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근우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운 뒤 강유나에게 다가갔다. 순간 짙은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자 임근우는 뭔가 떠올랐는지 웃으며 말했다.“유나 씨, 특이한 향수를 쓰시네요.”강유나는 조금 난처했다. 칭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으나 차지안이 뿌려 준 향수라고 밝힐 수도 없었다.차지안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과일 향을 덮어주기 위해 그 향수를 뿌려 주었으니 말이다.“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임근우는 강유나를 바라보았다. 앞머리가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얼굴이 작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피부는 희고 맑았으며 깔끔하면서도 순수해 보였다.임근우는 손에 들린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경제 관련 서적이었는데 모든 페이지에 꼼꼼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지금까지 문도현에게 일부러 접근했던 여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임근우는 책을 건네며 말했다.“유나 씨, 소매에 커피가 묻었네요. 가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여기는 제가 먼저 지키고 있을게요.”강유나는 임근우의 배려를 알아차리고 얼른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 그러면 금방 다녀올게요.”몸을 돌리는 순간, 임근우가 아무렇지 않은 듯 한마디 덧붙였다.“유나 씨, 사자도 털을 결대로 쓰다듬어야 하는 법이에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강유나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캐리어에서 옷을 꺼낸 뒤 샤워하러 가려다가 패딩 안에 싸 두었던 바디워시가 보였다.차지안에게 준 샴푸와 같은 브랜드였고, 향도 똑같은 과일 향이었다.공항에서 짐을 워낙 험하게 다루는 탓에 바디워시를 따로 싸 두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강유나는 바디워시를 가까이 가져와 냄새를 맡아보았다. 매우 산뜻한 향인데 문도현이 왜 그런 향을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금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강유나 본인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과일 향이 나는 바디워시로 몸을 씻으면 향수 냄새도 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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