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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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리나의 시점오빠의 질문에 대답하기까지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질문을 피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헨리 오빠는 정중하게 물어보았고, 오빠에겐 감춤 없는 대답을 들을 자격이 충분했기에 모른 척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포장된 깔끔한 답변 대신 온전한 진실을 찾으려 애쓰다 보니, 대답은 생각보다 자꾸만 복잡해졌다. 깔끔한 대답에는 없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진실의 단면마다 돋아나 있었다. 평화로운 화요일 오후, 한적한 도시 길거리에서 굳이 꺼내어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까지 하나하나 다 들추어내야만 했다.헨리 오빠는 나를 채근하지 않았다.오빠는 내 곁에서 조용히 걸음을 맞추며 도시의 소음이 우리를 지나치게 두었다. 오빠 특유의 깊은 인내심으로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방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관심이 꺼진 자의 나른함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려면 그에 걸맞은 시간이 필요하며, 억지로 서두르다가는 거짓된 답만 얻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자의 다정한 기다림이었다.우리는 조금 더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다. 대로변의 소음이 뒤편으로 멀어졌다. 늦여름의 오후 햇살은 모든 풍경을 평소보다 조금 더 그윽하고 의미 깊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특유의 각도로 비스듬히 내리쬐고 있었다."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감정은 아니야." 한참 만에 내가 입을 열었다.헨리 오빠가 나를 돌아보았다."그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확실해.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은 조금도 없어. 6년 동안 그 집에서 나와 함께 살면서 자기 어머니가 나를 때려도 방관하고, 다른 여자들을 우리 침대로 끌어들이고, 끝내는 임신한 나를 빗속으로 내쫓았던 '진짜 에이든 노먼'이라는 인간은 전혀 그립지 않아." 나는 시선을 내딛는 보도블록에 고정한 채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사람의 밑바닥을 알기 전, 연애 초기에 내가 사랑했던 '에이든의 모습'은 분명히 존재했어. 그리고 나는 6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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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리나의 시점새벽 2시 14분, 데미안 오빠의 서재 문 밑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았다.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깼던 참이었다. 아다에제 박사님은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 이런 일이 생길 거라며 미리 경고해 주었었다. 다소 번거롭고 불편한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진심 어린 따스함을 잃지 않는 그 전문의 특유의 다정한 어조로 말이다. 아니나 다락까 임신 3분기에 접어들자 내 방광은 밤마다 어김없이 나를 깨워댔고, 그날 밤도 어두운 복도를 거닐어 돌아오던 중 그 불빛을 발견한 것이었다.데미안 오빠의 서재 문 밑으로 길게 흘러나오는 한 줄기 금빛 조명.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지극히 이성적인 직감은 계속 걸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빠는 일하는 중이다. 언제나 일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새벽 2시에 일하는 것은 오빠에겐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었다. 관중이나 목격자가 필요해서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단지 처리해야 할 일이 존재하고, 그걸 해결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나는 주방으로 내려가 커피를 내려 두 잔의 머그잔에 담았다.진하게. 데미안 오빠가 좋아하는 방식 그대로. 지난 두 달 동안 큰오빠를 유심히 관찰하며 묵묵히 기록해 두었던 수많은 정보 중 하나였다. 아무런 연출도 하지 않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를 보여주는 그 소소한 습관들 말이다.문 노크를 한 번 하고 곧바로 열었다.데미안 오빠는 세 개의 모니터를 띄워둔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키보드 옆에는 서류가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인쇄된 종이 위로 오빠의 필체로 적힌 메모가 빼곡했다. 어떤 사안에 오빠의 모든 신경과 엄중한 관심이 집중되어 있음을 뜻하는 일종의 작업용 문서였다. 일상적인 업무가 아니었다. 모리슨 코퍼레이션의 표준적인 일상 운용 프로세스도 아니었다. 바닥부터 새로 구축하는 프로젝트이거나, 그 구조를 완전히 파헤쳐 분석하는 작업이 분명했다. 혹은 둘 다이거나.오빠가 고개를 들었다.내 손에 들린 두 잔의 커피 머그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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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리나의 시점이번 계약은 시작부터 온전히 내 몫이었다.기회를 포착한 것도, 회사 내부에서 명분을 세운 것도 나였다. 이사회의 두 차례에 걸친 회의적인 시선과 데미안 오빠의 날카로운 질문 하나를 무사히 넘어서며 사업 진행 승인을 받아냈다. 중저가 유통 시장을 겨냥한 이번 파트너십은 지난번 마커스와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바로 그 접근성 공백을 메우는 사업이었고, 내가 회사에서 이루고자 했던 내 비전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었다.파트너 역시 내가 직접 선택했다.바로 그 점이 중요했다.화요일 오전 10시, 통화 회의가 시작되었다.이번 계약이 마커스의 합작 투자 영역과도 맞물려 있었기에, 데미안 오빠는 그에게 중립적인 제3자의 시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팅 일정이 잡혔을 때만 해도 나는 그 사실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로지 회의 안건과 계약 조건, 그리고 본격적인 계약서 검토로 넘어가기 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핵심 포인트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내가 무언가를 놓쳤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파트너의 이름은 다비드 오카포였다. 서류상 평판이 훌륭하고 모리슨 코퍼레이션이 요구하는 타깃층과 지역적 기반을 두루 갖춘 중간 규모의 유통업체 대표였다. 3주 동안 그를 철저히 검증했다. 재무제표는 깨끗했고 업계의 평판도 좋았으며, 그의 제안은 내가 찾던 이상향 그 자체였다.하지만 내가 미처 무게를 두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엿새 전 그와 나누었던 대화 중, 그가 짐짓 무심한 척 던졌던 질문 하나. 그때 나는 그 질문을 메모해 두고도 잘못 분류해 넘겨버렸다. 그는 이번 사업 출범을 위한 모리슨 코퍼레이션의 미디어 전략에 대해 물었었다.출범 일정이 아니었다. 미디어 전략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누가 이번 사업의 대표 얼굴로 대중 앞에 나설 것인가를 물었던 것이다.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는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그 질문이 나왔을 때 즉시 멈춰 섰어야 했는데.통화 회의는 시작된 지 40분이 지났을 무렵 깨지기 시작했다.요란스러운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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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리나의 시점옷을 네 번이나 갈아입었다.첫 번째는 너무 격식을 차린 차림이라 분기 실적 발표회라도 하러 가는 사람 같았다. 두 번째는 너무 편안한 차림이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애써 무심한 척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났다. 세 번째는 지난번 커피를 마실 때 입었던 초록색 랩 드레스였다. 데이트인 듯 데이트 아닌 만남에 두 번 연속 같은 옷을 입고 나가는 건, 아직 내 스스로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미묘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 곧바로 벗어버렸다.네 번째는 짙은 버건디색 드레스였다. 소피아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옷장에 슬그머니 넣어두었던 옷이었다. 마치 몇 달 전부터 내가 언제, 어떤 옷을 필요로 하게 될지 전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소피아는 늘 그런 식이었다.거울을 들여다보았다.저녁을 먹으러 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서 있었다.대표이사도, 모리슨가의 영애도 아니었다. 복잡한 과거를 짊어진 여자도, 이제는 제법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D라인의 임산부도, 지난 4개월 동안 바닥에서부터 삶을 새로 일궈낸 존재도 아니었다.그저 한 사람.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사람일 뿐이었다.다섯 번째 선택지를 또 찾아내기 전에 냉큼 가방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레스토랑은 마커스가 정했다.나는 당연히 화려하고 인상적인 곳일 거라 예상했다. 몇 달 전에나 겨우 예약할 수 있는 곳, 음식 맛 자체보다는 남들에게 근사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고급 레스토랑 같은 곳 말이다. 에이든이 자신이 이런 곳에 올 재력이 있다는 걸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을 때 즐겨 찾던 그런 장소를 떠올렸다.하지만 마커스가 택한 곳은 전혀 달랐다.아담하고 따스한 분위기였다. 30년 동안 같은 골목 모퉁이를 지켜온 듯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굳이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찾아오는 그런 숨은 맛집이었다. 제각각 모양이 다른 의자들, 빈 와인병에 꽂힌 촛불들. 문을 다 열기도 전에 마늘과 은근한 불에 오래 졸여낸 소스의 고소한 향이 코끝을 감쌌다.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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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리나의 시점차가운 정적을 가르며 액셀을 밟았다.무모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벨 오빠의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워내기 위해, 오직 운전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밤길을 냅다 달렸다. 서슬 퍼런 어조, 그리고 아벨 모리슨이라는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마지막 한마디. *제발.*저택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훤히 열린 대문이었다.불길함이 엄습했다. 이 문의 빗장이 풀어져 있는 법은 결코 없었다. 정해진 사람에게 정해진 시간에만 열렸다가 즉시 닫히는 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대문이 쩍 벌어져 있었고, 진입로에는 아침까지만 해도 없던 사설 경비 차량 두 대가 낯설게 세워져 있었다.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다들 데미안 오빠의 서재에 모여 있었다.세 오빠는 물론, 아벨 오빠의 브리핑에서 몇 번 보았던 경비팀 직원 두 명, 그리고 어두운 슈트 차림에 가문 사람들과는 다른 묘한 침착함을 풍기는 생소한 여자 한 명이 함께 서 있었다.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아벨 오빠였다. 나를 보는 순간 오빠의 얼굴에 스쳐 지난 안도감은 이내 정돈된 무표정 뒤로 감춰졌다."문 닫아라." 데미안 오빠가 말했다.나는 문을 닫았다.아벨 오빠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체계적이고 정돈된 말투였다.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이 브리핑을 준비해 왔다는 뜻이었고, 내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무거운 정보가 오빠의 가슴을 짓눌렀음을, 그리고 내가 차 안에서 상상했던 그 어떤 최악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각함을 직감케 했다.매국노의 이름은 제임스 휘트필드. 29세. 모리슨 코퍼레이션 법무팀의 중간급 자원이었다. 내가 이 집에 들어오기 6개월 전에 채용된 인물이었는데, 그렇다면 당초 목적은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심복의 시선이 온통 내게로 향해 있었던 모양이다.누가 그를 첩자로 심었는지는 아벨 오빠가 아직 추적 중인 사안이었다.확실한 건 그가 빼돌린 정보의 범위였다."모든 것을 넘겼어." 아벨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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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리나의 시점6시 58분에 데미안 오빠의 서재 문 앞에 섰다.7시가 아니라 6시 58분이었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5시부터 어둠 속에 누워 할 말들을 정리해 보았지만, 가만히 누워있는 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노크를 했다."들어와라." 오빠가 말했다. 6시 58분 이전부터, 아마도 6시 전부터 이곳에 지키고 서 있었다는 뜻이었다. 거친 풍랑을 맞닥뜨렸을 때 데미안 모리슨과 내가 수면과 맺는 관계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문을 밀고 들어갔다.책상은 깔끔히 비워져 있었다.정리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싹 치워진 상태였다. 늘 쌓여있던 수많은 서류와 모니터들은 가장자리로 물러나 있었고, 넓은 책상 중앙에는 수많은 파일과 출력된 보고서, 그리고 가장자리를 테이프로 붙여 이어 만든 세 장짜리 타임라인이 펼쳐져 있었다.데미안 오빠는 수트를 차려입은 채 커피잔을 들고 그 서류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단순한 대화가 아닌, 본격적인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차림새였다.자리에 앉았다.오빠는 서서 말을 이었다."현재 상황이다." 오빠가 입을 열었다.에이든의 회사는 4개월 전에 비해 기업 가치가 63퍼센트나 폭락해 있었다.자유 낙하 상태는 아니었다. 데미안 오빠는 이 구분을 아주 명확히 짚고 넘어갔다. 자유 낙하라는 건 통제력을 잃은 무질서한 붕괴를 의미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법적 리스크, 부수적 피해가 막대하다. 하지만 노먼 인더스트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철저히 계산된 '통제된 서낙'이었다. 에이든이 그 어떤 반격의 빌미도 잡지 못하도록, 모든 손실이 정교하게 계산되어 차곡차곡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과거의 파트너사들이 노먼 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만 현재 세 건이었다. 모리슨 가문이 직접 부추긴 소송은 아니었지만, 모리슨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자체적으로 사태 파악을 마친 기업들이 소송거리를 찾아내어 제기한 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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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리나의 시점수요일 아침, 그 기사가 터졌다.내가 여느 때처럼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대로 알게 되었다. 아침 7시 15분, 제이드가 태블릿을 들고 내 집무실 문가에 서 있었다. 일상적인 브리핑에 묻어버리기엔 사안이 꽤 무겁다는 걸 알리는 특유의 표정을 지은 채였다."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제이드가 말했다. "바네사 클라크에 관한 기사예요."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보여줘."찌라시성 언론의 단독 보도였다.평소라면 내가 읽지도 않을 뿐더러, 모리슨 코퍼레이션의 홍보팀에서도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종류의 매체였다. 하지만 기사는 발행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주요 일간지 네 곳에서 인용 보도되었고, 오랫동안 압력이 누적되다가 마침내 분출구를 찾은 폭발적인 속도로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중이었다.헤드라인은 명확하기 그지없었다.**‘노먼 대표의 임신한 여자친구, 제2의 남성과 스캔들… 친부 확인에 의문 제기’**나는 기사를 다시 한번 신중하게 읽어 내려갔다. 의미 있는 정보들을 접할 때 늘 그러하듯, 출처가 명확한 사실은 무엇인지, 암시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화려한 문장들 아래 숨겨진 진짜 판의 형상이 어떤 것인지 유심히 파악하면서.디스패치형 사진작가가 확보한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결정적인 불륜 장면까지는 아니었지만, 지난 두 달 동안 바네사가 에이든 노먼이 아닌 의문의 남성과 따로 만난 세 차례의 정황이 담겨 있었다. 찌라시 매체조차 이름을 함구할 만큼 신중을 기한 남성이었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너무나 또렷해서 기사가 던지는 의문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다.이미 기사 댓글 창에는 DNA 검사와 친부 확인에 대한 억측이 무성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나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그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20분 뒤, 아벨 오빠가 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봤지?" 오빠가 물었다."제이드가 보여줬어."오빠는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서류 봉투를 꺼냈다. 당연하게도 오빠는 늘 서류 봉투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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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리나의 시점아벨 오빠가 앞으로 다어서기도 전에, 어느새 데미안 오빠가 내 곁에 와 서 있었다.오빠가 나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오빠는 늘 그런 식이었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기척을 드러내지 않다가, 기어이 자신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이미 그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 존재해 있었다.오빠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계단 꼭대기에 서서 대문 앞에 서 있는 에이든을 내려다보았다. 데미안 모리슨이 그런 특유의 정적을 유지할 때면, 그 눈동자 뒤에서는 언제나 서슬 퍼렇고 단호한 무언가가 몰아치고는 했다."안으로 들어가라." 오빠가 내게 말했다. 나지막하고 단호한 어조였다."싫어요." 내가 답했다.오빠가 나를 돌아보았다.나 역시 오빠의 눈을 똑바로 건너다보았다."저 사람은 오빠나 회사가 아니라, 나를 보러 온 거예요." 나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았다. "그러니까 저 문 앞으로 나가는 건 오빠가 아니라 나여야 해요."데미안 오빠는 한참 동안 내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오빠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데미안 오빠에게서 이 이상의 침묵은 그가 물러설 수 있는 최대치의 양보나 다름없었다.나는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차 안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진입로는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전에도 이 길을 걸어본 적은 있었지만, 늘 저택을 향해 들어오는 걸음이었고 도착을 위한 걸음이었다. 저택을 등지고 대문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은 전혀 다른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등 뒤로는 분수대가, 그 너머로는 지난 4개월 동안 내 삶을 새로이 구축해 온 저택의 환한 창문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 온기 어린 빛들은 나를 이 비참한 재건의 길로 떠밀었던 남자를 향해 다가갈수록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경호팀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내 양옆을 호위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완벽한 거리였다. 아벨 오빠가 사전 지시를 철저히 내린 모양이었다.에이든은 내가 다가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철제 대문을 쥐고 있었다.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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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리나의 시점응접실 안은 따스했다. 앤티크 스탠드조명이 커피 테이블 위로 부드러운 불빛을 뿌려주었고, 창밖에서는 여전히 분수대 물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저택은 밤이 깊어갈수록 차분한 정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마커스는 이제 서류 봉투를 닫아둔 채 두 손을 편안하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정적을 굳이 어설픈 말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그저 그 조용한 정적 속에 나를 가만히 담아두고 있을 뿐이었다.이런 정적이 내게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 공간 안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한참 뒤, 내가 먼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사과하러 왔더라고요."마커스는 나를 바라보았지만 말을 끊지 않았다."에이든이요." 나는 목소리 톤을 담담하게 유지했다. "그 철창 너머에 서서, 수년 전에 진작 했어야 할 말들을 전부 털어놓았어요. 자기 어머니 이야기, 바네사 이야기, 그날 밤 나를 쫓아냈던 것까지 전부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알고 있대요. 전부 다."" 그래서요?""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고 해줬어요." 나는 마커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줬죠."그의 표정에 조용한 변화가 스쳐 지났다. 은밀하고.깊은 고려가 담긴 눈빛이었다."그 친구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던가요?" 그가 물었다."에이든 같은 부류의 남자들이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을 맞닥뜨렸을 때 나타내는 전형적인 반응이었죠." 나는 내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말없이 수용하더군요."마커스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이내 그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무릎에 팔꿈치를 얹고는, 자신이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향할 때 보여주는 특유의 깊은 시선으로 나를 건너다보았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눈빛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종류의 눈빛이었다."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그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나는 가만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내 여동생이 제발 끝냈어야 할 결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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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리나의 시점화요일 아침, 그 편지가 도착했다.제이드가 다른 우편물들과 함께 들고 와서는 아무런 말 없이 내 책상 모서리에 놓아두고 나갔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였다. 고급스러운 크림색 머메이드지 위로 흐르는 진짜 묵향. *'나도 한때는 돈이 있던 사람이고, 당신이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특유의 편지지였다.필적을 보자마자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마거릿 노먼.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잠시 봉투를 건너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손이 배 위로 향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지극히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은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손바닥 아래로 만져지는 D라인은 단단하고 또렷한 실존이었다.봉투를 집어 들어 집행하듯 열었다.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적어 내려갔다.저택은 사라졌다. 회사가 몰락하기 전 에이든이 끌어다 쓴 빚을 청산하기 위해 매각되었다고 했다. 돈이 사라지면 사교계의 인맥도 그에 맞춰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는 법. 누구 하나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은 채, 그저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녀는 7개월 전만 해도 발길조차 하지 않았을 도시 변두리의 한 초라한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그녀는 자신이 지독하게 굴었다고 적었다.'지독하게'라는 그 한 단어가, 그 거대한 죄악을 전부 담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페이지 한가운데 뻔뻔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지난 6년 동안 내가 받아온 그 비참한 학대를, 정교하게 고르고 골라낸 단 한 단어로 가볍게 압축해 버린 것이다.그녀는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겉으로는 '부탁'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문장의 구조는 실상 '구걸'에 가까웠다. 읽는 이의 가슴속 깊은 곳을 건드려 어떠한 감정을 끌어내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문장들이었다.죄책감. 주로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이제는 감히 넘볼 수도 없을 만큼 막강한 부를 쥔 리나가, 최소한의 인도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 타인의 비참한 처지를 목도했다면 도의적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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