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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作者: 이소문
차지안은 문도현이 떠난 걸 확인한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강유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질투와 증오가 일렁이고 있었다.

조금 전 차지안은 문도현이 욕망 어린 눈빛으로 강유나를 바라보는 걸 보았다.

‘또 강유나야? 왜 강유나는 가능한 건데?’

차지안은 강유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질투가 온몸을 휘감았다.

‘강유나, 나를 탓하지는 마. 네가 먼저 내 앞길을 가로막은 탓이니까 말이야.’

다음 순간 차지안은 이내 배려심 깊은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까 보니까 네 손도 좀 빨갛더라고. 그래서 연고를 가져다주러 왔어.”

강유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자신이 저지른 황당한 일 때문에 차지안에게까지 피해가 갈까 봐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런데 차지안이 강유나를 잡으며 말했다.

“유나야, 내가 어떻게 너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겠어?”

지난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이 걱정해 주자 강유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면서 문득 차지안과 함께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강유나와 차지안은 학교에서 처음 만난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던 레스토랑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차지안은 장학금을 받고 있었지만 학비를 충당하기에는 빠듯한 금액이었고 가족들이 생활비조차 지원해 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강유나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강유나는 애초에 유학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하루빨리 대학교를 졸업해서 돈을 많이 벌어 엄마를 잘 돌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강희원이 강유나의 약혼자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이유로 강종철은 강유나를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억지로 유학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외에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종철이 입학시험만 알아봐 주었을 뿐, 생활비는커녕 학비조차 마련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강유나는 직접 학교를 알아보고, 필요한 서류와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둔 돈을 보태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하지만 겁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외국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고, 줄곧 동기들에게 은근한 괴롭힘을 당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하던 레스토랑의 여사장마저 강유나에게 유독 까탈스럽게 굴었다.

점심을 준다고 해놓고 주지 않을 때도 있었고, 따지러 가면 온갖 핑계를 대며 급여를 깎기까지 했다.

그때 차지안이 나서서 강유나가 받아야 할 돈을 되찾아 주었고, 자신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자며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강유나는 낯선 타국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강유나에게 있어 차지안은 어려운 시절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영웅과 다름없었다.

결국 강유나는 차마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차지안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작은 침대와 책상과 옷장뿐이었다.

누가 봐도 가정부가 쓰는 방이었다.

차지안은 아주 잠깐 조롱 어린 눈빛을 보이더니 이내 강유나를 자리에 앉히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강유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으면서 향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유나야, 너한테서 정말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은데 혹시 향수 같은 거 쓰는 거야?”

“아니요.”

강유나는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았지만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았다.

차지안은 강유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뭐야? 나한테 알려주기 싫어서 그래?”

강유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혹시 샴푸 냄새 아닐까요? 해외 마트에서 산 건데 싸고 좋더라고요. 예전에 선배한테도 추천했었는데 그때 선배는 과일 향이 싫다고 했었어요.”

원하는 답을 얻은 차지안은 한층 누그러진 어조로 미리 생각해 둔 말을 천천히 꺼냈다.

“유나야, 사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다 너를 위해서야.”

그 말에 강유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선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대표님은 과일 향이 나는 건 뭐든 싫어하거든. 대표님 성격이 어떤지는 너도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아까 대표님이 나한테 네 몸에서 나는 향을 맡았다면서 너를 쫓아내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몰래 와서 너한테 알려 주는 거야. 정말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너희 엄마는 어떡해?”

강유나는 그 말을 듣자 문도현의 서늘한 눈빛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마 자신이 넘어졌을 때 얼른 부축했다가 곧바로 밀어낸 것도 그 이유 때문인 듯했다.

문도현은 분명 그때 강유나의 몸에서 나는 과일 향을 맡았을 것이다.

강종철의 도움이 있어야 엄마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강유나는 급히 책상 위에 있던 휴지를 집어 머리를 닦았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선배. 앞으로는 절대 이 샴푸를 쓰지 말아야겠어요.”

강유나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닦는 사이, 차지안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이렇게 순진하고 어수룩한 강유나는 문도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차지안은 다시 다정한 표정으로 강유나의 손을 잡았다.

“샴푸 또 남아 있어? 내가 가져갈게. 다른 사람이 발견하면 곤란하잖아.”

강유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 샴푸의 향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의 병을 생각하면 감히 문도현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강유나는 캐리어 안에서 샴푸를 꺼냈다.

차지안은 그 샴푸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다가 강유나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아예 직접 가져가 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웃으며 강유나를 달랬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내일이나 모레쯤 새 샴푸 하나 가져다줄게.”

“네.”

고개를 끄덕인 강유나는 여전히 차지안이 자신을 위해 그러는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차지안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차지안은 문도현이 강유나를 혐오하게 할 생각이었다.

차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가방에서 향수 샘플 하나를 꺼냈다.

그건 차지안이 해외에서 동료들과 바에 갈 때만 사용하던 향수였다.

향이 진하고 오래 지속되는 데다가 매우 관능적인 향이었다.

문도현은 노골적인 의도를 가진 여자를 가장 혐오했기에 그런 향을 싫어할 것이다.

강유나가 반응하기도 전에 차지안은 강유나의 몸에 대고 향수를 몇 차례 뿌렸다.

“지금 네 몸에서 과일 향이 너무 많이 나니까 우선 이 향수로 좀 덮어.”

“콜록, 콜록...”

강유나는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면서 손으로 힘껏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몸에 밴 향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필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강유나 씨, 잠깐 나와 줄래요?”

서민철이었다.

차지안은 재빨리 문 뒤로 몸을 숨기며 강유나에게 먼저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강유나는 지체할 수 없어 문을 반쯤 열고 밖으로 나갔다.

순간 자극적인 향수 냄새가 서민철의 코를 찔렀다.

문도현의 곁에서 오래 일한 서민철은 온갖 유형의 여자들을 봐 왔기에, 그 향기를 맡는 순간 강유나가 어떤 의도로 향수를 뿌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밤 강유나를 내보낼 명분이 생길 것 같았다.

서민철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잠시 후 회사 사람들이 올 거예요. 커피 네 잔 준비해서 서재로 가져다주세요.”

“네,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강유나는 차지안이 들킬까 봐 걱정되어 서민철을 따라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방 안에 남은 차지안의 눈에는 목적을 이룬 자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조금 전 차지안은 문틈을 통해 조금 전 서민철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불쾌한 기색을 보았다.

강유나가 커피를 가져다줄 때 문도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 보듯 뻔했다.

차지안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조용히 별장을 빠져나갔다.

...

서재.

서재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강유나가 커피를 들고 문을 두드리려고 하는데 안에서 갑자기 남자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여러분이 준비해 온 기획안입니까?”

“죄송합니다, 대표님.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강유나는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문도현을 바라보았다.

환한 조명 아래, 문도현은 나른한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툭툭 두드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문도현에게서 위험한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갑자기 문도현의 시선이 문가로 향했다.

“들어와.”

“저, 커피를 가져왔어요.”

문도현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강유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커피를 들고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앞에 서자 맞은편에 앉은 문도현이 내뿜는 강한 압박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자기도 모르게 컵을 꽉 쥐었다. 그저 커피를 내려놓고 빨리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문도현의 책상 위에는 서류가 가득했고, 재떨이 옆에만 겨우 빈자리가 있었다.

강유나가 재빨리 손을 뻗었을 때 문도현도 담배를 집어 들기 위해 손을 움직였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손등이 맞닿았다.

담배를 쥔 문도현의 손가락 마디는 단단하고 힘이 넘쳤다.

피부가 닿는 순간, 마치 겨울철 정전기처럼 찌릿한 감각이 전해져 강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움찔 떨었다.

그 탓에 문도현의 소매 위로 커피가 쏟아졌다.

강유나는 두려워할 틈도 없이 급히 문도현의 손을 붙잡고 소매를 닦았다.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 순간 짙고 유혹적인 향수 냄새가 문도현의 코를 찔렀다.

문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혐오스럽다는 듯 손을 뿌리쳤다.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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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로 잔 남자가 재벌이었다   제30화

    [유나야, 미안해. 전부 내 탓이야,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아니에요. 선배는 이런 일까지 기꺼이 도와주려고 했잖아요. 이게 어떻게 선배 탓이에요? 하지만 우리 아빠가 선배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러니 선배도 꼭 조심하세요.]차지안은 이제 막 귀국한 데다 문도현과의 ‘연애’도 아주 조심스러웠다.강유나는 강종철이 어떻게 차지안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하지만 강종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위선적인 이 인간은 겉으로는 온화한 척하지만 뒤에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사람이었다.그해, 강종철은 강유나의 엄마 김현숙을 빈손으로 쫓아내기 위해 직접 사람을 보내 강유나를 납치했다.강종철이 강유나의 친아빠였기 때문에 김현숙이 경찰에 아무리 신고해도 강종철은 그저 아이 엄마가 이혼 문제로 거짓 신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은 그저 강유나를 휴가 보내기 위해 산으로 데려간 것뿐이라고 했다.휴양지에서 강종철이 투숙한 기록을 확인한 경찰은 오히려 김현숙을 훈계했다.사실 강유나는 산속의 버려진 오두막에 갇혀 3일 밤낮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김현숙이 빈손으로 나가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한 후에야 강종철이 비로소 강유나의 위치를 알려주었다.김현숙이 도착했을 때 강유나는 산비탈에 떨어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강유나는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어둠 속, 몸 아래 흙에서 스며드는 축축함과 차가운 느낌, 그리고 뱀이 몸 위로 기어가는 그 감각...강종철과 김현숙이 이혼한 다음 날, 강종철은 다른 사람들에게 김현숙이 강유나의 양육권을 위해 빈손으로 나갔다고 말했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차지안이 보낸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나도 별일 없을 거야, 문 대표님이 보호해 주실 거니까. 너도 걱정 마, 문씨 가문을 떠난 후에도 내가 네 일자리는 책임지고 소개해 줄게. 우리 함께 네 엄마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차지안이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 강유나는 눈시울이 시큰해졌다.[고마워요. 선배.]한편.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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