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번 15화에서는 시온의 숨겨진 이중적인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네요.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겉으로는 더없이 인심 좋고 긍정적이턴가 대인관계가 완벽해 보이지만, 그 속마음은 비틀린 망상과 집착적인 소유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꽤나 많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어둡고 위험한 욕구들은 어디까지나 머릿속 상상으로만 그쳐야 하겠지만요! ㅎㅎ 다음 화도 아주 흥미진진할 테니, 꼭 함께 기대해 주세요!
제 38화 흩어지는 안개, 그리고 낙화(落花)유우와 신지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포효와 테츠잔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유우의 입술이 피가 나도록 짓씹혀 있었다. 뱀처럼 가느다란 눈이 일순간 진지하게 빛났다. 신지로는 유우의 등 뒤에 서린 비장함을 꿰뚫어 보았다.“유우….”신지로의 낮은 부름에 유우가 짧게 대답했다.“알고 있다, 신지로. 대장이 목숨을 걸고 열어준 길이다. 여기서 멈추는 건 그분을 욕보이는 짓이야. 대장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라. 우리는 반드시 영주 거처의 심장부로 가야 한다. 그게 대장이 우리에게 준 유일한 명령이니까.”두 사람은 안개로 자욱한 영주 거처의 정문을 향해 질주했다. 발밑은 구름 위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삐죽하게 솟은 부유 섬의 바위들은 딛고 설 자리를 위협했다. 대장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그들은 그 슬픔마저 칼날에 담아 앞을 향해 달릴 뿐이었다.테츠잔이 올라탄 호랑이 요물은 대검이 꽂힌 아가리에서 검은 피를 뿜어내며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놈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쿠노이치 잔요가 짐승의 발톱을 테츠잔의 등짝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파앗—! 살점이 뜯겨 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테츠잔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척추를 긁어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호랑이의 머리를 지렛대 삼아 몸을 비틀었다.“네놈들은 오늘 여기서 끝이다!”테츠잔은 보조 단검을 낚아채듯 휘둘렀다. 짐승의 발톱을 박아 넣느라 무방비해진 잔요의 안면을 단검이 정확히 꿰뚫었다. 서걱! 잔요는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고, 세 존재는 안개 바닥을 뚫고 구름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했다.-콰아앙!호랑이 요물은 뇌가 박살 난 채 비틀거리다 안개 너머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얼굴이 찢긴 채 피를 토하던 잔요가 발악했다.“어차피… 끝이다. 영주 놈들이나, 너희 무사 놈들이나…. 구름 위를 거닌다고 하늘에 닿는 게 아니야. 도깨비가 지상을 덮친 그 순간부터 이 세상은
제 37화 안개속으로 갈라지는 길안개는 여전히 자욱했으나 거처를 감싼 공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무겁고 살벌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렌의 칼날에 어깨와 손목을 깊숙이 베인 후사는 잠시 전선에서 물러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썩어가는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댔다. 후사는 다친 손목에서 욱신거리는 통증보다 더 깊은 것은, 예전에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져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그 중심에서 무표정하게 이 모든 파멸을 관망하고 있을 카기하를 향한 맹목적인 마음이었다.그녀의 시선이 흐릿해지며, 뇌리 속에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영주들의 거처는 쿠노이치들에게 있어 화려한 새장이었다. 십 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실력 하나만을 인정받아 소집되었을 때, 그곳은 지옥의 입구였다. 영주들은 소녀들을 인간이 아닌 ‘장식품’이자 ‘도구’로 보았다. 영주의 비릿한 눈빛은 수집품을 감상하는 탐욕으로 가득 찼고, 훈련은 뼈가 깎이고 영혼이 짓눌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그 지옥 같은 규율 속에서 유일한 빛은 카기하였다. 가장 연상이었던 그녀는 고된 훈련을 견디며 후사와 잔요를 보듬었다. 카기하의 차가운 손길이 훈련 끝에 피투성이가 된 후사의 상처를 닦아줄 때마다, 후사는 그것을 동경을 넘어선, 이름 모를 갈망이라 믿었다.‘카기하 님,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큼 당신은 아름답습니다.’후사는 밤마다 카기하의 곁에서 보초를 서며 그녀의 잠든 얼굴을 훔쳐보곤 했다. 카기하가 여닌자로서의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도 아주 가끔 보여주는 서늘한 미소는 후사의 심장을 거세게 뛰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리더에 대한 복종이 아니었다.그녀에게 있어 카기하는 유일한 구원이었다.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영주들은 쿠노이치들을 밤의 보초로 세우고, 임무라는 미명 하에 죽음의 사지로 내몰았다. 부하가 죽어도 영주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차가운 마루 위에서 어린 시체가 치워질 때마다 카기하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참화의 탄생 전, 카기하는 리더로서, 줄어드는
제 36화 붉은 실의 잔혹한 잎사귀의 춤영주들의 거처 안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마루와 복도는 마치 주인이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것처럼 말끔했지만, 그 속에는 생명체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미츠키와 야츠키는 숨을 죽인 채 기와집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느껴지는 이질적인 공기는 이곳이 누군가를 위한 거대한 덫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무 바닥을 딛는 발소리조차 삼키며 그들은 2층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가장 높은 곳의 창가의 어둠 속에서 등불 하나 없이 서 있는 여인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붉은 동백꽃 비녀를 꽂은 그녀, 참화의 리더 카기하(鍵葉 )였다. 마치 손님을 기다렸다는 듯 기습도 없이 빤히 그들을 응시하는 그녀의 여유가 오히려 공포를 자극했다. 짧게 떨어진 붉은 닌자복은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냈고, 그 위로는 언제든 흉기가 튀어나올 듯한 무기 보관 백이 매여 있었다.미츠키는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야츠키를 뒤로 숨겼다. 카기하의 시선이 그 찰나의 보호 본능을 날카롭게 캐치했다.“역시, 내 예상대로 쥐새끼마냥 꼬여드는 군. 그토록 고지식하게 정면만 고집하던 이 나라의 무사들도, 결국은 비겁한 우회로를 찾는 법이지. ‘영주’라는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너희들이 불쌍해서 봐줄 수가 없구나.”카기하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두 사람 사이로 살기가 파도처럼 일렁였다. 미츠키는 큰 창 너머 중앙 마당에서 들려오는 가란의 거친 기합 소리를 들었다.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미츠키는 야츠키를 보호하는 척 창밖으로 밀쳐내는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쇠사슬 연결 단검을 카기하의 목을 향해 사납게 휘둘렀다.카기하는 가볍게 몸을 비틀며 비녀를 휘둘러 쇠사슬을 튕겨냈다. 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일반 무사들의 눈에는 잔상조차 보이지 않을 초고속의 격돌이 이어졌다. 카기하는 방어에만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비녀 끝
제 35화 붉은 비녀의 ‘관찰자’ 영주들의 거처는 본래 그들의 명예와 안온함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풍요로운 풀숲과 빽빽한 나무들이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하고, 높고 견고한 돌담이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을 감싸 안은 세상과 단절된 안식처. 그러나 지금 그곳은 기묘한 안개와 퀘퀘한 먹구름 같은 요기가 뒤섞여,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살육의 무대로 변해 있었다.불 꺼진 마루 안은 죽은 듯 고요했다. 그 침묵을 뚫고 가파른 계단을 밟아 올라가면, 가장 높은 곳인 2층 창가에 붉은 꽃 비녀를 꽂은 여인이 서 있었다.참화의 리더, 카가야였다. 그녀는 창밖으로 펼쳐진 아수라장을 차가운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꽤나 오래 버티는군. 저들 사이에 수장이 없는 것 같아. 고작 정찰이 목표였던 건가?”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마치 지루한 연극을 관람하는 평론가처럼 아래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행진을 관망할 뿐이었다.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참혹한 실외 중앙이었다. 가란의 거대한 도끼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쿠로기리는 연기처럼 흩어지며 그를 농락했다. 쿠로기리는 공격을 멈추고 한쪽 처마 끝에 가볍게 착지하며, 마치 춤을 추듯 여유로운 태도로 가란을 내려다보았다.“말로만 듣던 무사의 기개구나. 왜 우리 안의 피만 보면 흥분하는 도깨비들이 너희를 상대로 이토록 고전했는지 이제 알겠어. 꽤나 눈꼴시린 투쟁심이군.”가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끼 자루를 고쳐 쥐었다. 그의 근육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했다. 도끼날에 묻은 안개가 뱀처럼 엉겨 붙어 쇠를 갉아먹는 소리가 들렸다. 치이익— 하는 불쾌한 부식음과 함께 도끼날 곳곳이 녹아내리고 있었다.“네놈은 무엇을 위해 영주를 사칭하며 이곳에 터를 잡았나? 왜 이런 참극을 벌이는 거지?”쿠로기리는 섬뜩할 정도로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이곳에 맺힌 원념과 증오가 도깨비들의 그것보다 더 깊고 진하거든. 뭐, 그렇게 만든 건 여기 주인 노릇 하던 영주 나부랭이들이지만. 걔네는 너
제 34화 안개 너머의 기만, 무너지는 오감(五感) 영주의 거처를 감싼 안개,그것은 마치 굶주린 짐승의 숨결처럼 무사들의 폐부로 파고들어 예민한 신경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마당 한복판에서 영주의 화려한 예복을 걸친 쿠로기리는 기괴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그가 서 있는 자리 주위로 안개가 뱀처럼 똬리를 틀며 일렁였다.“어찌하여 그리 경직되어 있습니까? 영주를 뵙고자 오신 게 아니었습니까?”렌이 즉각 반응했다. 요기를 정화하는 단검을 고쳐 쥔 그녀의 몸이 바람을 갈랐다. 정면을 파고드는 무사의 일격은 허공을 가르는 찰나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예리했다.렌의 배후에서 솟구쳐 오른 가란이 거대한 도끼를 내리꽂았다. 지면을 박차고 도약한 가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 대지를 뒤흔들 파괴력이었으나 쿠로기리는 연기처럼 흩어지며 자취를 감췄다.가란은 허공을 가른 도끼를 땅에 짓이긴 채, 안개 너머 어딘가에 숨어 있을 쿠로기리를 향해 차갑게 읊조렸다.“영주의 예복을 걸치고 영주를 사칭하는 요물같은 자식이,경비병들은 어디에 있지? 숨어있지 말고 당장 기어 나와라.”안개 속에서 쿠로기리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저는 그저 이곳의 주인이 사라진 자리를 지키는 관리자일 뿐입니다.”가란은 도끼날 끝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도끼가 안개와 맞닿을 때마다 날의 강철이 마치 녹슨 고철처럼 미세하게 부식되고 있었다. 저 녀석은 대상을 갉아먹는 술법을 쓰고 있다. 자신의 전력을 다 보여주었다간 이 도끼가 형체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뇌리를 스쳤다. 가란은 이를 악물었다.이 간보기식 대치는 렌과 시온이 정체를 파악할 시간을 벌어주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쿠로기리 또한 가란의 힘을 경계하며 안개 속에서 교묘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때였다. 숲 어딘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울렸다.슈슈슉—!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든 수리검이 렌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렌은 반사적으로 몸을
제 33화 안개 속에 잠긴 고풍스러운 기와집벽류진을 떠나 영주의 영역으로 향하는 길은 지옥도와 다를 바 없었다. 험준한 산세와 날카로운 가시덤불을 뚫고, 세 무사는 마침내 영주 거처의 뒷문 앞에 도달했다. 그곳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성 전체가 흐린 먹구름 같은 안개에 뒤덮여 있었고, 보초를 서야 할 경비원들은 온데간데없었다.무사라면 본능적으로 오감이 예민하고 반사신경이 뛰어나기 마련이나, 이곳은 차원이 달랐다. 만약 시온의 극도로 발달한 청각과 시각 탐지 능력이 없었다면, 렌과 가란은 보이지 않는 함정에 벌써 몇 번이나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시온은 허공을 떠도는 미세한 요기의 파동을 읽어내며 렌과 가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왼쪽이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공기의 흐름이 뒤틀려 있어.’시온의 속삭임에 렌은 요기를 정화하며 은밀하게 움직였고, 가란은 거대 도끼의 묵직한 존재감을 숨기며 그림자 속을 파고들었다. 성은 겉으로 보기엔 흔적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마치 유령들이 깃든 듯 스산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안개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무사들의 발밑을 감아쥐고 그들의 기운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끈적한 저항감에 가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안개… 평범한 게 아닙니다. 기척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있어. 시온, 계속해서 주변 기류를 살펴주시죠.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즉시 알려주세요.”렌이 낮게 읊조리며 정면을 주시했다. 가란은 언제든 도끼를 휘두를 준비를 하며 묵직한 돌파구를 확보했다. 렌은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요기를 정화하며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진입했다. 바로 그때였다.“누구시죠?”낮고 서늘한 음성이 정적을 깨뜨렸다. 마당 한가운데, 영주들이 입는 화려한 예복을 걸친 젊은 남성이 서 있었다. 180센티미터의 큰 키에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육안으로는 2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만큼 빼어난 용모였다. 그러나 그에게서 뿜어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