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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이소문
서재.

문도현이 급하게 업무 전화를 받자 차지안은 문도현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문도현은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움직일 때마다 옷 아래로 탄탄한 근육이 어렴풋이 드러나 차갑고 단단하면서도 힘 있는 느낌을 주었다.

문도현이 전화를 끊자 차지안이 천천히 다가갔다.

“대표님, 넥타이가 삐뚤어졌어요.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차지안은 손을 들어 올리며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로 옮겼다. 넥타이를 만지는 손끝이 셔츠 단추를 스치듯 지나갔다.

은근한 의도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으며 여성스러운 매력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시선이 마주치자 문도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문도현이 거부하지 않자 차지안은 천천히 까치발을 들었다. 예쁜 얼굴이 넥타이에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남자의 얼굴에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차지안은 문도현이 지나치게 적극적인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서히 다가가다가도 살짝 뒤로 물러나며 적당한 선을 지켰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은근한 분위기였다.

오늘 차지안은 반드시 기회를 잡아 문도현이 비행기에서 만났던 여자를 잊게 할 것이다.

차지안이 성공을 확신하려는 순간, 갑자기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문도현은 몸을 돌려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았다. 살짝 어두운 조명 때문에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 갈색 눈동자는 욕망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불안해진 차지안은 짧은 몇 초 사이에 방금 자신이 했던 행동을 머릿속으로 전부 되짚었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것을 확신한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문도현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향수 바꿨어?”

당황한 차지안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차지안이 알기로 강유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데 갑자기 향수를 바꿨다는 말을 듣게 된다니.

문도현은 차지안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더니 짧게 말을 내뱉었다.

“아니야?”

차지안은 문도현이 은근히 언짢아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눈을 굴려 무언가를 떠올렸다.

“저는 향수를 뿌리지 않아요. 향수 냄새가 났던 건 귀국하기 전에 동료가 선물로 준 향수를 캐리어에 쏟았는데 동료가 챙겨준 선물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옷을 다시 세탁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차지안은 상황에 맞게 한 발 물러섰다. 문도현이 만족할 만한 대답이었다.

문도현은 차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 향으로 돌아가.”

차지안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하지만 고작 향 때문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차지안은 천천히 문도현의 옆에 앉았다.

그러나 차지안이 가까워지자 문도현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고 둘은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더 이상 다가가면 안 된다는 걸 직감한 차지안은 고개를 돌리며 덤덤히 웃었다.

“대표님, 시간도 늦었으니 저는 이만 호텔로 돌아갈게요. 대표님도 일찍 쉬세요.”

“호텔에 묵을 필요 없어. 내 기사가 베이문으로 데려다줄 거야. 필요한 게 있으면 기사에게 말해. 데리고 가서 사줄 테니까.”

차지안은 내심 기뻐했다.

베이문은 원문시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 전망을 가진 아파트였고 한 채에 평균 120억에서 140억 정도 되었다.

문도현의 집이라면 그보다 비쌀 게 분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냉큼 그러겠다고 하고 싶었으나 뭔가를 떠올린 차지안은 곧바로 말했다.

“대표님, 저한테 보상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저는 일을 위해서 귀국한 거지 몸을 팔려고 귀국한 게 아니에요. 회사 근처에 적당한 아파트 한 채 구해주시면 돼요. 그래야 동료들이 알게 돼도 헛소문을 퍼뜨리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문도현은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상 차원에서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었다.

“기사가 데려다 줄 거야. 내일부터는 내 옆에서 일하도록 해.”

“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목적을 달성한 차지안은 미련 없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닫힌 문을 바라보며 문도현은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조금 전 차지안이 무슨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성인이었기에 둘 다 원한다면 함께하는 것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이미 한 번 관계를 가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문도현을 바라볼 때 차지안의 눈빛에서 보이는 애정은 진짜였다.

그러나 문도현은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단순히 향이 달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문도현은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 손끝으로 옥구슬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또 한 번 그 여자의 피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위에 남아 있던 향기는 이미 많이 옅어졌지만, 그때의 은은한 향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빛이 달라질 정도였다.

문도현이 생각에 잠겨 있는 와중에 서민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차지안 씨가 맞다는 걸 확인하셨는데 계속 조사해야 할까요?”

문도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시선을 살짝 들었다.

“계속 조사해.”

“네.”

서민철이 말을 이었다.

“그럼... 강유나 씨는 어떻게 할까요? 오늘 저녁 식사는 강유나 씨 혼자 준비한 겁니다. 집사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차지안 씨 사건을 제외하면 문제가 될 점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차지안 씨께서 사람들 앞에서 괜찮다고 했으니 그 이유로 강유나 씨를 쫓아낸다면 어르신께 설명하기가 좀 곤란해질 겁니다.”

서민철은 그곳에 와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곧장 주방으로 들어간 여자를 처음 보았다.

‘아니지. 질문을 하나 하긴 했지.’

서민철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대표님, 강유나 씨께서... 한 달 월급은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서민철은 난감해졌다. 지금까지 월급을 위해서 이곳에 온 여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문도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강종철은 잔꾀가 많은 인간이야. 그런 인간의 딸이 얌전히 있을 리 없지. 그 여자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회사 사람들에게 서류를 가져오라고 해.”

“네.”

서민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마친 문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를 나섰고, 주방 앞을 지나다가 안쪽에서 조심스러운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도현은 걸음을 멈추고 안쪽을 들여다보니 강유나가 휴대폰을 쥐고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엄마, 저...”

강유나는 울먹이더니 말을 끝맺지 못하고 음성 메시지를 취소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버튼을 눌렀다.

“엄마, 저 잘 지내고 있어요. 여기 다 좋아요.”

김현숙이 들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몇 초 뒤 김현숙이 치료를 받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몇 장 도착했다.

곧이어 강종철이 메시지를 보냈다.

[내 말을 잘 듣는다면 네 엄마는 무사할 거야.]

사진 속 김현숙의 안색이 전보다 조금 나아진 걸 확인한 강유나는 안도했고, 또 한 번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메시지를 보낸 뒤 강유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설거지하러 갔다.

강종철이 엄마의 치료비를 계속 대준다면 강유나는 기꺼이 이곳에 남아 가정부 노릇을 할 것이다.

문도현은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선 채 조용히 강유나를 바라보았다.

강유나는 문도현을 등지고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아이보리색 이너에 검은 줄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허리 부분이 잘록하게 조여져 한 손에 잡힐 것 같은 가녀린 허리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고개를 숙이고 설거지할 때는 머리카락이 등 위에서 살랑거렸다. 조명을 받은 머리카락은 마치 검은색 비단처럼 찰랑거리며 윤기가 흘렀다.

문도현은 문득 비행기에서 만났던 여자를 떠올렸다.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긴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감겼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문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어두운 눈빛을 했다.

문도현의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탓인지 강유나는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그런데 강유나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겁을 먹은 강유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방금 씻어서 옆에 놓아둔 그릇이 떨어진 줄 알았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차지안이었다.

“선... 차지안 씨, 무슨 일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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