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운은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배지희는 서두르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신경운은 신경남과 동복 남매였다. 생김새도 제법 닮았고, 사람을 훈계하는 태도와 오만함은 언뜻 보아도 신경남과 판박이였다.마치 신경남이 직접 와서 꾸짖는 것처럼 어투마저 똑같았다.신경운은 배지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차갑게 비웃었다."재형이를 키운 게 무슨 대단한 공이라도 되는 줄 알고 그리 방자하게 구는 모양인데, 단단히 착각했어. 오라버니도 널 좋아하지 않고, 어머니도 널 마땅찮게 여기셔. 그분들 마음속에 네 자리는 죽은 형님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걸 알아야지. 내가 너라면 말도 안 되는 헛된 기대는 고이 접어두고, 얌전히 재형이나 키우면서 어떻게든 우리 오라버니 마음에 들려고 노력을 했을 텐데."그녀는 배지희가 눈을 내리깐 채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자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뭐, 내 비위를 잘 맞춰준다면, 어머니와 오라버니 마음을 돌릴 묘수 몇 가지쯤은 귀띔해 줄 수도 있어. 내가 원하는 건…….""아가씨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배지희는 맑고 서늘한 눈빛으로 신경운을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제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시집도 안 간 처자에게 부부간의 일까지 조언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아가씨는 곧 성년례를 치를 나이이니, 그보다는 장차 도움이 될 양반가 귀녀로서의 예절이나 익히시는 게 어떨는지요."신경운은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턱 막히고 수치심으로 하얗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호통쳤다."배지희, 너 정말 은혜를 모르는구나. 널 위해 넌지시 가르침이라도 주려고 했거늘, 감히 호의를 무시해? 내가 바보지, 너 같은 것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 어차피 네가 방자하게 굴수록 제 무덤만 파는 꼴이니까. 너 아직 모르지? 우리 오라버니께서 마음속에 품은 여인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유정 언니뿐이라는 걸. 어제 유정 언니가 우리 집에 왔었어. 알다시피 우리 오라버니는 여인들과 어울리는 성미가 아니잖아. 그런데 어제는 웬일로 오후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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