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하지만 하와이의 바다는 푸르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몰려오는 시커먼 먹구름과, 그보다 더 짙고 끈적한 살기(殺氣)가 바다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DEFCON 1 유지 중][적 주력 부대 접근까지 10분.]숨 막히는 긴장감.수천 명의 연합군 병사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해안포를 점검하고 있었고, 아크 로열의 갑판 위에서도 전투기들이 엔진 예열을 마친 상태였다.하지만 나는 레비아탄의 거대한 발등, 그 그늘진 곳에 낚시 의자를 펴고 앉아 있었다."후루룩-"종이컵에서 피어오르는 달달하고 고소한 향기.[막심 모카골드].미혜 누나가 "가서 당 떨어지면 먹어, 머리 쓰는 데는 이게 최고야"라며 챙겨준 비상식량이었다. 미제 전투식량에 들어있는 밍밍한 커피 가루와는 차원이 다른, 영혼을 울리는 단맛이다.[캬... 형님. 설탕 분자 구조가 아주 예술이야. 냄새만 맡아도 뇌 회로가 끈적해지는 기분인데?]레비아탄이 침을 흘렸다(물론 데이터상으로).나는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며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켰다.어제 새벽, 영상 통화 중에 몰래 캡처한 사진.최 여사님, 할머니, 성배 아저씨, 희선이, 히나, 하루 씨, 철수... 그리고 미혜 누나까지.다들 잠옷 바람으로 옹기종기 모여서 브이(V)를 그리고 있는 하숙집 식구들.'다들 점심은 먹었으려나.'사진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전쟁터의 소음이 잠시 멀어지는 기분.지구 반대편에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어이, 하."그때,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스티브가 다가왔다.그는 한 손에 펜과 종이를 들고 있었다. 쓱 보니 'To my family...'로 시작하는 글귀가 보였다.유서?"이 상황에 커피인가? 여유가 넘치는군."스티브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레비아탄의 통역이 귓가에 꽂혔다."진정제 같은 겁니다. 한 잔 타 드릴까요? 설탕 두 개 프림 둘?""아니, 됐어."스티브
Last Updated : 2026-08-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