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모리슨 가문의 잃어버린 상속녀: Kabanata 51 - Kabanata 60

75 Kabanata

제51장

리나의 시점루스 단이엘 박사가 데미안 오빠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가 이 저택에서 일어나는 직접적이지 않은 대부분의 일들을 알게 되는 방식과 같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헨리 오빠가 말해준 덕분이었다. 오빠 특유의 섬세함으로,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자신이 전할 몫이고 어떤 부분이 타인의 몫인지를 깊이 숙고한 후 정리해 내놓은 이야기였다.화요일 아침, 오빠가 그 말을 꺼냈다.우리는 주방에 있었다. 모리슨 가문에서 온갖 폭로와 고백이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아지트. 주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소박함, 그저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장소일 뿐 그 누구도 가식이나 연기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그 담백함 덕분에, 어느 때든 정직한 진심을 터놓기가 한결 수월하곤 했다.7시 15분, 내가 이단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을 때 헨리 오빠가 들어왔다. 아직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처럼, 손에 무어라 할 거리를 쥐기 위해 오빠는 짐짓 집중하는 척하며 차를 끓였다."루스가 데미안 형을 찾아갔었어." 오빠가 말했다.나는 이단에게서 시선을 올려 오빠를 바라보았다. "언제요?""3주 전쯤." 오빠가 찻포트에 물을 부었다. "나와 저녁을 먹기로 승낙하기도 전이었지. 직접 이 저택으로 찾아와 데미안 형과 단둘이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어. 중재자를 거치지도, 편지나 문서로 전달하지도 않고 말이야. 직접 오빠의 서재로 들어가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고백했더군."나는 가만히 오빠를 건너다보았다."그동안의 상담 치료 관계에 대해 전부 설명했대." 헨리 오빠가 말을 이었다. "상담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너와 자신이 어떤 작업을 해왔고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까지. 그리고 공식적으로 상담을 종결한다는 것이 실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로운 의사에게 넘기는 전원 절차와 네게 그 어떤 차질도 생기지 않도록 보장하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상세히 짚어주었더군." 오빠가 손에 쥔 찻잔을 천천히 돌렸다. "나와의 관계를 승낙하기 전에 오빠에게 모든 것을 완벽히 투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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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리나의 시점 내가 날을 정한 건 일요일이었다.우연히 택한 날이 아니었다. 상처를 입히지 않을 최선의 각도를 찾으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듯, 나는 몇 주 동안이나 부탁을 건넬 적절한 타이밍을 가늠하고 또 가늠했더랬다.데미안 오빠는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쁜 아침이나 미팅과 미팅 사이, 혹은 오빠가 가진 모든 에너지와 진을 빼고 난 하루의 끝자락에 감정적인 요구로 불쑥 기습할 만한 상대는 더더욱 아니었다.일요일 아침은 달랐다.일요일의 대저택은 전혀 다른 주파수로 흐르곤 했다. 클레어도 없었고, 외부 미팅도, 미룰 수 없는 긴급 전화도 없었다. 그저 저택과 그 안에 머무는 가족들뿐. 무언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장소가 아니라, 오롯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특유의 조용하고 편안한 온기가 흐르는 시간.오전 10시, 나는 서재에서 오빠를 발견했다.데미안 오빠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세 개의 모니터는 모두 어둡게 꺼져 있었다. 늘 일에 파묻혀 사는 오빠에게 모니터를 끄고 책을 펼쳐 든 모습은 일요일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완전히 일손을 놓지는 못하지만, 독서만큼은 휴식으로 인정하기로 스스로와 타협한 사람의 모습.내가 걸어 들어가자 오빠가 고개를 들었다.나는 오빠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날 찾아 헤맨 이야기, 전부 들려줘요." 내가 입을 열었다.오빠가 나를 바라보았다.이사회나 협상 테이블에서 짓곤 하던 그 예리한 탐색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빠의 눈빛에 익숙해진 내가 이제는 완벽히 구분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눈빛. 내 말을 가만히 수용하고,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하는 데미안 모리슨만의 눈빛이었다.오빠는 읽던 책을 덮었다.책상 위에 책을 내려놓았다.그러고는 한참 동안 창밖을 가만히 건너다보았다.나는 고요히 기다렸다."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오빠가 물었다."하나도 빠짐없이, 전부요." 내가 답했다.다시 한번 긴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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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리나의 시점 (Lena’s POV)목요일 저녁, 이단은 더 이상 잠을 자지 않기로 거창한 결심을 내린 모양이었다.사실 지난 사흘간 녀석은 착실히 이 순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지만 아직 언어가 개발되지 않은 아기가 취할 수 있는 특유의 안절부절못함. 어휘력이 없으니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도구를 동원할 수밖에 없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성량과 집요함이었다.그 집요함은 참으로 경이로울 정도였다.다섯 시 반에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였고, 헨리 오빠가 개발하고 내가 전수받은 정교한 목욕 루틴을 마쳤으며, 보통 20분 안에 수면에 빠져들게 만드는 완벽한 수면 유도 공식까지 시도했다.하지만 밤 8시가 되도록 이단은 눈을 똘망똘망 뜬 채, 상황에 대해 아주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었다.저녁에는 마커스가 찾아왔었다.여섯 시 반쯤, 동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음식을 사 들고 찾아온 그였다. 우리 단골집이자, 딱히 남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진심으로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고 싶을 때 고민 없이 선택하는 바로 그 식당. 헨리 오빠와 아벨 오빠는 둘 다 외출 중이었고, 데미안 오빠는 모리슨 가문의 대형 프로젝트를 처리하느라 서재에 콕 박혀 그 누구의 방해도 허용하지 않는 특유의 집중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덕분에 식탁에는 우리 둘뿐이었다.정식 식당에서 차려 먹는 게 번거롭게 느껴질 때, 우리가 늘 찾곤 하던 아일랜드 식탁. 그 맞은편 바운서에 앉은 이단은 목요일 저녁이 참으로 흥미롭다는 듯 진지한 눈빛으로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었다.하지만 식사가 끝나자 이단은 흥미를 완전히 잃었고, 세상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떼를 쓰기 시작했다.밤 9시가 되었을 때, 나는 수면 유도 공식의 모든 단계를 전부 시도해 본 상태였다.마커스 역시 자기가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하지만 이단은 우리의 합동 작전에 대해 단호하고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우리는 아기방에 있었다. 나는 수유 의자에 앉아 네 번째로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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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리나의 시점모리슨 대저택에 찾아오는 좋은 일들이 늘 그렇듯, 성탄절 역시 가득하고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다가왔다.문자 그대로 아무런 예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헨리 오빠는 이미 10월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걸 알고 있었던 이유는 제이드가 11월 일정표에 '크리스마스 조율'이라는 제목의 일정을 세 차례나 등록해 놓았기 때문이었고, 헨리 오빠가 내 사무실에 두 번이나 찾아와 언뜻 무심한 척하면서도 사실은 아주 치밀하게 내 취향을 물어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오빠가 뭘 준비하고 있는지 전부 눈치챘으면서도 모르는 척 답해 주었다.하지만 성탄절 아침 그 자체는, 준비했던 모든 과정마저 뛰어넘을 만큼 정갈하고 아름다운 온기를 품고 찾아왔다.오전 8시, 1층으로 내려온 나는 완전히 변해버린 중앙 홀을 마주했다.그저 장식한 수준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새롭게 태어나 있었다. 그 둘의 차이는 아주 중요했다. 단순한 장식은 공간에 겉도는 물건들을 덧붙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헨리 오빠가 해낸 것은 공간의 결을 완벽히 이해한 바탕 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온기를 지어 올린 것이었으니까. 계단 난간을 따라 깊고 싱그럽게 늘어진 생화 장식의 향기가, 내가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먼저 올라와 코끝을 간지럽혔다.화려하게 눈부시기보다는 은은하고 따스한 조명들. 세상을 마치 호박석 투명한 보석을 통해 건너다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저택 전체가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조명이었다.트리는 응접실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나는 문가에 멈춰 섰다.엄청난 크기였다.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솟은 트리는 안정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구조적 검토가 필요해 보였다. 이틀 전 아벨 오빠가 줄자를 들고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응접실에서 한 시간이나 서성였던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나뭇가지 가장 높은 곳, 약간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별 장식은 모리슨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쓰던 물건처럼 보였다.나는 한참 동안 그 별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커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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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리나의 시점나는 핸드폰을 쿠션 위에 화면이 아래로 가도록 엎어둔 채 잠자리에 들었다.곧바로 잠든 건 아니었다. 마커스가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우리는 위층에서 이단이 평온하게 자고 있는 사이 저택을 감싸 안은 성탄절 트리 조명 아래 한 시간가량을 더 함께 앉아 있었다. 메시지는 두 사람 사이의 쿠션 위에 가만히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커스는 묻지 않았고 나 역시 먼저 꺼내지 않았다. 아주 정갈하고 완벽한 대처였다. 어떤 일들은 머릿속에서 복잡한 감정으로 번지기 전에 그저 하루쯤 가만히 재워둘 필요가 있었으니까.그는 자정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문 앞에서 그는 내게 키스했다. 더 이상 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늠할 필요가 없는 자 특유의 편안하고 단정한 키스. 전하고 싶은 진심을 모두 주고받은 후, 그 사랑 안에서 마커스다운 단단함으로 묵묵히 동행하겠다는 다정한 약속."내일 전화해요."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네." 내가 미소를 지었다.위층으로 올라가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웠다.에이든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예전처럼 집착하듯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나의 지난 과거를 무참히 짓밟았던 남자에게 마음의 문을 어느 정도나 열어주는 것이 적절할지 고뇌하고 해답을 찾으려 애쓰던, 그 혼란스러웠던 수개월 전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지금은 달랐다.버밍엄에서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한 남자가, 한 해의 끝자락을 마주하며 세월의 흐름에 밀려 건네온 단 한 문장의 메시지일 뿐이었다. 한 해가 저물어갈 때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지난날을 돌아보고 손을 뻗어,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건네는 그런 행동.[미안해. 진심으로.]그 문장을 가슴속에서 가만히 되뇌어 보았다.혹시나 예전처럼 의도된 계산이나 조종, 다시 관계를 트기 위해 치밀하게 가공된 사과가 아닌지 가만히 가늠해 보았다. 단어 아래 숨겨진 그의 욕망과 전략이라는 뼈대를 찾아보려 애썼다.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런 기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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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리나의 시점마커스가 차마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나는 "좋아요"라고 답했다.그가 건네려던 말의 시작을 들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슴에 품고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건네는 그 단정하고 진심 어린 고백을, 나는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전부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내 답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고, 더 이상 스스로를 경계하며 머뭇거리고 싶지 않았다."리나,"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까지…….""좋아요." 내가 그의 말을 받았다.마커스는 말을 멈추었다.2월의 투명하고 차가운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강가 산책로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손에 든 반잣값 상자를 펼쳐 들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이 바라던 완벽한 답으로 문장이 끊겨버린 자 특유의 묘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아직 다 말하지 못했…….""알아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그의 표정 속으로 무언가 짙게 번져 나갔다.온기였다. 특정한 순간, 특정한 장소에서만 무장 해제되곤 하던 마커스 그레이만의 아주 특별한 온기. 지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마음속으로 몰래 모아두었던 바로 그 따스함이었다."말은 마저 끝내게 해줘요." 그가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좋아요." 내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또 좋아요."그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이내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도 모르게 속에서부터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진짜 웃음이었다.그는 비로소 고백을 이어나갔다.처음부터 준비하고 가다듬어 온 말들을, 자신이 건네고자 했던 다정한 단어들을 빠짐없이 전해주었다. 나를 바라볼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드는지.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한 여자를 지켜보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 재건의 과정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던 단단한 빛을 하나씩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된 시간에 대하여. 이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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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리나의 시점결혼 준비는 대저택을 특유의 활기찬 소음으로 가득 채웠다.그렇다고 혼란스러운 난장판은 아니었다. 모리슨 저택에서는 그 어떤 것도 혼돈으로 흐르는 법이 없었다. 데미안 오빠가 구축해 둔 완벽한 시스템이 집안 구석구석에 뼈대처럼 박혀 있었기에 난장판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결이 전혀 다른 분주함이었다. 한결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 드레스 원단 샘플과 예식장 사진들이 거실을 채웠고, 간혹 자기 일도 아닌데 괜히 강경한 의견을 내세우는 아벨 오빠가 불쑥 나타나곤 했다.루스는 꽃장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고 전문적으로 피력하곤 했다. 이제 막 이 가문의 일원이 되었기에,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나 편하게 드러내야 할지 조심스럽게 가늠하는 자 특유의 정갈한 태도였다. 그런 루스를 바라보는 헨리 오빠의 표정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오빠는 그녀가 내뱉는 모든 말과 행동, 존재 자체를 대단히 신기하고 매혹적으로 바라보았으며, 그 감정을 감출 생각조차 전혀 없어 보였다.카라는 모든 사안에 대해 가감 없이 강력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 어떤 눈치도 보지 않는 그 솔직함이야말로 카라라는 인물의 정체성이자, 아벨 오빠가 몹시 난감해하면서도 도무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기도 했다.마커스는 결혼 준비에 대해 그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으며, 그 사실을 명확하고 깔끔하게 인정했다. 나는 그의 그런 단정한 태도가 참 고마웠다.반면, 데미안 오빠는 그 어떤 일에도 한 마디 거들지 않았다.집안에 경사가 생겼을 때 오빠가 존재하는 방식은 늘 한결같았다.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상황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가, 아주 현실적이고 사무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간혹 자문에 응하는 식이었다. 미적 감각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오빠에게 묻지 않았다. 데미안 오빠에게 미적 자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질문임을 다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오빠는 자신의 직접적인 관할이 아닌 일들을 처리할 때 늘 그러하듯, 지극히 효율적이고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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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리나의 시점에드먼드 레예스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편지를 보내왔다.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의하고 모든 계획을 세운 뒤 비행기 편까지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레예스의 담당 의사에게서 그의 심장 질환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하여 당분간 포르투갈로의 이동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찾아왔다.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짐을 짊어지고 살아오다 이제 비로소 그것을 내려놓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에드먼드 레예스는, 자신 없이 편지만이라도 먼저 전달할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청해 왔다.데미안 오빠는 흔쾌히 승낙했다.편지는 화요일 아침에 도착했다.원본은 아니었다. 아벨 오빠가 서류상의 기록과 보존을 강력히 주장했고 데미안 오빠 역시 군말 없이 동의했기에, 원본은 별도의 안전한 장소에 정밀하게 기록되어 보관된 상태였다. 오빠들의 그런 이례적인 협조는 이 편지가 우리 가문에 얼마나 거대한 의미를 갖는지를 반증하고 있었다.변호사를 통해 전달된 것은 원본의 정교한 복사본이었다. 필체의 미세한 떨림과 손때까지 완벽하게 스캔되어, 자식들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적어 내려갔을 어머니의 손길이 그대로 전해지는 고화질 사본이었다.봉투 겉면에는 어머니의 정갈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내 아이들에게.’*그리고 그 아래, 조금 더 작은 글씨로 덧붙여진 문장.*‘그리고 잃어버린 내 딸에게. 언젠가 아이를 다시 찾게 될 그날을 위하여.’*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우리는 데미안 오빠의 집무실에 모여 편지를 읽었다.우리 사남매 모두가 함께였다.데미안 오빠는 책상 앞에 앉았고, 헨리 오빠는 내가 자주 앉던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아벨 오빠는 벽가의 작은 소파에 앉아 무릎 위에 팔꿈치를 얹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서 있다가, 결국 서가 벽면에 뒤를 기대고 차가운 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내가 바닥에 앉아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데미안 오빠가 가장 먼저 편지를 읽었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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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장

리나의 시점그의 이름은 제럴드 애쉬워스(Gerald Ashworth)였다.예순일곱 살. 모리슨 코퍼레이션 이사회에서만 30년을 재직한 인물. 백발에 신중한 언변, 그리고 오랫동안 막강한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 특유의 중후한 아우라를 지닌 남자가 바로 그였다. 그는 이사회 테이블에 앉을 때면 30년이란 세월이 준 익숙함으로, 권력의 생리를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자의 태평함을 풍기곤 했다.내가 모리슨의 대표로 임명된 이래, 그와 함께한 이사회만 열두 번이었다.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그에게 사업 안건을 브리핑했다.그리고 그는 내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수많은 제안서에 찬성표를 던져 왔다.증거를 수집하는 2주의 시간 동안, 나는 그 사실을 조용히 되씹었다. 격렬한 분노도, 차디찬 전략적 분노도 아닌, 훨씬 더 깊고 오랜 근원적인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오랫동안 내 곁에 지극히 가까이 머물렀던 사람이, 실제로는 내가 믿던 모습과 완벽히 다른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감정.나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지난 6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 역시 그와 유사한 참담함 속에서 살아왔으니까.데미안 오빠는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신중하고 완벽하게 움직였다.천천히. 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번 할 때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어설프게 두 번 서두르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진리를 한평생에 걸쳐 체득한 사람 특유의 집요한 인내심이었다.오빠는 애쉬워스에게 그 어떤 눈치도 채지 못하게 했다.그를 대하는 태도나 어조를 단 0.1밀리미터도 바꾸지 않았다. 여전히 그를 회의에 참석시켰고, 그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애쉬워스가 있는 모든 공간에서 그저 평소의 데미안 오빠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마치 거대한 빙하가 수면 아래서 조용히 이동하듯, 위에서는 그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아벨 오빠는 법적 증거 자료집을 구축했다.내가 밤중에 *'내일 얘기해'*라고 메시지를 보냈던 그날 밤부터 오빠는 나름의 자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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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리나의 시점나는 금요일 아침, 아벨 오빠에게 그 제안서에 대해 이야기했다.곧바로 털어놓지는 않았다. 이틀 동안 제안서를 쥐고 있으면서 철저히 검토했다. 내가 그 안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오빠의 삶에 찾아온 가장 멋진 변화이자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여성이 제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빠와 상관없이 사업 그 자체의 진정한 가치 때문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싶었으니까.제안서는 객관적으로도 훌륭했다.메리디안 그룹과의 파트너십은 모리슨 코퍼레이션이 추진 중인 동남아시아 확장 사업과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기존 사업을 완벽히 보완해 줄 고객 네트워크를 제공해 줄 터였다. 재무 조건은 합리적이었고, 운영 구조는 깔끔했다.제안서 그 자체—문서의 완성도, 그 안에 담긴 깊이 있는 기획, 그리고 모리슨 코퍼레이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완벽히 파악하여 메리디안의 강점을 맞춤형으로 제시한 방식까지—는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조심스러운 제안이 아닌 확실한 명분을 담아낼 줄 아는 전문가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나는 그 제안서에 무려 세 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적어 내려갔다.마음에 쏙 들었다.나는 아벨 오빠를 사장실로 불렀다.오빠는 서류 폴더를 들고, 특유의 불도저 같은 에너지와 금요일 아침의 의욕에 차 있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다음 안건이 무엇이든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나는 책상 너머로 제안서를 스르륵 밀어주었다.오빠는 서류 상단의 로고를 확인했다.이어 서명란의 이름을 확인했다.그리고 나를 올려다보았다."나한테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오빠가 입을 열었다."응." 내가 답했다."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내 여동생 회사에 공식 사업 제안서를 냈다고?""내 여동생 회사가 아니라, 모리슨 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에 정식 절차를 거쳐 전문가로서 제안서를 제출한 거지." 내가 정색하며 바로잡았다. "그리고 그게 카라가 해야 할 당연하고 완벽한 행동이었고."아벨 오빠는 제안서를 내려다보았다.손에 들었다.첫 페이지를 읽었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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