 음욕과 satisfaction으로 어두워진 눈빛으로 비열하게 웃었다."좋잖아, 셀?" 그가 움직임을 더 앞당기며 야유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클리토리스 위를 작고 정교하게 문지르자, 그녀의 몸이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 "네 보지가 아주 흠뻑 젖었어. 우리 연애할 때도 이렇게 금방 젖진 않았는데 말이야."셀리는 수치심과 쾌락의 눈물이 뺨에 범벅된 채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아아… 세드릭… 제발…"하지만 그녀의 허리는 그의 손가락이 더 깊이 들어오길 애원하듯 위로 들어 올려졌다. 보지가 그의 손가락을 꽉 조여대며, 명액이 계속해서 그의 손바닥을 적셨다.세드릭이 낮은 톤으로 정복감 넘치게 픽 웃었다."완전 암캐 다 됐네. 겨우 내 손가락 따위에 벌써 싸기 직전이라니. 진짜 내 좆이라도 쑤셔 넣으면 나한테 온통 뿜어대겠는데?"셀리는 소파 쿠션을 간절하게 쥐어뜯으며 가빠진 숨과 함께 신음할 뿐이었다. 몸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완전히 쾌락에 굴복하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성적으로 매우 능동적이었다. 특히 세드릭과 연애할 때 더더욱 그랬다. 그는 침대 위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을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 항상 정확히 알고 있었다. 헤어진 후, 셀리는 혼자서 욕망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해링턴 부자 때문에 레나타가 어떻게 짓밟혔는지 본 후로는 그 누구와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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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도미닉의 차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레나타는 조수석에 앉아 한 손으로 아직 납작한 배를 감싸듯 보호하고 있었고, 시선은 멍하니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초음파 검사 결과와 산부인과 의사의 소견서가 들어 있는 흰색 봉투를 꼭 쥐고 있었다.임신 12주.도미닉은 시동을 끈 뒤에도 바로 내리지 않았다. 그는 레나타를 바라보며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살짝 힘을 주었다.“렌.”그가 부드럽게 불렀다.“괜찮아?”레나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에는 여전히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냥… 아직도 내가 임신 12주라는 게 믿기지 않아.”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로 다가온 듯,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위태롭게 떨렸다. 도미닉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뒤, 손을 들어 천천히 입술을 맞췄다.“힘든 거 알아.”그가 나직하게 말했다.“하지만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여기 있잖아.”레나타가 그를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피로, 그리고 희미한 온기가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녀는 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지금도… 난 아이 아빠가 누군지 모르겠어.”도미닉은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기울였다. 좁은 차 안에서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한 손이 그녀의 뒤통수로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넓은 가슴에 부드럽게 기대게 했다.“숨 쉬어.”그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속삭였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집에 가서 제대로 이야기하자.”레나타는 그의 품에 기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그의 체향이 그녀에게 한 줄기 위안을 안겨주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여전히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도미닉이 먼저 차에서 내린 뒤 차를 돌아 레나타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그녀가 내리는 것을 도왔다.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그는 한 팔로 그녀의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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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은 점점 더 숨 막히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피오나는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녀가 입은 값비싼 드레스는 차갑고 삭막한 콘크리트 주변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입술 끝에는 비웃음이 어린 얇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레나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내렸다.“그래서.”피오나가 달콤하지만 독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이 갈보 하나 때문에 우리 결혼식까지 취소할 생각이야, 도미닉?”레나타는 마치 주변의 공기가 모조리 빨려나간 것처럼 숨이 막혔다. 온몸이 굳어버렸고, 도미닉의 팔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거세게 뛰었다. ‘갈보’라는 단어가 뺨을 후려친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았다.도미닉의 몸이 즉시 긴장했다. 턱을 꽉 다문 그가 한쪽 팔을 레나타 앞쪽으로 옮겨 그녀를 보호하듯 막아섰다.“피오나.”그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이럴 때도, 장소도 아니야.”피오나는 짧고 냉소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이 레나타에게 꽂혔다. 그 안에는 순수한 증오만이 가득했다.“결국 소문이 사실이었네.”그녀가 비웃듯 말했다.“임신했다고? 감히 내 약혼자의 아이를 품다니. 정말 뻔뻔하기도 하지, 이 싸구려 갈보야.”레나타는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눈에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고, 온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피오나 앞에 서 있는 자신이 너무나 작고, 더럽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나… 나는 그런 게—”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갈라졌다.도미닉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는 위험할 정도로 낮아져 있었다.“그만해, 피오나. 레나타는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마.”피오나가 눈을 가늘게 뜨었다. 입가의 미소가 더욱 사악하게 일그러졌다.“어머? 이제 와서 저 여자를 감싸는 거야?”그녀가 비웃었다.“저 작은 정부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가진 걸 전부 버리겠다는 거야?”아무도 반응할 틈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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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그날 밤, 아파트는 숨이 막힐 듯한 침묵에 싸여 있었다. 침실의 스탠드는 어스름한 호박빛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레나타는 아직 평평한 배에 한쪽 손을 무심하게 얹은 채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로 그녀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낙태.떨쳐낼 수 없는 귓속말처럼 그 단어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알렉스, 세드릭, 협박, 영상, 그리고 이제는 피오나까지. 그 모든 일을 겪고 난 후, 그녀는 이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할 만큼 자신이 강하지 않다고 느꼈다. 특히 친부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레나타는 고개를 숙였고, 말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무릎 위로 떨어졌다.“나… 도저히 못 하겠어……”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욕실에서 막 나온 도미닉이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문가에서 딱 단단히 stiffen하며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레나타.” 그가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는 방을 질러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레나타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눈은 원초적인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나…… 아이를 지울까 생각 중이었어, 대디.”도미닉의 몸이 굳어졌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아프지 않게, 하지만 힘주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하지 마.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도 마.” 명령이나 다름없는 무거운 목소리였다. “이 아이는 아무 죄도 없어. 절대 그렇게 두지 않아.”레나타는 고개를 저었고, 눈물이 더 빠르게 쏟아졌다.“대디는 이해 못 해! 이 아이가 누구 애인지도 모른단 말이야! 나 트라우마 때문에 괴로워, 대디…… 매일 그 사람들이 나한테 한 짓이 떠올라. 이 아이를 낳으면 사랑해 주지 못할까 봐 무서워. 날 지옥으로 밀어 넣은 기억의 증거로만 보이게 될까 봐 두렵다고!”도미닉은 턱에 힘을 준 채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렬한 감정을 억누르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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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밤은 더욱 깊어 갔지만, 레나타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기댄 채, 눈을 번쩍 뜬 레이아웃 그대로 누워 있었다. 허벅지 사이는 여전히 축축하고 아릿하게 가라앉지 않는 열기로 젖어 있었다. 결국 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샤워기를 켜자 미지근한 물줄기가 온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레나타는 감은 눈 위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엉킨 머리카락과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는 수압을 한참 동안 멍하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조금도 잔잔해지지 않았다.생생하고 집요했던 꿈의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세드릭의 탐욕스러운 혀, 알렉스의 무자비한 추입, 뒤에서 가슴을 쥐어짜던 도미닉의 손길, 그리고 클리토리스를 집요하게 문지르던 세드릭의 거친 엄지손가락까지. 모든 감각이 너무나 또렷했다. 지나치게 생생했고, 지나치게 불결했다.비누를 집어 든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레나타는 목과 가슴, 배를 거칠게 문지른 뒤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여전히 애액으로 젖어 있는 민감한 부위에 손가락이 닿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내려 애썼지만, 손길이 닿을 때마다 끔찍한 기억들이 더욱 선명하고 날카롭게 살아났다.‘내 몸이 왜 이러는 거야?’ 그녀는 씁쓸함에 이가 갈렸다.따뜻한 물줄기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며 거품을 씻어냈다. 레나타는 환영을 떨쳐내려 눈을 감았지만, 애를 쓸수록 잔상은 더욱 선명해질 뿐이었다. 세드릭의 만족스러운 비웃음, 자신을 꿰뚫던 알렉스, 그리고 귀가에 닿던 도미닉의 낮고 부드러운 중저음.“쉬…… 착하지, 아가…… 대디가 있잖아.”레나타는 쏟아지는 샤워물에 눈물을 섞으며 고개를 격렬하게 저었다. 그녀는 몸뿐만 아니라 영혼에 남은 꿈의 더러운 족적까지 씻어내겠다는 듯 더욱 세게 몸을 문질렀다. 가슴은 여전히 부풀어 올라 통증이 남아있었고, 차가운 공기와 잔잔한 기억의 대비 때문에 젖꼭지가 딱딱하게 곤두섰다.차가운 타일 벽에 기대어 서자, 가쁜 숨이 터져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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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아침 햇살이 펜트하우스의 높은 창문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도미닉은 아침 식사 바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블랙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지친 듯 손을 뻗은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완전히 전원을 꺼버렸다. 화면이 까맣게 꺼지면서 새벽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던 전화와 메시지도 한순간에 끊겼다.방금 전 부모님에게 호되게 몰아붙임을 당한 참이었다. 아버지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자신들과 상의도 없이 제멋대로 결혼식을 취소한 도미닉을 이기적이고 무모하다고 몰아세웠다. 어머니 역시 날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작 충동적인 결정 하나 때문에 가문의 명예를 망치고,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전략적 동맹까지 내던졌다고 했다.도미닉은 그 모든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거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당장 모든 일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다그쳤을 때, 그가 한 일이라고는 조용히 전화를 끊는 것뿐이었다.이제 아침의 고요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도미닉은 커피잔 안을 내려다보았다. 커피의 씁쓸한 맛이 가슴속을 휘몰아치는 혼란과 꼭 닮아 있었다. 그는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리며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폭풍을 가라앉히려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오히려 부모님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의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모든 상속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도, 재산을 잃어야 한다고 해도, 평생 자신을 규정해 온 지위까지 내려놓아야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레나타와 그녀가 품고 있는 아이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이제 그에게 다른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도미닉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래로 펼쳐진 도시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레나타조차 알지 못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도미닉이 이곳에서 비밀리에 커피숍 사업을 준비해왔다는 사실을.단순히 매장 하나를 여는 것이 아니었다.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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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도미닉의 차는 울창한 나무들이 양옆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좁고 오르막진 길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오후의 하늘은 서쪽 지평선부터 짙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 빛이 짙은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도시의 혼잡함을 뒤로한 채 거의 다섯 시간째 달리고 있었다. 멀리 이동할수록 길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레나타는 조수석에 앉아 머리를 창문에 기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축축한 흙과 싱그러운 나뭇잎 향기를 실어 왔다. 두 사람이 향하는 외딴 마을은 정말이지 세상과 동떨어진 곳이었다. 울창한 숲 근처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 공기는 한층 서늘했고, 고요한 정적은 도시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도미닉은 가끔씩 레나타를 곁눈질했다. 왼손은 핸들을 안정적으로 잡고 있었고, 오른손은 이따금 그녀의 손을 찾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피곤해?”그가 부드럽게 물었다.레나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다섯 시간이나 걸리니까 정말 멀긴 하네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엄마 집에 오는 데 이렇게까지 멀리 와야 할 줄은 몰랐어요.”도미닉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네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나도 직접 말씀드리고 싶고… 우리 사이에 대해서. 네 임신에 대해서도.”레나타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살짝 불러온 배 위로 향했다. 이제 임신 14주 차였다.마침내 차가 한적한 작은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길가에는 소박한 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몇몇 굴뚝에서는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멀리에는 초록빛 언덕과 울창한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도미닉은 대나무 울타리가 둘러진 소박한 목조 주택 앞에 차를 세웠다. 레나타의 어머니가 사는 집이었다.그는 시동을 끄고 레나타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눈빛이었다.“도착했어.”그가 조용히 말했다.“어머니 뵐 준비됐어?”레나타는 한참 동안 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망설임과 불안, 그리고 그리움이 뒤섞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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