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벽류진(碧流陣)의 회의실, 구름 사이로 스며든 희뿌연 습기가 눅눅한 비린내와 섞여 실내를 채우고 있었다.150년 동안 이어진 전쟁은 대지를 찢어 놓았고, 인류의 기억 속에서 ‘땅’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한 세월이 흘렀다. 이제 남은 건 허공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징검다리와, 굶주린 늑대처럼 날이 선 8명의 최정예 무사들뿐이었다.총대장 테츠잔의 육중한 존재감 아래, 무사들은 모여들었다. 막내 렌은 떨리는 손으로 정찰 보고서를 건넸다.경계선의 이상 징후와 지형적 변화만이 건조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렌의 뇌리 속에는 보고서에 담지 못한, 안개 너머의 낙원이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다.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붉은 기모노, 하얀 피부, 그리고 자신을 향해 짓던 그 몽롱한 표정. 그건 인간이 아닌 도깨비였다. 렌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으나, 펜을 쥔 손은 끝내 그 사실을 적지 못했다.그 존재를 털어놓는 순간, 이 짐승 같은 선배들이 그녀를 사냥감으로 삼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렌. 보고서가 평소보다 빈약하군. 사각지대에서 정녕 아무것도 보지 못했나?”테츠잔의 묵직한 물음이 정적을 깼다.“지상을 벗어나 하늘까지 도망쳤지만, 이제 한계다. 요기가 거의 없는 남은 도깨비들과 손을 잡든, 아니면 씨를 말려 그들의 살을 취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식량도, 약초도 바닥났어. 우리를 버린 영주들이 하늘 위에서 호의호식하는 동안, 우리는 여기서 썩어가고 있지.”가란이 검은 갑옷을 삐걱거리며 냉혹하게 읊조렸다. 그는 지난달 전투에서 동료 '키바'가 굶주림과 부상으로 비명을 지르다 죽어갔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 분노가 끓어올라 가란의 목소리에는 전쟁의 잔혹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남은 놈들을 다 찢어 죽여야 합니다. 우리 식량이 부족한 이유도 놈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지. 저 하늘 섬 밑바닥 지하에 놈들의 비축 식량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비사가 탁자를 거칠게 내리찍었다. 그의 말투는 거칠었고, 윗선에 대한 분노와
Last Updated : 2026-08-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