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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مؤلف: 이소문
다음 날, 강유나는 문씨 가문의 별장으로 보내졌다.

강유나를 맞이한 건 어른 한 명과 젊은 남성 한 명이었다.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상대방이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강유나 씨. 저는 이곳의 집사 임근우입니다. 편하게 집사님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젊은 남성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문 대표님의 비서 서민철입니다. 강유나 씨가 해야 할 일은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강유나 씨는 대표님 전담 비서로 일하면서 대표님의 생활 전반을 챙기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드실 식사까지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강유나보다 먼저 전담 비서로 들어왔던 사람도 이선혜가 데려온 사람이었는데 3일도 되지 않아 문도현의 침실에 기어들어 갔다가 쫓겨났다.

즉 전담 비서라는 자리는 상대방을 시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

강유나는 두꺼운 앞머리에 몸 선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펑퍼짐한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수로 문도현을 유혹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서민철의 설명을 들어 보니 전담 비서라기보다는 가정부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 듯싶었다.

다행히 해외에서 아르바이트를 자주 해봤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러면 뭐부터 하면 되죠?”

서민철은 당황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봐왔지만 문도현이 어디 있냐고 묻지 않은 여자는 강유나가 처음이었다.

서민철은 작게 헛기침을 한 뒤 대답했다.

“우선 방부터 둘러보시죠. 이곳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네.”

두 사람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서민철이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강유나예요.”

“강유나 씨.”

‘이상하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대표님께서는 매 끼니 국 하나에 여덟 가지 반찬을 드십니다. 채소는 반드시 제철 채소를 사용해야 하고 가장 연한 부분만 쓰셔야 해요. 모든 민물고기나 해산물은 손질한 지 한 시간 이내에 대표님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육질을 해치게 되니까요. 요리하기 귀찮다고 다른 곳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것도 안 됩니다. 그리고 음식은 보기 좋게 간격을 두고 놓아야 하고 식사가 끝난 뒤 모든 식기는 반드시 손으로 세 번 씻고 한 번 소독해야 해요.”

서민철은 얘기를 이어가면서 강유나의 표정을 살폈다.

강유나도 바보는 아니기에 자신을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쯤은 금방 알아차렸다. 손질한 지 한 시간 안에 식탁에 올려야 한다니, 차라리 문도현 앞에서 바로 손질하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러나 잠자리만 요구하지 않는다면 다른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강유나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알겠어요. 주방은 어디 있나요?”

“...”

서민철은 그만 휘청거렸다.

강유나를 방에 데려다준 뒤 서민철은 몰래 강유나의 뒷모습을 찍어 문도현에게 보냈다.

[대표님, 이 여자 이상합니다.]

...

같은 시각, 문도현은 다리를 꼰 채로 룸 안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담배가 놓여 있었고 눈은 가늘게 뜨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리자 문도현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마침 경호원이 차지안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차지안은 놀란 얼굴로 문도현을 바라봤다.

이렇게 빨리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차지안은 감히 들뜬 티를 낼 수 없었다.

해외 지사에 있을 때 문도현이 의도를 갖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여자를 가장 혐오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지안은 허리를 곧게 펴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저는 어쩐 일로 부르신 거죠?”

문도현은 서민철이 보낸 사진을 확인하지 않고 시선을 들어 차지안을 바라봤다. 잠시 후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행기에서.”

차지안은 당황했다.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

차지안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빠르게 머릿속의 정보를 정리했다.

유일한 결론은 문도현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뿐이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차지안이 기억하는 바로 이코노미석에서 자리를 뜬 적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다. 강유나가 화장실을 간 적이 있었지.’

차지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화장실에서 돌아왔던 강유나를 떠올렸다. 심지어 목에 붉은 흔적까지 달고 있었다.

급하게 비행기에서 내리느라 그때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설마...’

차지안의 눈동자에 질투가 스쳐 지나갔고 머릿속에는 강유나와 문도현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차지안은 분한 마음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경험 덕분에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문도현이 사람을 잘못 봤다면 굳이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까?

그동안 차지안은 강유나에게 꽤 잘해줬으니, 이번에는 강유나가 자신에게 보답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문도현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방금 한 말 역시 자신을 시험하는 것일 수 있었다.

차지안은 잠시 고민하더니 일부러 긴장한 듯 손을 만지작거리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대표님, 저는 대표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화장실에 간 적이 없어요.”

화장실이라는 말에 문도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괜한 생각할 것 없어. 내가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지. 돈을 받고 원문시를 떠나거나... 내 곁에 남아 있어.”

최근 이선혜가 결혼을 심하게 재촉하고 있었고 문도현은 다른 여자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지금으로서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그 여자가 가장 적합했다. 적어도 육체적인 면에서는 말이다.

곁에 두면 이선혜를 상대하기도 편할 것이다.

물론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당연히 강요할 생각도 없다. 보상 또한 넉넉히 줄 것이다.

문도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짓을 하여 부하에게 수표를 넘기게 했다.

그것은 백지수표였다. 원하는 금액을 얼마든지 적으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차지안이 원하는 것은 고작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노력은 모두 눈앞에 있는 문도현에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차지안은 문도현과 결혼하고 싶었다.

차지안은 수표를 밀어내며 눈물을 글썽였다.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건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돈으로 저를 모욕하지 마시고 그냥 제가 원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좋아한다고?”

문도현은 코웃음을 쳤다. 좋아한다고 고백한 여자가 몇 명째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다.

문도현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조명을 받아 더욱 선명해 보였다.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처럼 문도현은 갈색 눈동자로 차지안을 지그시 바라봤다.

웃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지안은 그 미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차지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저희 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주셨어요. 그때 행사에 저도 참석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넘어졌었어요. 하마터면 수십 명에게 밟힐 뻔했는데 그때 대표님이 저를 구해주셨어요. 대표님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저는 줄곧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해외 지사에 입사한 거예요.”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문도현을 먼저 만난 것도, 문도현을 먼저 좋아하게 된 것도 차지안이었다.

그런데 강유나가 무슨 자격으로 문도현을 빼앗아 간단 말인가?

문도현은 차지안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기억하고 있었다.

원문시 사람들은 문도현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는지, 얼마나 냉혹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문도현은 매정한 사람이었고, 그 어떤 여자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지안의 이야기를 들은 데다 차지안이 비행기에서 만난 그 여자라는 생각에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문도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지안의 얼굴을 들어 올리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내 옆에 남아 있고 싶어?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텐데.”

차지안은 꿈에도 그리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차지안은 마치 사랑에 푹 빠진 여자처럼, 원하면서도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빛도, 표정도 모든 게 완벽했다.

“저, 저는 그냥 대표님 옆에 있고 싶어요.”

차지안은 발그레한 얼굴로 천천히 문도현에게 다가갔다.

매우 쑥스러워 보이지만 눈빛에 은근한 기대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문도현의 눈에 욕망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오로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과 위험한 기운만이 가득했다. 문도현의 속내를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 잊은 건 없어?”

차지안은 순간 숨이 턱 막혔지만 빠르게 머리를 굴려서 강유나가 비행기에서 뭔가를 찾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표님, 혹시 제 물건 대표님이 갖고 계시나요?”

“그래.”

문도현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게 뭐냐고 문도현이 물으려는 순간, 차지안의 휴대폰이 울렸다. 차지안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차지안 씨, 친구분이랑 상의해 보셨어요? 제가 내놓은 집은 위치도 좋고 환경도 좋아요. 그래도 비싸다고 생각하신다면... 예쁜 차지안 씨가 저랑 식사 한번 해주신다면 20% 할인해 드릴게요.”

“저...”

차지안은 난감한 표정으로 문도현을 바라보았고 문도현은 차지안의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

“필요 없어요.”

문도현은 전화를 끊은 뒤 말했다.

“네가 지낼 곳은 내가 따로 알아봐 줄게.”

차지안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친구한테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차지안은 흠칫 놀라더니 황급히 선을 그었다.

“친구 아니에요. 룸메이트를 구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된 사람일 뿐이에요. 그 사람에게는 제가 알아서 설명할게요.”

“그래.”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말을 마친 차지안은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지금은 우선 강유나를 처리해야 했다.

...

별장.

강유나가 빠르게 방을 정리하고 나자 서민철이 한 시간 뒤쯤 문도현이 돌아올 것이라고 알렸다.

강유나는 빠르게 주방으로 가서 식사를 준비하며 문도현에 관해 알아보려고 했다.

한 젊은 가정부가 문도현에 대해 설명해 주려는데 갑자기 차지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

강유나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차지안이 엄숙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강유나, 네가 비행기에서 한 짓, 나 다 알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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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30화

    [유나야, 미안해. 전부 내 탓이야,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아니에요. 선배는 이런 일까지 기꺼이 도와주려고 했잖아요. 이게 어떻게 선배 탓이에요? 하지만 우리 아빠가 선배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러니 선배도 꼭 조심하세요.]차지안은 이제 막 귀국한 데다 문도현과의 ‘연애’도 아주 조심스러웠다.강유나는 강종철이 어떻게 차지안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하지만 강종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위선적인 이 인간은 겉으로는 온화한 척하지만 뒤에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사람이었다.그해, 강종철은 강유나의 엄마 김현숙을 빈손으로 쫓아내기 위해 직접 사람을 보내 강유나를 납치했다.강종철이 강유나의 친아빠였기 때문에 김현숙이 경찰에 아무리 신고해도 강종철은 그저 아이 엄마가 이혼 문제로 거짓 신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은 그저 강유나를 휴가 보내기 위해 산으로 데려간 것뿐이라고 했다.휴양지에서 강종철이 투숙한 기록을 확인한 경찰은 오히려 김현숙을 훈계했다.사실 강유나는 산속의 버려진 오두막에 갇혀 3일 밤낮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김현숙이 빈손으로 나가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한 후에야 강종철이 비로소 강유나의 위치를 알려주었다.김현숙이 도착했을 때 강유나는 산비탈에 떨어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강유나는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어둠 속, 몸 아래 흙에서 스며드는 축축함과 차가운 느낌, 그리고 뱀이 몸 위로 기어가는 그 감각...강종철과 김현숙이 이혼한 다음 날, 강종철은 다른 사람들에게 김현숙이 강유나의 양육권을 위해 빈손으로 나갔다고 말했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차지안이 보낸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나도 별일 없을 거야, 문 대표님이 보호해 주실 거니까. 너도 걱정 마, 문씨 가문을 떠난 후에도 내가 네 일자리는 책임지고 소개해 줄게. 우리 함께 네 엄마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차지안이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 강유나는 눈시울이 시큰해졌다.[고마워요. 선배.]한편.차지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29화

    강유나는 영상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난 정말 천재야.”감탄하며 욕실에서 뒤처리를 했다.그런데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누가 일회용 잠옷이 아니랄까 봐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거울을 바라보니 가슴 쪽의 천이 아래로 쭉 찢어져 V라인이 깊게 패였다.재빨리 목욕 가운을 벗어 몸에 걸쳤다. 큰 가운을 땅에 질질 끌며 달려 나가다가 가운 허리끈에 걸려 바닥에 넘어졌다.딸깍.바로 그때 문이 열렸다.문도현이 팔에 정장을 걸친 채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셔츠의 단추가 절반 정도 풀려 있어 겉으로 드러난 가슴 근육이 은근히 긴장감을 자아냈다.문도현은 시선을 내려 옷이 흐트러진 채 바닥에 넘어진 강유나를 내려다보았다.그러더니 어둠 속에서 옷을 한쪽에 던져두고 무심코 담배에 불을 붙였다.연기가 피어올라 문도현의 눈빛을 가렸다. 희미한 연기 너머로 사나운 기운을 내뿜는 잘생긴 얼굴만 겨우 분간할 수 있었다.“하...”문도현이 비웃음을 내뱉었다.“강유나, 이제는 대놓고 들이대는 거야? 그렇게 급해?”“그게 아니라 전 그냥...”강유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깨물었다.한쪽에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차지안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엄마의 목숨으로 협박하는 아빠가 있었다.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에 혼자 묵묵히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문도현은 강유나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담배를 든 손가락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 여기 다시는 들어오지 마.”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고요한 밤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사람을 오싹하게 했다.강유나는 온몸을 움츠리며 바닥에 떨어진 패딩 점퍼를 집어 들고 뛰쳐나갔다.계단을 내려가던 중 움직이던 걸음이 멈칫했다.이대로 갈 수 없었다. 가면 엄마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주먹을 꽉 쥔 뒤 패딩 점퍼를 잘 여미고 문도현의 방으로 되돌아갔다.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 앞으로는 다시 안 그러겠습니다.”“꺼져.”강유나는 옷을 꽉 쥐며 진지하게 말했다.“아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28화

    문도현은 담배를 피우며 평온한 얼굴로 연기를 내뿜었다.아련히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문도현의 표정이 보였지만 차지안은 그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사무실 사람들한테서 들은 건데... 오늘 오후에 박 대리가 강유나 씨를 괴롭혔다고 하더라고요. 강유나 씨를... 그런 쪽 여자로 생각하고 그랬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아침에 출근할 때 박 대리가 저한테 새로 온 비서에 대해 물었어요. 그때 실수로 강유나 씨가 요리를 잘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저 보고 어디서 강유나 씨 요리를 먹었냐고 묻더라고요.”잠시 멈칫한 뒤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대표님 집에서 한 끼 먹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박 대리가 오해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요. 강유나 씨가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박 대리 같이 다 큰 어른이 강유나 씨를 괴롭혔는지... 하지만 대표님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좀만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전담 비서 자리에 강유나 한 사람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그 자리에 어떤 여자들이 있었는지 사무실 남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박선용은 차지안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강유나가 만만하다고 생각했기에 손을 댄 것이었다.게다가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강유나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누가 알겠는가?차지안이 지금에서야 설명한 이유는 점심에 봤던 문도현의 그 시선 때문이었다. 이 남자는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하지만 바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곡이 찔린 모습이 문도현에게 들킬까 봐 술기운을 빌려 입을 연 것이다.취중 진담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차지안은 문도현이 강유나를 오해하게 만들고 싶었다.눈을 가늘게 뜬 문도현은 눈빛이 조금 전보다 어두워졌다.“알았어.”차지안은 입술을 깨물며 문도현의 이 한마디를 여러 번 곱씹었다.문도현이 그녀의 말을 완전히 믿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앞으로 벌어질 일은 이 남자가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휴..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27화

    강유나는 자신의 계획이 적어도 이틀 정도는 강종철을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강종철이 이틀도 기다리지 못하고 엄마의 약을 끊을 리가 없다고 여겼다.그때가 되면 차지안과 다른 방법을 상의할 생각이었다.어쨌든 절대로 섹시한 잠옷을 입고 문도현을 유혹하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차지안 쪽에서 메시지를 입력하는 듯한 표시가 뜨더니 잠시 후 장문의 글이 전송되어 왔다.[유나야, 네 엄마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순 없어. 해외에서 그렇게 고생한 이유도 네 엄마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잖아. 나를 믿는다면 내 말을 들어. 내가 문 대표님을 붙잡아 둘 테니까 너는 몰래 잠옷 입고 문 대표님 방에 가서 사진을 찍어. 네 아빠가 너와 문 대표님 사이에 뭔가 있었다고 믿게 되면 더욱 정성껏 네 엄마 병을 치료해 줄 거야.]메시지를 읽고 난 강유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차지안이 자신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해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차지안이 자신에게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이런 일은 할 수 없었다.[안 돼요. 선배. 문 대표님은 선배의 남자친구잖아요. 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이건 선배한테도 죄짓는 거예요. 선배가 저를 위해서 이러는 건 알지만 저는 선배 마음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요.]‘선배는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야. 급한 나머지 이런 제안을 한 거지만 나중에 냉정해지고 나면? 나를 볼 때마다 내가 섹시한 잠옷을 입고 선배의 남자친구 방에서 사진 찍은 모습이 떠오르면 어떡해?’여자라면 누구나 거슬릴 일이었다.강유나는 차지안이라는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그때 차지안이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유나야, 네 엄마 목숨이 더 중요해. 게다가 사진에는 문 대표님이 나오지도 않잖아.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야.]메시지는 정말 감동이었지만 강유나는 여전히 두려웠다.문도현의 사람을 삼킬 듯한 눈빛만 떠올려도 온몸이 오싹했다.‘만약 이 남자에게 들키면...’강유나가 거절하는 메시지를 타이핑하는 동안 차지안은 계속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26화

    투명한 봉투 안에는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 들어 있었다. 태그는 일부러 가장 위에 눈에 띄는 곳에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바로 ‘화끈' 브랜드의 일회용 잠옷이었다.무엇에 쓰는 것인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강종철이 이런 것을 골라줄 리는 없을 터, 일부러 강유나를 불쾌하게 할 사람은 그 모녀뿐이었다.그때 강유나의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잠금을 풀고 채팅창을 열어보니 강종철이 김현숙의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오늘 밤 반드시 해내야 해, 사진 찍는 거 잊지 말고!][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강유나는 분노에 몸이 떨렸다.하지만 강종철은 강유나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대신 영수증 한 장을 보내왔다.병원의 수술비용 납부 독촉장이었다.김현숙이 병원에서 제일 좋은 약을 쓰고 있다는 것이 표시되어 있었다. 각종 검사 비용을 합쳐, 단 며칠 만에 누적 비용이 2400만 위안에 달했다.최고의 시설을 갖춘 사설 병원이었기 때문에 이런 비용은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하지만 강유나는 지금 600만 원도 낼 돈이 없었다.[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럼 바로 서명하고 돈 지불할게. 네 엄마 가야금은 일부러 네 집에 가서 가져온 거야, 추억 삼아 간직해.]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행동이었다.가야금은 강유나에게 추억을 간직하라고 보낸 것이 아니라 엄마가 여전히 강종철의 손에 있다는 것을 수시로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었다.휴대폰을 꽉 쥐다가 실수로 앨범을 눌렀다.해외에 있을 때 휴대폰을 바꿀 돈이 없었다. 게다가 휴대폰 용량이 너무 작아 엄마와의 사진과 어린 시절 사진 십여 장만 남겨두고 거의 다 삭제했다.그중 한 장은 그들의 세 가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강종철이 강유나의 볼에 뽀뽀를 하며 칭찬했다.“유나는 정말 우리 집 복덩이야. 오늘 너랑 가족사진 찍으러 온다고 했더니 전화 한 통으로 큰 계약이 성사됐어. 앞으로 아빠가 널 이 세상 가장 행복한 공주님으로 만들어 줄게!”어린 강유나는 사업에 대해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25화

    문도현은 담배 재를 털며 고개를 들어 지배인을 바라보았다.“내 말 못 들었어?”“네,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박선용은 경비원들에게 끌려 나갔다.문도현은 다시 한번 연기를 내뿜은 뒤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경영지원실 직원들을 훑어보았다.직원들이 목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차지안조차 얼굴이 창백해졌다.강유나는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문도현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억눌린 분위기와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아 이 남자의 손에 넘어가면 분명히 처참한 결말을 맺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박선용은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문도현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강유나를 흘끗 보았다. 아른거리며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의 갈색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박선용이 경찰에 연행된 것에 기뻐하는 속내가 들켰다고 생각한 강유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신발 끝만 응시하며 불안한 듯 발가락만 꼼지락거렸다.‘그런데 박 대리는 대체 누구에게 맞아서 저렇게 된 걸까?’문도현이 일어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냉담한 시선으로 건너편의 차지안을 스치듯 본 뒤 룸 밖으로 나갔다.죄책감에 잔뜩 주눅 든 차지안은 심장이 쿵쾅거렸다.사실 차지안이 강유나의 신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박선용에게 흘렸다.오늘 아침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박선용이 하도 절실해 보이기에 그의 속내를 알아챈 차지안은 일부러 새로 온 비서에게 화제를 돌렸다.강유나가 전담 비서라는 특수성을 암시하면 이런 ‘여미새’는 분명히 참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꼬투리 잡힐 여지는 절대 남기지 않았다.‘그런데 문 대표가 왜 그렇게 쳐다본 걸까? 혹시 나를 의심하는 걸까?’“선배? 왜 그래요? 문 대표님과 다른 분들은 다 가셨는데 얼른 출발하셔야죠.”강유나는 차지안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 귀띔해 주었다.정신을 차린 차지안은 즉시 연기 모드로 돌아갔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방금 깜짝 놀랐어요. 박 대리가 강유나 씨한테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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