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은 소총을 다시 고쳐 쥐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했던 여인, 붉은 사상의 사슬에 묶여 지옥으로 끌려간 연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는 기꺼이 홀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숲속 깊은 곳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공산주의의 잔혹한 위협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으나, 이방인 병사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연모의 불꽃은 더욱 세차게 피어나고 있었다.사랑과 사상, 구원과 학살이 뒤얽힌 비극의 전장 한복판에서, 이준은 마침내 연인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사투의 첫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 약속된 이별은 없다 수풀을 헤치는 군화 소리가 정글의 정적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축축하게 젖은 나뭇잎들이 얼굴과 어깨를 스칠 때마다 뺨이 날카롭게 베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한이준은 단 한 순간도 발걸음을 줄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적을 사냥하는 야수의 것처럼 푸른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안개와 매캐한 연기 속에서도 이준의 감각은 날이 서 있었다. 진흙탕 위에 질질 끌린 자국, 나무껍질에 묻은 붉은 핏자국, 그리고 번갈아 꺾여나간 작은 나뭇가지들. 적들이 린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강제로 끌고 간 궤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조금만 버텨다오, 린. 제발 조금만...' 이준은 이를 문 채 소총의 방아쇠 울을 거칠게 쥐었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가시나무의 가시도, 찢어진 소매 사이로 쏟아지는 핏방울도 더 이상 통증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붉은 완장을 찬 자들의 더러
Last Updated : 2026-08-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