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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백설 초대장

황태후는 침묵했다.은혜의 빵 반죽에서 조제액이 추가로 발견되고, 검수 담당 의관이 끌려간 뒤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탄신 연회는 조용히 끝났다. 그러나 그 조용함이 오히려 불길했다.엘리제는 공작가 주방 조리대 앞에 서 있었다.어제 연회에서 봉인한 은혜의 빵 조각이 작은 유리병 안에 담겨 있었다. 빵 표면에 남은 달콤한 광택은 아직도 아름다웠다. 황금빛 껍질, 백합과 초승달 문양, 손에 묻지 않을 만큼 매끈한 표면.아름다운 빵.그러나 엘리제는 이제 알고 있었다.아름다움은 언제든 독을 숨길 수 있다.“냄새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마리가 병 가까이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목 안쪽이 둔해지는 향입니다. 그런데 처음보다 약해졌습니다.”“공기 중으로 빠졌으니까.”엘리제는 병을 닫았다.“그래도 기록해. 은혜의 빵 표면 처리액은 시간이 지나도 잔향이 남는다.”“네.”마리는 기록판에 빠르게 적었다.베른은 옆에서 숨쉬는 빵 반죽을 다시 점검하고 있었다. 연회 이후 숨쉬는 빵 요청이 늘었다. 신전 보호소, 남쪽 구휼소, 귀족 의회 기록관들까지 모두 그 빵을 원했다.웃긴 일이다.전날까지만 해도 투박하다고 손대기 꺼리던 빵이, 이제는 안전한 빵의 상징이 되었다.르시앙은 황실 주방에서 가져온 은혜의 빵 제조 기록을 펼쳤다. 얼굴은 어두웠다.“황실 주방 내부 조사 결과, 최종 반죽에 접근한 사람은 의관 하나와 보조 둘이었습니다. 의관은 구금 중이고, 보조들은 자신들이 넣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주장만 하는 건 의미 없어요.”“압니다. 그래서 손과 소매, 조리 도구 냄새를 확인했습니다. 보조들에게서는 조제액 잔향이 약했습니다. 의관에게서는 강했고요.”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의관이 직접 넣은 건 맞겠네요. 문제는 누가 지시했느냐죠.”르시앙은 대답하지 않았다.모두가 알고 있었다.황태후 세레니아.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언제나 한 겹 뒤에 있었다. 명령문에는 애매한 문장, 중간 관리자의 서명, 의관단의 검수 지침. 황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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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백설 케이크

백설 케이크는 완벽하게 아름다웠다.새하얀 가루가 얇게 내려앉은 표면은 눈처럼 고왔다. 가장자리는 흐트러짐 없이 매끈했고, 위에는 설탕으로 만든 작은 장미가 놓여 있었다. 붉은 잼이나 강한 과일 장식 하나 없이, 오직 흰색과 은색만으로 완성된 디저트였다.귀족 부인들은 케이크를 보자마자 감탄했다.“정말 우아하군요.”“황태후 전하의 취향이 그대로 담겼어요.”“이름도 아름답습니다. 백설의 평온이라니.”황태후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시끄러운 시대일수록, 평온을 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지.”엘리제는 속으로 말했다.‘또 평온.’황태후의 단어는 늘 비슷했다.평온.고요.안정.은혜.듣기에는 아름답지만, 속을 까보면 움직이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아델라인은 엘리제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귀족 부인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시선 끝으로 디저트 테이블을 놓치지 않았다. 마리는 뒤쪽에 시중 하녀처럼 서 있었다. 고개는 숙였지만, 손 안의 작은 수첩은 언제든 꺼낼 수 있게 숨겨져 있었다.황태후가 말했다.“엘리제 폰 라벤느. 오늘은 네가 요리하지 않았으니, 순수하게 손님으로 즐기면 되겠구나.”엘리제는 미소 지었다.“손님도 맛은 봅니다.”“그렇지. 다만 오늘은 의심보다는 즐거움이 먼저였으면 좋겠구나.”“좋은 음식이라면 저도 즐겁습니다.”짧은 대화였지만, 테이블 위 공기는 팽팽했다.네가 숨긴 것을 찾겠다.찾아보거라.그 말들이 웃음 속에 섞여 오갔다.케이크가 잘려 접시에 담겼다. 시녀들이 부인들에게 먼저 나누었고, 마지막으로 엘리제와 아델라인 앞에도 놓였다.엘리제는 바로 먹지 않았다.먼저 냄새를 맡았다.버터.우유.설탕.희미한 꽃향.그리고 백설분.문제는 백설분 자체가 아니었다. 너무 깨끗한 가루, 거의 맛도 향도 없는 장식용 재료. 그러나 그 아래 아주 희미하게 혀끝을 무디게 하는 냄새가 있었다. 월영초처럼 직접적이지 않았다. 흑회향처럼 쓴맛도 거의 없다. 대신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감각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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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혀의 약속

귀족 부인들의 진술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엘리제 폰 라벤느가 황태후의 장미 살롱을 모욕했다.백설 케이크를 문제 삼아 귀족 여성들을 선동했다.황실의 품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방 여자가 사교계 질서를 흐리고 있다.그 말들은 화려한 편지지 위에 적혀 각 가문으로 날아갔다. 향수 냄새가 나는 봉투, 예쁜 필체, 정중한 표현.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은 결국 하나였다.엘리제를 사교계에서 고립시키겠다는 뜻.엘리제는 공작가 주방에서 그 진술서를 읽고 있었다.“문장 예쁘게도 썼네.”그녀는 첫 번째 진술서를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맛은 최악이고.”마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편지들을 정리했다.“정말 백설 케이크를 먹어서 이렇게 된 걸까요?”“전부는 아니야.”엘리제는 봉투 하나를 집어 냄새를 맡았다.종이에는 짙은 향수가 배어 있었다. 장미, 사향, 아주 약한 백설분 끝향. 장미 살롱에서 바로 작성했거나, 그 영향이 남은 상태로 쓴 것이 분명했다.“백설 케이크가 거짓말을 새로 만든 건 아니야. 원래 있던 생각을 더 쉽게 말하게 만든 거지.”“원래 있던 생각이요?”“응. ‘저 여자는 주방 사람이다’, ‘귀족 식탁을 모욕했다’, ‘황태후께 무례하다’ 같은 생각들.”마리는 입술을 다물었다.“그럼 약이 없어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뜻입니까?”“아마 일부는.”엘리제는 가볍게 웃었다.“그래서 더 귀찮아. 약만 문제 삼으면 안 돼. 그 편견까지 건드려야 하거든.”베른은 차를 따르며 말했다.“사교계는 주방보다 칼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정확해요.”엘리제는 진술서들을 다시 훑었다.“여긴 칼 대신 편지지로 사람을 찌르죠.”칼릭스는 조용히 서류를 읽고 있었다.그가 진술서 하나를 내려놓자, 손끝이 조금 굳었다.“주방 여자라.”목소리가 낮았다.엘리제는 그를 보았다.“그 말에 화나셨어요?”“그렇다.”“저는 괜찮은데요.”“네가 괜찮다고 해서 모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엘리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는 가끔 이렇게 당연한 말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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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사교계 식탁

에른스트 후작 부인의 저택은 황궁 장미 살롱과 달랐다.향이 낮았다.꽃은 있었지만 과하지 않았고, 차는 따뜻했지만 무겁지 않았다. 창문은 조금 열려 있었고, 바깥의 찬 공기가 실내의 향을 천천히 밀어냈다. 엘리제는 문턱을 넘는 순간 그 차이를 알았다.이곳은 사람을 누르는 식탁이 아니다.사람이 숨 쉴 수 있게 둔 식탁이다.에른스트 후작 부인은 회색빛 드레스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한 보석 대신 얇은 진주 귀걸이만 걸친 모습이었다. 그녀는 엘리제를 보자 부채를 접었다.“오늘은 주방장이 아니라 손님으로 오셨군요.”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이지만, 먹일 건 가져왔습니다.”후작 부인의 입가가 올라갔다.“마음에 드는 손님이군요.”아델라인은 이미 와 있었다. 그녀는 엘리제 옆으로 다가와 낮게 말했다.“초대한 부인들은 모두 도착했습니다. 절반은 장미 살롱에서 진술서를 쓴 사람들입니다.”“나머지는요?”“망설이는 사람들. 황태후 편도, 우리 편도 아닌.”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제일 중요하겠네요.”“맞아요. 사교계는 진실보다 분위기에 먼저 움직이니까요.”“그럼 분위기를 먹여야죠.”마리는 엘리제 뒤에서 시중 하녀처럼 서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역할은 단순한 시중이 아니었다. 기록 담당. 냄새 감별. 그리고 엘리제의 약속 감시자.마리는 작게 말했다.“셰프님, 오늘 드시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알아.”“혹시라도 포크를 드시면 제가 말리겠습니다.”엘리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 견습이 너무 엄격해졌네.”“공작 전하께서 부탁하셨습니다.”“역시.”엘리제는 한숨을 쉬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이제 자신을 말리는 사람이 많아졌다.처음에는 귀찮았다.지금도 조금은 귀찮다.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살아 있게 만든다는 걸, 엘리제는 조금씩 인정하고 있었다.***초대된 귀족 부인들은 조심스럽게 앉아 있었다.그들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장미 살롱에서 황태후의 백설 케이크를 먹은 뒤, 일부는 진술서를 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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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사라진 보조

황실 주방은 밤에도 밝았다.불이 켜져 있어서가 아니었다. 지나치게 깨끗한 흰 벽, 반짝이는 조리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걸린 도구들. 빛이 조금만 있어도 모든 것이 차갑게 반사됐다.엘리제는 이곳에 올 때마다 숨이 막혔다.살아 있는 주방 냄새가 적고, 대신 지워진 냄새가 많았다. 좋은 주방은 냄새가 남는다. 구운 빵, 끓인 육수, 손에 밴 허브, 방금 씻은 채소의 물기, 오래된 조리도구의 기름기까지.그런데 황실 주방은 지나치게 깨끗했다.마치 냄새조차 허락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곳처럼.오늘은 그 지워진 냄새 아래에 불안이 깔려 있었다.황실 주방 하급 보조 테른이 사라졌다.은혜의 빵 반죽을 거부한 첫 번째 보조.먹으면 조용해지는 빵은 만들기 싫다고 말한 아이.엘리제는 황실 주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냄새를 맡았다.밀가루.버터.설탕.연회용 소스.그리고 흑회향.아주 약하게, 그러나 분명하게.“여전히 남아 있네.”르시앙의 얼굴이 굳었다.“낮에 일부를 봉인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제거하지 못했습니다.”“주방이 커서요?”“아니요.”르시앙은 이를 악물었다.“어디까지 퍼졌는지 몰라서입니다.”그 말은 황실 수석 요리사에게 치욕일 것이다. 자기 주방의 오염 범위를 모른다는 뜻이니까.칼릭스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출입구를 막아라. 아무도 나가지 못한다.”황실 주방 요리사들이 술렁였다.중견 요리사 하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공작 전하, 황실 주방은 황실의 명령 아래 있습니다. 외부 기사들이 함부로—”르시앙이 손을 들었다.“모두 하던 일을 멈추십시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카로웠다.요리사들이 멈췄다.르시앙은 한 사람씩 바라보았다.“오늘 이 주방에서 하급 보조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보조는 은혜의 빵 반죽을 거부했습니다. 이 사안은 주방 내부의 체면보다 우선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엘리제를 보았다.“확인해주십시오.”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테른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은 어디죠?”하급 보조 하나가 기록판을 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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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북부의 편지

북부에서 온 편지는 두 장이었다.첫 장은 공식 보고서였다. 숨쉬는 빵과 건조 수프가 북부 병영에 안정적으로 배급되고 있으며, 병사들의 식사 거부가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칼릭스는 보고서를 읽으며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두 번째 장을 펼쳤을 때, 그의 손끝이 아주 조금 멈췄다.그것은 병사들이 직접 적은 짧은 문장들이었다.오늘은 손이 덜 떨렸다.먹고 나서 화가 난다는 걸 알았다.화가 나도 괜찮다고 들었다.엘리제는 그 문장들을 오래 바라보았다."말하기 시작했네요."칼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내 병사들이."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엘리제는 그 안에 섞인 감정을 들었다. 낯섦. 안도. 그리고 아주 작은 자부심."좋은 변화예요.""그래. 낯설지만 좋다."마리는 그 말을 기록하려다 멈칫했다. 칼릭스가 그녀를 보았다."적어도 된다.""예?""내가 그렇게 말했다고."마리의 눈이 커졌다.칼릭스가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게 허락하는 날이 오다니. 엘리제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그러나 편지의 마지막 줄은 따뜻하지 않았다.[검은솔 고개 집하장에서 포대 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로웰 서기관이 봉인 확인 명목으로 다녀간 뒤입니다.]베른이 포대 목록을 펼쳤다."로웰은 카르텐 백작 측 하급 서기관입니다."엘리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카르텐이 직접 나서지 않고 서기관을 보냈네요. 절차 냄새가 납니다."아델라인이 말했다."카르텐은 늘 서류와 절차 뒤에 숨죠. 하지만 이번엔 너무 가까이 왔어요."칼릭스는 북부 지도를 펼쳤다.검은솔 고개는 수도와 북부를 잇는 보급로의 목줄 같은 지점이었다. 길은 좁고, 숲이 깊으며, 우회로는 길었다. 그곳에서 수레 하나만 막혀도 뒤따르는 보급 전체가 늦어진다.엘리제는 지도를 보며 말했다."아직 사고가 난 건 아니죠?""아직은.""그럼 먼저 막아야 해요.""어떻게.""출발 전 포대 검수. 그리고 병사들에게 냄새 확인법을 알려야 해요. 지금까지는 제가 맡았지만, 북부 길에서는 제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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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검은솔 지도

검은솔 고개는 지도 위에서는 단순했다.하지만 보급 담당자들은 그 선 하나를 가장 싫어했다. 길은 좁고, 양쪽은 침엽수림으로 막혀 있으며, 겨울이 오면 바람이 수레를 밀어낼 정도로 거칠었다. 수레가 느려지고, 호위가 길게 늘어지고, 누군가 숲에서 튀어나오면 빠져나가기 어렵다.엘리제는 지도 위의 고개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여기서 뭔가 벌이기 딱 좋네요."칼릭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북부에서는 이 길을 늘 경계했다.""그런데 이번엔 식량을 노리죠. 사람보다 포대.""식량을 노리면 사람도 흔들린다.""맞아요."엘리제는 손을 떼지 않았다."그리고 포대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전부 태울 필요 없어요. 하나만 오염된 채 발견돼도, 사람들은 나머지도 의심할 테니까."베른은 포대 번호표를 정리했다."그럼 사라진 포대가 있다면, 그 자체가 미끼가 되겠군요.""네."마리가 물었다."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미끼를 물기 전에 미끼 냄새를 알게 해야지."엘리제는 새로운 검수표를 만들었다.[검은솔 고개용 간이 검수]첫째, 포대 봉인 확인.둘째, 손에 묻는 가루 확인.셋째, 물 한 컵에 곡물 세 알.넷째, 포대 내부에서 열이 나는지 확인.다섯째, 이상하면 즉시 분리.칼릭스는 그 표를 읽었다."짧다.""현장용이니까요. 복잡하면 아무도 못 써요.""좋다."그는 기사에게 명했다."북부 집하장마다 배포한다. 읽지 못하는 자에게는 설명한다.""예, 전하."엘리제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그렇다면 기록도 말로, 그림으로, 냄새로 전달되어야 한다. 황태후의 식탁은 글을 아는 사람들의 문서 뒤에 숨어 있었다. 엘리제의 식탁은 글을 몰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마리는 검수표 옆에 작은 그림을 그렸다.정상 포대는 열린 손.의심 포대는 검은 점.물에 뜨는 막은 물결.엘리제는 그 그림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마리, 좋아. 이거 쓰자.""제가 그린 걸요?""응. 누구나 알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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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사라진 포대

사라진 포대는 하나뿐이었다.그래서 더 수상했다.식량을 훔치려는 목적이라면 포대 하나로는 의미가 없다. 굶주림을 만들기에도, 보급을 무너뜨리기에도 양이 적다. 하지만 포대 하나는 소문을 만들기에 충분했다.엘리제는 보고서를 읽고 바로 말했다."표본이에요."칼릭스가 물었다."표본.""네. 이 포대를 어디선가 발견되게 만들 거예요. 공작가 문장이 찍힌 채로, 안에는 오염 곡물을 섞어서. 그러면 사람들은 말하겠죠. 블레이크 식량도 믿을 수 없다고."베른은 얼굴을 굳혔다."그럼 대체 식량까지 의심받습니다.""맞아요. 식량 자체가 아니라 믿음을 오염시키려는 거죠."마리는 손에 들고 있던 포대 번호 목록을 확인했다."사라진 포대는 정상 포대입니다. 적어도 출발 전 검사에서는요.""그럼 더 안 좋아. 정상 포대를 훔쳐 오염시켜야 하니까."칼릭스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검은솔 고개 주변의 빈 창고와 폐초소를 확인한다. 하지만 소란을 내지 마라. 상대가 포대를 일부러 발견시키려 할 수 있다.""예."엘리제는 검수표 사본을 내려놓았다."제가 직접 가서 보고 싶지만, 아직은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겠죠."칼릭스가 그녀를 보았다."스스로 말하는군.""성장했죠?""그렇다."너무 즉각적인 칭찬에 엘리제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아델라인은 부채를 접으며 말했다."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특히 당신에게는.""황녀님까지요?""사실이니까요."엘리제는 반박하지 못했다.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사라진 포대가 발견될 상황을 가정해 검수 절차를 다시 만들었다. 누가 먼저 만질지, 누가 봉인할지, 누가 냄새를 맡을지, 누가 기록할지. 한 단계라도 흐트러지면 카르텐은 절차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절차의 칼.그것은 카르텐의 무기였다.그러니 엘리제도 절차를 익혀야 했다.마리는 말했다."셰프님, 이건 거의 의관단 기록처럼 세밀합니다.""의관단보다 맛있게 써야지.""기록도 맛있게 쓸 수 있습니까?""읽는 사람이 이해하면 맛있는 기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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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전야의 빵

검은솔 고개로 떠나기 전날 밤, 공작가 주방은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엘리제는 숨쉬는 빵을 작게 구웠다. 전투용이라고 하기엔 우스운 이름이지만, 그녀에게는 진지했다. 보급로를 조사하러 가는 사람들도 먹어야 한다. 빈속으로 냄새를 맡으면 모든 향이 더 날카롭게 들어오고, 불안은 더 크게 부풀어 오른다.베른은 건조 수프 재료를 묶었다.마리는 검수표와 기록지를 방수 천에 싸서 정리했다.칼릭스는 기사들에게 출발 명령을 내리고 돌아왔다.그가 주방 문 앞에 섰을 때, 엘리제는 빵을 식힘망에 올리고 있었다."또 밤새는군.""오늘은 합법적 밤샘입니다.""그런 밤샘은 없다.""공작님, 너무 단호한 거 아닙니까?""네가 잠을 미루는 데 능하니까."엘리제는 웃었다.그는 정말 너무 잘 알게 되었다.칼릭스는 식힘망 위의 빵을 하나 집었다."전야의 빵인가."엘리제는 눈을 깜빡였다."그 표현 좋네요.""네가 전야의 맛이라 했다.""저는 그냥 한 말이었는데요.""나는 기억했다."그 말이 조용히 내려앉았다.칼릭스는 늘 그랬다. 엘리제가 흘리듯 한 말을, 그는 예상보다 오래 기억했다. 맛처럼, 표식처럼, 돌아오라는 약속처럼.엘리제는 빵 하나를 반으로 갈라 그에게 내밀었다."그럼 같이 먹어요."칼릭스는 빵을 받아 들었다.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씹었다.고소하고, 담백하고, 아주 약간 짰다. 완벽한 연회용 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날 긴 길을 가기 전에는 이 정도가 맞았다.칼릭스가 말했다."내일 네가 앞서 냄새를 보아야 한다면, 나는 뒤를 맡는다.""네.""위험하면 바로 말한다.""네.""증거보다 네가 먼저다."엘리제는 이번엔 장난치지 않았다."알아요."칼릭스의 시선이 깊어졌다."정말인가.""정말."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마리는 뒤에서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셰프님, 맑은 숨 천입니다. 공작 전하 것도 같이 넣었습니다."칼릭스는 자신의 주머니를 받았다."고맙다."마리는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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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급보

새벽의 공작가 주방은 평소보다 조용했다.출발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검수표, 맑은 숨, 젖은 천, 건조 수프, 숨쉬는 빵. 기사들은 마당에서 말을 정리했고, 베른은 증거 봉인 상자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엘리제는 조리대 위에 손을 올렸다.차갑다.조리대가 아니라 자신의 손이었다.칼릭스가 곁에 다가왔다."손이 차다.""새벽이라서요.""거짓말.""조금 무서워서요."이번엔 인정이 빨랐다.칼릭스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좋다.""제가 무서운 게 좋으세요?""말한 것이 좋다."이 대답도 이제 너무 익숙했다.엘리제는 작게 웃었다."공작님도요?""무섭다."그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엘리제는 순간 멈췄다."정말요?""그래. 내 사람들이 다칠 수 있고, 네가 다칠 수 있으며, 내가 막지 못할 수도 있다."엘리제는 대답하지 못했다.칼릭스가 자신의 두려움을 이렇게 말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었다. 그러나 그 낯섦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감정을 잃었던 사람이 이제는 무섭다고 말한다. 그 말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의 맛이었다."그럼 같이 조심해요.""그래."마리는 기록판을 품에 안고 들어왔다."셰프님, 출발 전 기록입니다. 현재 시각 새벽. 포대 검수 도구 확인. 맑은 숨 확인. 숨쉬는 빵 열두 개.""좋아.""그리고…… 모두 무서움 있음. 출발 가능."엘리제는 웃었다."완벽한 기록이네."출발하려는 순간, 대문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미친 듯이 들렸다.전령이었다.그는 말에서 거의 떨어지듯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망토 끝은 그을렸고, 한쪽 소매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엘리제의 심장이 내려앉았다.칼릭스가 먼저 물었다."보고해라."전령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공작 전하. 북부 보급로 제3수레대가 공격당했습니다. 식량 수레 세 대가 불탔고, 호위 기사 둘이 부상했습니다."마리의 손에서 기록판이 미끄러질 뻔했다.베른의 얼굴도 굳었다.칼릭스는 한순간 움직이지 않았다.그 짧은 정적 안에서, 엘리제는 그의 분노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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