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의 시점 내가 날을 정한 건 일요일이었다.우연히 택한 날이 아니었다. 상처를 입히지 않을 최선의 각도를 찾으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듯, 나는 몇 주 동안이나 부탁을 건넬 적절한 타이밍을 가늠하고 또 가늠했더랬다.데미안 오빠는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쁜 아침이나 미팅과 미팅 사이, 혹은 오빠가 가진 모든 에너지와 진을 빼고 난 하루의 끝자락에 감정적인 요구로 불쑥 기습할 만한 상대는 더더욱 아니었다.일요일 아침은 달랐다.일요일의 대저택은 전혀 다른 주파수로 흐르곤 했다. 클레어도 없었고, 외부 미팅도, 미룰 수 없는 긴급 전화도 없었다. 그저 저택과 그 안에 머무는 가족들뿐. 무언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장소가 아니라, 오롯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특유의 조용하고 편안한 온기가 흐르는 시간.오전 10시, 나는 서재에서 오빠를 발견했다.데미안 오빠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세 개의 모니터는 모두 어둡게 꺼져 있었다. 늘 일에 파묻혀 사는 오빠에게 모니터를 끄고 책을 펼쳐 든 모습은 일요일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완전히 일손을 놓지는 못하지만, 독서만큼은 휴식으로 인정하기로 스스로와 타협한 사람의 모습.내가 걸어 들어가자 오빠가 고개를 들었다.나는 오빠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날 찾아 헤맨 이야기, 전부 들려줘요." 내가 입을 열었다.오빠가 나를 바라보았다.이사회나 협상 테이블에서 짓곤 하던 그 예리한 탐색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빠의 눈빛에 익숙해진 내가 이제는 완벽히 구분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눈빛. 내 말을 가만히 수용하고,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하는 데미안 모리슨만의 눈빛이었다.오빠는 읽던 책을 덮었다.책상 위에 책을 내려놓았다.그러고는 한참 동안 창밖을 가만히 건너다보았다.나는 고요히 기다렸다."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오빠가 물었다."하나도 빠짐없이, 전부요." 내가 답했다.다시 한번 긴 정적
Huling Na-update : 2026-08-2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