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apítulo 401 - Capítulo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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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화 : 규칙이 없는 첫날》

흰 노트를 덮은 다음 날. 아침 7시 12분. 서율은 눈을 뜨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옆에는 최태혁. 테이블 위에는 어제 덮어둔 흰 노트. 그리고— 오늘부터는 적을 페이지가 없었다. 서율이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태혁아.” “네.”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이미 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 이제 규칙 없네.” 최태혁이 고개를 돌렸다. “있습니다.” “뭐가.” “400개.” “그건 지나간 거고.” “없어진 건 아니잖습니까.” 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맞는 말이었다. 검은 노트도. 흰 노트도. 덮었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묘했다. 그동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적었다. 싸우면 적었고. 실수하면 적었고.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면 또 적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물어봐야 할 것. 멈춰야 할 순간. 다시 시작해도 되는 순간.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온 것이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빈 노트조차 없었다. 서율이 몸을 돌려 최태혁을 바라봤다. “그럼 오늘은.” “응.” “아무것도 안 정하고 살아볼까.” 최태혁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아무것도?” “응.” “저녁 약속도?” “그건 이미 했잖아.” “그럼 취소 가능?” 서율이 바로 인상을 썼다. “왜 취소해.” 태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규칙 없다며.” “최태혁.” “네.” “시작부터 악용하지 마.” “벌써 하나 생겼네.” 서율이 베개를 집어 던졌다. 최태혁이 웃으며 받아냈다. “제401조.” “쓰지 마.” “규칙 없다는 규칙.” “그것도 규칙이잖아.” “그러네.” 잠깐 정적. 그리고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결국 둘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출근했다. 오전 10시. 서율에게 문제가 하나 생겼다. 해외 투자사에서 예정에 없던 미팅을 요청했다. 시간은 오후 7시. 최태혁과 저녁을 먹기로 한 시간과 정확히 겹쳤다. 비서가 물었다. “어떻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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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화 : 알아서 하지 마》

다음 날 오후 6시 18분. 서율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최태혁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예약 완료.] 어제 가지 못했던 레스토랑. 시간. 오후 8시. 서율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엔 진짜 감.] 답장은 바로 왔다. [회사 안 망하면.] 서율이 웃었다. [망해도 간다니까.] [그건 기각.] “대표님.” 비서가 옆에서 불렀다. “왜.” “오늘 저녁 일정 말씀인데요.” “응.” “취소됐습니다.” 서율의 발이 멈췄다. “뭐가.” “8시 미팅이요.” 서율은 잠시 비서를 바라봤다. 오늘 8시에는 원래 별도 일정이 없었다. 정확히는— 어제 미뤘던 투자사와 후속 미팅이 온라인으로 잡혀 있었다. 레스토랑 예약은 8시. 그래서 조금 늦게 합류할 생각이었다. “누가 취소했어.” 비서의 표정이 조금 난처해졌다. “최 대표님 쪽에서 연락이 와서.” 서율의 표정이 굳었다. “최태혁이?” “네.” “왜.” “대표님께서 오늘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일정 조정을 요청하셨다고.” 서율은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통화. 한 번. 두 번. 최태혁이 받았다. “왜.” “너.” “네.” “내 미팅 취소했어?” 짧은 침묵. “네.” “왜.” “어제 못 갔잖습니까.” 서율의 표정이 더 굳었다. “그래서?” “오늘은 같이 먹기로 했고.” “그래서 내 미팅을 네가 취소해?” 최태혁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챈 듯 잠시 말이 없었다. “서율.” “왜.” “화났습니까.” “응.” 즉답. 이번에는 애매하게 넘기지 않았다. “많이?” “조금.” “그럼.” “태혁아.” 서율이 먼저 말을 끊었다. “내가 어제 뭐라고 했어.” “뭘.” “미팅 생겼다고.” “네.” “그리고 네가 싫다고 했지.” “네.” “그래도 가라고 했고.” “맞습니다.” “근데 오늘은 왜.” 서율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네가 대신 결정해.” 최태혁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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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화 : 이번에는 숨기지 않아》

비밀 결혼식이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서율은 가끔 거실에 걸린 사진을 볼 때마다 그날을 떠올렸다. 하객 서른 명. 기자 없음. 장소는 행사 직전까지 비공개. 초대받은 사람들만 알고 있던 결혼식. 미술관 정원에서 최태혁을 향해 혼자 걸어갔고. 서약을 했고. 그가 물었다. 키스해도 되냐고. 그리고— 둘은 부부가 됐다. 서율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적어도 오늘 아침까지는. “싫어.” 회의실에 들어온 지 3분 만에 나온 대답이었다. 최태혁이 맞은편에서 말했다. “아직 끝까지 안 들었습니다.” “들었어.” “절반도 안 했는데.” “공개 결혼식 하자는 거잖아.” 홍보팀장이 난처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공식 리셉션과 세리머니를 함께 진행하는 방안입니다.” “그게 결혼식이지.” “법적인 혼인 절차를 다시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알아요.” 서율이 팔짱을 꼈다. “근데 이미 했잖아요.” 홍보팀장은 준비해온 자료를 조심스럽게 넘겼다. 문제는— 사람들이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결혼식 자체가 워낙 비공개였다는 데 있었다. 정식 사진 공개도 거의 없었고. 공식 영상도 없었다. 기업 관계자. 해외 파트너. 지인. 심지어 일부 친척까지— 초대하지 못했다. 처음 결혼식의 목적은 명확했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둘이 원하는 방식대로 결혼하기 위해서. 그래서 필요한 사람만 불렀다.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홍보팀장이 말했다. “최근에도 공식 행사에서 결혼 관련 질문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결혼식을 다시 하자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최태혁이 자료를 넘겼다. “회사에서는 원하는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홍보팀장이 대답했다. “공식적으로 두 분이 함께 서는 자리가 한번은 있으면 좋습니다.” 서율이 최태혁을 봤다. “너는?” “나?” “응.” “회사 말고.”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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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화 : 두 번째 초대》

공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었다. 첫 번째 결혼식. 서른 명. 이번에는 최대 삼백오십 명까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서율은 명단을 보다가 말했다. “싫어.” 최태혁이 물었다. “뭐가.” “모르는 사람.” “누구.” “여기부터 여기까지.” 서율이 화면을 쓸어내렸다. 기업 대표. 해외 파트너. 협회 관계자. 행사에서 몇 번 마주쳤을 뿐인 사람들. 최태혁이 물었다. “다 뺍니까.” “응.” “공개 결혼식인데.” “공개 결혼식이지 회사 행사는 아니잖아.” 맞는 말이었다. 둘은 하나씩 이름을 지웠다. 직함보다 관계. 사업 규모보다 기억. 결국 남은 사람은— 200명. 첫 번째 결혼식보다 세 배가 넘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서율은 가족에게 직접 전화했다. “우리 결혼식 한 번 더 하려고.” 전화 너머에서 침묵. 곧바로 들려왔다. “뭐?” 서율이 눈을 감았다. “아니. 다시 결혼하는 거 아니고.” 옆에 있던 최태혁이 웃었다. 서율이 그를 노려봤다. “전에 너무 조용하게 했잖아.” 첫 번째 결혼식. 장소도 비밀. 하객도 서른 명. 기자도 없었다. 그때는 둘을 지키는 게 먼저였다. “이번에는.” 서율이 조금 머뭇거렸다. “그냥 제대로 축하받아보려고.” 전화 너머가 잠잠해졌다. 서율은 괜히 손끝으로 소파를 긁었다. 그리고 어렵게 덧붙였다. “덕담도 해줘.” “…….” “길게는 말고.” 최태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서율이 손으로 경고했다. 웃지 마. 하지만 전화 너머에서 돌아온 대답을 들은 순간— 서율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아주 잠깐 사라졌다. “응.”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고마워.” 통화를 끊었다. 최태혁이 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서율은 잠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그냥.” “뭐.” “그날 말해준대.” * 그리고. 결혼식 날. 이번에는 장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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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화 : 사람들 사이로》

식사가 시작된 지 18분. 서율은 자기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세 조각째 먹고 있었다. 최태혁이 물었다. “끝?” “응.” “세 입 먹었는데.” “먹었잖아.” “그걸 식사라고 합니까.” 서율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나중에 더 먹어.” “언제.” “돌고 와서.” 최태혁은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이었다. 서율이 그를 쳐다봤다. “뭐.” “분명 나중에 배고프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때 먹으면 되지.” “음식 치우면.” “너 진짜.” 서율이 결국 웃었다. “결혼식에서 밥 걱정하는 신랑 처음 봐.” “이미 신랑 한 번 했습니다.” “그러네.” “이번에는 경험자.” “쓸데없는 경력.” 둘은 동시에 웃었다. 서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어디부터.” 서율의 시선이 가장 가까운 테이블로 향했다. 가족. “저기.” * 첫 번째 테이블. 서율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누군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서율이 손으로 눌렀다. “우리가 오는 건데 왜 일어나.” “신랑신부 오는데.” “이미 아까 봤잖아.” “그거랑 다르지.” 최태혁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율이 그를 봤다. “왜 갑자기 모범사위 모드야.” “원래 모범입니다.” “누가.”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졌다. 아까 덕담 때문에 울었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서율은 괜히 그쪽을 보지 않으려다가— 결국 말했다. “아까.” “왜.” “그런 얘기 할 줄 몰랐어.” 잠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무슨 얘기.” 서율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괜찮다는 말.” “틀린 말 했어?” “아니.” 서율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 “그래서 더 싫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 웃었다. “울었잖아.” “안 울었어.” 최태혁이 옆에서 말했다. “많이 울었습니다.” 서율이 바로 그를 봤다. “너 누구 편이야.” “사실 편.”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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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화 : 공개할 한 장》

마지막 하객이 떠난 시간. 밤 9시 17분. 문이 닫히고. 마지막 인사가 끝났다. 그제야 서율은— 결혼식이 끝났다는 걸 실감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들 목소리로 가득했던 홀이었다. 웃음. 박수. 잔이 부딪히는 소리. 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최태혁을 붙잡고 잘 살라고 말하던 사람들. 사진 한 장만 더 찍자며 다시 돌아오던 사람들. 가족의 울음. 한서인의 덕담. 직원들의 웃음.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나니— 믿기 어려울 만큼 조용했다. 서율은 텅 비어가는 홀 한가운데 서 있었다. “끝났네.” 최태혁이 옆에 섰다. “네.” “진짜 끝났어?” “네.” 대답은 같았는데. 이번에는 서율이 웃지 않았다. 잠시 홀을 바라봤다. “이상하다.” “뭐가.” “조금 전까지 시끄러웠는데.” “응.” “갑자기 아무도 없으니까.” 서율은 정확한 말을 찾지 못했다. 좋았다. 행복했다. 그런데— 조금 허전했다. 첫 번째 결혼식이 끝났을 때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다. 그날은 모든 것이 비밀이었다. 서른 명. 기자 없음. 닫힌 문. 아는 사람만 알고 있던 장소.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오히려 안도했다. 무사히 끝났구나. 아무도 몰랐구나. 우리 것을 지켰구나. 그게 가장 먼저였다. 그런데 오늘은. “태혁아.” “네.” “나 오늘 끝나는 거 조금 아쉬워.” 최태혁이 그녀를 봤다. 서율이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웃기지.” “왜.” “첫 번째 때는 빨리 둘만 있고 싶었거든.” “기억납니다.” “오늘은.” 서율이 빈 테이블을 바라봤다.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목소리가. 오늘 들었던 말들이. 조금만 더 이 공간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태혁이 잠시 말없이 그녀와 같은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있잖습니까.” “뭐가.” “남아 있습니다.” 서율이 그를 봤다. “오늘 들은 거.” 가족의 말. 친구의 말. 오래 함께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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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화 번외 : 아는 사람들만 아는 축하》

두 번째 결혼식이 끝난 뒤. 서율은 한서인이 보내준 사진을 다시 넘겨보다가 손을 멈췄다. “태혁씨.” “네.” “이 사람들.” 최태혁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사진 한쪽. 일반 하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몇 명.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와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서로 잔을 부딪치며 웃는 두 사람도 있었다. 누가 봐도— 그냥 결혼식 하객이었다. 최태혁이 물었다. “왜.” “진짜 왔네.” “초대했으니까.” “그건 아는데.” 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사람들이 이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거 처음 봐.” 태혁이 피식 웃었다. “결혼식장에서 뭘 하길 바랐습니까.” “아니.” “설마.” “그런 뜻 아니거든.” 서율이 그의 팔을 쳤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봤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들. 둘의 관계가 지금처럼 안정되기 전부터. 때로는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고. 때로는 취향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관계를 선택하고 있는지 알아보던 사람들. 하지만 오늘만큼은— 누구도 그런 관계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그냥.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지인이었다. * 결혼식 당일.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무렵. 서율과 최태혁이 한 테이블 앞에 멈췄다. “왔네.” 서율이 먼저 말했다. 와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초대해놓고 놀라는 건 뭐야.” “진짜 올 줄 몰랐지.” “왜.” “너 귀찮은 거 싫어하잖아.” “결혼식은 다르지.” 여자의 시선이 최태혁에게 향했다.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서율. “너도.” “응.” “잘 살고.” “갑자기 평범하네.” 서율이 웃었다. 여자 역시 웃었다. “오늘은 평범하게 해줘야지.” 그 말에— 서율과 최태혁이 동시에 웃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말. 하지만 셋은 알고 있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무난한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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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화  : 끝난 뒤의 밤》

결혼식이 끝났다고 해서— 모두가 바로 집에 간 것은 아니었다.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고. 가족들이 먼저 돌아가고. 조금 먼 곳에서 온 하객들도 하나둘 자리를 뜬 뒤. 남은 사람은 스무 명 남짓. 회사에서 오래 함께한 사람들. 한서인. 첫 번째 결혼식에도 왔던 지인들. 그리고— 두 사람을 꽤 오래 알고 지낸 몇몇 사람들. 장소도 바뀌었다. 결혼식장 근처 작은 라운지. 원래는 최태혁이 조용한 식사 자리 정도로만 예약해둔 곳이었다. 하지만. 서율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말했다. “이게 조용한 식사?” 최태혁이 안을 둘러봤다. 이미 웃음소리가 꽤 컸다. “원래는.” “지금은?” “실패.” 서율이 피식 웃었다. “좋은데.” 결혼식 때 입었던 드레스는 이미 갈아입었다. 편한 검은 원피스. 최태혁도 턱시도 재킷 대신 셔츠 차림이었다. 공식 사진도 끝. 인사도 끝. 이제는— 신랑신부라는 이유로 계속 정면을 보고 웃지 않아도 됐다. 문을 열자. 한서인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신랑신부 늦었다.” 서율이 바로 말했다. “우리가 주인공인데 뭘 늦어.” “주인공이 제일 늦게 오면 늦은 거지.” “먼저 먹었어?” “당연하지.” 서율이 테이블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먼저 먹었네.” “결혼식에서도 못 먹었잖아.” 최태혁이 그 말에 반응했다. “저도 계속 그 얘기했습니다.” 서율이 그를 봤다. “너 왜 갑자기 동지를 찾아.” 한서인이 웃었다. “태혁 씨 오늘 하루 종일 밥 얘기했어?” “응.” “정상이네.” “뭐가.” “서율이 안 먹으니까.” 서율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다들 왜 내 밥을 걱정해.” 최태혁이 바로 접시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 “일단 먹어.” “앉자마자?” “네.” “진짜 집요하다.” 하지만. 서율은 순순히 포크를 들었다. 그걸 본 몇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왜.” 와인색 원피스를 입었던 여자가 말했다. “잘 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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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화 : 이제는 한 가족처럼》

두 번째 결혼식이 끝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사진도 정리됐고.거실 벽에는 두 장의 결혼식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첫 번째 비밀 결혼식.두 번째 공개 결혼식.회사에서도 더 이상 결혼 얘기가 하루 종일 나오지 않았다.축하 연락도 거의 정리됐다.정말로—다시 일상이 된 시점.서율이 휴대폰을 보다가 말했다.“태혁씨 .”“네.”“이번 주말.”“왜.”“우리 가족이 밥 먹자는데.”최태혁이 서류에서 시선을 들었다.“갑니까.”“응.”잠깐.서율이 덧붙였다.“너희 가족도.”최태혁의 손이 멈췄다.“같이?”“응.”“양가 같이?”“응.”그가 서율을 한참 봤다.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왜.”“긴장됩니까.”“내가?”“네.”“전혀.”“거짓말.”“왜.”“방금 같은 말 세 번 했습니다.”서율이 입을 다물었다.최태혁이 웃었다.“긴장하네.”“아니.”“맞습니다.”“그럼 긴장 안 해요?”태혁이 잠깐 생각했다.“조금.”서율이 바로 웃었다.“ 안하는것처럼 하더니 결국 하네요 ! .”“당연하죠.”“왜.”“결혼식이랑 다르니까.”맞았다.결혼식에서는—양쪽 가족이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각자의 자리에서.각자의 역할로.신랑 측 가족.신부 측 가족.그렇게 나뉘어 있었다.이번에는 아니었다.그냥.한 테이블.밥 한 끼.아무 행사도 없고.마이크도 없고.준비된 덕담도 없는 자리.그래서 오히려—더 가까웠다.*토요일 저녁.장소는 일부러 룸이 있는 한식당으로 골랐다.서율이 말했다.“호텔은 싫어.”최태혁이 물었다.“왜.”“또 결혼식 같잖아.”“그럼 어디.”“밥 맛있는 데.”결국 선택한 곳은—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고.음식이 천천히 나오는 곳.서율과 최태혁이 먼저 도착했다.서율은 테이블을 보고 말했다.“자리 어떻게 앉지.”최태혁이 물었다.“그걸 왜 고민해.”“양쪽 나누면 이상하잖아.”“그럼 섞어.”“어떻게.”“오는 순서대로.”서율이 그를 봤다.“되게 대충이네.”“밥 먹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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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화 : 가족이 다녀갈 집》

양가 가족 모임이 끝난 뒤 사흘. 서율은 아침부터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팔짱. 정면. 그리고 아주 진지한 표정. 최태혁이 주방에서 물을 마시다가 물었다. “왜.” 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거실을 한 번 천천히 훑었다. 소파. 테이블. 책장. 거실 벽에 나란히 걸린 두 장의 결혼식 사진.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둘의 물건들. 최태혁이 다시 물었다. “뭘 봅니까.” 서율이 말했다. “우리 집.” “네.” “정리해야겠어.” 태혁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왜.” 서율이 그를 봤다. “왜긴 왜야.” “집 깨끗한데.” “깨끗한 거랑 달라.” “뭐가.” “가족들 오잖아.” “다음 주잖습니까.” “그래서.” 서율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 하나를 집었다. 한참 보더니. 다시 내려놨다. 그리고 다른 걸 들었다. 최태혁이 조용히 보고 있었다. 서율이 말했다. “이거.” “왜.” “치워야 해.” “왜.” “설명 못 하잖아.” “누가 물어봅니까.” “혹시 모르잖아.” “가족들이 남의 집 물건을 하나하나 물어봅니까.” 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 가족은 가능해.” 잠깐. 최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인정.” 서율이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물건을 들고 침실 쪽으로 갔다. 최태혁이 뒤따라왔다. “어디에 넣게.” “서랍.” “거기 꽉 찼습니다.” 서율이 멈췄다. “진짜?” “네.” “왜.” “당신이 계속 넣었으니까.” 서율이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닫았다. 최태혁이 웃었다. “왜.” “이건 무조건 안 돼.” “뭐가.” “열지 마.” “내 서랍인데.” “오늘부터 아니야.” “왜 마음대로 소유권을 바꿉니까.” 서율이 그를 노려봤다. “진짜 열지 마.” 태혁이 한 걸음 다가갔다. “뭔데.” “몰라도 돼.” “궁금한데.” “안 돼.” “싫습니다.” 서율의 눈이 커졌다. “뭐가 싫어.” “못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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