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Chapter 41 - Chapter 50

156 Chapters

41화: 붉은 비의 저주 1

​아비규환이었다.방금 전까지 부대찌개 파티를 벌이며 웃고 떠들던 갑판 위는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해 있었다.하늘에서 쏟아지는 붉은 비.그것은 빗물이 아니었다. 닿는 모든 것을 녹이고 오염시키는 맹독성 산성액이자, 생체 바이러스 덩어리였다.​"안으로! 다들 안으로 뛰어!"​스티브가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방패를 들어 올렸다.그는 방패를 우산처럼 펼쳐, 쓰러진 병사들을 덮어주며 벙커 쪽으로 달렸다. S급의 육체조차 붉은 비에 닿자 치이익- 하며 하얀 연기를 피어 올렸다.​"정화! 정화가 안 돼요!"​소피아가 울먹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그녀가 펼친 황금빛 [성역]이 병사들을 감쌌지만, 붉은 비는 성스러운 빛마저 침식하고 있었다. 보호막 표면에 닿은 빗방울들이 곰팡이처럼 번지더니 결계를 깨트렸다.​"젠장, 다 비켜!"​나는 레비아탄의 콕핏으로 뛰어들었다.해치를 닫자마자 외부 소음이 차단되고, 적나라한 경고음이 귓가를 때렸다.​[경고: 외부 장갑 부식 진행 중.][대기 중 미확인 바이러스 농도 90% 초과.]​"일단 구멍부터 막아!"​나는 레비아탄을 조종해 갑판 위의 에어락(기밀문) 쪽으로 움직였다.아직 대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에어락 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쿵!​레비아탄이 거대한 몸으로 비를 막아서며 그늘을 만들어주었다.​"빨리 들어가! 문 닫아!!"​외부 스피커로 고함치자, 병사들이 서로를 부축하며 에어락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마지막 병사가 들어가고,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순간.​촤아아아-​붉은 비가 레비아탄의 등 위로 쏟아졌다.두꺼운 초합금 장갑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마치 달궈진 프라이팬에 버터를 올린 것처럼.​[앗! 따거! 형님! 나 어제 왁스 칠했는데! 도색 다 벗겨지잖아!]"엄살 피우지 마. 안 죽어."​나는 주변을 둘러봤다.끔찍했다.비가 닿은 아스팔트 바닥, 철골 구조물 위로 붉은색 이끼 같은 유기물들이 순식간에 자라나고 있었다.마치 기지 전체가 살아있는 짐승의 내장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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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붉은 비의 저주 2

​격납고 입구를 지키던 미군 전차가 포를 쏘았다.포탄을 맞은 언데드 상어가 산산조각 났다.하지만 터진 살점들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더니, 다시 뭉쳐서 더 기괴한 모습으로 재생했다.​"물리 공격 면역인가?"​리 웨이가 언월도를 들고 뛰쳐나갔다.그가 검기를 날려 괴물들을 썰어버렸지만, 놈들은 잘린 단면에서 독가스를 뿜어내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허억... 허억..."​리 웨이가 뒷걸음질 쳤다.베도 베도 끝이 없었다. 게다가 놈들의 몸에서 나오는 붉은 가스를 마시자, S급인 그조차 현기증을 느꼈다.​[형님. 이거 답 없어.]​레비아탄이 냉정하게 진단했다.​[저건 생명체가 아니야. 그냥 움직이는 고깃덩어리지. 핵을 부수지 않는 이상 무한 리필이야.]​기지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었다.언데드 군단이 붉은 비와 함께 격납고를 포위해 오고 있었다.이대로면 전멸이다.​나는 레비아탄의 출력을 올렸다.​"물리 치료가 안 되면, 환경을 바꿔야지."​쿠우웅-!​레비아탄이 격납고의 거대한 철문을 어깨로 들이받고 밖으로 나갔다.쏟아지는 붉은 비.사방에서 몰려드는 언데드 괴물들.​"다들 비키십쇼! 얼어 죽기 싫으면!"​나는 외부 스피커로 고함쳤다.스티브와 리 웨이가 내 의도를 눈치채고 병사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레비아탄. 할 수 있겠냐?"[빡센데. 범위가 너무 넓어. 내 회로 다 탈지도 몰라.]"타면 고쳐줄게. 최고급으로."[콜! 가자 형님!]​우우우웅-!!!​레비아탄의 심장(뇌정)이 비명을 질렀다.내 단전의 빙정도 한계까지 진동했다.이번엔 찌르는 창이 아니다. 덮어버리는 지붕이다.​[빙정 출력 개방: 대기 동결]​레비아탄이 양팔을 하늘로 뻗었다.기체를 중심으로 투명하고 강력한 냉기 파동이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파아아앗-!​하늘을 향해 역류하는 냉기의 폭풍.떨어지던 붉은 빗방울들이 냉기 파동과 충돌했다.​타다다닥-!​액체였던 독비가 순식간에 얼어붙어 [붉은 우박]이 되었다.독성은 얼음 안에 갇혔고, 흘러내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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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얼음 벙커와 생존자들 1

깊은 밤.​투두둑... 투두둑...​머리 위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빗소리였지만,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건 비가 아니라 독극물이니까.내가 만든 거대한 [프로즌 돔(Frozen Dome)] 위로 붉은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반투명한 얼음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핏빛이었다.​"추워... 너무 추워...""살려주세요... 다리가... 내 다리가..."​격납고 안은 거대한 난민 캠프, 아니 시체 안치소와 다를 바 없었다.돔으로 비는 막았지만, 이미 피폭된 병사들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었다.기온은 영하에 가깝게 떨어졌고, 습기 찬 공기에서는 쇠 냄새와 피 냄새가 진동했다.​"젠장, 이대론 다 죽어."​스티브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녔다.그는 자신의 두꺼운 망토를 벗어 어린 병사에게 덮어주고 있었다.​"정신 차려! 잠들면 죽는다! 눈 뜨고 있어!"​하지만 병사들의 눈은 이미 죽어 있었다.고립.외부와의 통신은 끊겼고, 식량 창고는 저쪽 무너진 건물 아래 깔려버렸다.구조대가 올 거라는 희망도 없다. 전 세계가 이 꼴일 테니까.​"우린 끝났어... 여기서 얼어 죽거나, 밖에서 녹아 죽거나..."​구석에 처박혀 있던 한 병사가 머리를 감싸 쥐고 중얼거렸다.그 공포는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S급 헌터들조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리 웨이는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고, 소피아는 마력이 고갈되어 탈진 직전이었다.​'분위기 개판이네.'​나는 레비아탄의 발등에 앉아 그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돔을 유지하느라 내 마력도 실시간으로 빨려 나가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진짜 다 죽는다.괴물한테 죽는 게 아니라, 배고픔과 공포에 굶어 죽는다.​"아, 시끄러워."​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죽는 소리 좀 그만합시다. 배 안 고파요?"​내 뜬금없는 소리에 병사들이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지. 밥이나 먹고 합시다."​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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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얼음 벙커와 생존자들 2

피비린내와 쇠 냄새로 가득했던 격납고 안에, 자극적이고 구수한 탄수화물의 향기가 퍼져나갔다. ​"킁킁... 이게 무슨..." "오, 갓..." ​구석에 처박혀 죽상을 하고 있던 병사들이 하나둘 코를 벌름거리며 일어났다. 지옥 같은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폭력적인 MSG의 향기. ​"다 됐습니다. 줄 서요! S급도 예외 없습니다!" ​내 호령에 좀비 같던 병사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섰다. 나는 국자로 걸쭉해진 죽을 퍼서 식판에 담아주었다. ​[전시 특식: 김치 잡탕죽] ​비주얼은 개밥 같았지만, 맛은 보장한다. 내가 하숙집에서 야식으로 수없이 끓여본 레시피니까. ​"감사합니다..." ​한 어린 병사가 죽을 받아 들고 한 입 먹더니, 펑펑 울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가 해준 밥 같아..." "맛있다... 진짜 맛있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와 후루룩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얼어붙었던 몸이 녹고, 공포로 굳어있던 위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랍군." ​스티브가 죽을 한 숟갈 뜨며 감탄했다. ​"온갖 잡동사니를 넣었는데... 맛이 조화로워. 마치 전장에서 돌아와 먹는 어머니의 스튜 같아." "그냥 라면 스프 맛입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리 웨이를 봤다. 그는 말도 없이 세 그릇째 비우고 있었다. ​"훌륭해. 사천요리의 매운맛과 광동요리의 풍부함이 섞여 있어." "꿈보다 해몽이 좋네요." ​소피아는 뜨거운지 호호 불어가며 야무지게 먹었다. 다들 배가 고팠던 거다. 영웅이고 나발이고,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나도 구석에 앉아 죽을 퍼먹었다. 뱃속이 따뜻해지니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이성은 돌아왔다. 이제 생존을 넘어, 반격을 생각할 때다. ​지잉- ​때마침 스마트워치가 진동했다. ​[형님. 식사 끝났어? 분석 다 됐어.] ​레비아탄이 홀로그램 지도를 띄웠다. ​[이 붉은 비, 그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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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심연의 정원사 1

​다음날 아침. ​"우욱..." ​레비아탄의 콕핏 안에서도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투명한 얼음 돔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 이상 내가 알던 푸른 태평양이 아니었다. ​붉은 비와 독기에 오염된 바다는 마치 펄펄 끓는 토마토수프 혹은 거인의 고름처럼 걸쭉하고 탁하게 변해 있었다.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는 괴수들의 부패한 사체, 그리고 그 사체를 파먹으려 달려드는 기괴한 융합체들.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냄새 실화냐? 비위 상해서 못 해먹겠네." ​나는 코를 막으며 조종간을 잡았다. 레비아탄을 중심으로 반경 50미터의 얼음 돔, 일명 '우산'을 유지한 채 우리는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다. ​쿵! 콰직! "오른쪽! 온다!" ​스티브의 외침이 들렸다. 바다 밑에서 튀어 오른 융합체 한 마리가 돔을 향해 자폭 공격을 감행했다. 녀석의 몸이 얼음 벽에 부딪혀 터지면서 붉은 산성액을 흩뿌렸다. ​치이익-! ​얼음 벽에 금이 가고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막아요!" ​스티브가 돔 안쪽에서 방패를 들어 충격 지점을 받쳤다. 동시에 리 웨이가 언월도를 휘둘렀다. ​"핫!" ​그의 검기가 돔 밖으로 뻗어 나가, 달라붙으려던 또 다른 괴수들의 팔다리를 썰어버렸다. 얼음 돔은 물리적인 공격은 막지만, 아군의 마력 투사체는 통과되도록 설정해 뒀다. 일방적인 딜교환이 가능한 구조. ​"수리할게요!" ​소피아가 지팡이를 들어 금 간 얼음 벽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빛이 닿자 녹아내리던 얼음이 다시 단단하게 응결되었다. ​"팀워크 좋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꽉 잡아요! 과속 방지턱 넘습니다!" ​쿠당탕! ​레비아탄이 수면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괴수의 사체를 밟고 도약했다. 돔 안의 S급들이 중심을 잡느라 비틀거렸다. "이봐! 운전 좀 살살 해!" ​스티브가 투덜거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면 저 썩은 물속으로 가라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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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심연의 정원사 2

​"밀어붙여!" ​스티브가 탱커 역할을 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우리는 그의 뒤를 따라 기둥을 향해 달렸다. 바닥은 썩은 살점과 뻘로 뒤덮여 있어 발이 푹푹 빠졌다. ​쿠르릉-! ​그때, 발밑이 요동쳤다. ​진흙탕 속에서 놈의 뿌리들이 솟구쳤다. 가시가 돋친 굵은 뿌리들이 스티브와 리 웨이의 발목을 휘감았다. ​"젠장!" ​스티브가 신음했다. 뿌리에 돋친 가시가 S급 갑옷을 뚫고 들어왔다. 게다가 뿌리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이 갑옷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이게 어디서 앙탈이야." ​나는 레비아탄을 조종해 스티브를 잡고 있는 뿌리를 낚아챘다. ​우드득! ​그대로 잡아 뜯어버렸다. 녹색 수액이 튀었다. ​"남의 다리 만지지 마라. 성추행이다." ​"고맙다." ​스티브가 식은땀을 흘리며 풀려났다.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이놈은 사냥을 하는 포식자다. ​[저 꽃봉오리야.] ​레비아탄이 놈의 약점을 스캔했다. ​[형님. 기둥이랑 놈은 하나로 연결돼 있어. 저 꽃봉오리 안쪽에 핵(Core)이 있어. 저걸 터뜨리면 기둥도 무너져.] ​문제는 저 꽃봉오리가 50미터 높이에 있다는 것. 그리고 놈이 수십 개의 덩굴로 철통 방어를 하고 있다는 것. ​"길을 열어야겠네." ​나는 빙검을 뽑아 들었다. ​"저 꽃봉오리입니다. 제가 올라갈 테니, 밑에서 시선 좀 끌어주십쇼." ​내 말에 S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한테 맡겨." ​스티브가 방패를 두드리며 전의를 불태웠다. ​"가자!!" ​스티브가 고함치며 정면으로 돌진했다. 탱커의 도발. 정원사의 덩굴들이 일제히 스티브를 향해 쇄도했다. ​쾅! 쾅! 쾅! ​스티브는 물러서지 않았다. 방패 하나로 수십 톤의 덩굴 공격을 받아내며 버텼다. 발이 땅속에 박힐 정도로 무거운 충격이었지만, 그는 버텨냈다. ​"하압!" ​그 틈을 타 리 웨이가 측면을 파고들었다. 청룡언월도에 푸른 기운이 서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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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성녀의 질투와 복귀 1

​밤새 쏟아지던 붉은 비가 그치고, 하와이의 아침이 밝았다. 내가 전개한 [프로즌 돔] 덕분에 진주만 기지는 무사했지만, 돔 밖의 풍경은 처참했다. ​'머리 깨질 것 같네...' ​나는 레비아탄 콕핏에서 비틀거리며 내렸다. 마력? 그건 차고 넘쳤다. 내 뱃속의 빙정과 레비아탄의 뇌정이 만들어내는 [무한 동력] 덕분에 에너지는 여전히 풀 충전 상태였다. 문제는 내 [정신력]이었다. 밤새도록 도시 하나 크기의 돔을 미세하게 컨트롤하느라 뇌가 과부하에 걸린 기분이었다. 컴퓨터로 치면 CPU가 열받아서 뻗기 직전이랄까. ​"미스터 하! 일어났소?" ​제임스 장군이 퀭한 눈으로 달려왔다. ​"당신 덕분에 살았소. 돔이 없었으면 우리 기지는 전멸했을 거요. 연합 사령부에서 당신에게 최고 등급 훈장을 수여하기로..." "훈장은 됐고, 밥이나 주십쇼. 한국 가는 비행기랑." ​나는 손을 휘적거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명예가 아니라, 뇌를 쉬게 해줄 휴식과 최 여사님이 끓여주는 김치찌개였다. ​"일단 의무대 가서 검진부터 받으시죠." "됐습니다. 멀쩡해요. 잠만 좀 자면 됩니다." ​나는 비틀거리며 격납고 구석의 휴게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싫어! 오지 마! 저리 가!" ​소피아였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구석에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주변에 의무병들이 다가가려 했지만, 그녀가 무차별적으로 방출하는 신성력 때문에 접근조차 못 하고 있었다. ​"소피아! 진정해! 나야, 스티브!" ​스티브가 달려와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소피아는 그를 밀쳐냈다. ​"안 돼... 비가... 붉은 비가 내려... 다들 죽어가... 내가 살려야 해...!"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신성력 역류]. 그녀는 어젯밤, 돔 내부의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정신력을 한계까지 갉아먹으며 신성력을 쏟아부었다.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만 집착하느라, 정작 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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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성녀의 질투와 복귀 2

​오후 2시. 작전 회의실. 나와 S급들, 그리고 연합군 지휘부가 모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어제 회수한 [군주의 심장]이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레비아탄이 홀로그램 지도를 띄웠다. 태평양 지도 위에 7개의 붉은 점. 하와이는 하얗게 지워져 있었다. ​"남은 기둥은 6개. 하지만... 위치가 안 보입니다." ​지도의 나머지 점들이 흐릿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놈들이 방어 기제를 작동시켰소." ​리 웨이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와이 기둥이 파괴된 걸 감지하고, 나머지 기둥들을 고농도의 마력 폭풍 속에 숨겨버린 게요. 이 심장 하나로는 정확한 좌표를 특정할 수 없소." ​좌표를 모르면 갈 수가 없다. 태평양 바닥을 이 잡듯이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어떡합니까?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그 수밖에 없네." ​제임스 장군이 한숨을 쉬었다. ​"연합 본부의 결정이오. 다음 기둥이 활성화되거나, 정확한 위치가 파악될 때까지 [심해 토벌대]는 잠정 해산한다." ​해산. 그 단어가 이렇게 달콤하게 들릴 줄이야.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대기하시오. 재소집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합류하는 조건으로." ​'나이스! 집에 간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임무 완료. 보수 빵빵. 이제 금의환향만 남았다. ​"동의합니다. 저도 돌아가서 재정비 좀 해야겠습니다." ​나는 짐 챙길 생각에 벌써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나는 하숙집에 영상 통화를 걸었다. 지금 한국은 저녁 시간. ​"이모! 저 태수입니다! 저 내일 갑니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나는 소리쳤다. 식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이고! 내 새끼! 살아서 오는기가!" "햄! 진짜가! 와, 대박!" ​최 여사님이 국자를 흔들며 춤을 추셨고, 희선이와 히나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때, 마당으로 들어서던 미혜 누나가 화면에 잡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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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태풍의 눈, 하숙집 1

​[부산 상공] ​"여기는 KF-21 편대장. Z급 기체의 영공 진입을 환영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귓가에 꽂히는 투박한 한국어 교신음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레비아탄의 좌우로 대한민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들이 호위 비행을 하고 있었다. 구름 아래로 익숙한 부산의 해안선이 보였다. 광안대교, 해운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우리 동네. ​[와... 형님. 저기 봐. 플래카드 깔렸는데? 완전 아이돌인데?] ​레비아탄이 줌인을 당겨 보여준 지상 풍경은 가관이었다. 방벽 위, 건물 옥상, 심지어 도로변까지. [부산의 아들 하태수! 세계를 구하다!] [Z급! 우리들의 영웅!]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부담스럽게 시리..." ​나는 헬멧을 고쳐 썼다. 금의환향(錦衣還鄕). 남들이 보기엔 개선장군의 귀환이겠지만, 내 머릿속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모님표 갈비찜. 잡채. 그리고 미역국.' ​하와이에서 직접 끓여 먹은 부대찌개도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남이(최 여사님이) 해주는 밥이 최고다. ​[착륙 지점 도달: 통제구역 1구역] ​"내려간다." ​나는 조종간을 당겼다. ​쿠아아앙-! ​레비아탄이 역추진을 걸며 하숙집 앞 공터(이제는 전용 주기장이 된)로 하강했다. 추진기의 엄청난 열기가 아스팔트의 물기를 순식간에 증발시키며 하얀 수증기 구름을 만들어냈다. ​쿵-! ​육중한 착지음. 땅이 울렸다.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사령관님과 헌병대가 도열해 있는 게 보였다. ​치이익- ​콕핏 해치가 열리고, 내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하 병장! 아니, 영웅!" ​사령관님이 체면도 없이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자네가 해낼 줄 알았네! 하와이를 구하고 태평양을 지켰어! 베히모스의 심장은 어제 수송선 편으로 무사히 연구소에 안치했네. 대통령님께서 친히 전화를..." "사령관님. 그건 나중에 듣겠습니다." ​나는 정중하게 경례를 붙였다.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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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태풍의 눈, 하숙집 2

밥 먹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소피아의 그 대형 사고를. ​"태수야. 해명 좀 해볼래?" ​미혜 누나가 웃고 있는데 눈은 안 웃었다. 하루 씨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요구했다. 이건 질투라기보다는, '외부의 침입자'에 대한 공동 대응이었다. ​식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청문회가 시작됐다. 나는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아니, 꿇으려고 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굳이 죄인처럼 굴 필요가 있나? ​'아니, 10년 전 대격변으로 전 세계 인구가 반토막 났잖아.' ​그때 죽은 사람이 억 단위다. 그중에서도 전투 병력이었던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죽었다. 남녀 성비가 박살이 났다는 소리다. 그래서 UN이고 각국 정부고 부랴부랴 내놓은 게 [출산 장려 정책]이랑 [일부다처제 합법화] 아니던가. 한국도 작년에 통과됐고. ​'능력만 되면 두세 명이랑 결혼하는 게 오히려 애국인 세상인데, 내가 뭐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물론 법이랑 정서는 다르다. 내 머리로는 이해해도, 이 놈의 K-유교 드래곤이 아직 승천을 못 해서 그런가, 여자 둘 셋 거느리는 게 영 뜨끔하고 찔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직 사회 분위기도 "능력 좋네"와 "짐승 같은 놈"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그래도... 찔리는 건 찔리는 거고, 변명은 해야지.'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 오해입니다. 걔가 좀... 저한테 과하게 고마워하는 애라서요."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전쟁터에서 멘탈 나간 걸 제가 좀 도와줬더니, 고마움의 표시가 좀 과격하게 나온 겁니다. 진짜 아무 사이 아닙니다! 제 마음속 1순위는 언제나 여기, 하숙집 식구들입니다!" ​"흐음..." ​미혜 누나가 과도로 사과 껍질을 길게 깎으며 나를 째려봤다. ​"그럼 뽀뽀는? 피할 수 없었어? Z급 반사 신경이라며?" ​"햄! 팩트 체크 들어간데이!" ​그때, 손목의 레비아탄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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