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고서가 닫힌 건 새벽 한 시가 넘어서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하나가 서율의 이름을 지우겠다며 달려들었고, 지금은 그 그룹의 이사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산산조각 나 있었다. 서율은 펜을 내려놓았다. “끝났네.” 소파 맞은편에 서 있던 차태혁이 대답했다. “네.” 짧았다. 지나치게.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차태혁은 평소처럼 무표정했지만, 오늘만큼은 그 얼굴 밑에 감춰진 감정이 제법 선명했다. “왜.” “뭐가.” “불만 있는 얼굴인데.” “없습니다.” 서율이 피식 웃었다. “거짓말.” 태혁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바로 앞에 섰다. “내 앞에서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 “말해.” 태혁의 시선이 서율의 얼굴에서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오늘 시사회 때문에 입었던 검은 드레스. 목선을 따라 얇게 내려온 끈. 그 아래로 드러난 쇄골. 다시 눈이 마주쳤다. “오늘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르는 곳에서 판을 벌였고.” “이겼잖아.” “결과 이야기가 아닙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서율은 그제야 알아챘다. 화가 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만 자신에게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어서 참고 있을 뿐. 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차태혁.” “네.” “지금 나한테 화났어?” 잠깐의 침묵. “……네.” 이번에는 솔직했다. “좋아.” 서율이 그의 셔츠 깃을 잡았다. “그럼 오늘은 특별히 허락해 줄게.” 태혁의 눈빛이 변했다. “뭘.” “화내는 거.”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서율이 웃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그 순간 허리가 당겨졌다. 몸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만큼. 하지만 태혁은 바로 입을 맞추지 않았다. 그게 더 위험했다. 서율은 자신의 허리를 감싼 그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