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준이 출장 간 사이, 나는 내 물건을 전부 빼냈다.미리 집을 구해 두었고, 박스에 짐을 다 싸 두었으며, 이삿짐센터도 예약해 놓았다.그리고 고작 3시간 만에, 6년의 추억을 모조리 비웠다.드레스룸에 있던 내 옷들, 화장대 위에 가득했던 내 화장품이며 잡동사니들까지 정리했고, 침대 옆 탁자에 두었던 읽다 만 책, 물 마시던 컵, 앞머리 고정하던 작은 집게까지 정리했다.그리고 서랍 속에 있던 결혼증명서와 주방에 있던 내가 산 앞치마, 내 그릇, 내 젓가락, 베란다에서 내가 키우던 자스민 화분까지 정리했다.서민정이 도와주러 왔다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이것들 다 안 가져갈 거야?”“응, 다 버릴래.”“그럼 소파는? 너 그거 고르느라 반년 넘게 걸렸잖아.”나는 그 소파를 바라보았다.“너무 커. 새집에는 안 들어가.”서민정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옷장을 열었을 때, 한민준 쪽은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내 쪽에는 빈 옷걸이들만 남아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나는 서명까지 마친 이혼 합의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 위에는 빨간 실 팔찌 한 개를 올려두었다.한민준이 7살 때 내게 주었던 것으로, 방울은 이미 녹슬어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 메모 한 장을 남겼다.[너무 무거워서 이제는 차고 있을 수가 없어.]현관에는 집 열쇠를 두고 나왔다.문을 닫기 전에 안을 한 번 바라보았다.소파는 우리 함께 고른 것이었고, 커튼은 내가 직접 바느질한 것이었으며, 식탁 위에는 내가 어제 꽂아 둔 꽃이 놓여 있었다.나는 이 모든 걸 가지고 가지 않았다.서민정이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올라타자 서민정이 시동을 걸었다.“울었어?”“아니.”서민정이 나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새집은 북향이고 그리 넓지 않았다.창문은 열려 있었고, 아래층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짐가방을 내려놓고 텅 빈 거실 한가운데 한동안 서 있었다.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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