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자매의 약혼자와 강제로 결혼했다 : Chapter 41 - Chapter 50

90 Chapters

41

**41장****알리나의 시점**비행기 안에서 에드릭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내 영혼은 몸에서 튕겨 나가 있는 것만 같았다.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왔다. 두 손을 꼭 쥐어잡아 떨림을 멈추려 애썼다. 속에서부터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어떻게든 의연한 척해 보려 했다.모든 것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내 피부도.내 뼈마디도.폐 속을 들락거리는 공기조차도.이 비행기에 탔던 지난번 기억이 떠올랐다. 그땐 두려움에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었다. 그 비행의 매 순간이 지독하도록 싫었다. 섬으로부터, 이 거짓극으로부터, 그에게서,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가두었던 이 철저히 계산된 환상으로부터 당장이라도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그리고 지금… 다시 여기에 앉아 있는 나는…여전히 도망치고 싶었다.다만 이번엔, 집으로 돌아가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준비가 되지 않았다.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들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현실과… 그에 따른 대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바보.나는 그저 바보였다.빌려 온 동화가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믿어버린, 멍청한 여자애.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왜 에드릭은 갑자기 DL 시티로 돌아가고 싶어 한 걸까?무슨 일이라도 터진 걸까?그가 무언가를 눈치채기라도 한 걸까?위장이 비틀리듯 아파왔다.하지만 슬쩍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향한 그의 다정한 눈빛, 목소리에 배어 있는 부드러움, 마치 내가 부서지기 쉬운 존재라도 되는 양 내 손가락 마디를 살살 쓸어내리는 그 손길을 보자 솟구치던 공포가 가까스로 눌려 내려갔다.아니다.만약 그가 무언가 의심하고 있었다면, 이런 태도를 보일 리가 없다.이렇게 따뜻하게, 이렇게 애정 어리게… ‘에드릭답게’ 굴 리가 없었다.그렇다면 대체 여기서 무슨 판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유럽으로 가려던 신혼여행은 어떻게 되는 걸까?처음에는 그 여행이 조금도 기다려지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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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장****알리나의 시점**나는 에드릭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는 아버지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턱근육이 어찌나 꽉 조여져 있는지 경련하듯 움직이는 게 보였다. 강해지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늘 그랬듯이. 하지만 표면 아래로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손 위에 얹을 듯 말 듯 주저하는 그의 손가락, 산소마스크와 링거 줄, 기계들을 향해 자꾸만 돌아가는 눈빛… 마치 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제발 사라져주기를 속으로 빌고 있는 사람 같았다.아버지가 이런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을 그는 미치도록 싫어했다.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나조차도.그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다가가서 손을 잡고,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다. 그를 내 품에 끌어안고, 필요하다면 마음껏 무너지게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누군가의 손길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그저 돌처럼 멈춰 서서,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내면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그래서 나는 그저 그의 곁을 지켰다.조용히.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으로.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분, 혹은 한 시간. 시간 감각이 희미해질 때쯤 한나가 살금살금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삼촌 좀 쉬게 해드리자.”에드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침대에서 돌아섰다.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고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를 따라 걸어나왔다.한나는 복도를 따라 우리를 커다란 손님방으로 안내했다. 따스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급히 준비한 티가 나는 방이었다.“당분간 두 사람 여기서 지내면 돼요.” 한나가 다정하게 말했다.에드릭은 방 안으로 들어서더니 주변을 짧게 둘러보고는 나를 돌아보았다.“아리아,” 피곤함이 짙게 배어 있는 낮은 음성으로 그가 중얼거렸다. “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에이드리언도 만나야 하고… 회사 일도 좀 봐야 해.”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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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장****알리나의 시점**화면 위로 아리아의 이름이 계속해서 번쩍였다.몇 번이고 반복해서.나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그저 통화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통화 버튼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두었지만, 온몸이 전화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가슴이 꽉 죄어오고 위장이 비틀리며,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그녀와 통화할 수 없었다.지금 당장은 절대로.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너무나 두려웠다.혹은 더 끔찍하게도… 그녀가 내게 무엇을 요구할지가.전화벨은 계속해서 울렸다.소리가 멈출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그리고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휴대폰을 완전히 꺼버렸다.에드릭의 옆으로 침대에 기어 들어갔다. 비록 오늘 밤 우리 사이에는 옅은 거리감이 존재했지만. 그는 한층 더 조용해져 있었다. 더 차가워졌고, 영혼은 멀리 떠나 있는 듯했다. 아버지의 상태와 집에서 그를 기다리는 중압감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두려웠다. 그 거리감은 전화벨 소리만큼이나 나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이 자리가 원래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아리아가 단 한 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내게 이 모든 일은 끝장나버릴 터였다.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결국, 잠에 들었다.아침이 오자 창가로 햇살이 내리쬐었다. 손을 뻗어 그를 찾았지만, 내 옆의 침대는 비어 있었다. 서늘했다.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다.나를 깨우지도 않고 가버리다니.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눈을 비비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왜 그렇게 거리를 두는 걸까?왜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난 걸까?무언가 변한 걸까?벌써 내가 질려버린 건 아닐까?아니야, 아니야. 아버지 때문이야.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내고 욕실로 향했다.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양치하고, 세수를 했다.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는 단순한 행동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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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

**44장****알리나의 시점**“이 걸레 같은 년이!” 전화기 너머로 아리아가 소리를 질렀다.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난 걸레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내가 정말 아닌가?지금의 내 모습이 딱 그런 게 아닌가?언니의 남편과 밤을 보내고… 이제 와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걸 망설이고 있는 내 꼴이?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나였기에, 상처받을 자격조차 내겐 없었다.“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알리나! 당장 집에 와서 자리 바꿔!”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내 시선이 에드릭에게로 향했다. 그는 발코니 나가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경직된 어깨, 꽉 다문 턱… 그리고 내 멍청한 심장은 그가 들어오는 순간 저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나일 듯 부드러워졌다.“아리아, 며칠만 더 시간을 줘.” 나는 속삭였다. “제자리로 돌아갈게, 약속해. 정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알리나, 너 지금 내 남편이랑 자고 있어? 무슨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건데!?”그녀의 단어들이 유릿조각처럼 내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하지만 진실은?나는 정말 시간이 더 필요했다.그와의 밤이 더 필요했다.그와 함께하는 며칠을 더 누리고 싶었다. 단 며칠만이라도… 선택받은 기분을, 욕망의 대상이 된 기분을, 존재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그다음에 사라질 테니까.그래야만 했으니까.아마 이 도시를 떠나야 할 것이다. 하느님도 아시겠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자신 따위는 없었으니까.“제발, 아리아. 정말 중요한 일이야. 제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는지 스스로를 혐오하며 애원했다.그녀의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만 해도, 에드릭과 한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원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런데 지금은?그는 지독한 중독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칠 것만 같은 중독.“아리아, 제발. 지금 자리를 바꾸면 의심을 살 거야.”정적.위험한 정적.이윽고 아리아가 요란하고 과장된 비명을 질렀다.“엄마!!!”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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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

**45장****에드릭의 시점**우리 머리 위쪽 계단에서 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나는 아리아의 바로 몇 계단 뒤에 서 있었다.“어, 내려온다. 아리아, 손님 왔어요.”아리아가 발걸음을 멈추었다.천천히 늦춘 게 아니라, 그대로 굳어버렸다.마치 몸이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난간을 쥐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에 힘이 빠졌고, 순간 나는 그녀가 뒤로 굴러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나는 걸음을 서둘러 그녀의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그녀가 갑자기 얼어붙은 이유를 확인한 순간, 나 역시 숨이 턱 막혀왔다.그녀의 어머니와 쌍둥이 언니인 알리나가 내 집 거실에 앉아 있었다.미소를 지은 채로.칼을 숨긴 채 짓는, 가식적이고 독기 어린 그런 미소.턱근육이 바짝 조여왔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전화기 너머로 그 여자들이 그녀에게 내뱉었던 온갖 지독한 말들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고,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이글거리며 치밀어 올랐다. 내 손으로 직접 저 여자들을 집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아리아는 움직이지도, 숨을 쉬지도 않았다. 눈은 멍하니 앞만 향해 있었고, 텅 비어 있었다.그녀의 손을 잡았다.손가락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내가 쫓아낼 수 있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말만 해. 몇 초 만에 치워버릴 테니까.”그녀는 여전히 저들을 노려보며 천천히 눈을 뻐끔거렸다.“그럴 필요 없어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그녀가 속삭여 대답했다. “이야기해야 해요.”이야기라니.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던 인간들과.자신의 다정함을 무기 삼아 괴롭히던 인간들과.그녀를 무너뜨리는 걸 마치 스포츠처럼 즐기던 사람들과.하지만 더 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그들의 편을 들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위태로운 실에 의지해 겨우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혼자서 정말 괜찮겠어?” 내가 중얼거렸다.“네.”거짓말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소란을 피우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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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

**46장****알리나의 시점**나는 엄마와 아리아가 마치 자신들이 주인이라도 된 듯 자리를 잡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엄마는 자신이 살던 집인 양 핸드백을 소파 위에 툭 던져놓았다. 아리아는 다리를 꼬고 뒤로 깊숙이 기대앉아, 흠이라도 잡을 기세로 방 안을 눈으로 훑었다.한나는 너무 들떠 있었다.과할 정도로.“두 분 진짜 닮으셨네요,” 한나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솔직히 무서울 정도예요. 둘이 자리를 바꿔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아리아는 내 피부를 뚫어버릴 기세로 나를 노려보았다.손에 쥔 찻잔으로 시선을 내렸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려왔다.아주 미세하게.한나는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더니, 마침내 할 일이 있다며 위층으로 올라가 우리만 남겨두었다.“이야기 더 나누고 싶은데, 제가 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한나가 자리를 비우며 말했다.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방 안의 공기가 싹 바뀌었다.엄마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췄다.“꼴이 아주 볼만하구나,” 엄마가 입을 열었다. “도둑놈처럼 이 집에 앉아있다니. 내가 여기서 난리라도 피워줘야 정신을 차리겠니, 이 몸파는 년아.”단어들이 뺨을 후려치는 뺨타작처럼 날아와 꽂혔다.침을 꿀꺽 삼키며 시선을 식탁에 고정했다.“네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우리가 모를 줄 알고?” 엄마가 말을 이었다. “알리나, 네 피 속에 흐르는 그 음탕한 질투심이 이 정도로 지독할 줄은 몰랐다. 언니 남편을 맛보고 싶어서 자리를 바꾼 거잖아. 그래서 처음에 순순히 응했던 거고. 넌 처음부터 언니를 도와줄 생각 따위는 없었어.”아리아가 날카로운 실소를 터뜨렸다.“당연하지,” 그녀가 거들었다. “얘는 항상 내 걸 탐냈으니까. 늘 그랬어.”“그런 거 아니야,” 나는 속삭였다.“말대꾸하지 마,” 엄마가 쏘아붙였다. “역겨운 년. 내가 너를 이렇게 키우진 않았다.”“딱히 저를 키워주신 적도 없잖아요,” 멈추기도 전에 혼잣말이 새어 나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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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장****에드릭의 시점**에이드리언은 입을 꽉 다문 채, 무기로 가득 찬 지하 공간을 노려보며 내 곁에 서 있었다. 철 비린내와 먼지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 일렬로 늘어선 총기와 폭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전부 밖으로 빼내야 해.”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누가 눈치채기 전에 오늘 밤 당장 옮기자. 레오나르도 놈이 우리가 은닉처를 찾아냈다는 걸 알면 더한 짓을 꾸밀 거야.”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이드리언이 나를 팍 돌아보았다. “에드릭, 너 진심이야? 이건 위험해. 누구든 실수로 하나만 건드려도 폭발한다고.”“알아.”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걸 지금 다 치워버리면, 레오나르도는 우리가 눈치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럼 놈은 자취를 감추겠지. 계획을 변경하고, 공격할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거고.”에이드리언이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금속 선반 위에 펼쳐진 폭탄들을 노려보았다. 전선들. 회로들. 실수 하나면 건물 전체가 날아갈 터였다.“전부 해제한다.” 나는 말했다. “모든 폭탄. 모든 폭발물.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게 깡통으로 만들어 놔. 그리고 여기에 카메라를 설치해. 화질 좋은 걸로. 24시간 대기조도 배치하고. 이 층 모든 구석에 경호원들을 24시간 밀착 배치해 둘 거야. 증거를 확보해야 해. 빼도 박도 못할 물증을. 레오나르도 놈이 이 엉망진창인 현장에서 손에 무기를 쥔 채 현장범으로 잡히는 걸 똑똑히 볼 테니까.”에이드리언이 눈을 뻐끔거렸다. “놈을 덫에 가두겠다는 거네.”“ 그래.” 나는 말했다. “끝장을 낼 거다. 그리고 놈을 완전히 끝장내는 유일한 방법은 현장에서 덜미를 잡는 것뿐이야. 지금 무기를 다 빼버리면 저 밖으로 숨어버릴 테니까. 숨어 지내는 것도 지쳤고, 놈의 공격에 반응만 하는 것도 지쳤어. 이젠 놈이 당할 차례다.”에이드리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하지.”우리는 지하실을 걸어 나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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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장** **알리나의 시점** 우리가 돌아온 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어머니에게서는 열흘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언니라는 존재가 아예 없었던 것처럼 굴며 지나보낸 열흘.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의 결혼을 망친 악녀가 아니라고 나 자신을 속여온 열흘. 오늘 아침, 나는 무릎 위에 스케치북을 얹어둔 채 정원에 앉아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피부를 감쌌다. 에드릭은 이미 회사로 출근한 뒤였다. 그는 언제나 그것이 진심이라는 듯,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라는 듯 내게 잘 다녀오라는 키스를 건네곤 했다. 그리고 매번,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지독한 죄책감이 알싸하게 저려왔다.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을 짓눌러버리기 위해 계속해서 스케치를 그려 나갔다. 드레스, 가운, 실루엣… 무엇이든 그려댔다. *넌 남의 가정을 깨뜨린 여자야.* *넌 남편을 빼앗은 도둑놈이야.* *아리아는 임신 중이고.* 맙소사. 그 마지막 사실이 떠올라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속이 얹힌 듯 거북해졌다. 내 것이 아닌 이 동화 같은 삶 속에 나 자신을 더 이상 깊이 빠뜨려서는 안 됐다. 너무 편안해졌고, 너무 약해졌다… 결코 내 것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에 지나치게 중독되어버렸다. 연필을 종이 위로 쓱 밀어내던 그 순간… "깨어나셨어! 어르신이 깨어나셨어!" 한나의 목소리가 폭죽처럼 공기를 가르며 터져 나왔다. 그녀는 곱슬머리를 사방으로 휘날리며 숨을 헐떡인 채 나를 향해 달려왔다. “뭐라고요?” 흠칫 놀라 어찌나 빠르게 일어났는지 무릎 위에 있던 스케치북이 벤치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시아버님이 깨어나셨다고요!” 한나가 내 두 손을 덥석 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순간 턱 막혀있던 숨이 깊은 안도감과 함께 터져 나왔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베일 어르신. 다정하고 부드러우신 베일 어르신. 내가 이곳에 온 첫날부터 따스함 외에는 그 어떤 편견도 없이 나를 바라봐 주었던 유일한 분. 한나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동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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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장** **아리아의 시점** 나는 어릴 적 쓰던 내 방 침대에 앉아 있었다. 수년간 알리나와 함께 쓰던 바로 그 방이었다. 분홍색 커튼,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싱글 침대, 작은 책상. 모든 것이 옛날 그대로였지만, 나는 이곳에 살던 어린 소녀의 마음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가슴속에 분노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얹혀 있었다. 알리나와 자리를 바꾸기 위해 베일 저택으로 찾아간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그녀에게 수모를 당한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그녀는 그 멍청하고 순진무구한 눈빛을 하고서 그 자리에 서서,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 삶을, 내 남편을, 내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다고.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을 집어삼키자 목구멍이 바짝 조여왔다. 에드릭이 그녀의 뺨에 키스하며 마치 그녀가 세상의 전부라는 듯 미소 짓던 모습.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나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내가 잠시 내 자리를 대신해달라고 부탁했던 것뿐인데, 그걸 기회 삼아 그 남자를 홀려버린 건가? 감히 네가. 하지만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 건… 정말이지 비명을 지르고 싶게 만든 건…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날의 기억이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생생하게 날 후려쳤다. --- 어머니를 곁에 두고 거실로 들어서던 그날이 기억났다. 어머니는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자꾸만 내 팔을 다독였지만, 그 손길은 나를 더 화나게 만들 뿐이었다. 나는 임신 중이었고, 지쳐 있었으며, 알리나 그 년은 나를 쓰레기처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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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장** **에드릭의 시점** 해 뜨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버지는 의식을 되찾으셨고, 회복 중이셨다. 삶의 그 부분은 다시 밝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어둠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괴물 놈. 따뜻한 물로 빠르게 씻고 옷을 입었다. 방을 나설 때 아리아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흩뿌려져 있었고, 숨소리는 부드러웠다. 조금 더 곁에 머물고 싶었지만, 이 문제를 이번만큼은 완전히 끝장내야만 했다. 그녀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 자신에게 그렇게 약속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에이드리언이 이미 내 집무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 따위는 없었다. 그가 웃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업데이트된 건?” 그를 향해 걸어가며 물었다.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아.” 집무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우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갔다. 상황이 너무 민감했다. 엉뚱한 귀에 말 한마디 잘못 들어가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열었다. 그는 약간 뒤로 기댔고, 입꼬리에 옅은 비소가 걸렸다. “어젯밤은 아주 바빴지.” 턱근육이 조여왔다. “보여줘.” 그가 화면을 클릭했다.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타임스탬프에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라고 찍혀 있었다. 레오나르도가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양 지하 공간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뒤를 두 남자가 따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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