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배지희는 인적이 드문 외진 불당에서 불청객과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신경남이 백유정을 이끌고 이 으슥한 곳까지 우연히 걸음을 한 것이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갓 써내려간 서신 몇 통을 서둘러 품에 갈무리하고 밖으로 나섰다.백유정은 연두색 바탕에 배꽃을 수놓은 치마를 입고, 그 위로 옅은 진주색 덧저고리를 걸쳤다. 목에는 하얀 여우 털 목도리를 둘렀는데,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털 장식이 어우러져 봄꽃처럼 화사하고 앳된 얼굴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그녀는 배지희를 발견하고 잠시 멈칫하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이런, 지희 언니께서 이곳에서 불공을 드리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배지희는 가볍게 눈인사를 나눈 뒤 신경남에게 시선을 돌렸다."부군께서 이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신경남은 착잡한 눈빛으로 배지희를 훑어보았다.그녀는 철 지난 붉은빛 주름치마에, 역시 유행이 지난 연노란색 긴 저고리를 걸치고 있었다. 가느다란 허리는 같은 색의 매듭띠로 단단히 동여맸다.치장이라곤 풍성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꽂힌 소박한 은비녀 한 개가 전부였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새 옷으로 빼입은 백유정에 비하면, 배지희의 차림새는 낡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눈처럼 희고 고운 자태 덕분에 아무리 수수하게 입어도 명문가 안주인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신경남은 그제야 지난 삼 년 동안 배지희에게 번듯한 장신구 하나 선물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반면 백유정이 경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어제 바로 거리로 나가, 값이 꽤 나가는 비취 장신구들을 안겨주었다.죄책감도 잠시,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신씨 가문은 곳간이 차고 넘치는 부자였다. 배지희의 생활 역시 궁핍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조른 적이 없으니, 필시 그런 사소한 물건에는 연연하지 않는 성정이라 넘겨짚었다.백유정은 달랐다. 지난 몇 년간 금주에서 숱한 고생을 겪었을 테니, 그녀를 각별히 보살피고 보상해 주더라도 배지희가 속 좁게 질투하지는 않을 터였다.신경남의 대답이 늦어지자, 배지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