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 안으로 들어선 순간, 바깥의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라에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벽에는 오래된 등불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지만, 불꽃은 흔들리지 않았다.“여기…… 이상해.”레오르칸이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엇이.”“시간이 멈춘 것 같아.”레오르칸은 잠시 침묵했다.“그럴 수도 있다.”“그럴 수도 있다고?”라에나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너는 이런 곳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익숙하니까.”그 말에 라에나는 걸음을 멈췄다.“……역시 여기 와본 적 있구나.”레오르칸의 걸음도 멈췄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래.”이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라에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언제?”“아주 오래전.”“혼자?”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라에나는 더 묻지 않았다.대신 통로 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저기 봐.”두 사람은 빛을 따라 걸었다.통로 끝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방 한가운데에는 둥근 돌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돌판에는 달과 늑대, 그리고 흰 여우의 문양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라에나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순간 돌판에서 희미한 빛이 퍼졌다.“앗……!”라에나가 손을 거두었다.하지만 빛은 멈추지 않았다.허공에 희미한 장면이 나타났다.끝없이 펼쳐진 달빛 아래.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서 있었다.그리고 그 앞에는 흰 여우가 있었다.라에나는 숨을 삼켰다.“……또 나야?”레오르칸의 시선이 허공에 고정됐다.흰 여우가 거대한 늑대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장면이 갑자기 흔들렸다.검은 안개가 달빛을 덮었다.그리고 흑월족의 문양이 나타났다.라에나의 표정이 굳었다.“흑월족도 이 기억과 관련 있는 거야?”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장면 속 거대한 늑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마치 이쪽을 바라보는 것처럼.라에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 순간 허공의 장면이 깨지듯 사라졌다.쨍—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Huling Na-update : 2026-09-04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