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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알파를 사로잡는 법: Chapter 51 - Chapter 60

113 Chapters

제51장: 각인과 결합

사미야의 시점제인의 말이 맞았다.목덜미에서 퍼져 나오는 고통은 시야를 흐려놓기에 충분했으나, 온몸을 휘감아 도는 통증 외에도 또 다른 감각이 내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갈망.열망.욕정.발정기였다. 고든 장로가 실제 결합 과정을 포함하는 결합식의 마지막 순서를 매듭지으라고 마침내 일러줄 때까지, 나는 남은 결합식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거의 인지하지 못했다.고든 장로의 입에서 지침이 떨어지자마자 제인은 나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여신만이 아실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제-제인..." 내가 불렀으나 그는 나를 제 품으로 더 바짝 끌어당길 뿐이었고, 기묘하게도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내가 겪고 있던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서서히 나를 집어삼키려던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그 순간 내가 느끼고 있던 미칠 듯한 흥분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아플 거라고 내가 말했잖나." 제인이 은근한 장난기를 섞어 상기시켜 주었다.숨을 쉬기 위해 그가 절실히 필요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감고 그의 품에 한층 더 몸을 파묻으며, 본래 의도했던 것보다 가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난... 내가... 다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요."제인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닿았고, 왠지 모르게 육신이 다할 때까지 그 소리를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각인된다는 것은 이런 기분인 것일까?이전에 제인에게 느꼈던 모든 감정이 몇 배로 증폭되어 다가왔고, 우리가 결합하여 공식적으로 짝이 되고 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상황을 아주 잘 감당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사미야.""절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물었다."근사한 곳이지." 그가 짤막하게 대답했다.그의 말은 귓가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내 모든 신경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체향이었다. 내 모든 감각을 한꺼번에 강타하는 듯했음에도, 더 많은 것을, 그의 온 존재를 더 깊이 갈망하지 않을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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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과거로부터 온 선물

사미야의 시점어젯밤, 나는 제인이 참으로 자신의 말을 지킬 줄 아는 사내임을 확인했다.우리가 처음으로 몸을 섞고 그의 각인이 내 목덜미에 온전히 자리 잡자마자, 그는 자신이 한 약속을 확실히 이행했다. 우리는 해가 떠올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미친 토끼들처럼 끈질기게 서로를 탐닉했다.욕실 거울 앞에 서서, 나는 목에 선명히 맺힌 각인을 감탄 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 전에 누군가 내게 제인의 각인이 달맞이꽃의 형상으로 나타날 것이라 말했다면 결코 믿지 않았을 터였다. 조금 더 거칠거나 대담한 무언가를 상상했겠지만, 이것은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최근 벌어진 그 모든 일들 가운데, 나는 이 각인이야말로 달의 여신이 마침내 사과를 건네며 상황을 바로잡으려 애쓴 결과물이라 여겼다.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결합을 향한 그녀의 진정한 축복이었다.짝의 각인 외에도, 제인은 내 몸 구석구석에 다른 흔적들을 남겨두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내 붉은 머리칼은 머리 위에서 산발이 되어 있었고, 멍 자국 같은 키스마크들이 온몸에, 특히 가슴 주변에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었다.하지만 그따위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침내 해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겪어온 그 모든 광기를 지나 마침내 스칼렛과 내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머릿속에 그 생각을 되새기며, 나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몸을 정돈했다.침실로 다시 들어서자,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제인의 모습이 보였다.기막힌 묘안이 떠올라 발끝을 세우고 살금살금 다가갔으나, 얼마 가지 못해 제인이 나를 돌아보았다. "짝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잊어버린 모양이군. 우리의 영혼뿐만 아니라 생각 또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내 청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입술을 삐죽 내밀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적어도 놀란 척이라도 해줄 수 있었잖아요, 안 그래요?""그랬다간 지금 네 얼굴에 떠오른 그 깜찍한 토라짐을 놓치게 될 텐데? 절대 그럴 순 없지."'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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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새로운 서열

사미야의 시점과거 회상2년.에트라나에서 가장 큰 시장 광장에서 메이더란에게 버림받은 지 2년이 흘렀고, 내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다.모두가 나를 에트라나의 요부로만 보려 한다면, 그 칭호를 어떻게든 내게 유리한 쪽으로 써먹어야 마땅했다."미야, 이번 일만큼은 절대 망쳐선 안 된다. 네겐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뿐이고, 일이 꼬여버리면 넌 차라리 엔조에게 안주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어머니는 내 풍성한 붉은 머리칼을 빗어 넘기며 상기시켜 주었다.지친 한숨이 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어머니께선 이제 그 멍청한 사내 따윈 잊으셔도 돼요."거울 너머로 어머니가 손을 멈추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내 머리칼을 놓고 빗을 근처 탁자 위에 툭 내려놓았다. "네가 멍청이라 부르는 그 사내가 우리가 사는 이 좋은 집값을 대주고, 네가 입고 있는 그 고운 옷들을 살 돈을 쥐어준 사람이란다."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무리의 국경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엔조의 호의 덕분이었다. 우리가 매일 감히 써댈 수 있었던 돈 역시 그 사내 덕분이었다.농사일로 벌어들이는 푼돈 따위로는 턱없이 부족했음을 여신께서도 아실 터였지만,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것은 결코 그 사내의 순수한 친절이 아니었다. 내가 다리를 벌려가며 화난 아내와 은혜도 모르는 자식들에 대한 그의 신세타령이나, 다른 몇몇 감마들과 함께 알파 곁에서 일하던 시절의 영광을 늘어놓는 하소연을 저녁마다 들어주는 수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엔조의 호의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테니까.내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놈의 호의 덕분에 만날 때마다 자기가 감마라는 자랑질이나 좀 그만뒀으면 좋았을 텐데요.""글쎄다, 네가 2년 전에 메이더란과의 일을 망쳐놓지만 않았어도 애초에 엔조 비위를 맞출 일 따윈 없지 않았겠니?" 어머니가 쏘아붙였다.난 어머니를 사랑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여인은 가끔 내 신경을 긁어 똑바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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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생각을 가로막다

사미야의 시점양옆으로 주먹을 한층 더 꽉 쥐자 눈가가 뜨겁게 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이 일에 어머니의 의견 따윈 없어요. 전 루나이고, 알파나 달의 여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게 최종 결정권이 있으니까요. 사흘의 시간을 드릴 테니 나흘째 되는 날 닭이 울기 전까지 여기서 멀리 떠나, 제가 기꺼이 마련해 드릴 새로운 삶에 온전히 정착해 계셔야 할 거예요." 말을 마칠 무렵 가슴은 거칠게 들썩였고 심장은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아 있었다.어머니는 가슴 앞에 팔짱을 끼더니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가 웃음으로 번지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고, 나는 어리둥절해질 뿐이었다."네가 더 위대한 일을 해낼 운명이라는 건 늘 알고 있었지만, 루나라는 자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네 신경을 조금이라도 긁으려 드는 다른 작자들에게도 반드시 이런 태도로 대하렴."'우리 엄마가 미쳤다는 사실을 내가 깜빡했네.' 스칼렛이 유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끼어들었다.'별난 건 맞지만 미친 건 아니야. 결코 미치진 않았어.' 마음의 고리로 대꾸했다.불과 몇 순간 전까지 나를 짓누르던 팽팽한 긴장감이 씻은 듯 사라졌고, 나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날 낳으신 날, 날 미치게 만드는 것도 인생의 사명 중 하나로 정해두셨던 건가요?"그 여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내 양육 방식에 의문이 들 수는 있어도 적어도 효과는 있잖니. 그리고 이제 실례하마, 내 딸년이 날 지하 감옥에 처넣거나 다른 미친 짓을 벌이기 전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왕실의 영화나 마음껏 누려봐야겠구나."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어머니는 나를 스쳐 지나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혼자서도 알아서 잘 처신할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찜찜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어 멀어지기 전에 그녀를 불러 세웠다."이곳 지리도 잘 모르시잖아요." 내가 소리치자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난 어린애가 아니다, 미야. 알아서 잘 찾아다닐 수 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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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짝의 유대가 지닌 특권 I

사미야의 시점제인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비로소 모든 감각이 온전히 내게로 돌아왔다. 목을 가다듬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내 짝을 올려다보았다.제인이 이 소리 없는 신경전에서 쉬이 물러설 기미도, 내게서 답을 얻어내지 못한 채 방을 떠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매초가 흐를 때마다 그 남자가 끈질기게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스스로 답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그럼 당신은요? 그쪽이야말로 내게 무얼 그리 필사적으로 숨기려 드는지 내가 따져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늘 아침 오두막에서 그 생생한 장면들을 보여준 이래로, 난 당신의 생각에 단 한 조각도 접근하지 못했는데요. 어쩌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쪽은 당신일지도 모르죠."제인은 혀를 차며 눈에 유쾌한 빛을 띠었다. 내가 불만을 늘어놓는 내내 마치 그를 위한 작은 재롱잔치라도 벌이고 있었던 것처럼."성문 밖에서 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네가 어떻게 굴었는지 똑똑히 보았다. 넌 평정을 잃었어, 빨간 머리. 그리고 점심 식사가 끝나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도망쳐 버리더니 그 뒤론 내가 읽어내지 못하게 네 생각을 왜곡하기 바빴지. 내 말이 틀렸나, 사미야 슈젠?"어쩌면 난 사악하고 음란한 잡념들만 머릿속에 가득 채우는 진짜 요부일지도 몰랐다. 제인이 그 모든 말을 쏟아붓는 와중에도, 그의 완벽한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사미야 슈젠'이라는 이름의 울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까.문득 제인이 그 입술로 얼마나 완벽하고 불경스러운 짓들을 더 해낼 수 있을지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인의 각인에서 비롯된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번지기 시작했고, 제인의 동공이 확장되는 순간 오늘 처음으로 그가 내 모든 생각을 아주 크고 또렷하게 읽어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아직도 내가 생각을 숨기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알파?" 자극하기엔 충분히 낮고, 내 뜻을 전하기엔 충분히 또렷한 관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제인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커다란 두 팔로 가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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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짝의 유대가 지닌 특권 II

사미야의 시점제인이 어머니를 불렀다고?그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 시선은 고개를 숙인 채 제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속으로 득의양양해하고 있는 내 짝 제인에게로 번갈아 닿았다."차라리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는 편이 나았을 텐데." 머릿속에서 스칼렛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그럼 내가 애초에 경합에 뛰어든 이유가 신분을 바꾸고 싶어 안달이 났기 때문이고, 메이더란 그놈에게 달콤한 복수를 퍼붓고 싶어서였다고 속 시원히 털어놓기라도 하란 말이야?! 그게 얼마나 기가 막히게 들릴지 생각은 해봤어, 응?!"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억누르지 못한 채 스칼렛을 향해 쏘아붙였다.스칼렛 역시 나만큼 분통을 터뜨리거나 늘 그러하듯 상황이 버거워지면 머릿속 한구석으로 숨어버릴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녀석은 의외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 반응에 완전히 허를 찔리고 말았다."우리 짝이 가끔 지독한 개자식처럼 굴긴 해도 멍청하진 않아. 당연히 순전히 지루해서라거나 세상에 착한 일이라도 하려고 알파의 선택받은 짝 경합에 뛰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다들 저마다의 숨은 속셈이 있었을 테고, 대부분은 신분을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었을 게 뻔해.게다가 제인은 메이더란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버림받았는지도 분명 알고 있을 거야. 심지어 슈젠 님조차 알고 계시는데... 그분이 제 조카한테 말을 안 전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스칼렛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의 논리는 최근 벌어진 그 모든 일들 가운데 가장 일리 있는 말이었기에,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네 말이 맞아... 고마워."스칼렛이 머릿속으로 눈을 굴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없으면 넌 어쩔 뻔했니, 미야?""그렇습니다, 코르도바 부인. 따님과 저 사이에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따님께서 무언가를 명확히 설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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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짝의 유대가 지닌 특권 III

사미야의 시점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제인에게 무슨 대답을 건네야 할지 고민할 시간조차 갖기 전에,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살점이 찢겨나가고 뼈마디가 우두둑 꺾이는 소리가 감각을 파고들었고, 제인은 어느 암늑대가 오랫동안 그토록 그리워해 온 또 다른 존재로 변모했다.스칼렛이 내 의식 전면으로 튀어 올랐다. "랄프! 내 사랑 랄프! 녀석은 무사해, 미야. 내내 온전했던 거야!"랄프를 다시 보고 그가 정말로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으나, 제인에 대한 걱정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내 영혼의 밑바닥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나를 응시하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아직 축배를 들 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쩍 벌어진 주둥이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뜩였고, 바닥에 발톱을 깊게 박아 넣은 채 한자리에 앉아 나를 지켜보며, 심지어 나를 심판하듯 뜯어보고 있었다.랄프마저 메이더란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는 건 아니겠지?우리가 짝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분명 들었을 테지만, 마치 내 생각을 엿듣기라도 한 듯 랄프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한 뼘도 채 되지 않을 때까지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묘하게도 그가 다가올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차분해졌다. 요동치던 심장은 안정적인 박동을 되찾았고, 모든 불안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휘감아 도는 운명의 힘에 순응하며 손을 들어 그의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해. 난...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랄프가 눈을 감았고, 바로 그때 그것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밀려들어 오며 느껴지고 보이기 시작했다.그것은 제인과 메이더란의 기억들이었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기억들. 청소년기에 파티에 가 미치광이 같은 짓들을 벌이던 기억들. 심지어 마녀 에스메랄다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날 그와 메이더란의 기억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스메랄다 이후 이어진 끊임없는 다툼들이 있었다.갑작스레 쏟아져 들어온 기억의 격류에 압도되어 서둘러 손을 거두었다.내가 본 모든 것들로 미루어 볼 때 복수 따윈 필요치 않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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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제인을 알아가다

사미야의 시점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뜨였고,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제인이었다.당연하게도.그의 짙푸른 한밤의 눈동자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미간은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 지난번처럼 그의 감정이나 생각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았으나, 닿으려 하자마자 어김없이 정신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었다.결국 난 랄프가 겉으로 드러나 있을 때에만 그의 생각을 읽고 그가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자기가 원할 때마다 내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군!제대로 앉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엄습해 오는 극심한 통증에 나직이 신음하며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네 몸은 은에 익숙하지 않다, 빨간 머리. 내가 네 짝이 아니었다면 넌 아마 목숨을 잃었을 게다. 그러니 제발 가만히 누워있거라." 제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 늑대인간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수만 가지였지만, 동시에 그가 온전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고, 내 고백을 들은 뒤 그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몹시도 궁금했다.오늘 하루 내내,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 내내 고집을 부릴 수도 있었지만, 묻어둔 의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 전까진 결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다시 제인을 돌아보자, 그는 몸을 뒤로 기댄 채 핏물에 뒤섞여 있던 것과 몹시 흡사해 보이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켜고 있었다. 지난밤의 그 참혹한 광경들이 뇌리를 사납게 스쳐 지나갔고, 그와 이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것인지 문득 확신이 서지 않았다.제인은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내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묻고 싶은 건 다 물어보아라, 빨간 머리. 참지 말고."또 내 생각을 읽어낸 것이로군. 아주 완벽해."네 생각을 엿보는 짓은 그만하마. 그러니 제발, 그냥 나와 대화를 나누어다오." 그가 거의 즉시 덧붙이며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어젯밤에 살육극을 벌이셨더군요? 사소한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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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장: 그가 품은 악마들의 대가

사미야의 시점버림받았던 그날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메이더란과의 추억 중 좋은 기억이란 거의 없었고, 내가 아는 한 우리의 우정은 결코 진실했던 적이 없었다. 그자의 말에 따르면, 기초적인 수업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멍청하고 나약한 오메가 따위와는 누구도 친구로 지내는 것조차 견뎌낼 수 없다고 했으니까."그자를 사랑하지 않아요, 제인."제인의 눈빛은 내가 당장이라도 말을 바꿀까 봐 기다리기라도 하듯 여전히 내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고, 그리하여 나는 다시 한번 똑똑히 말했다. "그자를 사랑하지 않아요, 제인."그제야 그는 몸을 뒤로 젖히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딱 하나만 더 묻겠다. 날 사랑하나? 내가 네게 털어놓은 그 모든 진실을 듣고 나서도, 넌 정말로 날 사랑하고 있는 건가, 빨간 머리?"이번 질문만큼은 쉬이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제인이 단숨에 알아챌 것임을 알기에 아무리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써도 박동은 가라앉지 않았다.'사랑해'라는 말은 내 입술 밖으로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단어였고, 난 평생을 지독히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다. 내게 이득이 되거나 나와 얽힌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만을 좇는 것이 내가 자라온 방식이었기에, 지금 제인이 내게 던진 질문은 내가 고수해 온 삶의 모든 신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다.난 그를 신경 썼다. 그와의 정사를 즐겼다. 그를 마주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제인이 끼어들며 내 생각의 흐름을 끊어놓았다.그가 내 생각을 또다시 읽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에 뱃속이 철렁 내려앉았다.다시 한번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팔에 힘이 툭 풀려버렸고, 내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몸 상태가 훨씬 더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신음과 함께 다시 침대에 쓰러져 누웠다."내가 진작 말했을 텐데, 빨간 머리. 네 몸은 은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니 제발 그냥 가만히 누워있거라." 제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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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무리의 정치

사미야의 시점다른 날 같았으면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손가락을 꽉 쥐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날 같았으면 내가 이제 루나라는 사실과, 2년 전 그가 알던 사미야와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두고 장황하게 늘어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지쳤다. 진이 다 빠져버렸고, 모든 형태의 인내심이 바닥나 있었다.메이더란이 서 있는 자리의 왼쪽으로 비켜서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같이 걸어."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인은 메이더란을 믿지 않았다. 제나는 메이더란을 싫어했다. 몇 년 전 내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았던 그 늑대인간이라는 사실 너머에 그에 대한 무언가가 더 숨겨져 있을 터였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등 뒤로 조용한 발소리가 따라붙기 시작했을 때, 이 방식이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 미야." 내 곁으로 다가온 메이더란이 몇 순간 뒤에 말을 건넸다."목적이 뭐야, 메이더란?" 그 베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물었다.메이더란이 마침내 입을 열기 전까지 몇 순간 동안 침묵이 우리를 에워쌌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미야?"복도 끝에 자리한 웅장한 문이 시야에 들어오자 걸음을 늦추고 마침내 메이더란을 돌아보았다. 몇 주 만에 처음으로 그의 꿀빛 갈색 눈동자에는 장난기나 고통, 혹은 충격이나 실망 같은 감정들이 묻어나 있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메이더란의 갈색 눈동자 속에는 혼란과 진지함의 편린들이 떠돌고 있었다."원하는 게 있잖아. 내 알파이자 네 알파인 제인과의 결합을 두고 끊임없이 날 조롱하고, 경합이 진행되는 내내 내 감정을 흔들려 했던 건 결코 아무 이유 없는 짓이 아니었어. 원하는 무언가가 있잖아. 그러니 이따위 장난질은 그만두고 솔직하게 털어놔." 내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으며 담담하게 사실만을 전했다.메이더란은 한 걸음 물러서며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조금 전 눈동자에 어리던 혼란과 진지함은 말끔히 가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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