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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作者: 이소문
강유나는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선배, 저...”

강유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그런데 차지안이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화를 내듯 말했다.

“뭘 망설이는 거야? 설마 그 남자가 마음에 든 거야?”

“아니에요! 그때는 너무 어두웠고 또 저도 취한 상태여서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했어요.”

강유나는 서둘러 설명했다. 어차피 다 알고 있다고 하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휴대폰 너머에서 차지안이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강유나,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겠지?”

“네.”

강유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러다 문득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남자는 강유나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강유나를 놔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선배는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된 거예요?”

차지안은 가쁘게 숨을 쉬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예전처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비행기에서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그래서 항공사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대신 물어봐달라고 했어. 그런데 승무원이 네가 어떤 남자랑 같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는 거야. 나는 혹시나 네가 험한 짓이라도 당했을까 봐 걱정했어. 혹시라도 너희 엄마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안 돼요! 절대 엄마가 알게 해서는 안 돼요!”

강유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비밀로 해야 한다고 얘기해 뒀으니까. 그런데 승무원 말을 들어보니까 그 남자 바람둥이 같았어. 비행기에서 그런 짓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네가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앞으로 그 일은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도록 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런 사람에게 잘못 걸리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너희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조심해야지.”

차지안이 신신당부했다.

대학교 시절 강유나가 외국인에게 희롱당했을 때 도와준 사람이 바로 차지안이었다.

그래서 강유나는 차지안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선배. 알겠어요.”

“참, 너 대체 뭘 잃어버린 거야? 내가 친구한테 다시 찾아봐 달라고 할게.”

차지안은 누군가가 들을까 봐 두려운 듯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팔찌요. 해외로 떠나기 전 엄마가 저를 위해 구해오신 거예요. 구슬도 엄마가 하나하나 직접 골라주신 거라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에요. 선배, 선배 친구가 그 팔찌를 찾아준다면 제가 사례금도 꼭 드릴 거라고 전해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 차지안 쪽에서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강유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 왜 그래요?”

차지안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변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지금 바로 물어봐 줄게.”

뚜뚜뚜.

강유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봤다.

오늘 차지안이 조금 이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집사 임근우가 갑자기 불렀고 강유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

다른 한편, 차지안은 창백해진 얼굴로 세면대를 짚었다.

강유나가 팔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차지안은 문도현이 손목에 차고 있던 유난히 작아 보이는 옥구슬 팔찌를 떠올렸다.

차지안은 그 점을 통해 문도현이 비행기에서 만났던 여자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강유나는 문도현의 얘기를 꺼낼 때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차지안은 목소리만 듣고도 부끄러워하는 강유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문도현과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린 게 분명했다.

‘흥, 평소에는 그렇게 얌전하고 순진한 척하더니! 이렇게 발랑 까진 애일 줄은 몰랐네.’

차지안은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겨우 문성 그룹에 입사했다.

그런데 강유나는...

차지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이제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정보는 다 알아냈으니 말이다.

강유나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절대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을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문도현은 내 거야!’

차지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립스틱을 발랐다. 그리고 룸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문도현과 마주쳤다.

차지안은 급하게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문도현은 그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대표님. 아까는 조금 흥분해서 추태를 부린 것 같네요. 앞으로 일할 때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문도현은 차지안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차지안을 데리고 간다면 집에 있는 여자를 쫓아내기도 편했다.

“네.”

차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실은 매우 들떠 있었다.

오늘 밤 문도현과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면, 비행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문도현은 틀림없이 오늘 밤의 차지안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몸을 돌린 차지안은 문도현이 손목에 한 팔찌를 보는 순간 바짝 긴장했다.

차지안은 일부러 난처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고 팔찌를 가리켰다.

“대표님, 그 팔찌 저한테 돌려주시면 안 되나요? 그건 저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저한테 남겨주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에요.”

문도현은 걸음을 멈추고 손목에 낀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차지안을 관찰했다.

“왜 아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야?”

차지안의 손바닥이 식은땀 때문에 흥건해졌다. 문도현이 의심이 많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차지안은 고개를 살짝 들어 문도현을 바라보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제게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걸 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대표님은 그저 책임을 지려는 것뿐이지, 아직 저를 사랑하지는 않으시잖아요. 저는 그게 대표님에게 족쇄가 되는 것도 싫고, 저희 엄마의 뜻을 저버리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저는 언젠가 제가 직접 대표님에게 팔찌를 해주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럴 자신도 있고요.”

차지안의 말에는 조금의 흠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진심이 담겨 있는 듯했다.

심지어 옆에 있던 경호원들마저 조금 감동했다.

문도현은 팔찌를 빼서 차지안에게 건넸다.

차지안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팔찌는 손에 넣은 뒤 강에 던져버릴 것이고 추후 문도현이 팔찌에 관해 묻는다면 적당한 핑계를 대서 둘러댈 생각이었다.

어쨌든 강유나와 문도현은 절대 엮여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차지안의 손이 팔찌에 닿기도 전에 문도현이 다시 팔찌를 가져갔다.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걸 보니 이건 내가 당분간 보관해 줄게. 가자.”

문도현은 팔찌를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차지안의 미소가 굳었다. 하지만 감히 반박할 수는 없었고 심지어 애써 괜찮은 척해야 했다.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문도현이 팔찌를 손목에 차고 다니지만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차지안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문도현을 뒤따랐다.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지안은 어떻게 하면 오늘 밤 문도현의 집에 머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차지안은 문도현의 여자가 될 것이고 머지않아 문도현의 아내가 될 것이다.

...

별장.

임근우와 서민철은 놀란 표정으로 강유나를 바라봤다.

강유나는 머리를 묶고 앞치마를 두른 채 식자재를 씻고, 썰고, 볶고, 또 국까지 끓였다.

서민철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집사님, 강유나 씨는 손이 몇 개인 걸까요? 그리고 솔직히 머리를 묶으니까 아까보다 훨씬 낫네요. 그런데 저 두꺼운 앞머리는 좀 없앴으면 좋겠네요.”

임근우는 웃으며 말했다.

“유나 씨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네요.”

서민철은 혀를 찼다.

“낮에는 달라도 밤에는 모르죠.”

예전에도 낮에는 순진무구한 척하다가 밤이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 문도현을 유혹하던 여자들이 있었다.

그때 마침 문도현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임근우는 강유나를 불렀다.

“유나 씨, 대표님께서 돌아오셨대요. 우선 사람을 시켜 음식을 다이닝룸으로 보내시죠. 오늘 손님이 있다고 합니다.”

강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마친 뒤 임근우와 서민철은 떠났다.

강유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방 밖으로 나가 복도 창가에 서서 정원 쪽을 바라보았다.

차가 멈춰 서자 가정부가 문을 열어 주었고 한 남자가 긴 다리를 뻗으며 차에서 내렸다.

강유나가 까치발을 들고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는 순간 다른 가정부가 주방 안에서 나오며 말했다.

“유나 씨, 국 다 됐어요. 어서 가져가요.”

“네.”

강유나는 몸을 돌려 국을 들고 다이닝룸으로 향했다.

마침 문도현도 다이닝룸으로 들어갔다.

문도현의 몸에서는 숨이 막힐 듯한 살기가 풍겨 나왔다. 문도현이 지나가는 곳마다 풀 한 포기조차 남지 않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런데 어쩐지 남자의 옆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던 강유나는 문도현의 손목시계 위에 아주 특별한 색깔의 끈이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강유나의 팔찌도 그런 끈으로 되어 있었다.

끈의 색깔이 특별한 이유는 김현숙이 끈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감아 넣었기 때문이다. 끈과 머리카락을 단단히 감으면 독특한 색과 무늬가 나타나게 된다.

김현숙은 끈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세 가닥으로 땋아 만들었다.

강유나가 잘못 봤을 리가 없었다.

강유나는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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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야, 미안해. 전부 내 탓이야,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아니에요. 선배는 이런 일까지 기꺼이 도와주려고 했잖아요. 이게 어떻게 선배 탓이에요? 하지만 우리 아빠가 선배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러니 선배도 꼭 조심하세요.]차지안은 이제 막 귀국한 데다 문도현과의 ‘연애’도 아주 조심스러웠다.강유나는 강종철이 어떻게 차지안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하지만 강종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위선적인 이 인간은 겉으로는 온화한 척하지만 뒤에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사람이었다.그해, 강종철은 강유나의 엄마 김현숙을 빈손으로 쫓아내기 위해 직접 사람을 보내 강유나를 납치했다.강종철이 강유나의 친아빠였기 때문에 김현숙이 경찰에 아무리 신고해도 강종철은 그저 아이 엄마가 이혼 문제로 거짓 신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은 그저 강유나를 휴가 보내기 위해 산으로 데려간 것뿐이라고 했다.휴양지에서 강종철이 투숙한 기록을 확인한 경찰은 오히려 김현숙을 훈계했다.사실 강유나는 산속의 버려진 오두막에 갇혀 3일 밤낮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김현숙이 빈손으로 나가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한 후에야 강종철이 비로소 강유나의 위치를 알려주었다.김현숙이 도착했을 때 강유나는 산비탈에 떨어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강유나는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어둠 속, 몸 아래 흙에서 스며드는 축축함과 차가운 느낌, 그리고 뱀이 몸 위로 기어가는 그 감각...강종철과 김현숙이 이혼한 다음 날, 강종철은 다른 사람들에게 김현숙이 강유나의 양육권을 위해 빈손으로 나갔다고 말했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차지안이 보낸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나도 별일 없을 거야, 문 대표님이 보호해 주실 거니까. 너도 걱정 마, 문씨 가문을 떠난 후에도 내가 네 일자리는 책임지고 소개해 줄게. 우리 함께 네 엄마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차지안이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 강유나는 눈시울이 시큰해졌다.[고마워요. 선배.]한편.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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