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은 향료고 한가운데 서 있었다.그는 이 세계 귀족처럼 차려입고 있었지만, 어딘가 묘하게 달랐다. 옷은 완벽하게 맞았고, 자세도 단정했지만, 눈빛만은 현대의 연구실에 있던 사람처럼 차갑고 계산적이었다.엘리제는 그를 보는 순간 확신했다.이 사람은 요리사가 아니다.먹는 사람을 본 적 없는 사람.재료를 숫자로 보고, 맛을 반응값으로 보고, 사람의 감정을 조절 가능한 변수로 보는 사람.하이든은 웃었다.“드디어 만나네요. 강서진 셰프.”칼릭스의 손이 검집에 닿았다.엘리제는 낮게 말했다.“그 이름, 여기서 부르지 마요.”“왜요? 당신의 진짜 이름 아닙니까?”“지금의 나는 엘리제 폰 라벤느예요.”“흥미롭군요. 자아 정착이 상당히 안정적입니다.”엘리제의 시선이 서늘해졌다.“사람을 실험체처럼 말하네요.”“실험체라기보다는 사례죠.”하이든은 향료고를 둘러보았다.벽에는 수많은 병이 놓여 있었다. 투명한 병, 검은 병, 은색 병. 각 병에는 정교한 라벨이 붙어 있었다. 월영초 농축액, 루메르 향초 추출액, 달그늘꽃 줄기액, 흑회향 정유, 백설분 안정제.그리고 중앙의 유리함 안에 작은 은색 병이 있었다.완성 원액.엘리제는 병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게 최종 연회에 쓸 물건이군요.”하이든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완성형입니다. 음식, 향, 피부 접촉. 세 경로 모두 작용합니다. 이 세계 기준으로는 혁명적인 안정제죠.”“안정제가 아니라 감각 마비제죠.”“감각이 너무 예민하면 사회는 불안정해집니다.”그는 너무 평온하게 말했다.“배고픔을 크게 느끼면 폭동이 일어나고, 분노를 크게 느끼면 반역이 생깁니다. 슬픔을 제대로 느끼면 복수심이 생기고, 맛을 너무 정확히 알면 불만이 늘죠.”“그래서 눌렀다?”“조절한 겁니다.”엘리제는 웃었다.“그 말 진짜 맛없네요.”하이든의 눈이 살짝 빛났다.“당신은 늘 맛으로 판단하더군요. 그래서 황태후께서 당신을 흥미로워하셨습니다.”“회수 대상이라고 적어놨던데요.”“그 표현은 제가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