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apítulo 131 - Capítulo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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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화 : 오늘 밤의 가이드라인》

마지막 보고서가 닫힌 건 새벽 한 시가 넘어서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하나가 서율의 이름을 지우겠다며 달려들었고, 지금은 그 그룹의 이사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산산조각 나 있었다. 서율은 펜을 내려놓았다. “끝났네.” 소파 맞은편에 서 있던 차태혁이 대답했다. “네.” 짧았다. 지나치게.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차태혁은 평소처럼 무표정했지만, 오늘만큼은 그 얼굴 밑에 감춰진 감정이 제법 선명했다. “왜.” “뭐가.” “불만 있는 얼굴인데.” “없습니다.” 서율이 피식 웃었다. “거짓말.” 태혁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바로 앞에 섰다. “내 앞에서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 “말해.” 태혁의 시선이 서율의 얼굴에서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오늘 시사회 때문에 입었던 검은 드레스. 목선을 따라 얇게 내려온 끈. 그 아래로 드러난 쇄골. 다시 눈이 마주쳤다. “오늘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르는 곳에서 판을 벌였고.” “이겼잖아.” “결과 이야기가 아닙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서율은 그제야 알아챘다. 화가 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만 자신에게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어서 참고 있을 뿐. 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차태혁.” “네.” “지금 나한테 화났어?” 잠깐의 침묵. “……네.” 이번에는 솔직했다. “좋아.” 서율이 그의 셔츠 깃을 잡았다. “그럼 오늘은 특별히 허락해 줄게.” 태혁의 눈빛이 변했다. “뭘.” “화내는 거.”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서율이 웃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그 순간 허리가 당겨졌다. 몸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만큼. 하지만 태혁은 바로 입을 맞추지 않았다. 그게 더 위험했다. 서율은 자신의 허리를 감싼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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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 기각되지 않은 이의》

서율이 눈을 뜬 건 평소보다 한참 늦은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묵직한 피로감이었다. 그리고 목덜미. 손을 올리자 따끔한 감각이 따라왔다. “……차태혁.” 낮게 부른 목소리에,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던 태혁이 고개를 들었다. “깼습니까.” 너무 태연했다. 서율은 이불을 끌어당긴 채 그를 노려봤다. “이거 뭐야.” 목덜미를 가리키자 태혁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아주 잠깐. 하지만 충분히 노골적이었다. “흔적이네요.” “그걸 누가 몰라?” “그럼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나랑 말장난해?” 태혁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침대 가까이 다가왔다. 서율은 물러서지 않았다. 태혁의 손이 그녀의 턱 아래에 닿았다. 목을 돌려 흔적을 확인하듯 엄지가 피부를 스쳤다. 서율의 숨이 아주 조금 흐트러졌다. “어젯밤에는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그건.” “싫으면 말하라고 했고.” 손끝이 쇄골 아래에서 멈췄다. “당신은 안 했습니다.” 서율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혁이 몸을 낮췄다. 입술이 목덜미 가까이에 닿았다. 키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느렸고, 확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오래 머물렀다. “차태혁.” “네.” 대답하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서율의 손가락이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그만.” 태혁은 즉시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 반응이 오히려 서율을 당황하게 했다. “……진짜 멈추네.” “그만하라고 했으니까.” 서율은 그를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웃었다. “말 잘 듣네.” “밖에서는.” “그럼 지금은?” 태혁의 손이 서율의 허리에 닿았다. 얇은 셔츠 너머로 손바닥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지금은 다시 허락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허락 안 하면?” “기다립니다.” “계속?” “당신이 먼저 못 견딜 때까지.” 이번에는 서율의 웃음이 멎었다. 태혁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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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 동반인 불가》

초대장에 적힌 시간은 밤 열한 시였다. 장소는 서울 외곽의 한 호텔. 정확히는 호텔 최상층에 존재한다는,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프라이빗 라운지였다. 서율은 거울 앞에 섰다. 검은 드레스. 등이 깊게 파였고, 허벅지 한쪽으로 길게 슬릿이 올라왔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늘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에 꽂힐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갈아입으십시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율이 거울 너머로 차태혁을 바라봤다. “싫은데.” “저 옷으로 갈 생각입니까.” “응.” “안 됩니다.” 서율이 천천히 돌아섰다. “누가 정했는데?” “제가.” “차태혁.” “네.” “요즘 겁이 없어졌네?” 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 다가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결국 서율의 등이 화장대 가장자리에 닿았다. 태혁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드러난 어깨. 허리. 그리고 슬릿 사이로 보이는 다리.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눈빛은 아니었다. “그렇게 보지 마.” “어떻게 말입니까.” “지금 네가 어떻게 보는지 정말 몰라?” 태혁의 시선이 다시 올라왔다. “압니다.” “그런데?” “그래서 갈아입으라고 하는 겁니다.” 서율이 피식 웃었다. “질투해?” 침묵. “차태혁.” “……합니다.” 너무 쉽게 인정해서 오히려 서율이 잠깐 말을 잃었다. 태혁이 손을 뻗었다. 손끝이 드레스의 어깨끈에 닿았다. “이것도.” 손가락이 천천히 아래로 움직였다. 허리선을 따라. “이것도.” 그리고 슬릿이 시작되는 지점 바로 위에서 멈췄다. “마음에 안 듭니다.” 서율의 호흡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내 옷인데?” “알고 있습니다.” “내 몸이고.” “그것도 압니다.” “그런데 네가 왜.” 태혁의 손이 허리를 감쌌다. 단숨에 거리가 사라졌다. “당신이 내 것이어서가 아닙니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건드렸다. “내가 당신 것이니까.” 서율의 눈빛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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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율은 천장의 CCTV를 올려다봤다. [보고 있을 뿐입니다.] 휴대폰 화면에 남아 있는 차태혁의 문장. 기가 막혔다. ‘이 인간은 대체 어디까지 예상한 거야.’ “재미있는 사람이죠?” 맞은편 남자가 말했다. 서율이 시선을 돌렸다. “누구 말이에요?” “차태혁.” 남자가 자연스럽게 와인잔을 들었다. “당신 뒤에 붙어 있는 사냥개.” 서율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말조심하세요.” “기분 나빴습니까?” “아뇨.” 서율은 테이블 위의 잔을 집었다. “내 사람을 아무나 평가하는 게 싫어서.” 남자의 눈에 흥미가 떠올랐다. “내 사람이라.” “소개부터 하죠.” “강이준.” 그가 손을 내밀었다. “루멘 캐피털 아시아 총괄.” 서율은 손을 바라보기만 했다. 잡지 않았다. 강이준은 별로 개의치 않는 얼굴로 손을 거뒀다. “경계가 심하군요.”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거든.” “그래서 차태혁도 길들였습니까?” 이번에는 서율이 웃었다. “잘못 알고 있네요.” “뭘?” “저 남자는 길들인 적 없어요.” 서율의 시선이 다시 CCTV를 향했다. “스스로 목줄을 가져왔지.” * 같은 시각. 호텔 맞은편 건물. 태혁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율의 모습이 네 개의 화면에 동시에 잡혀 있었다. 입구. 메인 홀. 복도. 라운지. 그리고 강이준. 태혁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천천히 두드렸다. 옆에 있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강이준 신원 더 파볼까요?” “이미 끝났어.” “그럼 왜…….” “저 새끼가 오늘 서율을 부른 이유가 안 나와.” 화면 속 강이준이 서율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탁. 손가락이 멈췄다. “거리는?” “예?” “둘 사이.” 직원이 화면을 봤다. “그걸 제가 어떻게…….” “됐어.” 태혁은 직접 화면을 확대했다. 직원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대표님.” “왜.” “혹시 질투하시는 겁니까?” 태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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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 사냥개가 도착했을 때》

붉은 비상등 아래. 출입구를 막은 남자는 셋이었다. 서율은 구두를 벗었다. 강이준이 그녀를 바라봤다. “뭐 하는 겁니까?” “보면 몰라?” 서율은 구두를 한쪽으로 밀어냈다. “저거 신고 뛰면 발목 나가.” “지금 뛰려고요?” “아니.” 서율이 웃었다. “잡으려고.” 강이준의 표정이 묘해졌다. “누굴?” “나한테 손댄 새끼.” 조금 전 서율의 허리를 붙잡았던 남자가 움찔했다. 그 작은 움직임을 서율은 놓치지 않았다. “너네.” 그녀가 천천히 물었다. “나 때문에 온 거지?” 대답은 없었다. “강이준 때문이면 아까부터 저 사람을 보고 있었을 테고.” 서율이 한 걸음 움직였다. “그런데 불 꺼지자마자 나부터 잡았어.” 남자 하나가 말했다. “조용히 따라오시면 다칠 일 없습니다.” 서율이 웃었다. “그 대사.” 한 걸음 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데.” 남자가 손을 뻗었다. 서율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틀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잔을 쳐냈다. 쨍그랑! 유리가 바닥에서 깨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 그쪽으로 쏠렸다. “지금!” 강이준이 상황을 알아챘다. 주변 경호 인력들이 움직였다. 출입구 앞이 순식간에 뒤엉켰다. 서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뒤로 빠졌다. 그리고 클러치 안에서 작은 장치를 꺼냈다. 강이준의 눈이 커졌다. “그건 뭡니까?” “보험.” 딸깍. 버튼을 눌렀다. 몇 초 뒤. 최상층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삐이이익— “통신을 끊어도 호텔 자체 비상망까지 끊을 순 없겠지.” 서율이 웃었다. “내가 이런 데 아무 준비 없이 왔을 것 같았어?” 강이준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차태혁이 왜 당신한테 미치는지 알겠군.” “그 말도 마음에 안 드네.” “왜요?” “걔만 미치는 것 같잖아.” 강이준이 잠깐 말을 잃었다. 그 순간. 쾅! 바깥쪽 문에서 굉음이 터졌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잠금장치가 부서졌다. 문이 열렸다. 검은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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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 우리 규칙을 아는 사람》

[당신의 사냥개가 없는 7분 43초는 즐거우셨습니까?] 서율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시간까지 정확했다. 우연일 리 없었다. “언제 왔습니까.”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서율이 휴대폰을 뒤집었다. “방금.” 차태혁은 이미 깨어 있었다. 셔츠는 입었지만 단추를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서율의 시선이 잠시 그쪽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올라왔다. 태혁이 그걸 놓치지 않았다. “왜.” “뭐가.” “보고 있었잖습니까.” “착각하지 마.” “그럼 단추 잠글까요?” 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침부터 시비 걸래?” 태혁이 침대 가까이 다가왔다. “어젯밤에는 좋아하셨으면서.” “차태혁.” “네.” “입.” 태혁이 입을 다물었다. 서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네.” 그대로 지나가려는데 손목이 붙잡혔다. “그런데.” 태혁이 그녀를 당겼다. 서율의 몸이 그대로 그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건 별개입니다.” “뭐가?” “어젯밤에 하던 이야기.” 태혁의 손이 허리에 머물렀다. 얇은 잠옷 위로 손바닥의 온기가 느껴졌다. “아직 대답 못 들었습니다.” “무슨 대답.” “다치지 않겠다는 약속.” 서율이 피식 웃었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약속해.” “그럼 하나만.” 태혁의 손끝이 허리선을 천천히 쓸었다. “위험한 곳에 갈 때는 말하십시오.” “싫은데.” “서율.” “잔소리할 거잖아.” “합니다.” “봐.” 태혁의 입술이 목덜미 가까이에 닿았다. 서율의 어깨가 아주 조금 움찔했다. “말하면.” 짧은 입맞춤. “적어도.” 이번에는 턱 아래. “찾으러 갈 수 있으니까.” 서율의 손가락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너 지금 일부러 이러지.” “뭘 말입니까.” “말하면서 자꾸.” 태혁이 멈췄다. “싫습니까?” 또 그 질문. 서율은 대답 대신 그의 열린 셔츠 깃을 잡아당겼다. 입술이 겹쳐졌다. 아침이라고 하기엔 조금 긴 키스였다. 태혁의 손이 허리를 끌어당겼고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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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 제17조의 벌칙》

불이 꺼졌다. 완전한 암전. 서율은 반사적으로 차태혁의 손목을 붙잡았다. “태혁아.” “여기 있습니다.”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직은. 태혁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먹통. 서율도 마찬가지였다. “전기만 끊은 게 아니네.” “네트워크도 죽었습니다.” “비상 전원은?” “독립 회선입니다. 원래라면 이미—” 철컥. 둘의 시선이 동시에 현관으로 향했다. 잠금장치가 작동하는 소리. 곧이어 침실 쪽에서도 같은 소리가 났다. 철컥. 철컥. 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 새끼.” 삐— 천장에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벽면 스크린 하나가 켜졌다. 검은 화면. 하얀 글씨. [제17조 위반이 확인되었습니다.] [벌칙을 시작합니다.] 서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남의 집에서 아주 신났네.” 태혁이 앞으로 나섰다. “뒤에 계십시오.” “싫어.” “서율.” “둘을 갈라놓으려는 게 목적이야.” 서율이 그의 옆에 섰다. “그런데 내가 왜 네 뒤에 숨어?” 태혁은 잠깐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펜트하우스 평면도가 나타났다. 거실. 침실. 서재. 드레스룸. 각 공간이 붉은 선으로 나뉘었다. [PLAYER 1 : SEO YUL] [PLAYER 2 : CHA TAE HYUK] 서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플레이어?” 다음 문장이 나타났다. [두 플레이어는 지정된 공간으로 이동하십시오.] 거실 바닥에 붉은 조명이 들어왔다. 서율의 자리. 반대편 서재에는 푸른 조명. 태혁의 자리. [제한 시간 30초.] 태혁이 웃었다. 차갑게. “안 하면?” 스피커에서 처음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기계적으로 변조된 음성. “그러면 벌칙의 수위가 올라갑니다.” 서율과 태혁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드디어 말하네.” 서율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누구야?” 대답은 없었다. 대신 숫자가 나타났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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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 말하게 만들어》

서율은 아침부터 차태혁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서가 아니었다. 차태혁은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시선을 피해서도 아니었다. 그 남자는 거짓말을 할 때조차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는 종류였다. 문제는— 휴대폰이었다. “차태혁.” “네.” “아까부터 그거 왜 뒤집어놔?” 식탁 위. 태혁의 휴대폰은 화면이 아래를 향한 채 놓여 있었다. 손이 멈췄다. 0.5초. 아주 짧은 순간. 하지만 서율은 봤다. “뭐 왔지.” “아닙니다.” “거짓말.” “업무 연락입니다.” “그럼 보여줘.” 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율이 천천히 포크를 내려놓았다. “휴대폰.” “안 됩니다.” 서율의 눈썹이 올라갔다. “다시 말해봐.” “못 드립니다.” 이번에는 확실했다. 차태혁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것도— 자신에게. 서율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그를 바라봤다. “범인이 뭐라고 했어?” 태혁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게 답이었다. 서율이 피식 웃었다. “역시.” “서율.” “나한테 비밀로 하라고 했구나.” “…….” “그리고 넌 그걸 진짜 지키고 있고.” 태혁의 턱이 아주 조금 굳었다. 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밌네.” “뭐가 말입니까.” “내 말을 제일 잘 듣던 사람이.” 천천히 태혁 앞으로 걸어갔다. “남이 만든 규칙 때문에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잖아.” “거짓말한 적 없습니다.” “숨기는 것도 비슷해.” “다릅니다.” “그래?” 서율의 손이 그의 넥타이에 닿았다. “그럼 확인해 볼까.” * 문이 닫혔다. 이번에는 서재였다. 태혁이 소파에 앉았다. 정확히는— 서율이 앉혔다. “휴대폰.” “안 됩니다.” 또 같은 대답. 서율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세 번째야.” “네.” “세 번이나 내가 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어.” “알고 있습니다.” “겁도 없네.” “당신이 화내는 것보다.” 태혁이 올려다봤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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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 관객 퇴장》

[계속하십시오.] 서율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기분 좋을 때 나오는 웃음이 아니었다. 차태혁이 가장 잘 아는 표정. 누군가 선을 넘었을 때의 얼굴이었다. “재밌어?” 서율이 천장을 향해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남의 집 숨어 들어와서.” 휴대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남의 침실 훔쳐보고.” 태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계속하라고?”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명령입니다.] 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명령.” 한 번 더 낮게 되뇌었다. 그러더니 태혁을 돌아봤다. “차태혁.” “네.” “커튼 닫아.” 태혁이 움직였다. 촤악. 통유리창이 완전히 가려졌다. “문도.” 철컥. 서재 문이 잠겼다. 서율은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꼬았다. 흐트러졌던 드레스는 이미 정리한 뒤였다. “이리 와.” 태혁이 그녀 앞에 섰다. 서율이 올려다봤다. “가까이.” 한 걸음. “더.” 다시 한 걸음. 이제 무릎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 태혁이 물었다. “뭐 하려고 합니까.” “쟤가 원하는 거.” “뭡니까.” 서율이 태혁의 넥타이를 잡았다. “보여주려고.” 태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서율.” “왜.” “상대가 보고 있습니다.” “알아.” “그런데도?” 서율은 넥타이를 당겼다. 태혁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착각하지 마.” 입술이 닿기 직전 멈췄다. “쟤한테 보여주는 게 아니야.” “그럼.” “누가 결정하는지 알려주는 거지.” 서율은 천장을 바라봤다. “잘 봐.” 그리고 다시 태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손끝으로 그의 셔츠 단추 하나를 천천히 풀었다. “너도 아니고.” 두 번째. “저 새끼도 아니야.” 태혁의 호흡이 미세하게 깊어졌다. 서율은 그 반응을 느끼면서 웃었다. “나야.” 이번에는 입을 맞췄다. 짧고 느리게. 상대가 기대했을 법한 거친 장면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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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

보안팀이 도착한 건 17분 뒤였다. 그리고 첫 번째 카메라를 발견하는 데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표님.” 직원의 표정이 굳었다. “하나가 아닙니다.” 차태혁이 고개를 들었다. “몇 개.” “현재까지 일곱 개입니다.” 서율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일곱?” 침실. 서재. 거실. 현관. 드레스룸. 심지어 주방까지. 평범한 장식품이나 센서 내부에 초소형 카메라와 마이크가 숨겨져 있었다. 태혁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가워졌다. “설치 시점 확인해.” “일련번호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전부.” “네.” 서율은 말없이 침실 쪽을 바라봤다. 침실에도 있었다. 그 사실이 가장 불쾌했다. 둘만 있어야 했던 순간까지 누군가 지켜봤다는 뜻이니까. 태혁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침실 장치는 폐기하지 마.” “대표님?” “누가 설치했는지 찾기 전까지 증거 보존해.” 서율이 그를 힐끗 바라봤다. “화났네.” “안 났겠습니까.” “왜?” 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몰라서 묻습니까?” 서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느 부분 때문에 화났는지 궁금해서.” “전부.” “특히?” 잠시 침묵. 태혁이 낮게 말했다. “침실.” 서율은 결국 웃었다. “역시.” “웃깁니까?” “조금.” “나는 하나도 안 웃깁니다.” 태혁이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이 자는 것까지 누군가 봤습니다.” “그것만?” 태혁의 시선이 멈췄다. 서율은 일부러 한 걸음 가까이 갔다. “자는 것만 본 건 아니잖아.” “……서율.” “왜.” “지금 그 얘기 하지 마십시오.” 귀가 아주 미세하게 붉어졌다. 서율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차태혁.” “네.” “설마 부끄러워?” “아닙니다.” “귀 빨간데.” “화나서 그렇습니다.” “그래?” 서율이 손을 뻗어 그의 넥타이를 잡았다. “확인해 볼까.” “뭘.” “진짜 화난 건지.” 태혁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보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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