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 혹시나 했는데, 결국 비사가 감히 야츠키를 범하고 말았네요. ㅠㅠ 정말이지 손이 떨리는 전개입니다. 우리 야츠키, 대체 이 끔찍한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얼른 누군가가 나타나서 구해줘야 할 텐데...! 숨 막히는 다음 화, 꼭 함께 지켜봐 주세요! 큐ㅠ
제 34화 안개 너머의 기만, 무너지는 오감(五感) 영주의 거처를 감싼 안개,그것은 마치 굶주린 짐승의 숨결처럼 무사들의 폐부로 파고들어 예민한 신경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마당 한복판에서 영주의 화려한 예복을 걸친 쿠로기리는 기괴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그가 서 있는 자리 주위로 안개가 뱀처럼 똬리를 틀며 일렁였다.“어찌하여 그리 경직되어 있습니까? 영주를 뵙고자 오신 게 아니었습니까?”렌이 즉각 반응했다. 요기를 정화하는 단검을 고쳐 쥔 그녀의 몸이 바람을 갈랐다. 정면을 파고드는 무사의 일격은 허공을 가르는 찰나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예리했다.렌의 배후에서 솟구쳐 오른 가란이 거대한 도끼를 내리꽂았다. 지면을 박차고 도약한 가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 대지를 뒤흔들 파괴력이었으나 쿠로기리는 연기처럼 흩어지며 자취를 감췄다.가란은 허공을 가른 도끼를 땅에 짓이긴 채, 안개 너머 어딘가에 숨어 있을 쿠로기리를 향해 차갑게 읊조렸다.“영주의 예복을 걸치고 영주를 사칭하는 요물같은 자식이,경비병들은 어디에 있지? 숨어있지 말고 당장 기어 나와라.”안개 속에서 쿠로기리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저는 그저 이곳의 주인이 사라진 자리를 지키는 관리자일 뿐입니다.”가란은 도끼날 끝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도끼가 안개와 맞닿을 때마다 날의 강철이 마치 녹슨 고철처럼 미세하게 부식되고 있었다. 저 녀석은 대상을 갉아먹는 술법을 쓰고 있다. 자신의 전력을 다 보여주었다간 이 도끼가 형체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뇌리를 스쳤다. 가란은 이를 악물었다.이 간보기식 대치는 렌과 시온이 정체를 파악할 시간을 벌어주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쿠로기리 또한 가란의 힘을 경계하며 안개 속에서 교묘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때였다. 숲 어딘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울렸다.슈슈슉—!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든 수리검이 렌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렌은 반사적으로 몸을
제 33화 안개 속에 잠긴 고풍스러운 기와집벽류진을 떠나 영주의 영역으로 향하는 길은 지옥도와 다를 바 없었다. 험준한 산세와 날카로운 가시덤불을 뚫고, 세 무사는 마침내 영주 거처의 뒷문 앞에 도달했다. 그곳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성 전체가 흐린 먹구름 같은 안개에 뒤덮여 있었고, 보초를 서야 할 경비원들은 온데간데없었다.무사라면 본능적으로 오감이 예민하고 반사신경이 뛰어나기 마련이나, 이곳은 차원이 달랐다. 만약 시온의 극도로 발달한 청각과 시각 탐지 능력이 없었다면, 렌과 가란은 보이지 않는 함정에 벌써 몇 번이나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시온은 허공을 떠도는 미세한 요기의 파동을 읽어내며 렌과 가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왼쪽이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공기의 흐름이 뒤틀려 있어.’시온의 속삭임에 렌은 요기를 정화하며 은밀하게 움직였고, 가란은 거대 도끼의 묵직한 존재감을 숨기며 그림자 속을 파고들었다. 성은 겉으로 보기엔 흔적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마치 유령들이 깃든 듯 스산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안개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무사들의 발밑을 감아쥐고 그들의 기운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끈적한 저항감에 가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안개… 평범한 게 아닙니다. 기척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있어. 시온, 계속해서 주변 기류를 살펴주시죠.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즉시 알려주세요.”렌이 낮게 읊조리며 정면을 주시했다. 가란은 언제든 도끼를 휘두를 준비를 하며 묵직한 돌파구를 확보했다. 렌은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요기를 정화하며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진입했다. 바로 그때였다.“누구시죠?”낮고 서늘한 음성이 정적을 깨뜨렸다. 마당 한가운데, 영주들이 입는 화려한 예복을 걸친 젊은 남성이 서 있었다. 180센티미터의 큰 키에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육안으로는 2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만큼 빼어난 용모였다. 그러나 그에게서 뿜어져 나
제 32화 변질된 생명과 어둠의 예고신지로의 연구실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등불 아래, 비릿한 약품 냄새가 진동했다. 차가운 금속 테이블 위에는 죽은 까마귀 요괴의 사체가 놓여 있었다. 핀셋을 든 신지로의 손은 분주했고, 야츠키는 그 곁에서 조용히 관찰하며 보조를 맞췄다. 조명은 사체의 기괴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테이블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검은 액체 소리가 정적을 깼다.“이 장기들의 위치를 봐. 분명 까마귀의 생태와는 전혀 달라.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고, 군데군데 부식된 흔적이 있어. 게다가 이 끈적한 약물… 대체 무엇을 섞은 거지?”신지로가 메스를 깊숙이 찔러 넣자,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인간인 그에게는 맡기 힘든 짙은 비린내였다. 분석을 거듭할수록 까마귀의 내부에서 기묘한 기운이 새어 나왔다. 사체에서 피어오르는 회색 안개는 연구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고, 등불의 빛마저 왜곡시켰다. 그때, 야츠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는 순식간에 손을 뻗어 신지로의 코와 입을 단단히 막았다.“숨을 쉬지 마세요.”야츠키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길을 통해 전달되는 기운은 불쾌할 정도로 오래된, 썩은 늪과도 같은 고대의 요기였다.“이건 보통의 요기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오래된 기운이죠. 도깨비의 혈통을 타고난 자들이라면 정신력이 흐려지는 정도로 그치겠지만, 일반적인 생물이나 평범한 무기라면 이 까마귀의 장기들처럼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질 거예요. 인간인 당신에겐 더 치명적일 테니 조심하세요.”신지로는 야츠키의 손을 부드럽게 내리며, 굳은 표정으로 사체를 응시했다. 메스를 쥔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의학자로서 이토록 뒤틀린 생명체를 마주하는 것은 일종의 고문과도 같았다. 사체의 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주받은 기운은 단순한 독이 아니라 생명의 근간을 갉아먹는 침식에 가까웠다.“까마귀가 무언가 잘못 먹은 게 아니야. 누군가의 철저한 계획… 연구와 융합의 산물이지. 그쪽에도 나 같은 의학자가 있는 모양이
제 31화 누군가의 ‘도구’가 된다는 것벽류진의 하늘 위로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렸다. 구름을 뚫고 내려온 테츠잔의 독수리가 긴 비행 끝에 지친 날개를 접으며 연무장 한가운데로 곤두박질치듯 내려앉았다. 테츠잔이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오른팔을 뻗자 독수리는 익숙한 듯 사뿐히 내려앉았다. 발목에 묶인 서신 매듭은 이질적일 정도로 매끄럽고 차가웠다.테츠잔은 매듭을 푸는 손끝에서 묘한 떨림을 느꼈다. 종이에서는 평소와 다른 기분 나쁜 향이 났고 서신을 펼친 그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 영주들의 회의를 거쳐 정리된 글감은 빈틈없이 빽빽했다. 하지만 테츠잔은 영주들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평생 자신들의 가문과 유복함만을 내세우며 무사들을 그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피 흘리는 방패로만 여기던 자들이었다. 도깨비가 마을을 짓밟고 사람들이 울부짖을 때, 그들은 가장 먼저 하늘로 도망칠 궁리를 하던 비겁한 자들이 아니었던가. “이게… 영주들의 서신입니까?” 곁을 지키던 미츠키가 다가와 서신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도 테츠잔과 다르지 않았다. 지나치게 정중하고,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너무도 완벽했다. 테츠잔은 과거, 영주들이 무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성벽을 높이 쌓던 날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무사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위로 대신 '대체할 인력은 없는가'를 먼저 물었다. 그런 자들이 '공생'을 운운하다니 이 서신은 독이 든 사탕과 같았다. 그는 독수리의 깃털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이 서신이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희생되었을지 짐작했다.벽류진과 떨어진 또 하나의 무사들의 거처 훈련장 한쪽에서는 일반 무사들이 땀범벅이 된 채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그들은 영주가 보낸 서신 따위는 알지 못한 채,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오늘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렌은 그들 사이를 지나치며 무사들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한 무사가 힘겨운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훈련으로 인해 바닥에 파
제 30화피비린내가 잦아든 벽류진의 마당은 다시 기묘한 정적에 잠겼다. 괴물 까마귀들이 남긴 검은 깃털과 파괴된 잔해들 사이로, 야츠키가 정성껏 키워온 꽃들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붉고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야츠키는 손에 든 지우산을 털며,전투의 여파로 엉망이 된 화단 앞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살육의 전율 대신에 짓밟힌 꽃잎을 향한 안타까움만이 서려 있었다."이 꽃들은... 다 제가 직접 피워낸 것들인데."그녀의 시선은 놈들의 흉측한 사체보다 꺾여버린 줄기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야츠키에게 이곳은 자신을 가둔 요새였지만, 동시에 매일 아침 함께 꽃향기를 나누고 정원을 가꿔온 무사들과의 터전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그녀에게 지배가 아닌 '생존'과 '정(情)'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이었다.야츠키는 전투 중에 렌의 팔에 깊게 패인 상처와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시온을 번갈아 보았다. 시온은 방금 전까지 참월도를 휘두르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던 그 모습 그대로, 피비린내가 밴 칼날을 쥔 채 야츠키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의 갑옷 곳곳에는 놈들의 끈적한 체액과 잿빛 먼지가 가득했지만, 그들의 눈은 오직 그녀에게만 향해 있었다. "시온님, 괜찮아요? 렌도요. 다들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야츠키의 말투에는 어떠한 권위도 전략적인 계산도 없었다. 그저 함께 정원을 돌보던 이들이 다치지 않았는지 묻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순수한 걱정만이 배어 있었다. 그녀가 렌의 상처 입은 팔을 조심스럽게 살피려 하자 렌이 뒤로 물러서며 조심스레말했다."야츠키님,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피가 묻습니다. 당신의 옷이 더러워지는 것이 두렵습니다."가란은 도끼를 땅에 내려놓으며 헛기침을 했다. 그는 평소 야츠키를 '가둬야 할 위험한 도깨비'라고만 정의해 왔다. 하지만 방금 전,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했던 그녀의 등을 보았던 기억이 뇌리에 박혀 있
제 29화 벽류진은 이제 더 이상 삭막한 요새가 아니었다. 며칠 사이, 요새의 돌담과 틈새마다 이름 모를 꽃들이 만개했다. 야츠키가 정원을 거닐 때마다 그녀의 숨결과 손길이 닿은 자리에 은빛 가루가 흩날렸고, 잿빛이었던 돌바닥은 어느새 향기로운 정원으로 둔갑했다. 놀라운 것은 이 기이한 변화를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츠잔은 침묵했고, 무사들은 홀린 듯 그 꽃들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이것이 요새를 침식하는 요기임을 눈치채고도 멈출 수 없을 만큼 그녀의 향기에 깊이 잠식되어 있었다.렌과 가란은 오늘도 보초를 서며 야츠키를 관찰했다. 그녀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허공을 매만질 때마다 꽃봉오리가 톡톡 터지며 피어났다. 그 아름다운 흔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사들의 핏속에 흐르는 흉포함이 조금씩 희석되는 기분이었다. 시온은 야츠키의 곁에 머물며 열병을 앓던 중이었으나 마치 신이 그녀의 곁에 있는 그를 질투라도 하듯 급격히 호전되었다. 그는 병상에서 일어나 묵묵히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야츠키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야츠키가 손끝으로 허공에 은빛 선을 그을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요기의 파동이, 시온의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흔들어놓고 있었다. '저토록 무해해 보이는 존재가,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미치게 만드는가.' 시온은 참월도 자루를 꽉 쥐며 속으로 삼켰다.그때였다."까악, 까아악-!"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하늘을 찢었다.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검은 안개로 뒤덮였다. 나타난 것은 까마귀 다섯 마리였다. 놈들은 일반적인 새의 형상을 비웃듯 날개 폭만 2미터에 육박하는 거구였다. 깃털 사이로 썩은 살점과 쇠붙이가 뒤틀려 융합된 마치 누군가 저주받은 욕망으로 재창조한 흉물들이었다. 놈들이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요새 상공에는 불쾌한 악취와 함께 검은 깃털 가루가 비처럼 쏟아졌다."전원 전투 준비! 저건 단순한 짐승이 아니다!"유우가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쳤다. 그는 최전방에서 직접 검을 휘두르지 않았으나, 적의 움직임을 읽고 무사들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