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후의 백합 문장은 황궁 곳곳에서 내려졌다.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역사와 혈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둘 곳은 남겨졌다. 그러나 구휼 창고, 황실 주방, 의관단, 향료고 문에서 그 문장이 떼어지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었다.사람들은 그걸 보려고 모였다.말없이 보기도 했고, 속삭이기도 했다.“정말 내려가는군.”“저 문장만 보면 배가 아팠는데.”“조용히 해야 할 것 같았지.”엘리제는 그 말을 들으며 구휼 창고 앞에 섰다.칼릭스는 그녀 곁에 있었다.오늘은 공식적인 창고 재개방일이었다. 황태후 직속 관리인이 사라지고, 신전과 귀족 의회, 블레이크 공작가, 평민 대표가 함께 관리하는 첫날.창고 문에는 새로운 문장이 붙었다.백합도, 초승달도 아니었다.작은 그릇과 열린 손.마리가 그린 도안이었다.엘리제가 처음 봤을 때 너무 투박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곧 가장 알맞은 문장이라는 걸 인정했다.그릇은 먹는 것.열린 손은 확인할 권리.베른이 말했다.“셰프, 오늘 첫 배급식은 내일의 수프와 숨쉬는 빵입니다.”“좋아요. 간은?”“약하게. 하지만 물처럼 흐리진 않게.”“완벽해요.”마리는 기록대를 맡았다.이제 그녀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예전 같으면 하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을 이들이, 이제는 곡물 상태를 물었다.“이 포대는 어디서 온 겁니까?”“북부 블레이크 창고에서 온 정상 곡물입니다. 신전 검수와 가열 반응을 마쳤습니다.”“물에 씻어볼 수 있소?”“네. 여기 그릇이 있습니다.”마리는 능숙하게 답했다.엘리제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이게 혁명이라면, 너무 조용하고 소박했다.사람들이 곡물을 씻어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이상하면 기록하는 것.하지만 황태후의 식탁은 바로 이런 작은 행위들을 막아왔던 것이다.그러니 이것도 혁명이 맞다.르시앙은 황실 주방 보조들을 데리고 왔다.그들은 숨쉬는 빵 배급을 도왔다. 예전에는 황실 연회용 접시만 만지던 손들이, 이제 구휼빵을 나르고 있었다. 몇몇은 아직 어색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