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화. 벽류진의 밤은 소리 없이 흘러갔다. 철판으로 둘러싸인 요새의 밤은 외부의 공기와 단절된 채, 오직 기계적인 환기 장치가 돌아가는 둔탁한 소음만으로 가득했다. 야츠키의 처소는 미츠키의 배려로 감옥보다는 한결 안락했으나, 그 안락함마저도 누군가 언제든 문을 열고 들이닥칠 수 있다는 불안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야츠키는 침대에 앉아 창밖의 삭막한 하늘을 응시했다. 문밖에서는 어김없이 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보초를 서는 날이 아님에도, 매일 밤 야츠키의 문앞을 지켰다. 그것은 총대장의 명령보다도, 렌 자신의 본능적인 의무이자 집착이었다.야츠키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그림자를 보며,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동요를 느꼈다. 렌은 다른 무사들과 달랐다. 비사가 야츠키를 사냥감으로, 가란이 척결해야 할 도깨비로 볼 때, 렌만이 그녀를 '여인'으로 대했다. 그 정중한 존댓말과 따뜻한 시선은 야츠키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그녀는 문을 열었다. 렌은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한 듯, 굳어 있던 자세를 고쳐 잡았다."무슨 일입니까, 야츠키 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렌의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야츠키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렌의 잘생긴 얼굴, 전쟁터의 흉터가 남아 있는 턱선, 그리고 그녀를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나는 눈빛. 야츠키는 자신도 모르게 렌의 옷깃을 잡았다. 그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렌, 들어와요. 밖은 너무 춥잖아요."렌은 망설였다. 무사로서의 규율과 야츠키를 지켜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그는 갈등했다. 하지만 야츠키의 목소리에 담긴 가느다란 떨림이 그의 결심을 무너뜨렸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닫힌 문틈 사이로 렌의 그림자가 야츠키의 등 위로 겹쳐졌다.방 안에는 야츠키가 내뿜는 은은한 매화 향기가 가득했다. 그 향기는 렌의 이성을 조금씩, 아주 느릿하게 잠식해 갔다. 렌은 야츠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그녀
Last Updated : 2026-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