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Chapter 11 - Chapter 20

25 Chapters

11화: 비밀은 우리끼리만 3

​별다방 앞.가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CLOSE' 팻말이 삐딱하게 걸려 있었다.하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 빛도 새어 나오고 있었다.​똑똑.​"누나... 저 태수인데요."​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제발 문 좀 열어줘요. 신고만 하지 말아 주세요.​잠시 후, 덜컹 하고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끼이익-문이 열리고, 미혜 누나가 서 있었다.​"......""......"​우리는 서로 3초간 말이 없었다.누나는... 예뻤다.평소의 질끈 묶은 머리가 아니라, 찰랑거리는 웨이브 머리를 풀고 있었다.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앞치마 대신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마치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사람처럼.​"어... 왔어?"​누나의 목소리가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저기, 누나. 그 문자 말인데요.""드, 들어와. 일단."​누나는 나를 안으로 들이고 문을 잠갔다.철컥.밀실이 되었다. 공기마저 핑크빛으로 변한 것 같은 숨 막히는 밀실.​"저기, 오해하지 마시고요. 제가 보낸 게 아니라, 제 폰이 해킹을 당해서... AI 바이러스가...""태수야."​누나가 내 말을 끊었다.그녀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났다.​"나 다 알아.""...예?""너 어제... 많이 힘들었지?"​누나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그 큰 로봇... 혼자 조종하느라 얼마나 뜨거웠겠어. 그 불지옥 속에서... 얼마나 외로웠겠어."​...어?뭔가 대화가 묘하게 엇갈리는데, 결론은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누나는 내 '변태 문자'를 '전쟁 영웅의 외로움과 고통 호소'로 (아주 바람직하게) 착각하고 있었다.​"내가 채워줄게."​누나가 나를 의자에 앉히고 카운터로 갔다.​"커피로라도. 달달한 걸로."​치이익-스팀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내 앞에 머그잔이 놓였다.하트 모양 라떼 아트가 그려진 카라멜 마키아또. 그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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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금융치료가 최고시다 1

​다음 날 아침.하숙집 대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와! 저기 봐! 진짜 얼었어!""대박... 바다가 통째로 얼음판이 됐네?""여기서 사진 찍자! 인스타 각이다!"​평소라면 한산했을 해안 도로가 인산인해였다.전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 뉴튜버들, 그리고 구경꾼들이 방벽 아래 몰려들어 '얼어붙은 바다(Frozen Ocean)'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12월의 부산 바다가 거대한 스케이트장이 된 기현상.이틀 전, 내가 레비아탄으로 저질러놓은 짓이었다.​"어후..."​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았다.이 인파 속에서 "제가 그 Z급입니다"라고 했다간, 뼈도 못 추리고 팬들에게 뜯어먹힐 게 뻔했다.​"저기요! 군인 아저씨!"​갑자기 한 뉴튜버가 카메라를 들이밀며 나를 불렀다.​"혹시 어제 그 파란 로봇 보셨어요? 파일럿 얼굴 봤다는 소문 없나요?""모릅니다. 저 휴가 복귀하는 길이라서요.""에이, 군인이면서 그것도 몰라요? 꿀 빨았네~"​꿀?어제 엉덩이가 웰던으로 구워질 뻔했는데 꿀이라니.나는 울컥했지만, 꾹 참고 인파를 뚫고 지나갔다.나 여기 있다, 이것들아. 제발 출근 좀 하자.​우여곡절 끝에 부대 정문에 도착했다.평소라면 위병소 헌병들이 짝다리를 짚고 껌을 씹으며 나를 반겼을 터였다.​"어이, 빙신 왔냐? 주말 잘 쉬었냐?"​이렇게 말이다.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내가 정문 앞에 서자마자, 헌병들이 감전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착-!!​"충성!! 하태수 상병님! 입장하십시오!!"​각이 살아있는 칼 같은 거수경례. 눈빛에는 경외심과 존경이 가득했다.​"어... 그래. 수고해라.""감사합니다! 충성!"​부대 안으로 들어서자 더 가관이었다.연병장을 지나 격납고로 가는 길, 마주치는 병사들마다 멈춰 서서 내게 경례를 붙였다.홍해 갈라지듯 길이 열렸다.​"야, 저 사람이야? 레비아탄 타는 괴물이?""쉿, 들려. Z급이라잖아. 눈 마주치면 얼려버린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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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금융치료가 최고시다 2

​오후 5시.하숙집 골목이 꽉 막혔다.전자제품 대리점 트럭 세 대가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아니, 이게 다 머꼬! 이사 오나!""김 씨! 나와 봐라! 태수네 집에 난리 났다!"​동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나왔다.트럭 짐칸에서 내려지는 물건들의 위용이 어마어마했다.​"자, 여기 놓으시면 됩니다! 조심조심!"​내가 인부들을 지휘했다.첫 번째 타자, 최신형 대용량 김치냉장고.​"아니, 이기 뭐꼬! 태수 니 로또 됐나!"​최 여사님이 국자를 들고 뛰쳐나오셨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냉장고를 어루만지셨다.​"이모, 저번에 냉장고 소리 시끄럽다고 발로 차셨잖아요. 이제 발 아프게 차지 말고 이거 쓰세요. 김치 100포기도 들어간대요.""야, 야가 미쳤나! 돈이 썩어 나나! 이걸 우째 받노!"​최 여사님은 내 등짝을 때리려다 말고, 울컥한 듯 눈시울을 붉히셨다.항상 "돈 아껴라", "적금 들어라" 잔소리하시던 분이지만, 낡은 냉장고가 내심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그리고 이건 할머니 거."​거실 한쪽에 설치된 최고급 전신 안마 의자.할머니는 안마 의자에 앉아보시더니 아이처럼 웃으셨다.​"아이고, 시원하다... 우리 태수가 최고네. 내 뼈마디가 녹는다, 녹아.""오래 사셔야죠, 할매. 나 장가가는 것도 보셔야지."​다음은 세탁소였다.성배 아저씨는 가게 앞에 새로 달린 LED 간판을 보며 넋을 놓고 계셨다.​[성배 세탁소]​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새 간판. 그리고 가게 안에는 최신형 스팀 다리미 세트가 들어와 있었다.​"아저씨, 눈 침침하신데 이제 밤에도 작업 편하게 하세요.""태수야... 니 진짜... 고맙다. 내 살다 살다 이런 호강을 다 누리네."​아저씨가 눈물을 훔치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옆에 있던 희선이는 내가 사준 최신형 게이밍 노트북을 끌어안고 방방 뛰고 있었다."와! 햄! 대박! 내 이거 진짜 갖고 싶었다! 롤 돌아가는 속도 봐라! 미쳤다!""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하다가 걸리면 뺏는다. 알았나?""충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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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쇼핑은 전투처럼 1

일요일 아침.모처럼 늦잠을 자려던 계획은 방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산산조각 났다."햄! 일나라! 해가 중천이다!""으어... 누구세요...""내다! 희선이! 오늘 시내 나간다 안 캤나!"방문이 벌컥 열리고, 교복 치마 아래 체육복 바지를 덧입은 김희선 양이 난입했다."아, 좀 더 자자... 군인은 주말에 자는 게 일과야..."A급 헌터의 완력으로 이불을 확 걷어버리는데, 춥다기보다 무서웠다."웃기지 마라! 어제 삼억 벌었다매! 장비 쏘기로 했으면서 입 싹 닦나!"쩌렁쩌렁한 고함과 함께 이불이 허공으로 날아간 직후였다.방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아니, 정확히는 내 하반신이 싸늘했다.나는 잠결에 멍한 눈을 비비며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군 시절부터 애용해 온 국방색 드로즈 한 장.그 게 내 몸에 걸친 전부였다."...어?"희선의 고함 소리가 딱 멎었다.씩씩하게 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뻗었던 하얀 손이 허공에서 멈칫거렸다.녀석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가슴팍을 지나, 아주 자연스럽게 그 아래… 국방색 밴드 라인에 꽂혔다.정적은 짧았지만, 그 효과는 강렬했다."......""......"평소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까지 챙겨 입으며 철벽 수비를 자랑하던 그 씩씩한 여고생의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토마토처럼 달아올랐다."희, 희선아?""꺄, 꺄아아악!!"희선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두 손으로 제 눈을 가렸다.하지만 손가락 사이가 묘하게 벌어져 있는 건 내 착각일까."미, 미쳤어! 오빠 미쳤나 봐! 왜, 왜 다 벗고 있어! 이 변태 군바리야!""아니, 패, 팬티는 입었다! 그리고 니가 이불을 뺏어갔잖아….""몰라! 안 본 눈 삽니다! 으아아!"평소의 걸걸한 목소리는 어디 가고, 잔뜩 삑사리가 난 하이톤의 비명이 방을 채웠다.녀석은 당장이라도 도망칠 것처럼 뒷걸음질 치더니, 문틀에 쿵 하고 등을 부딪혔다.그러고는 쥐고 있던 이불을 다시 내 쪽으로 힘껏 집어 던지고 밖으로 도망치듯 뛰쳐나가버린다."빠, 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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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쇼핑은 전투처럼 2

탁-!누군가 희선이가 끼고 있던 건틀릿을 낚아옜다."어?"뒤를 돌아보니, 번지르르한 명품 정장을 입은 남자와 선글라스를 낀 수행원들이 서 있었다.딱 봐도 '서울 깍쟁이' 냄새가 풀풀 나는 놈들."이거 우리가 사지. 주인장, 1억 줄 테니 포장해."남자가 거만하게 카드를 흔들었다."뭐꼬? 아저씨 뭐라 캤노 지금?"희선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꼬마야. 이건 너 같은 애가 가지고 놀 장난감이 아니란다. 빠져."남자는 희선이를 벌레 보듯 무시하고, 나를 훑어봤다.짧은 머리, 투박한 사복. 그리고 군인 특유의 자세."어이구, 옆엔 군바리 매니저인가? 보호자야?""나라 지키느라 고생이 많네. 근데 군인 월급 모아서 이런 거 살 수나 있겠어? 보급품 건빵이나 사 먹지?"명백한 도발.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아. 이 아저씨가 돌았나!"희선이가 참지 못하고 주먹을 쥐었다.하지만 내가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햄?""가만 있어 봐라."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당신, 어디 소속이야?""하, 이 바닥 촌놈들은 우릴 모르나? [화이트 타이거] 길드다. 서울 본사 스카우트 팀장."화이트 타이거.국내 랭킹 1위이자, 대기업 자본이 들어간 거대 길드.어쩐지 재수가 없더라니."사실 저 건틀릿은 핑계고. 우리 목적은 김희선 학생이야."스카우터가 능글맞게 웃으며 희선이를 봤다."희선 양. 이런 시궁창 같은 시장에서 썩지 말고 우리랑 계약하자. 서울 오면 S급 장비 풀세트로 맞춰줄게. 군대? 거긴 흙수저들이나 가서 총알받이 하는 데잖아. 너 같은 재능이 갈 곳이 아니야."......선 넘네.내 안의 빙정이 반응했다.주변의 수조 물이 부글거렸다."야."내가 나직이 불렀다."말 조심해라. 그 총알받이들이 흘린 피 덕분에 니들이 발 뻗고 자는 거다.""뭐? 이 건방진 군바리 새끼가..."스카우터가 인상을 쓰며 손짓했다.뒤에 있던 수행원 두 명이 앞으로 나섰다.B급 헌터들. 근육질의 덩치들이 나를 위압적으로 내려다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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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불청객과 스파링 1

직장인에게도, 군인에게도, 심지어 지구를 구한 영웅에게도 월요병은 공평하게 찾아온다.​"아... 출근하기 싫다."​나는 군모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하숙집을 나섰다.어제까지 큰 돈을 썼지만, 통장에는 아직 1억 8천이 남아있었다.이 정도면 그냥 전역하고 건물 하나 사서 월세나 받으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그런 택도 없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부대 정문에 도착했을 때였다.​"뭐야, 저거."​평소라면 헌병들이 칼각을 잡고 서 있어야 할 위병소 앞이 난장판이었다.검은색 고급 세단 다섯 대가 바리케이드처럼 정문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 앞에는 덩치 큰 양복쟁이들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차량 번호판을 보니 서울 번호판이다.그리고 보닛 위에 박힌 은색 엠블럼. 포효하는 백호(白虎)의 형상.​[White Tiger (화이트 타이거)]​국내 1위, 아시아 3위의 거대 길드.어제 자갈치 시장에서 내가 참교육했던 그 스카우터 놈의 본사다.​"이봐요! 여기 군사 보호구역입니다! 차량 이동해 주십시오!"​헌병 소대장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양복쟁이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오히려 차 문을 열고 나온 중년의 남자가 헌병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사령관 나오라 그래. 우리 직원이 여기서 폭행당했어. 범인 내놓기 전엔 한 발자국도 못 비켜."​최무진.화이트 타이거의 이사이자, 대한민국에 열 명도 안 되는 S급 화염 마법사.TV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거만하기로 소문난 인간.​"이거 참... 아침부터 재수 없는 얼굴을 보네."​나는 한숨을 쉬며 인파를 헤치고 나갔다.​"길 좀 비킵시다. 출근 좀 하게."​헌병들이 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하, 하태수 상병님!"​내 등장에 최무진의 시선이 꽂혔다.​"네놈이냐? 감히 우리 애들 건드린 게?"​최무진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S급 특유의 위압감(Force)을 뿜어내며 기를 죽이려 드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번지수 잘못 찾았다.나는 군주급 멘탈 공격도 씹어먹은 몸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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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불청객과 스파링 2

관중석의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헉! 태수 형님 위험한 거 아입니까?!""저거 온도가 3,000도 넘는다던데! 녹는 거 아냐?!"​불길은 맹렬했다. 연병장 바닥이 용암처럼 끓어올랐다.하지만 불길 속, 콕핏 안의 풍경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랐다.​[경고: 외부 온도 3,200도 돌파.][냉각 시스템 가동률 100%.]​[아따~ 따뜻하네. 형님, 여기 찜질방이야? 불가마가 따로 없네.]​레비아탄이 하품을 했다.​[근데 좀 간지럽다? 이 정도 열기는 간식거리도 안 되는데.]"에어컨 틀어. 덥다."​나는 무심하게 조종간을 조작했다.​[플렉소 일렉트릭 - 열전 변환 모드]​물리학에서 열(Heat)은 분자의 진동이다.그리고 내 빙정(Ice Crystal)은 그 진동 에너지를 기가 막히게 흡수한다.외부의 3,000도 고열이 레비아탄의 장갑에 닿는 순간, 그 열에너지는 운동 에너지(압력)로 변환되어 내 빙정을 쥐어짜는 동력원으로 쓰인다.​즉, 때리면 때릴수록 나는 더 강해진다.​파아앗-!​불길 속에서 푸른 안광이 번쩍였다.최무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쓰으으윽.​화염 폭풍을 맨손으로 찢으며 레비아탄이 걸어 나왔다.녹아내리기는커녕, 기체 표면에는 하얀 서리가 끼어 있었다.내딛는 발자국마다 끓어오르던 용암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검은 돌덩이로 식어버렸다.​"겨우 그겁니까? 성냥불 장난은 끝났수?"​레비아탄이 고개를 까딱거렸다.압도적인 격차.최무진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이... 이 괴물 같은 놈이...!"​최무진은 당황했다.자신의 화염은 A급 해수의 가죽도 순식간에 태워버리는 지옥의 불꽃이다.그런데 고작 기계 덩어리에 생채기 하나 못 냈다니.​"인정 못 해! 난 S급이다! 대한민국 최강의 염제라고!!"​최무진이 이성을 잃고 마력을 쥐어짰다.그의 몸이 태양처럼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주변의 대기가 타들어가며 진공 상태가 되었다.​[초위 마법: 헬 플레어 (Hell Flare)]​그의 머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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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심해의 청소부 1

​하숙집 아침 식사 시간.오늘의 메뉴는 맑은 순두부찌개와 바삭하게 구운 재래김.몽글몽글한 순두부에 간장 양념장을 끼얹어 밥에 비벼 먹으면 그만한 밥도둑이 없다.​"많이 묵어라. 오늘 비 온다 카드라. 우산 챙기라."​최 여사님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내주시며 말씀하셨다.창밖을 보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부산의 겨울비라. 뼈가 시리겠군.​"전 괜찮습니다. 어차피 물에 들어갈 거라서요.""물? 또 출동이가?"​성배 아저씨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지난 월요일, 내가 S급을 때려눕힌 이후로 동네 사람들의 걱정은 '우리 태수 다치면 어쩌나'에서 '우리 태수가 실수로 누구 죽이면 어쩌나'로 바뀌었다. 물론 내 앞에서는 티를 안 내지만.​"별거 아닙니다. 그냥... 쓰레기 분리수거 좀 하고 오려고요.""쓰레기?""예. 저번에 얼려버린 놈, 뒤처리 좀 하라고 해서요."​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밥을 한 숟갈 떴다.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햄, 위험한 거 아이제? 요새 뉴스 보니까 바다 밑에서 이상한 소리 난다카던데."​희선이가 숟가락을 물고 물었다. 녀석의 감은 역시 예리하다.​"걱정 마라. 금방 갔다 올게."​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데, 하루 씨가 뒤따라 나왔다.​"태수 씨, 이거 가져가세요."​그녀가 건넨 건 따뜻한 보온 텀블러였다.​"보리차예요. 바닷속은 추울 텐데, 나와서 드세요.""아... 감사합니다."​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이 텀블러를 비울 때쯤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겠지.​*​오전 9시. 사령부 작전실.분위기가 무거웠다.​"브리핑 시작하겠네."​사령관이 지휘봉으로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화면에는 지난주 목요일, 내가 얼려버렸던 부산 앞바다의 위성 사진이 떠 있었다.​[작전명: Deep Mining (심해 채굴)]​"지난번 '포말의 몽마' 처치 당시, 놈의 사체가 산산조각 나면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지.""네. 얼음 가루가 되어 흩어졌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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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심해의 청소부 2

​인양용 와이어를 준비하며 하강하려는 찰나였다.​쿠르릉-!​바닥의 모래가 폭발하듯 솟구쳤다.해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질량감이 소나를 강타했다.​[경고: 초거대 질량체 접근!][식별 코드: S급 해수(Sea Beast)]​모래 폭풍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그것은 단순히 큰 게 아니었다.길다. 끝도 없이 길다.​지름 5미터, 길이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괴생명체.놈이 아가리를 벌리자, 톱니바퀴처럼 회전하는 수천 개의 이빨이 드러났다.​[심해의 장의사 (The Undertaker)]​심해의 시체를 청소하는 최상위 포식자.놈이 군주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저거... 지렁이야?"​[으엑. 징그러워. 형님, 저거 침 흘리는데?]​놈은 거대한 왕지렁이와 칠성장어를 섞어놓은 듯한 흉측한 몰골이었다.놈이 군주의 심장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저걸 먹으면 놈은 S급을 넘어 SS급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안 되지."​파앗-!​레비아탄이 가속했다.놈의 면상에 [빙결 어뢰] 형상의 마력 탄을 날렸다.​퍼앙-!​놈의 머리가 돌아갔다.먹이를 방해받은 포식자의 분노. 놈이 방향을 틀어 레비아탄을 향해 돌진했다.​"키아아아!!"​놈이 입을 벌리자, 목구멍 깊은 곳에서 고압의 물대포가 발사됐다.​[수류 포 (Water Cannon)]​콰아앙!​레비아탄이 옆으로 회피했지만, 스치기만 했는데도 장갑판이 찌그러졌다. 수압을 이용한 절단기 같은 위력.​"빠르네, 덩치에 안 맞게."​하지만 진짜 위기는 그다음에 찾아왔다.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놈의 꼬리가 채찍처럼 날아와 레비아탄의 허리를 휘감았다.​끼릭- 끼리릭!​[으악! 형님! 허리! 허리 끊어진다! 나 두 동강 나겠어!]​레비아탄이 비명을 질렀다.엄청난 악력. 놈은 레비아탄을 휘감은 채 심해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바닥에 처박아 으깨버릴 셈이었다.​쿵! 콰앙!​암반에 처박힐 때마다 경고음이 울렸다.이대로는 당한다.힘으로 떼어내려 했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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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소고기는 사랑을 싣고 1

​"으아아..."​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어제 수심 2,500m 심해를 휘젓고 다닌 후유증인지, 온몸의 관절이 삐걱거렸다.Z급이고 나발이고, 수압은 수압이다.​"배고파... 소고기..."​나는 좀비처럼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그런데 거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최 여사님이 국자를 들고 현관문을 노려보고 계셨고, 성배 아저씨와 희선이까지 와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쉿! 조용히 해라!"​성배 아저씨가 검지를 입에 대며 속삭였다.​"밖에 기자들 깔렸다. 대문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안 카나."​창문 틈으로 밖을 보니,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뉴튜버들이 하숙집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지난번 '얼어붙은 바다' 사건 이후, 부산의 수호신 'Z'의 정체를 캐내려는 하이에나들이 기어코 여기까지 냄새를 맡고 온 모양이다.​"저것들이 새벽부터 벨 누르고 난리다. 태수 니가 군인인 거 알았는갑다.""나가서 확 마 다 쫓아내뿔까요?"​희선이가 건틀릿(어제 산 거)을 끼며 씩씩거렸다.​"안 된다. 그랬다간 '폭력 헌터'라고 기사 날 끼다."​그때, 대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이보세요! 여기 하태수 씨 댁 맞죠? 인터뷰 좀 합시다!""군 관계자라는 제보받고 왔습니다! 나오세요!"​시끄러운 고함 소리. 최 여사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여사님이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셨다.​"이것들이 남의 집 앞에서 뭐 하는 짓이고! 내 나갔다 오께.""이모, 참으세요. 괜히 휘말리면...""걱정 마라. 내는 폭력 안 쓴다."​최 여사님이 비장하게 대문을 열고 나가셨다.우리는 숨죽여 지켜봤다.​"누깁니꺼!"​여사님의 일갈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아이고, 어머니! 혹시 여기 하태수 씨 사십니까?""그 파란 로봇 파일럿이라는 소문이 있던데!"​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할 상황.하지만 우리 최 여사님은 눈 하나 깜짝 안 하셨다.​"하태수? 그런 사람 모른다!""예? 여기 산다고 들었는데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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