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희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어째서입니까."신경남이 미간을 찌푸렸다."어째서라니? 유정이가 남산 선생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느냐. 마침 네게 몇 폭 더 있으니 사죄의 선물로 내어주면 딱 맞을 거라 생각했다.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배지희는 손수건을 쥔 손끝을 매만지며 단호하게 말했다."부군께서 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신경남은 흠칫 놀라 되물었다."방금 뭐라 했느냐."배지희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천천히 닦아내며 담담히 대꾸했다."스승님의 그림을 백 소저에게 사죄의 선물로 내어주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입니다."신경남의 눈빛에 실망감이 번졌다."배지희, 너… 어찌하여 죽은 네 언니처럼 사리에 밝고 너그럽게 처신하지 못하는 게냐.""예, 못합니다."배지희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매도의 얼룩을 닦으며 말했다."부군을 실망시켜 송구합니다만, 저는 언니가 아닙니다. 언니처럼 굴욕을 참으며 무거운 짐을 짊어질 생각도 없고, 백 소저처럼 가증스럽게 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습니다."안타깝게도 한번 얼룩진 그림은 아무리 공들여 닦고 손을 본들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마침내 한매도를 닦던 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흑백이 뚜렷한 맑은 눈으로 신경남을 응시하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부군, 어제 제가 드린 말씀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고 속히 휴서를 써주십시오. 그리해주신다면 깊이 감사하겠습니다."신경남의 얼굴이 먹구름이 낀 듯 어둡게 굳었다.그가 한참 만에 서늘한 냉소를 흘렸다."배지희, 진심으로 이혼을 바라는 것이냐."배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제 뜻은 확고합니다. 재형이도 이제 제법 자랐고 백 소저께서도 경성으로 돌아오셨지요. 부군께서는 장차 탄탄대로를 걸으실 텐데, 제가 짐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쨍그랑!신경남이 소매를 거칠게 뿌리치자 탁자 위에 있던 찻잔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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