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 방콕 항구를 거쳐 한반도로 향하는 자유의 화물선 갑판 위. 파란 바다가 바다 표면을 무겁게 감싸며 일렁였다. 한이준은 피투성이 군복 대신 깔끔한 민간인 옷을 입은 채, 난간을 잡고 서 있는 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린의 아오자이는 피 젖은 자락 대신 부드러운 하얀 비단 옷으로 바뀌어 있었고,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머릿결에서는 은은한 플루메리아 꽃향기가 풍겨 나왔다. 이준은 품 안에서 가슴 깊이 숨겨두었던 회중시계를 꺼냈다. 이준의 아버지가 건넸던 금속 시계는 두 연인의 피와 눈물을 머금은 채 변함없이 째깍거리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그것은 이념의 광기와 참혹한 전쟁도 결코 가둘 수 없었던, 영원히 멈추지 않을 두 사람만의 사랑과 생명의 고동이었다. "린, 보입니까?" 이준은 북쪽 하늘을 가리켰다. 아득한 수평선 너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갈 자유와 안식의 땅 한반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보여요, 한." 린은 이준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단단한 뺨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하얀 눈이 내리는 당신의 나라에서... 영원히 당신 곁에 머물게요." 두 연인의 애절하고도 깊은 입맞춤이 파란 바다 위에서 찬란하게 불타올랐다. 붉은 대지 위에서 피어난 위대한 연꽃 같은 사랑은, 마침내 순백의 눈이 내릴 평화의 하늘을 향해 눈부시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 서울의 첫눈과 찾아온 안식&n
Last Updated : 2026-09-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