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全部章節:第 1 章 - 第 10 章

30 章節

제1화

강유나는 비행기에서 낯선 남자와 그런 짓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비행기가 몇 차례 심하게 흔들렸다.강유나는 넋이 나간 상태로 휴대폰 화면에 뜬 문자를 바라봤다.[너희 엄마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집으로 기어들어 와.]이혼하는 날 내연녀와 혼인신고를 한 아빠 강종철에게서 온 연락이었다.강유나의 엄마 김현숙은 가진 것 없는 강종철과 함께 사업을 시작해 온갖 고초를 겪었고 마침내 고생 끝에 성공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파렴치한 강종철은 김현숙에게 재산 포기 조건의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했다.결국 김현숙은 강유나의 양육권을 위해 타협을 선택했다.문자를 받은 이후로는 김현숙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결국 강유나는 어쩔 수 없이 강종철이 마련해 준 티켓을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유나야, 왜 그래?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옆에 있던 선배 차지안이 강유나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꺼리는 강유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저 괜찮아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차지안이 화장품 파우치를 건네며 말했다.“다들 자고 있으니까 이 틈에 화장도 좀 하고 와. 네 그 쓰레기 같은 아빠한테 무시당하면 안 되니까.”강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파우치를 받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고마워요, 선배.”“참, 그리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 아까 승무원한테서 들었는데 비즈니스석을 어떤 손님이 통째로 빌렸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인가 봐.”“알겠어요.”강유나는 조용히 화장실로 향하다가 마침 마실 것을 나눠주려고 준비하고 있던 승무원과 마주쳤다.카트 위에 술이 있는 걸 본 강유나는 귀신에 홀린 듯 술 한 잔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술을 마시자 볼이 살짝 빨개졌다. 그러나 지친 기색이 역력한 눈빛은 감춰지지 않았다.강유나는 숨을 한번 들이마신 뒤 화장품 파우치를 열었다.툭.안에서 뭔가가 떨어졌다.그것은 차지안이 해외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받은 사원증이었다.차지안은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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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유나는 진씨 가문을 알고 있었다. 진씨 가문의 아들은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고, 그들이 며느리를 구하는 이유는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서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문 대표를 돌보는 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문 대표라는 호칭만 들으면 나이가 꽤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그러나 강종철이 그렇게 쉬운 선택지를 줄 리가 없었다.그래서 강유나는 슬쩍 떠봤다.“돌보라고요? 뭘 어떻게 돌보면 되는데요?”“그걸 몰라서 묻니? 남자를 돌본다는 게 무슨 의미겠어? 게다가 문씨 가문은 원문시 최고의 명문가야. 너를 그곳으로 보내주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인 줄 알아.”그런 의미의 돌봄이었다니.아빠라는 사람이 그런 얘기를 저토록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니 기가 막혔다.강유나는 마음이 씁쓸했다.“그렇게 큰 행운이면 강희원을 그곳에 보내지 그래요?”강종철은 거의 본능처럼 대답했다.“문 대표는 포악한 사람이야! 네 동생이 그 성격을 어떻게 감당하겠어? 게다가 네 동생은 이미 송찬후랑 약혼했어.”송찬후.아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송찬후는 강유나와 18년 동안 알고 지낸 소꿉친구였고 원래 송찬후와 강유나가 약혼하기로 되어 있었다.그런데 강희원에게 마음을 빼앗긴 송찬후는 강유나에게 알아서 물러나기를 강요했다.그 한 번의 양보로 강유나는 해외로 보내져 김현숙과 강제로 떨어져 지내야 했다.강유나는 해외에서 3년 동안 지내면 김현숙과 다시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3년 전과 똑같은 일이 또 한 번 발생한 것이다.강종철이 협박했다.“너희 엄마 치료비만 최소 2억은 들 거야. 너 돈은 있어? 문 대표 돌보는 게 싫으면 진씨 가문 아들이랑 결혼해서 진씨 가문의 돈으로 너희 엄마를 살리든가.”강종철은 그렇게 말한 뒤 휴대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간병인이 휴대폰을 들어 병상에 누워 있는 김현숙의 얼굴을 비췄다.김현숙은 안색이 누렇게 떠 있었고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어 보였다.“엄마, 괜찮아요?”김현숙은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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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음 날, 강유나는 문씨 가문의 별장으로 보내졌다.강유나를 맞이한 건 어른 한 명과 젊은 남성 한 명이었다.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상대방이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강유나 씨. 저는 이곳의 집사 임근우입니다. 편하게 집사님이라고 부르시면 돼요.”젊은 남성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문 대표님의 비서 서민철입니다. 강유나 씨가 해야 할 일은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강유나 씨는 대표님 전담 비서로 일하면서 대표님의 생활 전반을 챙기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드실 식사까지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강유나보다 먼저 전담 비서로 들어왔던 사람도 이선혜가 데려온 사람이었는데 3일도 되지 않아 문도현의 침실에 기어들어 갔다가 쫓겨났다.즉 전담 비서라는 자리는 상대방을 시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강유나는 두꺼운 앞머리에 몸 선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펑퍼짐한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수로 문도현을 유혹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서민철의 설명을 들어 보니 전담 비서라기보다는 가정부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 듯싶었다.다행히 해외에서 아르바이트를 자주 해봤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알겠어요. 그러면 뭐부터 하면 되죠?”서민철은 당황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봐왔지만 문도현이 어디 있냐고 묻지 않은 여자는 강유나가 처음이었다.서민철은 작게 헛기침을 한 뒤 대답했다.“우선 방부터 둘러보시죠. 이곳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니까요.”“네.”두 사람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서민철이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강유나예요.”“강유나 씨.” ‘이상하네.’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이름이었다.그러나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대표님께서는 매 끼니 국 하나에 여덟 가지 반찬을 드십니다. 채소는 반드시 제철 채소를 사용해야 하고 가장 연한 부분만 쓰셔야 해요. 모든 민물고기나 해산물은 손질한 지 한 시간 이내에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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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강유나는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선배, 저...”강유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그런데 차지안이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화를 내듯 말했다.“뭘 망설이는 거야? 설마 그 남자가 마음에 든 거야?”“아니에요! 그때는 너무 어두웠고 또 저도 취한 상태여서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했어요.”강유나는 서둘러 설명했다. 어차피 다 알고 있다고 하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그런데 휴대폰 너머에서 차지안이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강유나,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겠지?”“네.”강유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러다 문득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남자는 강유나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강유나를 놔주지도 않았다.그러나 조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그런데 선배는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된 거예요?”차지안은 가쁘게 숨을 쉬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예전처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비행기에서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그래서 항공사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대신 물어봐달라고 했어. 그런데 승무원이 네가 어떤 남자랑 같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는 거야. 나는 혹시나 네가 험한 짓이라도 당했을까 봐 걱정했어. 혹시라도 너희 엄마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안 돼요! 절대 엄마가 알게 해서는 안 돼요!”강유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비밀로 해야 한다고 얘기해 뒀으니까. 그런데 승무원 말을 들어보니까 그 남자 바람둥이 같았어. 비행기에서 그런 짓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네가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앞으로 그 일은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도록 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런 사람에게 잘못 걸리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너희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조심해야지.”차지안이 신신당부했다.대학교 시절 강유나가 외국인에게 희롱당했을 때 도와준 사람이 바로 차지안이었다.그래서 강유나는 차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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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비명이 들려오는 동시에 누군가 강유나를 세게 들이받았다. 강유나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손에 들고 있던 국그릇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몸도 그대로 균형을 잃고 깨진 그릇 위로 기울어졌다.강유나는 본능적으로 옆에 가까이 있던 사람을 붙잡았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단단한 가슴팍에 그대로 안겼다.그 순간, 왠지 모르게 익숙한 위압적인 기운이 몸을 휘감았다.코끝이 남자의 가슴에 스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몸이 굳었다.그때 갑자기 손목이 꽉 붙잡혔다. 강유나가 아파하며 고개를 들자 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에서 은근한 조롱이 느껴졌다.“강씨 가문 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마치 차가운 뱀처럼 강유나의 몸을 휘감았다. 언제라도 숨통을 조여 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강유나는 순간 몸이 굳었고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그 남자는 바로 문씨 가문의 문도현이었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원문시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이라니.강종철이 무엇 때문에 문 대표를 잘 돌보라고 강요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러나 문도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하면서도 위협적인 분위기는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소문대로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강유나는 서둘러 시선을 거두었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상황을 설명했다.“아니에요. 저는 그냥 국을 가져다드리러 온 것뿐이에요. 바로 치울게요.”강유나는 그렇게 말하며 앞에 있는 남자를 힘껏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우연히 강유나의 머리카락이 문도현의 턱을 스쳤다. 음식 냄새 사이로 어딘가 익숙한 향이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문도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 확인하려 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차지안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질투심에 소리를 쳐서 문도현의 이어질 행동을 막았다.“꺅! 아파!”그 소리를 들은 문도현은 강유나를 밀어내고 차지안 쪽으로 걸어갔다.강유나는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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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재.문도현이 급하게 업무 전화를 받자 차지안은 문도현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문도현은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움직일 때마다 옷 아래로 탄탄한 근육이 어렴풋이 드러나 차갑고 단단하면서도 힘 있는 느낌을 주었다.문도현이 전화를 끊자 차지안이 천천히 다가갔다.“대표님, 넥타이가 삐뚤어졌어요.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차지안은 손을 들어 올리며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로 옮겼다. 넥타이를 만지는 손끝이 셔츠 단추를 스치듯 지나갔다. 은근한 의도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으며 여성스러운 매력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시선이 마주치자 문도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이었다.문도현이 거부하지 않자 차지안은 천천히 까치발을 들었다. 예쁜 얼굴이 넥타이에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남자의 얼굴에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차지안은 문도현이 지나치게 적극적인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서히 다가가다가도 살짝 뒤로 물러나며 적당한 선을 지켰다.자연스러우면서도 은근한 분위기였다.오늘 차지안은 반드시 기회를 잡아 문도현이 비행기에서 만났던 여자를 잊게 할 것이다.차지안이 성공을 확신하려는 순간, 갑자기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문도현은 몸을 돌려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았다. 살짝 어두운 조명 때문에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그리고 갈색 눈동자는 욕망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불안해진 차지안은 짧은 몇 초 사이에 방금 자신이 했던 행동을 머릿속으로 전부 되짚었다.그리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것을 확신한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왜 그러세요?”문도현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향수 바꿨어?”당황한 차지안은 주먹을 움켜쥐었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차지안이 알기로 강유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데 갑자기 향수를 바꿨다는 말을 듣게 된다니.문도현은 차지안을 바라보지 않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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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차지안은 문도현이 떠난 걸 확인한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강유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질투와 증오가 일렁이고 있었다.조금 전 차지안은 문도현이 욕망 어린 눈빛으로 강유나를 바라보는 걸 보았다.‘또 강유나야? 왜 강유나는 가능한 건데?’차지안은 강유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질투가 온몸을 휘감았다.‘강유나, 나를 탓하지는 마. 네가 먼저 내 앞길을 가로막은 탓이니까 말이야.’다음 순간 차지안은 이내 배려심 깊은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아까 보니까 네 손도 좀 빨갛더라고. 그래서 연고를 가져다주러 왔어.”강유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자신이 저지른 황당한 일 때문에 차지안에게까지 피해가 갈까 봐 고개를 저었다.“저는 괜찮아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그런데 차지안이 강유나를 잡으며 말했다.“유나야, 내가 어떻게 너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겠어?”지난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이 걱정해 주자 강유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면서 문득 차지안과 함께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이 떠올랐다.강유나와 차지안은 학교에서 처음 만난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던 레스토랑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당시 차지안은 장학금을 받고 있었지만 학비를 충당하기에는 빠듯한 금액이었고 가족들이 생활비조차 지원해 주지 않았었다.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강유나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강유나는 애초에 유학할 생각이 없었다.그저 하루빨리 대학교를 졸업해서 돈을 많이 벌어 엄마를 잘 돌보고 싶었을 뿐이다.그런데 강희원이 강유나의 약혼자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이유로 강종철은 강유나를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억지로 유학을 보냈다.정확히 말하자면 해외에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강종철이 입학시험만 알아봐 주었을 뿐, 생활비는커녕 학비조차 마련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결국 강유나는 직접 학교를 알아보고, 필요한 서류와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둔 돈을 보태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다.하지만 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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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남자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날 선 기운에 강유나는 왠지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는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해명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문도현은 시선을 들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강유나를 바라보았다. 두꺼운 앞머리에 두 눈은 가려졌지만, 코끝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고 입술에는 잇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연기를 잘하네.’하지만 문도현은 불쌍한 척하는 여자를 가장 싫어했다.문도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네.”강유나는 허둥지둥 서재를 빠져나왔다.문도현은 트레이 위에 놓인 수건을 집어 손을 닦으며, 곁눈질로 서민철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서민철은 그 눈빛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강유나를 따라 서재 밖으로 나갔다.서민철은 복도로 나간 뒤 강유나를 불러 세웠다.“강유나 씨, 잠깐만요. 오늘 대표님은 늦게까지 업무를 처리하실 거예요. 강유나 씨는 대표님의 전담 비서니 부르면 언제든 바로 와야 해요.”강유나는 잠시 멍해졌다.“그 말은 계속 문밖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맞아요.”서민철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두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혹시 못하겠다면...”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서민철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네?”이번에는 서민철이 당황했다. 서민철은 다시 한번 일러주었다.“대표님은 워커홀릭이라서 주무시지 않고 밤을 꼬박 새우면서 일할 수도 있어요.”강유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직 시차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데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인 탓에 매우 피곤했다. 그러나 강유나는 엄마를 살려야 했다.강유나가 어렸을 때부터 김현숙은 강종철 때문에 수많은 모욕을 견뎌 왔고, 지금은 병까지 앓고 있는 와중에 강종철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다.그런데 강유나가 무슨 자격으로 힘들다고 불평하겠는가?게다가 월급까지 받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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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임근우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운 뒤 강유나에게 다가갔다. 순간 짙은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자 임근우는 뭔가 떠올랐는지 웃으며 말했다.“유나 씨, 특이한 향수를 쓰시네요.”강유나는 조금 난처했다. 칭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으나 차지안이 뿌려 준 향수라고 밝힐 수도 없었다.차지안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과일 향을 덮어주기 위해 그 향수를 뿌려 주었으니 말이다.“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임근우는 강유나를 바라보았다. 앞머리가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얼굴이 작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피부는 희고 맑았으며 깔끔하면서도 순수해 보였다.임근우는 손에 들린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경제 관련 서적이었는데 모든 페이지에 꼼꼼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지금까지 문도현에게 일부러 접근했던 여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임근우는 책을 건네며 말했다.“유나 씨, 소매에 커피가 묻었네요. 가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여기는 제가 먼저 지키고 있을게요.”강유나는 임근우의 배려를 알아차리고 얼른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 그러면 금방 다녀올게요.”몸을 돌리는 순간, 임근우가 아무렇지 않은 듯 한마디 덧붙였다.“유나 씨, 사자도 털을 결대로 쓰다듬어야 하는 법이에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강유나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캐리어에서 옷을 꺼낸 뒤 샤워하러 가려다가 패딩 안에 싸 두었던 바디워시가 보였다.차지안에게 준 샴푸와 같은 브랜드였고, 향도 똑같은 과일 향이었다.공항에서 짐을 워낙 험하게 다루는 탓에 바디워시를 따로 싸 두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강유나는 바디워시를 가까이 가져와 냄새를 맡아보았다. 매우 산뜻한 향인데 문도현이 왜 그런 향을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금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강유나 본인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과일 향이 나는 바디워시로 몸을 씻으면 향수 냄새도 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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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강유나는 발을 구르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등이 단단한 가슴에 세게 부딪혔다.뒤에 서 있던 남자의 그림자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뒤덮자 도망칠 곳이 없는 듯한 두렵고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머리 위로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자 강유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강유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재빨리 남자와 거리를 벌렸다.복도는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문도현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다시 한번 강유나를 훑어보았다. 강유나는 낮에 입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이지만 색깔만 다른 회색 니트에 연한 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특별할 것 하나 없는 아주 평범한 옷차림이었다.하지만 샤워를 하고 난 뒤라 그런지 몸에 짙게 배어 있던 향수 냄새는 사라지고 달콤한 향기만 남아 있었다.‘달콤하다?’문도현에게는 꽤 낯선 단어였다.“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으니까 대신 차를 끓였어요. 그리고 야식도 좀 만들어 봤어요...”강유나는 먼저 입을 열어 설명했다. 그러나 문도현이 빤히 바라보자 자신감이 부족해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문도현은 별말 하지 않고 강유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고개 들어.”“...”강유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앞머리는 여전히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고 차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너머로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갈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조명 아래 문도현의 눈빛이 밝았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서로 다른 두 힘이 팽팽하게 얽히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가둬 두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데 문도현처럼 대단한 사람이 무언가에 속박당할 수가 있을까?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문도현의 눈에 비친,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의 모습뿐이었다.“너희 아버지가 이렇게 하면 남자를 구슬릴 수 있다고 가르친 거야?”문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조롱 어린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서늘함이 느껴졌다.강유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아무리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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