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자매의 약혼자와 강제로 결혼했다 : Chapter 61 - Chapter 70

90 Chapters

61

에드릭의 시점나는 샌드백을 계속해서 내리쳤다.한 번.또 한 번.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점점 더 세게.등을 타고 흐른 땀이 체육관 바닥에 떨어져 고였다.나는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었다.분노에 휩싸여 있었다.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거칠고 본능적인 분노였다.알리나에게만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아니.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어떻게 그녀를 내 안으로 들일 수 있었을까?어떻게 내가 그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도록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어떻게 내가 이렇게까지 상처받을 수 있었을까?“젠장!”나는 포효하며 샌드백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샌드백이 크게 흔들리더니 체인에서 떨어져 나갈 듯 거세게 출렁였다.손마디가 욱신거렸다.가슴이 꽉 조여왔다.거칠고 불규칙한 숨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그녀는 거짓말했다.나를 배신했다.그런데도…왜 이렇게 아픈 걸까?누군가 내 심장을 정확히 꿰뚫어 찔러놓은 것처럼.나는 샌드백을 한 번 더 내리쳤다.하지만 더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차가운 바닥에 손바닥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목구멍 안에서 부서진 듯한 소리가 기어 나왔다.참을 수 없는 비명이었다.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결국 억지로 몸을 일으켜 떨리는 몸을 샤워실로 끌고 갔다.뜨거운 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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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의 시점**아침은 마치 형벌처럼 찾아왔다.천천히 눈을 뜨자, 온몸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쏟아냈던 눈물 때문에 눈이 부어올라 뜨겁고 묵직하게 쑤셔왔다. 침대 위에 누워있지도 않았다. 차가운 바닥에, 지난밤 연회에서 입었던 그 드레스를 그대로 걸친 채 쓰러져 있었다.설레는 마음으로 골라 입었던 바로 그 드레스.에드릭이 마치 세상에 나라는 여자 하나뿐이라는 듯 바라봐 주었던 바로 그 드레스.그리고 그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을 때 입고 있던 바로 그 드레스.가슴속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비틀려 올라왔다. 떨리는 팔로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어제 일어난 일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친동생인 아리아가 나한테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진짜 진실은?나는 아리아를 탓하지 않았다.나 자신을 탓했다.감정에 눈이 멀어… 에드릭의 품에서 느꼈던 그 자그마한 다정함의 맛에 눈이 가려져 버린 내 탓이었다. 그 온기에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누군가 나를 바라봐 준다는 것에. 나를 품에 안아준다는 것에. 내가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해주는 그 감정에.그리고 이제, 내 처절한 절박함은 나를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혼자 남겨져, 굴욕을 당하고, 완전히 무너진 이 자리에.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욕실로 향했다. 몸이 마치 둔중한 납덩이처럼 묵직했다. 피부에서 드레스를 허물 벗듯 벗어던졌다. 손에 쥐어진 드레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차가운 바닥 위로 떨어뜨렸다.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일깨워주는 잔재.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은 차가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눈물이 빗물과 섞여 무엇이 눈물이고 무엇이 물방울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때까지 차가운 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냈다.밖으로 나와 눈에 보이는 가장 편한 옷을 걸쳐 입었다. 파자마 바지와 오래된 맨투맨 티셔츠. 그 이상 무언가를 차려입을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내 아파트는 어둡고, 먼지투성이에, 한심해 보였다. 딱 내 꼴이었다. 무언가 청소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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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의 시점**사흘이 흘렀다.내 삶의 모든 조각을 갈갈이 찢어발긴 그 굴욕의 밤 이후, 비참하고, 적막하며, 고독한 사흘이 지났다. 나는 그 전화 통화 이후의 에드릭과도, 아리아와도, 엄마나 아빠와도, 심지어 평소에 피하던 이웃들과도 단 한 마디 나누지 않았다.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친구도, 기댈 어깨도, 내 편이 되어줄 목소리도.오직 나 혼자뿐이었다.그리고 공식적으로 길거리에 나앉기까지 단 이틀만이 남아있었다.아파트는 매일 아침마다 더 좁아지는 것 같았고, 마치 벽면이 나를 향해 짓눌러 오는 듯했다. 냉장고 안에는 유통기한이 지나가는 우유 반 팩과 라면, 시리얼뿐이었다. 그게 사흘 동안 내 아침이자 점심, 저녁이었다. 통장 잔고는 유머에 가까웠고, 겨우 교통비와 저렴한 식비를 해결할 정도였다. 집세나 새로 머물 곳을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매일 아침 눈물이 쏟아졌다. 밤이 되면 더 서럽게 울었다. 눈이 어찌나 부어올랐는지 거울 속 내 모습조차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삶을 씹히고 뱉어진 사람 같은 꼴이었다.모든 게 그리웠다. 예전의 내 삶이 그리웠다. 거짓말들이 시작되기 전, 그 결혼식 전, 진짜 주인이 따로 있던 버진로드를 걸으라고 부모님이 강요하기 전의 그 시간들이. 그 시절 차라리 더 고집을 부릴걸, 도망치고, 소리 지르고, 거부할걸. 그 무엇이든 해볼걸 하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아픈 건… 그가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에드릭.제발, 알리나. 정신 차려.그 사람은 네 사람이 아니야. 단 한 번도 네 사람이었던 적 없어.머릿속으로 주문처럼 그 말을 되뇌었지만, 심장은 따라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던 그 밤처럼, 심장은 자꾸만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지금 당장 가장 큰 문제는 이 실연의 상처가 아니었다. 아니, 현실은 훨씬 더 참혹했다. 무슨 수라도 쓰지 않으면 조만간 노숙 신세가 될 판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들이 원망스러워도, 내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부모님뿐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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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릭의 시점**사흘이 흘렀다.괜찮은 척 연기를 해온 비참하고 지독하게 피곤한 사흘이었다. 내 것이 아닌 삶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일 속에 나를 처박았던 사흘. 어딘가 잘못된 것만 같은 저택으로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사흘. 나를 속인 여자를 그리워했던 사흘.내 존재 전체를 흔들어 놓았던 그 굴욕 이후의 사흘이었다.지독하게도 싫었다.이런 기분이 드는 게 싫었다.아리아와 알리나는 똑같이 생겼는데, 내 안의 모든 감정이 두 사람에게 완벽하게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싫었다.내 아이를, 내 핏줄을 배고 있는 여자가 내 바보 같은 심장이 미친 듯이 갈구하는 그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지독하도록 원망스러웠다.그리고 그 때문에 알리나가 미웠다.그 배신이.그 거짓말들이.나를 이토록 한심하고, 갈팡질팡하며,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만든 그녀가 미웠다.한참 밤이 깊은 후에야 집으로 차를 몰았다. 도로는 적막했고, 내 머릿속과 달리 세상은 차분하기만 했다.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물, 그녀의 목소리, 그 미련하고 고집스럽던 용기까지. 무너져 내린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 모두를 무너뜨린 건 그녀였다.저택에 도착해 필요 이상으로 차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집 안은 적막에 싸여 있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다행이었다.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발걸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가슴이 조여왔고 머릿속은 터질 듯 복잡했다. 방문 앞에 다다라, 문을 밀어 열기 전 깊은 숨을 내쉬었다.아리아가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아주 또렷하게 깨어있는 채로.나를 발견한 순간, 그녀의 얼굴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에드릭! 왔어요?” 그녀는 나를 향해 달려와 품에 안겨왔다.그녀의 온기가 명치를 턱 치고 지나갔다. 반가워서가 아니었다.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입술을 굳게 닫은 채 뻣뻣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없이 그녀를 지나쳤다. 재킷을 벗어던지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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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의 시점**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걸친 채, 어제 버려진 쓰레기 같은 기분을 느끼며 소파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 삶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전에 뭐라도 해야만 했다.문을 열었는데… 누군가와 그대로 정면충돌했다.아주 잘 돌아가는군. 완벽해. 딱 원하던 바였다.비틀거리며 물러서며 톡 쏘아붙이려 했지만, 시야가 확보되고 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심장이 툭 떨어졌다.베카.내 전 베스트 프렌드.우리 집에 자고 가겠다며 놀러 와 내 과자를 훔쳐 먹던 시절처럼 곱슬머리를 핀으로 찌른 모습 그대로였다. 그 부드럽고 순진해 보이는 눈망울까지. 수년간 내가 믿었던 바로 그 기집애. 내 뒤에서 제이슨과 자빠져 잤던 바로 그 기집애.순간 눈살이 지독하게 찌푸려졌다.“알리나… 제발,”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속삭였다. “우리 이야기 좀 해.”그 손길이 살을 지지는 듯 뜨거워 팔을 팍 쳐냈다. “날 만지지 마, 베카.”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알아.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 내가 한 짓은 정말 끔찍했어…”“끔찍했다고?” 자조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 단어는 너무 고상했다.눈매를 날카롭게 조이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가 괜찮은지 궁금해서 온 거야, 아니면 내 인생이 얼마나 밑바닥을 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 그래야 제이슨한테 달려가서 불어버리고 같이 비웃어댈 테니까? 서로 정보 공유라도 하게?”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지금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들이 산더미였지만, 이 상처 역시 가슴을 바짝 죄어오는 통증 중 하나였다.“알리나, 아니야—”“베카, 내 길에서 비켜.”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지만 턱을 높이 들었다. “이미 지옥 같은 내 삶을 더 망치려 들지 마.”그녀는 무슨 자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다시 내 팔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번엔 더 세게 그녀를 밀쳐냈다.“만지지 말라고 했지,” 쏘아붙였다. “그냥… 하지 마.”“제발…”더 이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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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릭의 시점**목구멍 뒤편을 지지는 알코올 향을 느끼며 또 다시 눈을 떴다.사무실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은 마치 나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눈을 찔러댔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눈꺼풀은 둔중했으며,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왔다.시계를 확인했다.오전 10시 7분.그리고 나는 벌써 위스키 한 병을 반이나 비운 상태였다.한심한 놈.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끌어당겨 또 한 잔을 채웠다. 술을 충분히 마시면 이 기억들이 마침내 입을 다물지도 몰랐다. 함께 웃던 순간들, 주고받던 장난들, 내가 그녀를 안을 때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알리나. 이제는 그중 어떤 기억이 나를 더 지독하게 괴롭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문이 거칠게 열렸다.에이드리언이 걸어 들어오다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그의 표정은 이내 깊은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너 지금 제정신이냐?” 그가 문을 쾅 닫으며 물었다. “오전 10시야, 에드릭.”나는 나른하게 잔을 들어 올렸다. “알고 있어.”“아니, 넌 몰라,” 그가 내 책상으로 직진해 손을 뻗더니 술병을 낚아채며 쏘아붙였다. “알고 있다면 이 짓거리가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깨달았을 테니까.”“이리 내.”“절대 못 줘.”그의 목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가 나한테 이렇게 소리를 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된 친구 사이임에도 불구하고.“에이드리언,”“정신 차려!” 그가 고함을 질렀다. “처음부터 너한테 거짓말만 늘어놓은 여자 때문에 네 인생을 망치고 있잖아! 너를 갖고 놀았던 여자라고! 그 여자는…”“그만해,” 이를 악물며 나지막이 경고했다.하지만 에이드리언은 멈추지 않았다. “위스키에 빠져 죽어가는 게 뭐 하나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그 여자를 돌려줄 것 같아? 아니면 그 여자가 한 짓을 지워주기라도 해?”“에이드리언,” 내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낮게 깔렸다.그는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넌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 아니야. 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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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의 시점**대사관을 나선 순간, 마치 돈이라도 떼먹힌 사람처럼 찌르는 듯한 무더위가 내 뺨을 갈겼다.햇살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날카로워 피부를 바짝 타들어 가게 만들었다. 속으로 신음을 내뱉었지만 택시를 잡지는 않았다. 잡을 수 없었다. 더 이상은.비자가 나올 때까지 이 비참한 나라에 갇혀 무려 6개월을 버텨내야 한다면, 동전 한 닢조차 절약해야 했다. 택시비 한 번, 쓸데없는 지출 하나하나가 전부 절박했다.작은 가방을 꽉 쥔 채 계속 걸었다.6개월.숨어지내야 하는 6개월.제 도움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가 나를 찾아내 굴욕을 주고, 떠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을 줄까 봐 두려워해야 하는 6개월.모두가 신나서 짓밟아버린 내 삶을, 나를 포함한 모두가 망쳐버린 이 삶을 어떻게든 다시 일으켜 세우려 발악해야 하는 6개월.아주 잘 돌아가는군.대사관 쇠창살 문이 내 뒤에서 묵직한 둔탁음을 내며 닫혔다. 한적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발끝에 작은 돌멩이가 치였다. 머릿속은 어김없이 거친 번뇌 속으로 빠져들었다.어디서 지내야 하지? 가진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비자가 나오기도 전에 돈이 다 떨어지면 어쩌지?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내 안의 모든 것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절망적이었다.마치 온 우주가 내가 얼마나 빨리 무너져 내릴지 구경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았다.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있던 탓에, 바로 앞까지 다가와 급브레이크를 밟는 차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매끄러운 은색 지프 한 대. 고급스럽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이 텅 빈 거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 한 대가 내 길을 완전히 막아서고 있었다.혼란스러움에 미간을 찌푸렸다.대체 뭐야?운전석 문이 열렸다.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내렸다.릴라.윤기 나는 금발을 높은 포니테일로 묶고, 머리 위엔 선글라스를 얹은 채,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옷을 걸치고 있었다. 속으로 절로 신음이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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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릭의 시점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다.바 안에서는 땀 냄새와 김빠진 맥주 냄새, 그리고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축하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곳이었다. 나에게는 딱 어울리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가난한 동네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이곳을 골랐다. 제복도 없고, 기대도 없고, 내가 어떻게 ‘가문의 명예를 걸고 위험을 감수했는지’에 대해 잔소리하는 아버지도 없다.젠장, 오늘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무모하다. 무책임하다.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정말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해온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내가 희생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르도를 체포해 구금시키기 위해 내 목숨까지 걸었는데도? 에드릭, 잘했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아니.돌아온 건 비난뿐이었다.나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더 삼켰다. 술이 목구멍을 태우자 얼굴을 찡그렸다. 원래 술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술이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나는 호박빛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 안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 내 테이블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여자였다.비단처럼 부드러운 갈색 머리. 초록색 눈동자. 아리아의 눈과… 알리나의 눈과 거의 똑같은 색이었다.머리가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가슴이 조여 왔다. 자신감 넘치고, 장난스럽고, 사람을 놀리듯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알리나를 닮아서, 잠시 동안 나는 정말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미소 지은 순간 알 수 있었다.너무 들떠 있었다. 너무 갈망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행동이었다.알리나가 아니었다.‘힘든 밤이었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가까이 몸을 기울였고, 향수 냄새가 내 감각을 사납게 파고들었다.나는 즉시 그녀를 밀어냈다.‘관심 없어.’그녀는 내 말을 듣지 못한 척 웃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쓸었다.‘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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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의 시점**멀고 먼 길이었지만, 어찌어찌 도달했다.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헛헛하게 넓게만 느껴지는 하늘 아래를 지나, 대사관에서부터 내 한심한 아파트까지 먼 길을 걸어왔다. 건물에 도달했을 땐 이미 밤 9시가 훌륭히 넘은 시각이었다. 다리는 뻣뻣하게 굳었고, 발바닥은 쓰라렸으며, 내가 들었던 그 모든 말들과 바로잡지 못한 모든 상황들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 쑤셔왔다.이 아파트도.내일이면 더 이상 내 집이 아니게 될 터였다.계단을 올라 문잠금을 해제하는 동안 그 생각이 가슴을 쓰라리게 짓눌렀다. 정적과 퀴퀴한 먼지 냄새가 나를 맞아주었다. 문을 닫고 잠시 그것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렇게 하면 이 무거운 짐이 나를 짓눌러 쇄골을 부러뜨리는 걸 막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딱 하룻밤이야,”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딱 오늘 밤만 견뎌내는 거야.”가방을 바닥에 내던지고 욕실로 내 몸을 끌고 갔다. 온몸이 마치 남의 수육처럼 묵직했다. 내가 원했던, 아니 절실히 필요로 했던 유일한 건 따뜻한 샤워였다. 굵어진 근육의 통증을 가라앉혀줄 무언가.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잠재워줄 무언가.옷을 한 허물씩 벗어 타일 바닥에 내팽개치고 수도꼭지를 돌렸다. 욕조로 발을 내딛자 증기가 작은 공간을 빠르게 채워갔다. 온기가 몸을 감싸안았고, 오늘 하루 처음으로 어깨의 긴장이 풀려나갔다.등이 차가운 타일에 닿을 때까지 몸을 낮추고, 무릎을 가슴 깊숙이 끌어당겨 앉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는 것도 지쳤다. 약해지는 것도 지쳤다. 내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수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도 지긋지긋했다.얼마나 그러고 앉아있었는지 모르겠다.시간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그때…쾅, 쾅.눈이 번쩍 뜨였다.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갈비뼈를 때렸다.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이 늦은 시간에 누굴까?가장 먼저 떠오른 건 베카였고, 그 생각만으로도 속이 거북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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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의 시점**그가 이런 모습을 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섬에서 함께 보낸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그 이전에도 없었다.에드릭은 그의 얼굴을 한 낯선 사람처럼 내 집 문앞에 서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눈가를 가리고 있었고, 늘 구김 하나 없던 셔츠는 주름진 채 단축 반쯤 풀어헤쳐져 있었다. 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풍기던 날카롭고 절제된 존재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는 오직 날것의, 불안정한 무언가만이 남아있었다.그에게서 저렴한 술 냄새가 진동했다.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의 꼴이 얼마나 끔찍한지가 아니었다. 둘째 피부처럼 그에게 엉겨 붙어 있는 알코올도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단순하고도 지독하게 두려운 사실이었다.내 아파트.내 주소.“어떻게…” 입술이 떨어졌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내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낸 거지?심장이 너무 맹렬하게 뛰어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타월을 온몸에 더 바짝 둘러쥔 채, 눈을 깜빡이면 그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그를 멍하니 노려보며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었다.그는 들어오라는 허락을 기다리지 않았다.내가 비켜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어깨로 문을 툭 밀쳐내며 억지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에드릭,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가 들어오며 문을 쾅 닫자, 뒤로 비틀거리며 소리쳤다.그는 대답 대신 신음을 내뱉으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마치 자기 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파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이 불안하게 흔들렸다.가슴속으로 두려움이 기어 올라왔다.“에드릭,” 이번엔 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나가주세요.”그 순간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거칠고 비통한 소리였다.“나가라고?” 그가 비웃으며 갑자기 나를 향해 돌아서서 쏘아붙였다. “당신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없어.”한 마디 한 마디 뱉어낼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거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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