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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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착각

그렇게 서현은 종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다시 병실로 향했다.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요한 공기 속에 지음의 숨소리만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자고 있는 거라고…그저 잠들어 있는 것뿐이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미안해, 또 나 때문에…” 밀려드는 죄책감에 목이 죄어왔다. “…미안해, 오빠…” 서현은 지음의 손을 꼭 쥐었다. 따뜻한 그의 손. 분명 살아 있는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도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서현은 몇 시간 전, 지음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 서던 순간을 떠올렸다. 아주 짧은 찰나였다. 살기를 띠던 그 여자의 눈이 제 왼쪽 가슴께를 바라보던 그 순간— 서현은 제 몸이 커다란 품 안으로 깊숙이 끌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따뜻하고 아늑했던 지음의 품. 하지만 이내 강렬하게 전해지던 그의 몸의 떨림은……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과 정확히 겹쳐졌다. 그 순간 서현은 깨달았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지음이 다치는 것.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두려운 건―지음이 자신의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서현의 눈물이 꼭 쥐고 있던 지음의 손등 위로 투둑 떨어졌다.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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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오랜만입니다

다음 날 아침. 퇴원을 앞둔 병원은 평소보다 분주했다. 복도 곳곳에는 간호사들의 발걸음이 오갔고, 병실마다 수술이나 퇴원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런 복도 한쪽에서 유독 낯선 발걸음이 머물고 있었다. 손에 작은 수첩을 든 한 남자가 지음의 병실 앞에서 무언갈 확인하려는 듯 서성거리는 중이었다. 병실 번호와 주위를 살피는 행동을 잠깐 반복하는 그 모습을 지나치던 젊은 간호사가 이상하다는 듯 걸음을 멈췄다. “저기…누구 찾으세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아, 네. 강지음 선수 병실 맞죠?” “무슨 일이신데요?” 간호사의 시선이 남자의 손에 들린 수첩으로 향했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수첩을 살짝 접어 쥐었다. “아 별건 아니고요.” 그러더니 병실 안쪽을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여는데, 간호사가 먼저 말했다. “그분 오늘 퇴원하시는데, 병실에 안 계실 거예요.” “아.” 남자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혹시 그럼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남자는 안경을 치켜 올리며, 입가만 슬쩍 끌어올렸다. 이에 간호사는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짧게 대답했다. “데스크에 계시겠죠?” “옙. 감사합니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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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단 한 순간도

순식간에 많은 인파가 몰린 병원에서, 지음과 서현은 병실로 찾아온 기자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병원을 벗어나기 전, 기자는 지음에게 그의 집 역시 병원보다 더 심하게 포위되어 있을 거라며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결국 두 사람은 곧장 서현의 집으로 향했다. 냉기가 가득한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현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지음은 대답 없이 먼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보일러부터 틀었다. “강지음!” 서현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소리쳤다. 지음은 잠시 숨을 고르며 돌아섰다. 그리고 여전히 굳어 있는 서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처음부터.” “……처음?” “마서현.” 지음이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아다녔을지 생각해 본 적 없지.” “……”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사라질 이유가 없는 거야.” 지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게 사고라면. 정말 사고였다면…말이야. 그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서현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그런데도, 알면서도…내 앞에 나타났어?” 지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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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내가 뺏은 것 같은데요.

경찰서 정문 앞은 강추위를 견디며 발을 동동 구르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정문이 열리자, 거세게 몰아치는 겨울바람 사이로 지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 무엇으로도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모자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였다. 어쩌면 보란 듯이 고개를 치켜든 것처럼 보였다. 그 당당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랜 시간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강지음’이라는 이름을 마침내 제 얼굴로 드러냈기 때문일까. 한참을 웅성거리던 기자들의 목소리가 일순 잦아들었다. 지음은 쏟아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다 완전히 내려가기 직전,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며 그의 얼굴을 파고들었다.질서 없는 마이크들이 들쭉날쭉 다가왔지만, 지음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조용히 숨을 골랐다. “강지음 선수! 피의자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강 전 선수의 연인이, 피의자의 딸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실입니까?” “두 번이나 강 전 선수의 목숨을 위협한 피의자입니다! 정말 그 피의자의 딸과 연인관계가 맞는 겁니까?”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지음은 어떤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한 문장이 그의 미간을 깊게 구겼다. “강지음 작가의 연인인 마 씨가, 피의자와 모녀 관계이자 공범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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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미친X

'마음의 숲’ 출판사엔 아직 걷히지 않은 폴리스 라인이 겨울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사건 이후 잠시 운영을 중단한 출판사에 누군가의 발길이 닿았다. “정말 안 어울리네.” 모자를 푹 눌러쓴 서현이었다.서현의 쓸쓸한 손길이 폴리스 라인을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들어가지 못한 채 한참 출판사를 바라보던 서현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곧 도착한 택시에 몸을 밀어 넣은 그녀는 다시 창밖으로 보이는 출판사를 바라보았다. 지음이 경찰서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음의 집 근처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도 철수했다. 지음은 조한에게 서현을 다시 자신의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고, 단독 인터뷰를 약속받은 조한은 그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었다.하지만 그녀는 조한을 돌려보낸 뒤, 답답한 마음에 잠시 발걸음을 옮긴다는 게 결국 출판사 앞까지 다다른 것이었다. “젊은 아가씨가, 벌써 옥바라지하는 겨?” 트로트가 흐르던 택시 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기사님이 백미러로 서현을 흘깃 보며 물었다.서현은 잠시 대답을 고민하다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저는 면회는 처음인데…” “뭐, 뭐, 남친이여 남편이여.” “아…그, 남자친구는 아직 경찰서에 있고,” 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님은 혀를 세게 차며 중얼거렸다. “미쳐 돌아. 미쳐 돌아. 그렇게 이쁘게 생겨갖고 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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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윤건하-1

지음과 서현의 달콤했던 그날 밤과는 달리, 세상은 결코 그렇지 못했다.특히 건하의 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캄캄한 그늘 속이었다. 굳은 얼굴로 대웅의 선거캠프 사무실을 찾아온 건하는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거는 사람들과 잠시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곧장 대웅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쾅—!’ 거칠게 열어젖힌 문이 벽에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안에 있던 대웅과 연지가 동시에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나와, 홍연지.” “건하씨….” 연지는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건하와 대웅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건하는 그 표정마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는 연지에게 빤한 눈빛을 주며 미간을 좁혔다. 대웅은 그런 연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짓한 뒤 건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리 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지금 그 꼬라지가 대체 뭐야? 올 거면 조용히 올 것이지.” 대웅은 마뜩잖은 신음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려는데, 건하의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 울렸다. “나오라고 했잖아!!” 이에 연지 역시 아까와는 달리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건하를 응시했다. 대웅은 소파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건하! 너…잇…!” 대웅의 노기가 터지려는 찰나, 연지가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 “제가 나가는 게 좋겠어요, 후보님.” 대웅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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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윤건하-2

아침 햇살이 창가로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 지음의 품 안에서 눈을 뜬 서현이었다. 어제 제법 많이 마신 와인 때문인지, 길어진 밤을 한껏 이용한 이 남자 때문인지…….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을 버티지 못하고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그런 저와는 달리 지음은 서현의 작은 부스럭거림에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서현은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품에서 빠져나왔다. 이불을 그의 어깨 위까지 끌어 올려준 뒤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지음 덕분에 잠시 잊고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출판사 동료들의 전화와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었다. 윤건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남아 있었다. 서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던 서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받지 않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이었다. 짧은 진동과 함께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건하였다. 서현의 손끝이 멈췄다. [서현아. 마지막까지 비겁한 거 잘 아는데…‘마음의 숲’은 마서현 네가 있어야 해. 떠나려는 이유가 정말 나 때문이라면 그건 더는 걱정하지 마.] 서현은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지막.’ 왜 하필 마지막이라는 말을 쓴 걸까.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n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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